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읽기문화…(1) 일본-자율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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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목적은 무엇일까. 일반인은 교양, 또는 지식 쌓기로 여길 테고, 학생이라면 이해력· 창의력· 집중력 증진을 위한 학습 수단으로, 수험생이라면 논술 점수를 높여 대학입시에서 성공하기 위함일 것이다.
하지만 독서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는 편협된 독서행태다. 궁극적인 목적은 훌륭한 인격형성과 품격을 높이는데 있다. 학문연구를 통해 인류사회를 윤택하게 발전시키고, 인간의 정서와 마음을 넉넉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예로부터 읽기문화의 뿌리가 튼실한 민족은 발전해 왔고, 인류의 미래를 개척하는데 늘 주역 국가가 됐다. 반대의 경우는 굳이 거론한 가치도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일본과 독일 등 선진국들이 독서문화 부흥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도래할 미래에 문화패권을 잡기 위한 프로젝트 실천이다.
대전일보는 창간 58주년을 맞아 국제사회에서 읽기문화의 모델이 된 독일과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의 독서교육 현장을 직접 취재해 우리 독서문화의 현실을 점검하고 앞으로 독서문화를 어떻게 가꿔가야 할지를 가늠해 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註>
일본은 학교에서든 가정에서든 책 읽기를 절대로 강요하지 않는다. 책 읽기 숙제도, 독후감 쓰기 과제도 없다. 책 선정부터 학생 스스로 하도록 한다. 학교와 교사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환경을 만들어 줄 뿐이다. 책 읽기 권장은 하되 강요하지는 않는다는 게 일본 독서교육 정책의 핵심이자 비결이다.
공부가 재미있으면 학습효과도 높기 마련이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일본은 어떻게 하면 즐거운 책읽기 교육을 할까에 고민을 한다.
교토시 교육위원회 히구치 수석장학사는 “교토시 독서정책은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책을 좋아하게 만들 것인가가 핵심”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책 읽기는 다른 어떤 교육보다 우선한다”며 “학교별로 도서구입비나 도서관 운영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책 읽기를 권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교육 당국의 이 같은 지원 덕분인지 일본 초·중학교 학생들은 책을 흥미의 대상으로만 여긴다. 공부, 숙제, 독후감 쓰기를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하는 독서가 아니라는 의미다. 책은 장난감처럼 재미있는 놀이 도구일 뿐이다. 당연히 책 읽기는 흥미 만점의 놀이로 인식되고, 독서는 자연스레 습관화 되어 미래 문화강국의 기틀이 되는 것이다.
교토 하나조노 초등학교 후지사키 유나양( 6학년·독서위원)은 새 학기 들어 6월 말까지 3개월 동안 40권이 넘는 책을 읽었다. 유나양이 이처럼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은 독서는 부담을 느끼는 공부가 아니고 즐거움을 주는 흥미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자율독서의 성과이기도 하다.
유나 양은 “같은 반 친구 대부분이 20권 이상의 책을 읽었다”며 “100권을 넘긴 친구도 여러 명 있다”며 독서는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이고 누가 더 많이 읽었느냐보다는 어떻게 읽었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 도서실을 학생들이 자율 운영토록 하는 것도 학생들이 책과 친해지게하려는 학교의 정책이다. 일본의 초·중·고는 학생 도서위원회가 구성돼 있으며, 도서위원회가 도서실을 운영한다. 독서 담당교사는 조언만 할 뿐이다.
학생 도서위원은 쉬는 시간마다 컴퓨터 시스템을 활용해 도서 대출과 반납 업무를 한다. 책마다 바코드가 부착돼 있어 출납이 용하다. 그때그때 도서 대출 통계 확인인 가능하며 학생 개개인의 독서 성향도 파악할 수 있다. 당연히 독서지도를 위한 자료가 되는 것이다.
교토시 외곽의 사인중학교 나카무라 교감은 “도서실 운영은 학생들이 하기 때문에 교사가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다”며 “단지 책을 좋아하지 않는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책과 친밀해 질 수 있는지만 고민을 한다”고 말했다. 나카무라씨는 그 묘안으로 학생들이 좋아하는 만화책이나 배용준 등 한류 인기 연예인이 나오는 연예 잡지 등을 준비해 두고 있다고 귀띔을 했다.
책을 멀리하는 학생들을 위해 연예잡지까지 동원하는 것은 고육책이라기 보다는 자율독서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책 읽기, 또는 책을 읽은 후 독후감 쓰기를 숙제로 낸다면 억지로라도 책을 읽을지는 몰라도 결코 학생들이 책과 친해지거나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데는 실패하기 마련이다. 스스로 하는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 되지만 강요로 하는 독서는 부작용이 더 많다는 것을 익히 경험으로 터득했음이다.
