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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 월에....
寶海/ 유 희 민
(제1장)
* 달중이 이야기 *
"오빠. 여그 사람 아닌것 같은디…어서 왔소?"
"서울에서… 일 때문에 왔다가 그냥 들어와 봤다"
어려 보이는 탓에 반말로 대꾸 해 줬다.
"오빠, 나도 차 한 잔 해도 돼? 손님도 없고 심심하네.…"
"그렇게 해요."
아가씨는 요구르트에 스트로를 꼽아서 가져 왔다. 아가씨가 앞에 앉자 내가 물어 봤다.
"여기 구경 할 만한데 없어? 저녁때 까지는 시간이 남아서 그러는데… 아는데 가 없어서…"
"나도 촌에서 올라 와가꼬… 잘은 모른디… 여서 고등학교를 나와가꼬… 세 가지만 아요."
"세 가지? 그게 뭔데?"
"예전에… 뽀빠이 이상용 아저씨가 목포 와가꼬… 운동장에서 O.X 문제를 풀었는디…
거 왜 안 있소… 가운데 금 끄어 놓고 옳다고 생각 하믄 O 쪽, 틀리다고 생각 하믄 X 쪽...
그래가꼬 마지막 까지 남은 사람 상주고 하는 그런 게임 말이요….
그거 할 때 내가 우연스럽게 1등 을 했는디….
목포시의 꽃이 백련목 이고 그라고 시의 나무가 비파나무 또 시의 새가 학(鶴) 이요…
근디 그 당시 문제가 시의 나무가 비파나무다 옳다고 생각 한사람은 O쪽으로,
틀리다고 생각한 사람은 X 쪽으로 그랬는디…
사람들이 전부 X 쪽으로 가븝디다.
나도 비파나무가 우쭈꼬(어떻게) 생긴지도 모른디 얼결에 나 혼자 그짝에 서있다...
졸지에 1등을 안 해븠소… 그래서 내가 세 가지는 알고 있제라…
백련목, 비파나무, 학… 재밋지라이. ㅎㅎㅎ"
"졸지에 T.V 에 한번 나왔겠네? ㅎㅎㅎ다른 건 모르고?"
"여 까지 왔응께 유달산이나 한번 올라갔다 오쇼.
거기 가믄 그래도 용머리도 보고 쩌그- 삼학도도 한눈에 보이고 볼거리가 안 있겄소."
"택시 타고 어디로 가자고 그러면 되지?"
"그냥 걸어가도 되긴 헌디… 여서 택시 타고 '용빠' 라고 유달산 입구에 카바레가 한 개 있는디
그리 자가고 그래가꼬 거그서 계단 타고 올라 가믄 되요.
유달산이 그렇게 높은산이 아닌께 쫌만 올라가믄 되요.
거그 가믄 이순신 장군 동상이 보일 것이요…
그라고 유달산 입구에 보믄 송도삼절…우짜고 저짜고 설명이 되야 있은께
그거 보믄 어디가 좋은지 나와 있어라…."
촌에서 왔다는 조그만 아가씨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많은 손님을 상대 해 본 듯
자연스럽고 친근감 있게 이야기를 해 줬다.
그때 입구 쪽에 키가 작고 머리는 일반인 보다 커 보이는 난장이 한사람이 들어와서
실내를 한번 쳐다보더니 우리 쪽으로 걸어 왔다.
그리고 조용히 껌을 한통 내 밀었다.
얼굴에는 제법 나이가 들어 보였고 손을 내미는 손가락은 여는 난장이처럼 통통 했다.
그리고 눈을 마주 치지 않으려는 듯 눈의 시선은 나의 신발 쪽을 향하고 있었다.
껌을 하나 사 달라는 무언의 행동 이였다.
"오빠 껌 한통 팔아 주쇼."
옆에서 다방 아가씨가 채근(採根)을 한다.
"껌이 얼만데? "
"300원"
난장이는 가만히 있고 다방 아가씨가 대신 대답을 한다.
조용히 주머니 에서 천원 한 장을 꺼냈다.
내가 돈을 꺼낼 때 옆에 있던 아가씨의 한마디에 나는 돈 주는걸 잠시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다방 아가씨가 부르는 이름 때문 이였다.
"달중씨. 잔돈 있어?"
분명 달중씨 라고 했다.
언젠가 쌍식이 형님이 처음 목포에 내려 왔을 때 이곳에 명물은 사람이고
그 많은 천재 중 한명 일수 있다고 이야기 한 그 키 작은 난장이의 이름이 달중이 이었다.
쌍식이 형님이 말한 그 달중이가 지금 내 앞에 있는 것 이다.
돈을 주다 말고 내가 직접 물어 봤다.
"달중씨 입니까?"
말없이 고개를 들어서 나를 쳐다본다.
눈에 야릇한 살기와 총기가 느껴진다.
그러나 아무말 하지 않았다.
쳐다보는 그를 내가 달래듯, 사정 하듯 말을 이었다.
