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모산과 우면산
사진 왼편이 대모산, 오른편이 우면산
▲나는 산에 오르기 시작하면 내 심신의 상태가 핸드폰에 충전기를 꼽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정상에 오르면 50%, 하산길 기도 순간엔 90%, 하산해 커피 한잔 하는 순간에 100% 포만감을 느낀다. 핸드폰 충전시 눈금처럼 내 신체의 눈금이 보인다. 산은 내 신앙이다. 그곳에 성황당과 절, 산신을 모셔 놓았으니 자연스럽게 참배하고 있으며 만약 산속에 교회당이나 이슬람 사원이 있다면 경건하게 기도할 마음이 되어 있다. 그런 나를 아내는 못마땅하게 여기면서도 나의 심신충전법 효과를 알기 때문에 항상 산자락에 집을 마련했다. 자신은 강을 좋아하면서도 이런 배려를 해준 아내에게 항상 고맙고 행복한 마음이다.
▲6년여 동안 정들었던 우면산을 떠나 이전에 10여년 살았던 대모산 기슭으로 한달여전 이사를 했다. 대모산에서 우면산으로 옮길 때 정들었던 곳과 작별하는 마음이 여간 서운치 않았었다. 대모산의 조그맣고 한적한 교회당과 사찰, 숲냄새 향기로운 자연학습장, 항상 음용가능 판정을 받는 성지약수터, 구룡마을의 허술한 선술집…언젠가는 이곳으로 꼭 돌아오리라 마음 먹었으나 6년동안 한번도 찾지 않았다.
▲대모산으로 돌아가기 전날에는 흠뻑 정이 든 우면산과의 작별이 아쉬워졌다. 참배를 올리던 대성사와 포대화상, 산 정상에 있는 소망탑, 단잠 자던 아카시아 쉼터와 태극약수터, 그리고 아내와의 데이트를 즐겼던 예술의전당 음악분수대와 그 앞에 있는 카페라떼 자판기, 예쁜 미술모조품들이 있는 아트샵…이들을 스마트폰 카메라에 정표로 담으며 대모산보다 문화적이고 현대적인 이곳의 정취는 잊지 못할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변덕스러운게 사람이다. 우면산보다 대모산이 좋아진 것이다. 이사하자마자 두시간 동안 대모산을 순례했는데 옛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맞아! 불국사 너머에 체력단련장이 있었지, 이 오르막길에 바위와 계단이 있었고 여기선 가족들과 김밥을 먹었었지…’ 그리고 이사 2주 뒤 아내와 구룡마을 선술집에서 해장국과 라면에다 막걸리 한잔 마시며 앞으로 우면산을 찾지 않을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카메라에 담은 대모산과 구룡산 정상, 서울시내 전경, 한솔공원의 단풍숲, 맨발 숲길, 서울 둘레길 산책로…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떠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열네살 된 우리집 강아지 ‘가람이’의 묫자리도 물색하고 있다. 우면산 양지바른 곳에 이미 가람이 묫자리를 정해 놓았으나 이제 대모산에 묻어야 내 마음이 편해질 것이란 생각이 든 것이다. 그리고 참배하고 기도하는 데는 조계종의 대성사나 태고종의 불국사나 다를 바 없었다.
▲아내에겐 가까운 교회에 다니며 대모산 산책을 하면 건강도 챙길 수 있다며 집 앞에 있는 교회를 권했다. 그러나 아내는 굳이 버스를 타고 우면산쪽 교회에 예배를 보러 갔다. 교회활동을 안하고 예배만 드리고 오는 안개신자이지만 급격히 옮기면 스스로 변덕, 배신, 불경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인 듯하다. 아내는 교회에 가는 준비과정에서 이미 50% 심신의 충전이 되고 예배당에 가야만 100% 충전되는 듯하다. 시간이 없어 인터넷 예배를 드리면 40% 충전으로 미진한 느낌이 드는 것 같다. 믿음이란 기왕이면 강할수록 좋다. 자신의 종교가 최고라고 여기며 열심히 성전에서 기도를 드려야 한다. 나는 그런 신앙심을 가진 아내가 마음 편하다. 자신의 신심이 부족해 나를 인도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신앙을 강요하거나 혹은 타종교를 배척하진 않는다. 일부 개신교 신자들은 자신의 종교가 최고를 넘어서 유일한 신앙이 되어야 한다며 타종교를 배척하고 있는데 반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지 모른다.
▲기독교단체들이 최근 안티 기독교세력이 신흥 종교집단처럼 조직화되었다며 이는 무신론에서 출발한 증오감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왜 우리나라에서 유독 개신교에 안티세력이 격렬할까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안티에 안티가 생기는 것이다. 만약 나의 아내가 기독교신앙에 깊숙이 빠지지 않은 나를 한없이 불쌍하게 여기거나 내가 절이나 성황당에 참배하는 것을 격렬하게 반대한다면 나는 안티개신교 입장에 나섰을 것이다. 나는 아마도 아내를 오히려 측은하게 여기는 한편 가정의 평화가 깨져 불행해졌을 것이다. 끔직한 일이다.
▲달라이라마가 최근 일본에서 가진 대담에서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불교가 최고의 종교 가 아니다. ‘내가 최고’라는 건 뭐든 좋지 않다.”며 “특정 질환에 잘 듣는 약이 있듯 어떤 정신적 분위기에 가장 잘 맞는 종교가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종교가 좁은 교리 안에 갇힐 게 아니라 '세속의 윤리'를 받아들여 세상과 호흡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런 말을 할 수 있기에 그는 어떤 종교인에게도 안티가 없는 듯하다. 한편 아내가 나를 안티로 대하지 않기에 내가 대모산과 우면산에 금방 적응하듯 아내의 교회에 가뭄에 콩나듯이라도 출석하며 아내와 함께 동고동락할 수 있다고 믿는다. 감사하고 고맙고 축복받은 일이다.
첫댓글 생활주변에 함께하는 자연을 느끼며 그 자연에 감사하며 즐기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 이미 참선의 경지에 절반이상 이르른 셈일세. 특히 종교를 통해 소망과 사랑을 유지하는 아내의 기쁨 또한 감사 할 일일세.
사소한 것에서도 감사하며, 작은 것이라도 놓치지 않고 아름답게 바라보는 민형이의 마음이 넉넉해 좋아 보이는구먼.
헌데 하산 길에 커피한잔으로 10%의 포만감을 느낀다는 말 믿어도 되나? 혹시 막걸리 대신 커피한잔으로 점잖게 표현한 것은 아닐런지. ㅋㅋㅋ
어울릴 때 술자리지. 혼자선 커피가 술보다 좋네.
흠..민형이 드디어 대모산으로...찬란했던(?) 우면산 모임도 이제 끝장이구나.해단식 해야할텐데~ ㅎㅎ
대모산이나 우면산이나 아담한게 마찬가지야. 우면산 멤버들 구룡산 막걸리 집으로 초대하겠네. 눈오는 날 해장국에 막걸리 한잔하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