88년부터 시작된 아침독서 역시 즐거운 책 읽기의 디딤돌이 되고 있다. 일본의 초중학교 중 90% 가까이 참여하고 있다. 수업시간 10분 전 무조건 10분간 독서를 하는 아침독서는 일본만 있는 독서교육법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날마다 꾸준히 읽도록 하고 어떤 결과물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책 선택도 자유다. 아침독서는 어떤 책을 읽느냐보다는 어려서부터 책과 친숙해지게 하는 교육이다. 책과 친해지면 아침독서는 가정독서로, 지역사회 독서로 확산돼 문화 인프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학생부터는 자신이 감명깊게 읽었던 책을 그림으로 재구성해 유치원과 양로원을 방문해 동화구연 봉사를 한다. 동화 구연을 통해 봉사정신도 키우고 무엇보다 읽기문화를 확산시키는 독서 전령사 역할을 한다.
일본이 독서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데는 이같은 다양한 독서교육 시스템이 폭넓게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 가능했다. 국민의 높은 독서 열기는 출판산업과 문화산업 발전을 견인하면서 문화 강국으로서의 스팩트럼을 넓혀간다. 국민의 교양과 지식, 품격을 높이는 것 또한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일본 교토=변상섭 기자>
선진국의 읽기문화 - (2) 일본의 초·중·고 아침독서
아침독서는 일본 읽기문화의 대표적인 트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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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수업시간 전 10분씩 책을 읽는 게 아침독서다. 누가 시키거나 강요에 의해서 읽는 게 아니다. 습관처럼 그냥 읽는다. 책도 알아서 준비한다. 학교 도서관에서 빌리든 아니면 직접 서점에서 구입을 하든지 그것은 자유다. 일본 학생들의 ○교시 수업은 독서시간이다.
아침독서는 1988년 지바현의 한 여고 교사가 시작한 읽기문화 운동이다. 하루 세끼 식사를 하듯 영혼의 양식인 책을 하루 10분 만이라도 읽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20년을 맞으면서 일본 전체 초·중·고 4만여 개 가운데 절반이 넘는 2만 5천여 개교가 참여하고 있다. 교토시는 초·중학교 257개교 모두가 아침독서를 하고 있다.
아침독서 운동이 시작되면서 참여학교가 증가하는 외형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변모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학생들이 아침독서를 한 후 독해력과 문장력, 집중력, 창의력이 증진돼 학습 능력이 몰라보게 향상됐다는 점이다. 결석학생, 집단 따돌림도 줄어들었다.
교토시 하나조노초등학교 교장은 “독서교육은 상상력과 어휘력, 창의력 신장은 물론 인성교육을 위해서도 가장 바람직한 교육”이라며 “독서는 가장 기본적인 교육이자 살아있는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아침독서는 네 가지 원칙이 있다. ▲모두가 참여하고 ▲ 매일 한다. ▲좋아하는 책을 스스로 골라 읽되 ▲그냥 읽는다는 것이다. 독후감을 쓰거나 읽은 책의 목록을 기록할 필요가 없다. 교사도 학생들에게 요구하지 않는다. 독서 평가를 하게 되면 교사에게는 잡무이고, 학생들에게는 부담감을 주는 부작용을 빚기 때문이다. 아침독서는 경쟁과 평가를 배제한 순수 읽기 운동이다. 즐겁게 읽기만 하면 된다.
하나조노 초등학교는 아침독서가 시작되기 전부터 아침독서를 실천한 아침독서 원조 학교다. 학생 수는 12학급 287명이지만 아침독서에 관한 한 최고의 명문학교며 최고의 역사를 자랑한다.
노하우가 축적이 돼 있어서인지 모든 게 체계적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등교하면서 아침독서 가방에 책을 챙겨 온다. 등교와 함께 8시 25분 아침독서 예비종이 울리고, 30분부터 40분까지 10분간 독서 삼매경에 빠져든다. 교실에는 교사도 없다. 이 시간이 교무회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학생 독서위원들이 알아서 진행한다.
책은 학생 스스로 선택한다. 저학년 고학년에 따라 권장 도서가 선정돼 있지만 꼭 지켜야 하는 당위성은 없다. 책은 학교 도서관에서 대여받을 수도 있고 자신이 직접 구해서 읽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학교 도서관을 이용한다.
그래서 쉬는 시간이면 책을 빌리려는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만원이다. 도서관 운영도 아침독서처럼 학생 자율로 운영된다. 대여와 반납 업무 모두 학생 도서위원들이 알아서 스스로 한다. 도서 출납 시스템이 자동화되어 있어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아침독서를 하기 전 고작 10분 독서가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고 회의적인 반응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엄청나다. 책읽는 속도가 빨라지고 학생들 스스로 독서교류회를 만들어 각자 읽은 책 얘기를 하면서 서로 책 읽기를 권장하는 문화가 생겼다. 독서를 통해 자료를 찾고 조사하는 능력이 생기면서 수업 분위기가 좋아지고, 글쓰기나 대화 중 어휘 선택능력과 표현력이 신장 됐다. 학력신장은 당연한 결과다.