"쌍식이 형님께서 언젠가 이야기를 한번 하신 것 같아서 물어 봤습니다."
일부러 경어(敬語)를 썼다. 그리고 쌍식이 형님을 들먹이며 정중하게 이야기 했다.
"저는 이곳에 사는 사람이 아니고 서울 에서 왔습니다.
언젠가 쌍식이 형님이 이야기를 해서 단지 기억나서 물어 본 것뿐입니다."
분위기가 탁(濁)하다.
나는 말없이 서있는 그에게 천 원짜리 지폐를 주었다.
그는 조용히 700원 잔돈을 탁자위에 두고 고개를 숙이고 뒷모습을 보였다.
난장이의 전형적인 아장아장 걷는 그런 모습 이였고
키가 적을뿐 어깨선은 굵고 마치 운동을 한 사람 처럼 건장 했다.
쌍식이 형님이 말한 천재에 어울리는 그런 모습은 아니었다.
그러나 쌍식이 형님이 천재라고 할 때는 뭔가 그럴듯한 어떤 재주가 분명히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 달중이 알아?"
"아니 몰라. 나는 다만 이야기만 들었다. 여기 자주 오니? 저 아저씨."
"그럼, 매일 두세 번은 오는디… 그라고 어쩔땐 한 달씩 두 달씩 안올때도 있고…"
"다른 특별해 보이는 건 없어? 저 아저씨가…"
"아저씨라고 부르기엔 좀 그래. 왜냐 하믄 키가 너무 작아서
우리보다 나이를 많이 먹은 거는 알아도 입이 그렇게 안 떨어지데?…
그냥 우리는 달중씨 라고 부르고…키가 안 크니까….
우리 어려서 봤던 모습이나…지금 본 모습이나…. 달중씨는 항상 똑 같은 모습인께“
"근데… 한두 달씩 안보일 때도 있어?"
"응…소문에는 껌팔이서 모은 돈으로 다른데 가서 살림을 차려서 살고 있데…
어느 여우같은 년이 그 돈이 다 떨어지면 또 껌 팔아 오라고 목포로 보내고 그런다네?"
"그걸 어떻게 아는데? 그냥 소문 이지?"
"아니… 서울에서 가끔 본 사람이 있다는데? 그것도 말끔한 양복 차림으로…
목포 사람들이 아는 척을 한께… 슬~ 자리를 피했다는데? 그것도 아주 예쁜 여자 하고 같이…"
"친척 일수도 있잖아…그건 여기 사람들이 오버센스 한 거 아니야?"
"오빠는… 그렇게 잘 사는 친척이 있으믄 껌장사를 해?
오빠나 동생 이면 그렇게 껌이나 팔게 내비러 뒀겄소? 하다못해 슈퍼라도 한 개 차려 주제… "
딴에는 맞는 말 일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도 여우같은 년은…좀 심했다.
난장이 라고 살림 차리지 못하란 법은 없잖아 그리고 다른 사람일수도 있겠고…"
"오빠는… 달중이는 다른 난장이 하고 틀리요. 눈깔을 보믄 초롱초롱 해서…
사람들이 그라 는디… 정상인 같으믄 분명 한자리 할놈 이라고 그라든디?
상당히 똑똑하다 그란디… 뭔 생전에 말은 안한께 그건 모르것습디다."
"그것도 앞뒤가 안 맞잖아? 그렇게 똑똑하믄 살림 차려서 돈 다 빼앗기고 하지는 않을거 아냐?"
"ㅎㅎㅎ 오빠는… 그 나이 되믄…. 밥은 굶어도 거시기는 못 참는 것이요….
아 달중이 라고 맨날 맨손체조 함서 살것소?
그라고 어떤 년 인지 몰라도 아조 달중이 혼을 쏙 빼는 갑제…
남녀 관계는 똑똑한 거 하고는 별개의 문젠께…"
"ㅎㅎㅎ 아가씨 몇 살이야?"
"내가 이 다방 에서만 벌써 5년인께… 오빠들 하는 소리 듣는 풍월로도 그 정도는 아요.
남자들은 그걸 그렇게 못 참는다 그랍디다. 그래서 아요…ㅎㅎㅎ "
귀여운 아가씨 이었다.
험한 세상 물정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 해 놓고 마지막에 한발 뒤로 빼는 여유 까지 있어 보였다.
어쨌든 오늘 난 처음 달중이를 보았다.
그리고 그가 여러 사람들의 입방에 심심찮게 오르내린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는 외모만 특별한 게 아니라 그 이상의 남들이 알아주는 특별한 어떤 게 있는 게 틀림없었다.
더 붙잡고 자세히 이야기라도 해 봤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게 조금 후회스럽기도 했다.
더 자세한건 쌍식이 형님한테 물어 보면 될 일이지만
내가 그에 대해 꼭 그렇게 알아야할 이유는 아무 것도 없었다.
