2015년부터 2023년까지 네브래스카주 공화당 상원의원을 지낸 벤 새스(Ben Sasse, 53)가 췌장암 진단을 받은 사실을 알리며, 자신의 진단이 "사형선고"라고 장문의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통해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새스는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 폭동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7명의 공화당 의원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결국 상원은 트럼프 해임을 승인하지 못했다.
새스는 23일(현지시간) 엑스(X)에 "친구 여러분, 쓰기 힘든 글이지만, 여러분 중 많은 분들이 뭔가를 의심하기 시작했으니 바로 말씀드리겠다. 지난주에 전이성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았고, 곧 죽을 것 같다"고 적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그와 부인은 세 자녀를 두고 있다.
그는 "진행된 췌장병은 정말 끔찍한 상태다. 그것은 사형선고다. 하지만 나도 지난주 전에 이미 사형 선고를 받은 적이 있다. 우리 모두 그렇다"고 덧붙였다.
루터교 교단에서 자라 현재는 장로교인인 사세는 대림절 기간에 발표를 한 것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기독교인으로서 크리스마스를 앞둔 몇 주는 다가올 희망에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이다. 더 할 말이 있을 것이다. 난 싸움 없이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하버드와 예일 대학을 졸업한 사세는 상원 재임 시절 트럼프를 비판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주요 정책에서는 대통령 편을 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는 2021년 두 번째 탄핵 재판에서 트럼프를 반란 선동 혐의로 유죄 판결하는 데 한 표를 던진 것으로 기억된다. 투표 당시 트럼프는 재임 중이 아니었지만, 유죄 판결을 받았으면 백악관 복귀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는 당시 자신의 투표에 대해 "약하고 소심한 의회는 점점 더 대담하고 권한을 부여받은 대통령직에 복종할 것"이라면서 "그것은 용납할 수 없다. 이 기관은 스스로를 존중해 행정부에 어떤 선은 넘을 수 없다고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회를 떠나며 정계에서 은퇴한 새스는 플로리다 대학 총장으로 일했다. 그는 뇌졸중을 겪은 아내의 건강 문제를 이유로 지난해 7월에 총장 직에서도 물러났다. 그 뒤 플로리다 감사원이 실시한 감사 결과, 대학의 자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새스는 자신의 지출이 적절했다고 반박했다.
그의 X 글을 더 들여다 보자.
“나는 놀라운 형제자매들, 진짜 형제와 같은 친구 여섯이 있다. 친구들 중 한 명이 말했듯, '물론 너는 근무 중이지만, 우리 모두는 근무 중이다.' 죽음은 사악한 도둑이고, 그 자식은 우리 모두를 쫓아다닌다. 내가 원하는 것보다 남은 시간이 더 부족하다. 이제 곧 세상을 떠날 것 같다. 원하는 만큼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는데 이 개성 넘치는 가족의 남편이자 아빠로서 더욱 힘들다.
낙관주의는 훌륭하고 절대로 필요한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딸에게 결혼식에서 들러리를 서주지 못한다고 말하거나 또는 부모에게 아들을 (땅에) 묻어야 할 거라고 말씀드릴 때 낙관주의는 인생에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한다.
지난 1년 동안 공직 생활에서 잠시 물러나 새로운 가족의 리듬을 만들어 가면서 (부인인) 멜리사와 더욱 가까워졌다.
하나님이 주신 은혜의 한 부분은 지난 몇 년 면역치료 등 과학이 이룬 놀라운 발전에서 찾을 수 있다.
죽음과 죽어가는 과정은 다르고, 죽어가는 과정은 여전히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집에서는 (내가 곧 죽을 것이란) 사형수 유머를 열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새스는 트럼프를 향해 ‘망가진 사람(broken man)’이라고까지 공격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진영과 각을 세운 공화당 의원이었다. 트럼프도 기회 있을 때마다 그에게 “가장 무능하다”거나 “라이노(RINO·이름만 공화당원)”라고 쏘아붙였다.
하지만 이날 그의 투병 사실에 J. D. 밴스 부통령부터 의회 1인자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MAGA 인플루언서 베니 존슨과 메건 켈리, 정보효율부(DOGE) 수장을 지낸 비벡 라마스와미 등이 잇따라 “당신과 가족의 축복을 빈다”, “우리 가족은 당신을 위해 기도를 하고 있다”고 위로했다. 트럼프와 가까운 미국보수연합(ACU)의 맷 슐랩 의장은 “새스는 정치인으로는 형편 없지만 정말 훌륭한 사람”이라며 “결국 그는 (암과의 싸움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할 것”이라고 응원했다.
소속 정당에 관계 없이 민주당에서도 응원의 메시지가 쇄도했는데, 한국계 앤디 김 상원의원은 “이 감동적인 성명을 한 글자도 빠짐없이 두 번이나 읽었다”며 “진솔하고 사려 깊은 말씀으로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삶의 가장 힘든 순간들을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를 일깨워줘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차기 대선 잠룡으로 꼽히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죽음에 직면했을 때 벤은 우리에게 빛과 은혜를 일깨워주는 길을 택했다”며 “이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가족분들께 사랑을 전하며 좋은 싸움을 이어나가달라”고 격려했다.
CNN에 따르면 췌장암은 새롭게 암 진단을 받은 이들 가운데 3%정도이며, 미국인의 암 사망 원인 가운데 세 번째다. 아마도 2030년쯤이면 암 사망 원인 중에 두 번째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췌장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환자의 생존 확률이 높아질 수 있지만, 현재까지 한 번 검사해 조기에 췌장암을 발견할 수 있는 혈액 검사는 없다.
다나 파버 암 연구소 위장관암센터 소장인 브라이언 울핀 박사는 지난해 CNN 인터뷰를 통해 "췌장암으로 내원한 환자의 대다수는 진단 시점에 진행된 질환을 갖고 있다. 따라서 환자 중 80% 이상이 진행성 질환으로 나타나며, 우리는 발원 시점에 암을 완치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