하나조노 5학년 고우모토군은 “4월부터 6월까지 20권의 책을 있었다”며 “독서계획을 스스로 세우기 때문에 부담이 없고, 과학·역사 도서는 수업과 연관이 있어 예습, 복습효과가 있어 좋다”고 말했다.
교토 외곽에 위치한 사인중학교도 독서교육의 모범학교다. 이 학교 역시 아침독서는 물론 책읽기는 철저하게 학생 스스로 하도록 한다. 학급마다 독서 동아리가 구성돼 있어 돌아가면 읽은 책의 줄거리를 발표하는 등 서로 책 읽기를 권장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
사인중은 독서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을 위한 배려가 이색적이다.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면 다음날 아침독서 시간에 읽을 책을 책상 속에 놓고 귀가한다. 그러나 책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은 아침독서용 책을 준비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이런 학생들을 위해 학급문고를 운영한다.
책을 싫어하는 학생들을 위해 마련한 코너인 만큼 대부분 여행관련 서적이나, 자연생태 사진이 수록된 책, 잡지 등이 주종을 이룬다. 당장은 책 읽기를 싫어하지만, 그림책이나 잡지를 통해 책과 친해지기를 바라는 속 깊은 교육적 배려가 깔려 있는 것이다.
일본의 아침독서는 독서 브랜드가 됐다. 일본이 출판 선진국 반열에 오른 것도, 문화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있는 것도 아침독서의 영향을 받은 바가 크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지구촌 여러 나라가 읽기문화 부흥을 위해 일본의 아침독서를 벤치마킹하는 속내도 문화 선진국 진입을 위한 경쟁력 강화 일환이다. 책만큼 확실하게 밝은 미래와 큰 희망을 찾는 길잡이도 없기 때문이다. <일본 교토=변상섭 기자>
협찬=한국언론재단
선진국의 읽기문화 - (3) 일본 초·중학교 도서관
‘外貧內華(겉치레는 보잘 것 없지만 속은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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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초·중학교 도서관을 운영 실태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일반 교실을 그대로 쓰고 있어 초라해 보일 정도다. 보기 좋게 하려고 치장한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다. 책장이 열 지어 있고 책이 빼곡하게 꽂혀 있어 여기가 도서관이구나 할 정도다.
겉모습이 초라해 보인다고 내용까지 그럴 거로 생각한다면 그릇된 판단이다. 도서관 외모만 그렇지 속은 알차다. 자동출납 시스템 등 소프트웨어는 첨단이다. 학생들이 원하는 책은 다 있고 신간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학생들이 재미있고 즐겁게 책을 읽기 위한 완벽할 정도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읽기 문화 활성화 정책은 중앙정부, 자치단체, 학교가 공동으로 추진한다. 책 읽기가 초·중·고 교육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공감대 형성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어떻게 하면 ‘책 읽는 학교’, ‘책읽는 문화’를 만들어 2세들의 꿈과 희망을 책 속에서 찾고, 책을 통해 키워가게 하려고 골몰하고 있다.
교토시가 독서교육 정책이 모범사례로 꼽힌다. 교토시 교육위원회는 책 읽는 사회를 조성하기 위해 2004년 작가와 독서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독서 진흥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책 읽는 습관을 길러줄 것인가가 목적이다. 학교마다 왜 독서가 중요한지 공감대 확산을 위해 인기작가 초청 강연회를 열고, 독서 홍보 팸프릿을 만들어 배포하는 등 몇 년간에 걸쳐 독서 캠페인을 벌였다.
그리고 학교 도서관 업그레이드 작업에 돌입했다. 도서관 업그레이드는 시설보다는 운영시스템과 장서구입에 중점을 뒀다. 도서 대출과 반납을 원활하게 하려고 책마다 바코드를 부착하고 컴퓨터를 이용한 자동 대출, 반납 시스템을 구축했다. 컴퓨터 시스템은 학생 개인별, 학급별, 학년별 대출 권수 등을 그때그때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독서담당 교사는 학생 개인별 독서량과 성향 등 컴퓨터 시스템에 입력된 내용을 토대로 학생들의 독서 습관화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자율적인 학교 도서관 운영을 위해 학부모위원회 학생 위원회를 구성했다.
교사가 중심이돼 운영할 경우 수업의 연장, 또 다른 공부로 인식해 학생들이 흥미를 갖지 않거나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를 불식시키자는 뜻에서 비롯됐다.
학부모위원은 당번을 정해 교대로 학교 도서관에서 매일 학생들의 도우미 역할을 한다.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도서 정리와 훼손된 책을 보수하는 등 도서관 궂은 일을 도맡아 한다.
학부모 도서위원 키타무라씨는 “학생들이 책 속에서 즐거움을 찾도록 안내자 역할을 한다”며 “독서는 교육의 기본이지만 교육의 틀에서 벗어나 생활이 될 수 있도록 하기위해 학부모가 도우미로 나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서 구입예산을 파격적으로 지원했다. 도서관에 흥미 있는 책이 많아야 학생들이 자주 찾고, 책 읽는 습관을 길러 줄 것이라는 확신에서다.