다만 내 기억 속에 자주 부각 되는 달중이 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우연 이든 필연이든 그건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
언제 까지 다방 아가씨와 농담 하며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일어선다고 해도 딱히 갈 데가 없었다.
별수 없이 또 쌍식이 형님한테 가 봐야할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방을 나와서 천천히 쌍식이 형님의 가게로 갔다.
"우석이는 만나 봤어?"
언제든 반갑게 맞아 주는 쌍식이 형님이 난 좋았다.
"뭐 건진건 좀 있어? "
"예 전혀 없는 건 아니고… 역시 그림을 좀 알기는 알드만요.
그리고 밤에 부르면 올 것처럼 이야기 하던데요."
"썩을 놈 낄데 안낄데 돌아감서 안부 전할라 그라네…
오늘은 내가 동상(동생) 한테 할이 야기가 있어서 누굴 부르고 할 수가 없어.
오늘은 그냥 내 이야기도 좀 하고…
그라고 우상이 니 이야기도 좀 들어 보고 싶어서 단둘이 놀라고 그란디…
지가 또 낄라고 그라믄 안 되제…"
"저하고 단둘이요? ㅎㅎㅎ 형님 영광입니다. 왜 갑자기 그런 발칙한 생각을 하셨어요?"
"내가… 이날 이때 까지 쌍식이로 이름을 날리고 사는게 왜인지 알아?
이놈의 주둥이를 꽉 채우고 살아서 그래.
누가 나한티 이야기를 하믄 절대 그걸 비밀로 보장 해주고
그란께 사람들이 나한테는 속 이야기도 하고 그러면서 부탁을 하고 그라제.
내가 보통은 웬만한 부탁은 다 들어 주고 그랬는디…
내가 삼서(살면서) 우상이 니 부탁이 젤 힘든 부탁이 될것 같은께…
그래서 오늘은 니 이야기도 좀 들어 보고 싶고 그래서 내가 암도 안 부를 생각 이그만…
이것이 도통 돈이나 주먹으로 될 일이 아닌 것 같기도 허고 또 돈으로 될일 이믄
나한티 부탁도 안했을 것이고."
문제의 핵심을 찌르는 날카로운 쌍식이 형님다운 판단이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를 그렇게 심각 하게 하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이야기를 이어 갔다.
"오늘은 밤에 개고기나 먹으로 가자고… 내가 갈비 한짝 마챠 놨응께…
그것 하고 술 한 잔 하자고… 그라고 돈은 자네가 또 내고…"
"예 형님. 내가 여기까지 부탁 하러 왔는데…술이야 얼마든지 대접 해야죠…"
"그라고… 지금은 어디로 내 빼고 할 시간이 아닌께…
여그서 그냥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좀 함서 둘이 놀다가…
진짜 이야기는 밤에 하자고… 술 먹음서… "
"예 형님…근데…왜 사람들이 오 재두 라는 좋은 이름 놔두고
모두 쌍식이 형님 이라고 하는지 그게 항상 궁금했거든요."
"ㅎㅎㅎ 그렇게 물어 보는 사람도 동상(동생) 뿐인디…
남들은 그 유래를 안께 물어 보지도 않제….
원래 몰상식(沒常識) 이라는 좀 어려운 말인디…
그랑께 상식이 없는 무식한 사람보고 몰상식 하다고 하잖애…
내가 예전에 좀 무식하게 몰상식 했거든… 그란디…
그걸 보고 선배들이 몰(沒)자를 빼고 그냥 상식이 발음을 좀 씨게 해가꼬 쌍식이 쌍식이 했는디…
그게 굳어서 다들 쌍식이 라고 그러제…나는 그 소리가 듣기 싫어…
그라고 내 선배 들은 몰라도 후배들은 그렇게 부르는 사람이 없고…
그렇게 부르믄 또 내가 가만 놔 두간디? 첨에 몇놈 그렇게 부르다 이빨 뽑힌 새끼들이 몇 있어가꼬…
인자 후배들은 그렇게 못 부르제…나 없는데서 즈그들끼리 그렇게 부르고 하는 모양인디…
다들 형님 이라고만 하제… 쌍식이 형님 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동상(동생) 뿐이그만…ㅎㅎㅎ"
"형님…저는 그 이름도 그렇게 나빠 보이지 않는데요?"
"그래도 하지 마… 그 말이 말이여… 유래가 더럽잖애… 좋은 뜻도 아니고…아 그냥 형님 하믄 되제 … "
"다른 분들은 형님의 젊어서 이야기는 잘 안하던데요? 제가 물어 봐도…"
"뭔 좋은 이야기라고 그런걸 들을라고 그래? 남들 들으믄 재미있을지 몰라도…
건달들 이야기는 많이 부풀려서 쌩까고 그래서… "
"전번에 택시 기사 분은 형님이 대단 하셨다고 그러던데요?"
"그 잡놈은 그래도 사람 된거여… 즈그 친구는 개지랄 털다가 여즉 감빵에 있그만…
전번에 아그들하고 면회를 갔는디… 빵살이 함서도 정신을 못 차리고 가오 잡고 있드만.
