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희 시인의 낭송입니다
산업화의 역군
어둠이 내리고
한두 순배 술이 돌면서 취기가 오르자
버스 안이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이런 분위기가 익숙한 관광버스 기사님이
7080 노래를 틀어준다
초등학교 동기생인 우리는
어깨를 들썩이며 따라 부르고
흥이 많은 몇몇이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춘다
버스 안은 점점 아수라장이 되어 가고
대한민국 경제는 우리가 일으켰다고
고래고래 고함치는 한 친구의 절규에
우리는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
꼰대로 치부되는
지난날 산업화의 역군들
지금은 쉴 곳조차 마땅찮다.
정지홍 시인의 낭송입니다
사부곡3
문풍지와 한지로 감당하기엔
겨울바람이 너무나 매서웠다
새벽녘,
아버지 슬그머니 나가시면
아궁이에 불이 지펴지고
방안에 훈기가 번지고
윗목 걸레는 꽁꽁 얼었지만
구들목에 누운 우리는
언제나 등이 따뜻했다.
아버진 항상 그러셨다
가난한 살림이지만
우리가 원하는 걸 조용히 채워주셨다.
스위치 하나로 훈기가 돌고
꼭 닫힌 창문 사이로
바람 한 점 들지 않는
동지섣달 기나긴 밤
사무치게 그리운
구들목 그 온기
슬그머니 나가시던 아버지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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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4회 詩하늘 시낭송회 (초대시인 곽호영)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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