학생 수가 287명인 하나조노 초등학교의 연간 도서구입 예산이 450만엔(4500만원)에 달한다. 사인중학교는 학생 수가 344명이지만 연간 도서 구입 연간은 735만엔(7350만원)이다. 도서구입 예산이 충분하다 보니 보유하고 있는 책들이 대부분 신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학생들이 읽고 싶은 책은 언제든지 빌려볼 수 있다.
후지사키 유나양(하나조노초 6학년)은 “인기있는 베스트 셀러를 언제든지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볼 수 있다”며 “동화책 등 학생들이 즐겨 있는 책 대부분은 사서 읽기보다는 빌려 있는 편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일본 학교와 대전에 있는 초등학교를 예산만으로 단순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르지만 학생수가 1200여 명인 A 초등학교의 연간 도서구입비는 1067만원이다. 비슷한 규모의 학생이 재학 중인 B 초등학교는 1000만원 정도다. 학교 운영예산의 3%를 책을 사는데 사용한다고 하지만 일본보다는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일본의 학교도서관은 근사한 시설보다는 풍부한 장서 보유 등 내실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웅변하고 있다. 도서관에는 학생들이 선호하는 책이 많아야 하고,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통해 즐거움을 느껴야 한다는 게 일본 학교도서관의 신조다. 그 때문에 중앙정부와 자치단체는 도서 구입예산을 파격적으로 지원하고 학부모까지 독서 도우미로 나서 독서 선진국으로 견인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이 같은 독서 인프라는 바로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문화 콘텐츠일 것이다. <교토=변상섭 기자>
선진국의 읽기문화-(4)일본 ´책 읽어주기 일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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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읽는 재미가 첫째지만 독서로 얻은 지식을 베푸는 즐거움도 그 못지않다. 일본 학생들 사이에는 책을 읽은 후 여러 사람 앞에서 줄거리를 재구성해 그림과 감정을 곁들여 연극처럼 구연하는 독서 이벤트가 일반화되어 있다. 영국과 독일의 공공 도서관에서 행해지는 책 읽어주기와 비슷하지만, 그보다는 한 단계 더 발전한 것이다.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은 저학년이나 유치원생들 앞에서 읽었던 책 내용을 재구성해 발표한다. 어린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주요 장면을 그림으로 그리고 소품까지 동원하는 등 흥미진진하게 연출한다. 학생들 사이에 책 읽어주기가 독서의 또 다른 장르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파생 문화로 정착되어가고 있다.
학생들은 책에서 읽는 즐거움 외에 베풀고 나누는 성취감까지 얻는 셈이다. 일본학생들은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而時習之면 不亦說乎)란 논어(論語) 학이(學而)편에 나오는 교훈적인 경구(警句)를 뛰어넘어 책에서 얻은 지식과 교양을 후배들과 나누면서 색다른 ‘기쁨’을 맛보고 있다. 책에서 얻은 지식을 베푸는 품격 높은 봉사 정신을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배우고, 다시 후대에 전승되는 독특한 독서문화 시스템 구축된 것이다.
교토의 샤인중학교는 인근 5개 유치원과 책 읽어주기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 책 줄거리를 그림으로 그려 재구성하고 주인공의 목소리까지 흉내 내 읽는다. 일종의 일인 극이나 다름이 없을 정도로 꾸민다. 책 내용을 완전히 이해해야 재구성할 수 있어 준비과정이 며칠씩 소요된다. 책 읽어주기를 통해 배움을 실천하는 것이다.
유치원생들은 언니, 오빠들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에 빠져들기 마련이다. 어린 유치원생들에게 책은 재미있는 것으로 인식돼 자라면서 책과 친해지는 동기부여의 기회도 된다. 중학생이 되면 언니, 오빠처럼 책 읽기 전도사로 나서기도 해 읽기봉사의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책 읽어주기와 함께 직접 만든 장난감 선물도 한다. 책 속의 등장인물이나 동물을 나무, 종이, 폐품 등으로 손수 만들어 전달해 선물은 받은 유치원생들은 책 이야기가 오래도록 머릿속에 새겨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마사코 나카무라 부 교감은 “학생들이 게임이나 영상매체에 빠지게 되면 단편적인 사고방식이 자리 잡아 깊고 넓게 생각하는 종합적인 사고력이 결여되기 마련”이라며 “ 학생들이 읽은 책의 줄거리를 그림으로 그려 유치원생 앞에서 발표하면서 사교성, 발표력, 표현력이 몰라보게 향상되는 등 기대 이상의 학습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읽은 책의 줄거리를 발표하려면 정독을 하거나 반복해 읽어야 가능하다”며 “집중력을 키우는데도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책 읽기 봉사 역시 학생 스스로 좋아서 한다. 학교에서 기획하거나 교사가 권유하는 게 아니다. 단지 후원이나 조언 역할을 할 뿐이다. 스스로 하는 봉사다 보니 학생들은 더 애착을 갖는다. 책 읽기 봉사를 경험하면서 독서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독서교육의 원동력이 되고 책 읽기의 동기부여 기회도 되는 등 긍정적인 면이 많아 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다. 즐거움의 독서문화가 일찍부터 뿌리를 내린 탓인지 교토의 대형 서점은 밤낮없이 문전성시다. 교토의 한 대형서점은 밤 10시를 넘긴 늦은 시간까지 학생, 직장인, 주부들이 책 고르기에 분주하다. 아예 선 채로 독서삼매경에 빠지기도 한다.