불상해서 사식 좀 넣어 주고 왔는디… 거서 지가 가오 잡아 봤자 그 폼이 그 폼이제…
밖에서 비러 먹는만 못한게 빵살이 인께…"
'가오' 라는 말은 나는 처음 들어 보는 말이 이였다.
다만 앞뒤 이야기로 봐서 그곳 에서도 폼을 잡고 있다는 그런 이야기 인 것 같았다.
"한참 젊을 때 이야기인디…
전번에 운전 했던 그놈하고 지금 빵살이 하고 있는 놈 하고 둘이서 나를 찾아 왔었어…
내가 서울에서 한참 잘 나갈 때 이야기인디… 여관에서 아그들하고 자고 있는디…
그 두 놈이 찾아 와가꼬 좀 키워 달라고 그람서 왔었는디…
내 밑에 있는 아그들이…'니들을 뭘 믿고 쓰냐 그냥 고향에 내려 가그라' 그랑께…
그 두 놈이 뭔가 보여 주겄다고 그람서… 밖에 나가서 병맥주 두 박스를 사가꼬 와서는
딱 둘이 마주 보고 무릎을 꿇고 앉아서 옆에 맥주를 한 박스씩 갖다 놓고 맥주를 한 병씩 들고
그걸로 앞에 앉아 있는 즈그 친구 대가리를 사정없이 쳐 블드만.
그랑께 서로 마주 보고 맥주병으로 앞에 앉아 있는 상대방 대가리를 맥주병으로 쌔리기 시작하는디…
한 박스씩을 전부 다 대가리로 뿌사 블드만…여관방 안이 피범벅 술 범벅 다 되어 브렀제…"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건달들의 비사, 조폭들의 행동을 듣고 있었다.
입에 침이 바짝바짝 마르는 느낌 이였고 그 뒷이야기가 빨리 듣고 싶었다.
"그래서 받아 줬습니까?"
다급 하게 물어 봤다.
"그란다고 덜컥 받아 주믄 그거는 건달도 아니제…
즈그 딴에는 무슨 감동적인 행동인 몰라도… 택도 없제...
밑에 아그들한테 뒈지게 얻어터지고… 그라고 병원에 입원 시켜주고 말았는디…
저 잡놈들이 대가리 꼬메 주고 난께 또 찾아 와가꼬…
그때사 받아 줬제 건달들 뒤 봐준는 것도 돈이 많이 들어…
식구들 하나 챙길라믄 그것도 장난이 아닌께…
최소한 건달은 지 쳐묵는 술하고, 입는거, 오입 하는거…
이런 거는 돈이 안들거든… 그래서 그런것이 젊은 혈기에 멋져 보일랑가 몰라도…
다 씰데 없는 짓 이제… 그 짓을 오래 하믄 남자가 베알이가 없어져 블제…"
무언가 건달 생활을 접게 된 이야기가 나올 법 했다.
서울에서 한참 잘 나가던 시절을 그만둔 이유가 나올 법 했다.
쌍식이 형님은 자신의 옛날이야기를 남 이야기 하듯 스스럼없이 편하게 이야기 했다.
마치 그런 세계에 대해서는 모든 걸 달관한 사람처럼 조용히 그리고 쉽게 이야기 했다.
"나는 첨에 히라소니 처럼 제대로 된 쌈꾼이 될라고 그랬제.
어려서 쬐끔 했을 때는 이쪽 여수, 벌교, 순천 쪽으로 돌아 댕김서
다구리 붙는 것으로 소문이 좀 난께 바닥이 좁드라고…
그래서 서울에 있는 선배들을 찾아올라 갔는디…
서울은 또 건달들도 정치하는 사람들 하고 한통속이 되가꼬…
첨에는 주먹도 잘하믄 한 인생 할줄 알았제….
근디 박대통령이 군사혁명함서 부터 건달들의 풍류가 사라지기 시작 해가꼬…
나중에는 남들 돈 받아 주는 양아치 새끼들로 변하드만…
성깔머리가 심(힘)없는 영감들 두들겨 팰 그런 싸가지는 아니였는가 그길로 걍 낙향 했는디…
그때 서울에서 부터 졸졸 따라 다니던 여대생이 목포 까지 내려 와가꼬
부친 제사 지낼때 음식도 만들고 집에 있는 할메 하고 죽이 맞드만… 여작 같이 살고 있그만…"
좀 아쉬웠다. 좀 알싸한 쌈꾼들의 이야기가 있을 줄 알았지만 쉽게 마무리를 해 버렸다.
"같이 있었던 후배들은 술만 쳐 마시믄 옛날이야기를 무슨 무용담처럼 할라고 그라는디
내가 못하게 막아 블제. 나이 쳐 묵어 가꼬 옛날이야기 하믄 뭣할 것이여?
