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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2차 전국 기도회 시작
“민주주의를 가장하고 참칭하여 권력 게임을 주도하는 자들에게 속지 말자. 양처럼 순하되 뱀처럼 슬기로워야 한다는 말씀을 따라 누구나 대등한 자격으로 통치의 권리와 책임을 나누도록 하자. 다른 한편으로 오늘날 우리의 삶이 몹시 불안한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은 너와 내가 어떤 형태로든 가담하고 용납한 결과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사제단 성명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두 번째 전국 시국기도회를 시작했다.
올해 4월부터 8월 14일까지 17차례 시국기도회를 진행한 사제단은 10월 9일부터 2차 시국기도회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첫 미사는 부산 초량동 정발 장군상 앞에서 봉헌했다. 사제 50여 명을 비롯해 수도자, 신자, 시민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주례는 부산교구 김두완 신부, 강론은 김현영 신부가 맡았다.
10월 9일 부산 초량동 정발 장군상 앞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18번째 시국기도회가 열렸다. ⓒ정현진 기자
“반민주적 작태를 숨 참고 보아야만 하는 인내는 더 이상 없는 듯합니다”
김현영 신부는 “국민은 없고, 자신들의 이익에 어긋나면 구속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남발하는 검찰 공화국이 탄생했다. 한 무리의 집단만으로는 한 나라를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라며, “무지하고 상식이 없고, 부끄러움도 없는 그런 검찰들에게 국민은 막강한 권한을 준 적이 없으며, 이는 우리가 알던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말했다.
특히 전범기를 단 일본 자위대함의 부산 입항을 허락하고,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를 앞서 옹호하는 행태는 미처 예측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라면서, “내게 맡겨진 미래 세대가 있으므로, 다시는 매국노들의 놀음에 침묵하거나 패배하지 않을 것이며, 그 매국노들의 중동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나라를 지키라고 뽑은 이들이 이 나라를 지키지 않으면, 여기 모인 우리가 대한 국민으로서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을 위해 두려움 없이 우리의 선조들이 힘차게 걸어 나갔던 그 광야로 우리의 힘찬 걸음을 시작할 것”이라며, “우리는 국민이 주인 되는 참된 민주주의를 오늘 이 땅에서 실현할 것이며 반민특위를 부활시켜 그들을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사 중에는 연대 발언이 이어졌다. 김진숙 지도위원, 이원규 팀장(후쿠시마핵오염수투기반대부산운동본부), 양미숙 사무처장(참여연대)은 노동, 환경, 검찰독재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모든 문제의 핵심은 민주주의 붕괴라고 지적했다.
이날 미사에는 사제 50여 명을 비롯해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정현진 기자
살기 위해 싸우다 분신한 노동자의 죽음, 건폭이라고 모욕한 대통령
김진숙 지도위원은 전태일의 죽음 이후 여전히 노동자가 죽어가고, 어떤 죽음은 조롱당하는 현실에서 53년간 대한민국에서 무엇이 발전하고 성장했는가라며, “죽음을 왜곡하는 언론, 노조를 악마화해야 지지기반이 공고해진다고 믿는 윤석열 정부와 함께 우리는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는가, 저 공권력들과 함께 우리는 어떤 문명을 향해 가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또 힘든 어업, 농업 일자리를 이주노동자들이 모두 대신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임금을 빼앗기고 폭행을 당하며, 비닐하우스에서 혹독한 여름과 겨울을 나는 이들을 두고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무엇이냐며, “그러나 싸워서 화장실을 만들고, 싸워서 탈의실을 만들고, 싸워서 일요일에 쉬게 된 노동자들은 결코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돌아갈 수 없다. 연대해 보고, 승리해 본 국민들은 쉽게 굴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원규 팀장은 1년이 다 되어도 해결된 것 없는 이태원 참사, 올해 삼일절 즈음 정부의 ‘제삼자 변제안’, 노동절 양회동 씨의 분신과 죽음 등을 말하면서, “절규와 죽음에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는 그런 정부는 결국 인류의 바다와 미래를 오염시키고 망치려는 핵 오염수 해양 투기에 누구보다 앞장서 변호하고 있다.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해양 투기를 감당해야 할 불필요한 예산이 1조 원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오직 공산주의 타도와 전쟁 불사를 외치며 한미일 동맹에 목을 매면서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도 일본과 관계 개선하기 위한 제물로 삼고 있고, 해양 투기 역시 그런 맥락에 있다면서, “인류의 미래, 바다의 미래까지 망치는 데 앞장서는 윤석열은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제단은 9일을 시작으로 다시 전국 기도회를 이어 간다고 밝혔다. ⓒ정현진 기자
양미숙 사무처장은 이 순간 윤석열 정권이 악용하는 권력과 법은 어떤 물리적 폭력보다 더 폭력적이고, 친일파를 기용하고 국회를 탄압하고 제도를 부정한 이승만 시기로 회귀하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든다며,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에 대한 우려는 모두 현실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의견이나 비판을 가짜뉴스, 공산주의 세력으로 몰아가며, 검찰을 이용해 수색과 수사로 탄압하는 정권을 검찰 독재 정권이라 할 수밖에 없다"며, “정권은 자유를 외치지만, 독재 세력의 자유만을 위해 모든 시민의 자유를 제한하고, 나아가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파괴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또 외교 참사, 이태원 참사 외면, 재난 지역 방치, 후쿠시마 핵 오염수 투기 옹호 등은 독단적 정권에 의한 “시스템 붕괴의 결과”라고 말하면서, “가장 무서운 현실은 언론의 침묵과 왜곡으로 국민의 귀와 눈을 닫고 비정상적 상황을 외면하는 것, 우리의 일상이 무너지는 것이다. 지금의 비정상 사회를 정상으로 돌릴 수 있는 것은 부산 시민, 나아가 국민”이라고 호소했다.
한편 시국기도회는 앞으로 매주 월요일 이어 간다. 16일 서울(시청역-숭례문 앞 도로 7시 30분), 23일 전주에서 미사 봉헌하며, 30일은 이태원참사 1주기를 맞아 다시 서울에서 추모 미사로 거행한다.
다음 시국기도회는 16일 서울에서 열린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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