책 읽어주기의 시작은 가정이다. 엄마, 아빠가 자녀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게 원조였다. 우리나라 엄마들이 자녀에게 책 읽어주기 욕심이 남다르듯 일본 엄마들도 마찬가지다. 어려서 부모가 책 읽어주는 것을 들으면서 자란 아이는 커서도 책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주부 스키모도씨는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책 읽어주는 것이 생활 그 자체였다”며 “그런 탓인지 4학년부터는 아예 책을 끼고 살다시피 독서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주위에 다독하는 학생 엄마와 얘기를 나누다 보면 대부분이 어려서 자녀에게 책을 많이 읽어 주었다는 얘기를 듣는다”고 전했다.
어려서부터 시작된 독서교육은 읽기문화의 터전이 되고 책 유통산업과 출판산업을 부흥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독서문화는 산업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책 읽어주기를 동인으로 자율독서 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정부와 자치단체 학교 도서 구입비를 전폭 지원하는 등의 책 읽기 인프라가 단순히 독서 선진국의 위상뿐만 아니라 미래 지식산업 발전과 직결돼 있다는 점을 가벼이 넘겨서는 안 된다. 그 첫걸음이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책과 신문을 읽게하는 것이며 그보다 앞서 실천할 과제가 책 읽어주기다. <교토=변상섭 기자>
선진국의 읽기문화-2부 유럽, (2)독서 强都 영국 맨체스터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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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도 책을 많이 읽는다. 하지만 책을 ‘학습’으로 인식한다는 게 문제다. 논술이나 영어실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하면 달달 외울 정도로 정독하지만 시험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책은 거들떠 보지 않는다. 마음의 양식을 쌓기 위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얘기를 하면 ‘배부른 소리’라고 코웃음을 친다. “책이 좋다는 것은 알지만 공부할 시간도 부족한데...나중에 대학 들어가서 많이 읽으면 되지”라며 책을 읽지 않는 자신을 합리화한다. 우리 아이들은 ‘책=시험’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책이 부담스러운 공부가 아닌 그냥 ‘책’이 될 수는 없을까. 까먹지 않으려고 밑줄 치면서 수없이 외우는 책이 아닌 컴퓨터 게임을 하듯, 밥을 먹듯 일상이 될 수는 없을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지난해 연말에 책읽기 선진국이라고 하는 영국과 독일을 다녀왔다.
영국 맨체스터는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도시다. 프리미어 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지성선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맨체스터는 영국에서 ‘북쪽 수도’라고 불릴 정도로 런던에 이어 두번째로 큰 문화, 예술, 교육, 경제의 중심지다. 그 중에 책읽기문화는 영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도시로 평가받고 있다.
위성도시를 포함한 그레이터 맨체스터(Greater Manchester)의 인구는 224만명이나 되지만 맨체스터시 자체 인구는 고작 45만8000명에 불과하다.
천안시 보다도 규모가 작은 이 도시에 도서관이 자그마치 23개나 된다. 중앙도서관 1곳을 중심으로 지역도서관 22곳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다. 맨체스터의 독서율이 영국 최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23개 도서관의 짜임새 있는 네트워킹때문이다.
중앙도서관은 맨체스터 시민들의 독서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책읽기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22개의 지역도서관들은 그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자율적인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맨체스터 시 전역에 퍼져 있는 22개의 지역도서관들은 어디에서든지 차로 20분이내에 접근할 수 있다. 우리의 도서관이 주로 주택가와 떨어져 있는 것에 반해 맨체스터 지역도서관들은 한결같이 주택가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다. 지역도서관의 규모는 대략 660㎡정도에 아담하지만 각종 서적 열람 및 대출은 물론 DVD 시청, 컴퓨터를 이용한 개인업무 처리도 가능할 정도로 알차게 꾸며져 있다. 특히 모든 도서관들마다 출입문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어린이 전용 책읽기방을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 전용 책읽기방은 아이들이 책에 대한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아이들이 편안한 자세로 책을 읽을 수 있게 바닥에 푹신한 매트리스가 깔려 있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책장도 매우 낮았다.
연령별로 책을 분류해 놓고 있는데, 24개월 미만의 유아를 위해서는 호기심 자극을 위한 그림책이나 팝업북 위주로 비치되어 있으며 24개월 이상 유아를 위해서는 영어 첫걸음, 숫자 개념 익히기 위주의 학습 초기단계 책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모든 도서관마다 유아용 책 선정에 도움을 주는 사서가 배치되어 있다.