울 마누라가 애들 키움서 제일 서러웠다는 게… 우리 큰놈 국민학교 뎅길때…
즈그들끼리 장난함서 싸우다 좀 두둘겨 팼는 모양인디… 얻어터진 애 엄마가…
'깡패 새끼 아들이라 어쩔 수 없다' 그 소리 듣고 얼마나 분해하는지…
살다 본께 있지도 않는 깡패 훈장을 달고 사는 것이 그렇게 좋은 건 아니드라고…
나한테 가서 사과를 하라고 그랬는디… ㅎㅎㅎ 평생 삼서 누구한테 대가리 숙인다는게 쉽지 않아가꼬…
그날 술만 오지게 빨아블고 말았제…아 씨팔꺼…'판사 아들이라 틀리다…,
검사 아들이라 역시 뭐가 달라도 다르다…' 이런 소리 까지는 필요 없어도
어디 가가꼬 깡패 자식 이라는 소리는 안 듣게 해야 되겄다 싶어서 다구지게 맘먹고 살고 있그만…."
"그래도 누가 형님 욕하는 사람은 없던데요?"
"아 인자는 그냥 맘씨 좋은 신발 가게 사장이제."
그러면서 어린아이처럼 순진 하게 웃었다. 인생의 모든걸 알고 사는 진정한 쌈꾼이요
그러면서도 괜찮은 평범한 소시민의 표정 이였다. 그리곤 화재를 바꿨다.
"근디. 우상아이… 니 개고기 먹기는 먹냐?"
사실 나는 먹지 않았다.
못 먹다는게 아니라 아직 한번도 먹어 볼려고 시도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 대답 하지는 않았다.
"예. 일부러 먹으러 찾아다니지는 않고… 그냥 먹을 자리면 먹습니다. 괜찮아요."
"다행이다이… 여그가 개값이 개값이여… 그라고 전부 진돗개여… 촌에 똥개는 별로 없고…
그것이 왜 그라냐 하믄… 진도(珍島)에 가믄 흔한 개가 진돗개인디…
박정희 대통령이 순 수 혈통을 보존 하라고 지시를 한 뒤로
진도 그 촌에 있는 개들을 심사를 한다고 그러네.…
그래가꼬 진짜 진돗개가 아니다 싶으믄 도살을 하든가 아니믄 걍 똥개 취급을 해븐디…
맛으로 치믄 진짜 똥개가 훨씬 좋제…
진돗개는 아무리 잡종 이라고 해도 개가 영악 하거든…
맛으로 치믄 똥개 보다 훨씬 못한께 진돗개 잡종은 요새 흔해 가꼬
이쪽으로 많이 흘러들어오는 모양이드만…
진도에 다리가 생김서 오고 가기가 편해 논께 많이 오고…
그라고 지금은 날씨가 선선 해 질라 그란께 개값이 뚝 떨어져 가꼬 모이믄
그냥 갈비 한 짝씩 놓고 뜯어 블제…"
"형님은 즐기시는 모양이네요…"
"뭐 즐긴다기 보다는… 고기가 맛이 있은께…
모르는 놈들이 그것이 무슨 강장식품 같이 핏발을 세우고 씨부려 쌌는디…
그거 먹고 거시기가 팍팍 서븐다 그라믄 아 나랏님도 그걸 말기것어?
안 그래도 88 올림픽 할 때는 그거를 못팔게 한다고 그라는디… 개라는 동물이…
먹는게 사람하고 비슷하게 먹거든… 밥하고 씨레기 하고…
그라고 주인이 먹다 남은 고기 같은… 그랑께 육질이 사람 먹기도 좋게 그렇게 되는 모양이여.
그란께 맛이 좋아서 먹는 것 이제… 정력제 하고는 거리가 멀제…
나는 개인적으로 언놈이 통조림 깡통으로 멩그러 팔믄 좋겄어…
냉장고 넣어 놨다 걍 생각 나믄 한깡씩 따가꼬 국 끼려 먹게…."
있을법한 이야기 이었다.
개고기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우리나라 전통 음식인데 법적으로는
찬성도 반대도 아닌 중립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중국처럼 별미로 취급받지도 못하고 88 올림픽이 개최되면서
오히려 외국 언론에 밀리어 올림픽 기간 중 에는 큰 대로변에 있는 가게는
문을 닫게 하려는 움직임 까지 보이고 있다.
그런 판국에 애호가들, 또는 미식가들 에게는 오히려 통조림으로 나오기를 바랄수도 있는 문제 였다.
음식에 관한한 쌍식이 형님은 역시 일가견이 있었다.
나는 쌍식이 형님에게서 많은걸 듣고 또 배웠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과
그리고 집단적 사회에서 살았던 인간 군상(群像)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좋았다.
그런 세상사는 이야기를 듣다가 어느새 밖은 어둠이 내리기 시작 했다.
"인자 시간도 되얐고… 또 토껴 보까?