지난달 15일 맨체스터 지역도서관의 하나인 위팅턴도서관에서 만난 메리 딕슨씨는 “어렸을 때부터 책읽기 습관을 들이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도서관을 꾸준히 이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1년전부터 두살배기 딸 에밀리를 데리고 일주일에 1번씩 꼬박꼬박 지역도서관을 찾고 있다”면서 “한 번 올 때마다 30분 정도 머물며서 에밀리가 직접 고른 책 10권 정도 읽어준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장서가를 꿈꾸지 않을 바에야 굳이 내 책이어야 한다 소유개념을 가질 필요가 있나”고 반문하면서 “부모가 아이의 책을 선정해주는 것보다는 아이 스스로 읽고 싶어 하는 책을 고르게 하는 게 책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좋은 방법인 듯 하다”고 말했다.
맨체스터 중앙도서관 관계자는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도서관에서 대출받은 책을 시내 23개 도서관 어디에서든지 반납이 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한 뒤 시민들의 독서율이 훨씬 높아졌다”면서 “맨체스터 23개 도서관의 월별 프로그램 소식을 담은 Full Volume도 시민들의 도서관 이용률을 높이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맨체스터=글·사진 한경수 기자> 후원:한국언론재단
선진국의 읽기문화 - (2) 영국 북스타트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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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말해주듯 책읽기 역시 어렸을 때 어떤 습관을 들이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나라마다 국가경쟁력의 중요한 척도인 독서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독서 장려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독서 선진국이라고 하는 영국 역시 TV, 컴퓨터등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독서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고 1992년부터 북스타트(Bookstart) 운동을 추진해 오고 있다. 영국 버밍엄에서부터 출발한 북스타트 운동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유아들에게 무료로 책을 나눠주는 책읽기 장려 프로그램이다. 북스타트 운동이 지속되면서 아이와 부모가 많은 책을 공유하게 되었고, 어린이의 독서능력이 높아지면서 기초학력도 올랐고, 아이를 도서관에 데리고 가는 비율이 늘었다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면서 현재 영국 지자체의 90%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출판계와 기타 여러 단체와 기관들이 후원하는 교육기금단체인 북트러스트(Book Trust)가 중심이 돼 운영되고 있는 북스타트 운동은 보건당국, 행정기관, 도서관이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유지하면서 돼 영국의 독서율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맨체스터 역시 지난99년부터 북스타트 운동을 진행해 오고 있다. 기존에 맨체스터 도서관별로 어린이 책읽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북스타트가 범국민적인 운동으로 확산되면서 그 대열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북스타트 운동은 전국적으로는 세인즈버리, 교육기술부의 긴급운용자금, 어니인 자선기금, 에스미 재단과 기초기술위원회등의 자금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맨체스터의 경우에는 부가적으로 이웃갱생자금과 빈곤아동지원프로그램인 ‘Sure Start’, 가족연계도서관사서 서비스(FLLWS)로부터 재쟁 지원을 받고 있다.
여러 단체와 기관으로부터 안정적인 재정지원을 받음으로써 북스타트 운동은 빠르게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생후 48개월까지 북스타트 수혜대상이 된다. 보건소에 출생신고를 할 때 모든 신생아에게 베이비 팩이 주어진다. 베이비 팩은 생후12개월까지의 영아를 대상으로 한 읽기 프로그램이다. 출생신고시 베이비 팩을 받지 못하더라도 지역도서관에 가면 언제든지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생후18개월-30개월에 해당하는 유아들은 북스타트 플러스 프로그램에 따라 책읽기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플러스 팩은 가정방문 건강관리사나 지역도서관에서 받을 수 있다. 생후 36개월-48개월의 아동들은 유치원이나 아동시설을 통해 트레저 체스트(Treasure Chester) 팩을 받아볼 수 있다.
맨체스터 시의회 문화관광 책임자인 마이크 에임스버리는 “맨체스터 북스타트 운동은 24개의 도서관과 가정방문 건강관리팀, 출생신고 담당, 어린이센터 관계자, 양육지원팀, 차량지원팀들이 유기적인 협조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가족연계도서관 사서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생후12개월 미만의 영아들은 100%, 북스타트 플러스 대상 유아 83%가 북스타트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 4월과 2008년 5월 사이에 맨체스터 어린이들에게 제공된 북스타트 팩이 무려 1만9497건이나 된다”며 “지난해 생후 12개월까지의 영아를 대상으로 한 북스타트 서비스는 2년 전보다 38.6%나 늘어났으며 생후1세미만 영아들의 도서관 등록율도 같은 기간동안 3.3%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2007년 4월과 2008년 3월 사이에 맨체스터 만 5세미만 아동들의 도서 대출등록 비율은 1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맨체스터 북스타트 운동의 특징은 만 48개월 아동에서 책읽기 프로그램이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초등학교 남학생들도 책읽기 프로그램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만5-11세 남자 아이들의 책읽기를 독려하기 위해 ‘Boys into Books’라는 프로그램이 맨체스터 35개 초등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만9세이상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Chatterbooks’ 책읽기 그룹 3개가 운영중이고, 만11-14세 아동들을 위해서는 맨체스터 북어워드를 제정해 아이들의 책읽기를 장려하고 있다.
마이크 에임스버리씨는 “책읽기는 아이의 상상력, 어휘력, 집중력, 자신감을 길러주는 데 꼭 필요한 요소”라면서 “부모와 아이가 책을 공유하고 책을 읽으면서 즐거워하는 것에 목적을 둔 북스타트 운동이 맨체스터에서는 이미 자리잡은 상태”라고 말했다. <영국 맨체스터=한경수 기자> 사진제공:영국 북스타트 운동본부 / 협찬:한국언론재단
선진국의 읽기문화-(3)한국의 북스타트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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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북스타트 운동이 도입된 것은 2003년이다. 영국에서 북스타트 운동이 시작된 지 꼬박 11년만이다. 비영리 민간단체인 ‘책읽는 사회만들기국민운동’과 ‘책읽는 사회문화재단’이 공동으로 2003년 4월부터 그해 12월까지 서울 중랑구에서 북스타트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운영하였다.
DPT 3차 접종을 위해 보건소를 찾은 1세미만 영아들에게 책 꾸러미를 무료로 나눠줬다. 시범기간동안 북스타트 회원 가입자가 930여명이나 될 정도로 성공적인 평가가 내려지면서 북스타트는 이듬해부터 전국적인 운동으로 확산되었다. 현재 전국적으로 64개 보건소와 도서관에서 북스타트 운동이 진행중이다.
우리나라의 북스타트 운동은 영국을 모델로 하고 있지만 운영방법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영국은 출생과 동시에 모든 건강관리 서비스가 보건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지역보건소가 북스타트 운동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역 여건에 따라 북스타트 중심축이 보건소, 도서관 둘 중에 하나가 되는 탄력적 운영체제를 갖추고 있다.
민간 의료기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도시지역은 북스타트가 도서관 위주로 진행되고, 보건소 이용률이 높은 강원도 정선, 영월등 군단위 지역의 경우 보건소가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 북스타트 운동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지역도서관에 대한 홍보다. 북스타트 운동을 통해 도서관이 아이를 반갑게 맞이해 준다는 것을 알려주고, 도서관에서 공짜로 아이책을 빌려 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또한 도서관에 가면 좋은 아이책을 추천 받기도 쉽고,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영유아 독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고, 도서관에서 ‘북스타트 공동육아’ 동아리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부모들에게 알려준다.
북스타트 코리아 이경근총괄실장은 “아기가 도서관에서 울면 어쩌나, 책을 빨면 어쩌나 하는 우려 때문에 많은 엄마들이 도서관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부모들에게 지역도서관은 아이와 책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는 곳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게 북스타트 운동의 중요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북스타트 운동이 다른 나라들과 구별되는 또다른 특징은 지역마다 다양한 후속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북스타트 사무국장 시라이 테츠씨가 지난 해 11월 한국의 북스타트를 둘러본 뒤 “영국에서 시작된 북스타트가 한국에서 꽃피우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북스타트 부모교육 역시 지역마다 프로그램 내용이나 주기가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북스타트를 처음 시작한 서울 중랑구는 매월 1회씩 외부강사를 초빙해 부모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경남 진해 기적의도서관은 4년된 자원활동가가 중심이 돼 8주차 부모교육을 1년 내내 반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충북 제천은 지역 대학의 교수들의 도움을 받아 부모교육을 5주차로 실시하고 있다.
부모 교육을 받은 회원들끼리 ‘북스타트 공동육아 동아리’를 만들어서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경우도 많다. 동아리는 매주 1회씩 도서관에 모여서 도서관에 있는 책으로 그림책 놀이 활동을 한다.
회원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게 색다르다. ‘냠냠 짭짭’이라는 책에 나오는 과일들을 모두 준비해서 가까운 공원으로 소풍을 나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과일을 통한 색감을 익히기도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책을 좋아하게 되고, 엄마들은 좋은 정보를 공유하면서 다양한 육아방법을 기획하게 된다.
이런 모든 활동은 자발적으로 이루어진다. 아이가 조금 크면 도서관에서 마음대로 놀도록 내버려두고 다른 북스타트 초짜 엄마들을 위해 자원활동으로 도와주기도 한다.
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 문화가 형성되고, 지역주민은 도서관의 이용자이자 운영자가 된다. 충북 제천은 이런 동아리 모임이 20개, 진해는 16개가 운영중이다. 제천은 월 1회 모든 동아리가 함께 모이기도 한다.