여그서 어영부영 있다가 마누라 한티 잡혀가꼬 코끼믄 베려븐께 가자고…"
항상 들어도 재미있는 단어가 그 '코낀다'는 말이다.
쌍식이 형님은 성큼성큼 가게를 뒤로 하고 지나가는 택시를 잡았다.
그리고 큰 대로변에 내린 후 일본집이 많은 어느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 집은 간판도 없는 허름한 집이였다.
"이집인디… 식당이 잘될라믄… 냄새가 없어야 써.
돼지 국밥집을 하믄 그 집에 돼지 냄새가 안 나야 하고…
이집 같이 개장국 집을 하믄 개 노랑내가 안 나야 그런 집이 진짜 잘 하는 집이여.
그라고 이집이 일제 때부터 하던집 인디도 노랑내가 안나잖애. 그라고 또 할메가 친구 모친이여…
우리 좆만 할때는 여그서 아조 통파고 살았제…"
쌍식이 형님은 들어가면서 부터 큰 가마솥에 옆에 있는 늙은 할머니 에게 인사를 했다.
그 할머니의 말이 재미있다.
"오이야.. 재두 왔냐? 인자 나이 먹어서 쌈박질은 안하제?"
"아이고 엄니… 인자 나이 먹어가꼬 뭔 쌈을 하겄소…"
"그래그래 그라고 니 온다 그래가꼬 개를 일부러 늦게 솥에 넣었다.
올라가서 좀 있거라. 이것이 너무 고아브러도 뜯는 재미가 없어 못쓴다이.
니가 좀 빨리 왔는갑다. 내장은 익었을 껀께 내장 썰어서 주께 술 한 잔하고 있어라. 홍주 주끄나?"
"예 엄니… 홍주 온거 있소?"
"요새 홍주도 귀한가 많이 안왔는디… 니 묵을것은 왔는갑다."
"그라믄 엄니 홍주좀 주쇼. 들어가 있을라이…"
"그래라."
전통적 일본식 다다미에 큰 상이 몇 개 놓인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종업원 인듯한 아가씨가 상위에 하얀 종이를 깔고 그 위에 여러 가지 반찬을 놓아두고 갔다.
이제 여러 밑반찬이 나오는 것도 그렇게 신기하지 않았다.
개고기에 어울리는 방아, 그리고 엷게 채를 썰어서 놔둔 생강, 들깨가루 이런 기본적인 양념 말고도
상위엔 많은 음식들이 깔려 있엇다.
그리고 잠시 후 김이 펄펄 나는 개의 내장을 들고 늙은 할머니가 들어 왔다.
"재두야이… 오늘은 암놈을 잡아 가꼬 그것이 없다.
대충 먹어라이… 근디 괴기는 암놈 가슴살이 좋은께…맛은 있을꺼이다."
쌍식이 형님이 그냥 웃기만 했다.
그것이 없다는 건 아마 개의 양물(陽物)이 없다는 이야기임이 틀림없었다.
보통 보신탕집 단골들만 맛을 본다는 그 귀한 부위(部位)를 말하는 것같았다.
그리고 할머니는 홍주 한 되를 상 옆에 두고 간다.
"아 그 모친도… 참… 나는 사실 그거 징그러서 잘 못먹겠드만…
올 때 마다 챙겨 준께 참 고역 이그만… 뭔소리 인지 알제? 그것이 말이여…
사람들이 흔하게 말 하잖애…'개 좆도 모른다고…
' 그 개 좆이 안에 뼈가 들어 있거든… 동물 중에 거시기에 뼈가 들어 있는 동물은 개밖에 없을꺼여…
그랑께 혼자 사는 여자들이 개를 델꼬 자고 그라믄 개 좃맛 을 알고 하는 소리라…
그 말이여… 남들이 왜 개를 델꼬 자요? 이라고 물어 보믄…
델꼬 자본 여자들은 속을 안께 하는 소리로…'개 좆도 모름서…‘
그라고 이야기를 한다드만? ㅎㅎㅎ 다 하는 소리 것제…"
나는 배를 잡고 웃엇다.
설마 개 하고 그 짓을 했던 여자들의 비속어 일 줄은 몰랐다.
이야기를 하던 쌍식이 형님도 크게 웃었다. 그리고 홍주를 든 병을 들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진도의 홍주인디… 이것이 알코올 돗수가 45도여…
무쟈게 독한 술이제…이것이 만드는 것이 비법이 되가꼬 누가 제조는 못한디…
한약제 지초(芝草)가 들어간다고 그라드만… 감기, 해열에 직빵 이라는디…
실제로 감기 걸려서 먹어 보믄 몸에 열이 확확 나고
그라고 이것이 소화를 돕는다 해서 체한 사람도 한 모금씩 하는 약술 이제…
남들은 어짜는가 몰라도 개고기도 소화가 잘되는 음석이고…
또 홍주도 소화가 잘 되는 술인께 둘이 궁합이 맞아서 나는 자주 먹는 편이제…
그라고 홍주는 전혀 숙취가 없기로 유명하제…
아스피린 먹은거 멩키로 아침에 일어나도 개안~ 해븐께… 한잔받어...