이경근총괄실장은 “북스타트 운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게 되면 내 아이, 네 아이 할 것 없이 우리 아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는 것 같다”면서 “북스타트 엄마들이 ‘북스타트 꾸러미’를 들고 직접 다문화 가정, 장애 가정 등 도서관에 오기 어려운 가정을 찾아나서는 등 북스타트 운동이 지역공동체 형성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겭瑩=한경수 기자>
선진국의 읽기문화 - (4)´책읽는 도시’ 독일 슈투트가르트
기사입력 2009-02-04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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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남서부의 바덴뷔르템베르크 주도(州都)인 슈투트가르트의 인구는 60만명이 조금 넘는다. 슈투트가르트는 전기, 자동차 등 제조업의 중심지이지만 독일 내에서 책읽기 문화가 가장 성공한 도시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 방문한 중앙도서관은 평일 낮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중장년층, 노년층 이용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신문을 읽고, 열람실에서 지역출신 작가의 책을 읽고, 3-4권의 책을 빌려가는 모습 속에서 도서관 이용이 슈투트가르트 시민들의 일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주말에는 초, 중, 고생들과 가족단위 이용객들로 도서관은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한다. 중앙도서관의 규모에 비해 이용객들이 워낙 많다보니 슈투트가르트 시는 오는 2011년 완공을 목표로 50만권을 보유한 최첨단 도서관을 건립중이다.
슈투트가르트 시민들의 책읽기는 마니아 수준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중앙도서관의 2007년도 연간 이용객 수는 232만명이다. 슈투트가르트 주민 1인당 1년에 4번꼴로 중앙도서관을 이용한 셈이다. 슈투트가르트에 17개의 지역도서관이 있는 만큼 주민들 대부분이 1년에 10회이상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다.
중앙도서관의 2007년 연간 대출건수는 580만권. 슈투트가르트 주민 1인당 거의 10권씩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다는 얘기다. 시민들의 책읽기를 장려하기 위해 어느 도서관을 이용하든 책을 4주동안 무제한으로 빌릴 수 있다.
슈투트가르트가 독일내에서 성공한 ‘책읽기 도시’가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독일은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90년대 들어서면서 인터넷과 오락매체의 확산으로 인해 독서율이 현저히 떨어졌다. 특히 2002년도에 OECD국가 학생들의 학력평가인 PISA(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서베이에서 독일 학생들의 독서능력이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나타나면서 독일 사회 전체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슈투트가르트는 독일내에서도 이민자의 비율이 유난히 높아 아이들의 언어발달에 불리한 입장에 있었던 터라 어린이들의 독서율을 높이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였다. 이에 대한 해결책의 하나로 슈투트가르트시에서 추진된 독서진흥 프로그램이 바로 브로이닌거 재단이 후원한 ‘귀로 읽기’다.
브로이닌거 재단과 로버트바쉬 재단의 재정지원으로 진행하는 이 독서진흥 프로그램은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어줌으로써 어린이들의 언어능력을 길러주고 독서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귀로 읽기’프로그램의 중심축은 도서관이다. 자격을 갖춘 자원봉사자들이 지역의 도서관이나 어린이 시설에서 2-5명의 어린이들로 구성된 소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책을 읽어주고 있다. ‘귀로 읽기’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대상 집단의 규모가 작다보니 1대1 독서지도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즉 어린이의 읽기 능력에 따른 맞춤식 독서지도가 가능하기 때문에 어린이의 언어와 읽기기술이 훨씬 빠르게 발전된다. 또한 어른들이 소리 내 읽어주기 때문에 책의 내용에 대한 이해도도 빨라지면서 자연스럽게 읽기에 대한 흥미를 갖게 된다.
‘귀로 읽기’가 진행되면서 책읽어주기 자원봉사자들의 비영리단체인 ‘Leseohren'이 결성되었다. 초창기에는 자원봉사자가 50여명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160여명이 넘는다. 이들은 18개 도서관이나 어린이 병원, 36개의 초등학교를 돌면서 20분 정도 책을 읽어주고 있다. ‘귀로 읽기’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한 결과 도서관에서의 어린이책 대출이 1.5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귀로읽기’ 프로그램의 가정내 확산을 위해 슈투트가르트 도서관에서는 ‘8개의 귀로 이야기 듣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부부와 두 자녀의 귀를 의미하는 ‘8개의 귀’는 가족끼리 책을 읽거나 책을 읽어주는 행위를 통해 어린이들의 독서능력을 높여주자는 프로그램이다.
슈투트가르트는 어린이들의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이동도서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슈투트가르트 시내 유치원을 17개 권역으로 나눠 이동도서관 버스 2대가 정기적으로 순회 방문하고 있다. 버스 안에서 직접 ‘귀로 읽기’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며, 독서토론 활동을 하기도 한다.
슈투트가르트 중앙도서관 홍보책임자 엘케 브륀네씨는 “슈투트가르트가 이민자가 많다는 불리한 여건을 딛고 독일내 최고 책읽기 도시로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민(브로이닌거 재단과 로버트바쉬 재단)과 관(도서관, 시 청소년복지담당)의 유기적인 협조관계와 자원봉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지금까지는 어린이의 독서율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에 치중했지만 앞으로는 청소년과 성인층을 위한 다양한 독서진흥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끝)
<독일 슈투트가르트=글·사진 한경수 기자>
- 대전일보사. http://www.daejonilb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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