그라고 맛있다고 너무 퍼 마시믄 한방에 가븐께… 걍 입술만 적신다고 살살 마셔라이. "
색갈이 참 좋다.
아마 홍주는 그 빛깔 때문에 그렇게 이름이 지어진 모양이다.
술을 부어 놓고 한참을 잔을 쳐다봤다. 쌍식이 형님이 잔을 들었다.
"한잔 하자이…그라고 갈비 나오기 전에 이야기를 좀 해블자…"
나는 잔을 들어 홍주를 한잔 했다.
45도 라는 말이 믿기지 않았다.
약간 단맛도 있는 것 같고 뒤끝도 좋았다.
나는 지초가 무슨 약초 인지 모르지만 여느 과일주나 뿌리주 보다 우선 먹기에 편하고 좋았다.
"형님 그렇게 독하지 않는데요.…"
"니가 몰라서 그런다이… 이거… 살살 넘기다 보믄 여그서 자고 간다이…
나중에 빤스가 와가꼬 업고 갈지 모른께…조금씩 마셔라…"
"형님 이거 서울 올라갈 때 한 병 가져가야겠습니다. 좋아 할 놈이 한 놈 있는데…."
갑자기 기삼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그렇게 이야기 해 봤다.
술을 한잔 하고 난 쌍식이 형님은 자세를 바로 하고 이야기를 꺼냈다.
"우상아이… 인자 이야기 해 봐라. 니는 뭐하는 놈이냐?
뭔일을 도와줄라 그래도 상대가 확실해야 판을 벌리든가 한디…
니는 내가 본께 뭐하는 놈 인지 모르겄다.
그래도 사람이 눈빛만 보믄 좋은 놈, 나쁜 놈은 그냥 가려진다만…
니가 내 도움이 필요 하믄 인자 니 이야기를 해야 할랑 갑다. 니…
인자 나를 어느 정도 알겄제? 한 개도 숨기지 말고 이야기를 해라.
내가 우리 가게에서 말했는디… 이 오재두가 입이 무거워서 이날 까지 쉰소리 된소리 안 듣고 산다.
인자 남자답게 털어놔 봐라."
벌써 눈빛이 다르다. 이제 빼고 박고 할 여지도 없다.
만약 내가 불순한 의도가 있으면 아마 그 자리에서 살아서 나가기도 힘든 분위기 이었다.
마치 위에서 무언가 큰 압박이 있는 것 같은 중압감을 느꼈다.
나는 사실대로 모든걸 이야기 했다.
안기부 에서 스카우트 된 이야기부터 친구의 이야기 그리고 그 그림의 중요성 까지 모든걸 털어 놓았다.
그리고 그 그림이 국가적 유산 이고 또 이런 상황은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은밀히 여러 곳에서 진행 되고 있음도 소상히 알려 주었다.
나는 친구의 이름만을 제외한 모든 사실을 쌍식이 형님한테 이야기 했다.
그리고 이런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새어나가면 나도,
그리고 쌍식이 형님도 그렇게 무사 할 수 없음도 못을 박았다.
한참을 술도 마시지 않고 듣기만 하던 쌍식이 형님이 눈빛을 풀고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
"나도 한 가지 이야기 할게 있다.
그라고 니도 내 이야기를 누구한테도 하믄 절대 안된다이.
내가 니한테 들은 이야기를 어디서 하고 뎅기믄 안기부에서 나를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블지 몰라도…
지금 니가 듣는 이 이야기도 어디서 하믄 안된다이...
니도 쥐도 새모르게 죽는 수가 있은께 하는 소리여.
우리 끼리 이야기로 사람 하나 파 묻어븐거는 일도 아니여.
겁주는 것이 아니고 사실이 그렇단 이야기여. 여기서 듣는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알았제?"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을 해 주었다. 그리고 쌍식이 형님의 길고 장황한 이야기는 시작 되었다.
"내가 예전에 서울에서 활동 할 때 이야긴디…
그때 한번씩 전쟁을 하고 나믄 모두들 분산 해서 지방으로 몸을 숨기는 때 이야기다.
명동쪽 애들 하고 크게 한번 전쟁을 하고 애들 12놈을 델꼬 내가 목포로 내려와서 쉬고 있는디…
그 때나 지금이나 건달들은 호텔이나 여관에 은신처를 두고 있었는디…
밤에 9시쯤 내 방에 한사람이 찾아 왔다. 언젠가 내가 말한 '달중이' 였는디.
나사(나는) 목포 토백이라 달중이를 잘 안께 대방 알아 봤제…
그래서 왜 왔냐고 물어 본께…
대반동 해수욕장에 즈그 친구가 개 패듯 맞고 있응께 좀 도와달라 그라드만…
그때 본께 달중이 눈이 증오심 같은 살기를 느꼈는디…
애들을 보낼까 하다가 내가 기분이 이상해서 애들 전부 델꼬 대반동 해수욕장에 가본께…
서울에서 대학생들 8명이 수영장에서 야영을 함서 놀드만...
가시나 4명하고 머시마 4명이… 뭐 대학생들 패는게 일 이겄어? 근디 내가 열 받아 븐것이…
때린 상대가 눈먼 장님 이였거든… 지금도 시내 나가믄 자리 잡고 잘 놀고 있는 코리피 형님인디…
코피리 형님이 우리 보다 연배(年輩)여… 나이가 많이 묵었제…
그란디 그 싸가지 없는 새끼들이 앞 못 보는 장님이라고 델꼬 놀아븐 것이제..
그래가꼬 내가 애들 시켜서.. 가시나들 전부 텐트에 밀어 넣어 놓고…
대학생 4명을 옷을 전부 베껴 브렀제…아조 빤스까지 전부 벗겨 가꼬…
즈그들 입고 있던 빤스로 앞 못 보게 대가리에 쓰라고 그래 놓고…
그 네놈을 가운데 무릎꿇고 앉으라 그래 놓고..
열두 명이서 도망 못 가게 뺑 둘러서서 포위 해 놓고…
하기사 빤스 까정 다 벳겨 논께 어디로 토낄라 그래도 토낄데도 없긴 없었는디…
그래 놓고 내가 달중이를 불렀제... 달중이 한테… ‘아야 달중아…
저새끼들 앞못보는 장님 인께 니하고 싶은데로 해브러라
아까 코피리 당한것 만큼 니 하고 싶은대로 조져 브러라’ 그랬드만…
온몸이 부르르 떰서(떨면서) 암말도 안하고 코피리 형님만 부축 해가꼬 그냥 가블드만…
그래서 내가 아그들한테 연장 가져 오라 그래 가꼬…
야구 방망이로 그새끼들 반 죽게 패 놨제… 기절 할때 까지… 근디… 그것이 끝이 아니였어…
그 대학생 부모 중에 한놈이 서울 무슨 방송국 사장 인가 그렇다네…
담날 목포에 무슨 영화 찰영 하는것도 아니고 뭔 카메라 하고 방송차 까지 와가꼬
현장을 촬영 하고 난리가 났었는디…
내가 대학생들 야구 방망이로 팰때 그 옆에 사람들이 많이 있어가꼬 다 봤응께
대번에 쌍식이가 그랬다고 소문이 나고… 그래가꼬 나를 잡으로 백제 호텔로 왔드만…
그래서 내가 형사 한테 그랬제… 내가 총대를 맬랑께 아그들은 봐 주쇼… 그랬디만…
그거는 그렇게 해 준다고 그러드만… 그래서 자수를 했제… 근디…
그 대학생 부모도 생각해 본께 방송에 내 보낼만한 껀덕지가 없었든 모양이라…
왜 근고 하니… 즈그 아들이 먼저 눈먼 봉사를 두둘겨 팼다는걸 알았거든…
그래 가꼬 택도 아니게 깡패들 일제소탕 이래 가꼬 또 군인을 풀어븐께…
그때 당시는 일이 야무지게 꼬이게 되브렀제… 그래가꼬 내가 군부대 가서 취조를 당했는디…
한 보름 반 죽었제… 어느 군부대 인지도 모르겠고… 근디…
거기서도 나는 독하게 맘먹고 우리 아그들 이름을 끝내 안불었어…
걍 죽을라고 작정을 했제… 그란디…어느날 갑자기 방면을 시켜 주드만…
나중에 알고 본께 달중이가 그랬다는디… 나는 어떻게 날 빼 냈는지 그건 아직도 몰라.
코피리 형님이 그라는디… 달중이가 고생을 많이 했다고 그라드만…
전번에 목욕탕에서 봤던 내 몸뚱이에 있는 훈장들이 전부 거서 생긴거여…
내가 맞짱으로는 내 몸에 손댄놈이 별로 없었는디… 거서 몸을 많이 상해 브렀제…
내가 그 뒤로,달중이 하고 코피리 형님과 친하게 지냈는디… 이야기가 여그서 끝이 아니다이…"
이집에 손님이 많이 없는 것과 그리고 개고기가 늦게 나오는 건
아마 이런 상황을 미리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 했겠다 싶었다.
술을 먹기 전에 충분히 이야기 할 시간적 여유와 그리고 한적한 장소임을
쌍식이 형님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또 그 독한 홍주한잔을 마시고 잔을 채워 놓았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그 일이 있은뒤로… 달중이는 안보이고 맨날 코피리 형님이 날 찾아 왔는디…
올 때 마다 상상도 못할 액수의 돈을 주고 가는것이여…
원래 식구들 먹여 살릴라면 돈도 어지간히 필요 하기는 했는디…
꼭 필요 하다 싶으믄 어김없이 나타나서 돈을 뭉텡이로 주고 가고 해 싸서 내가 한번은 물어 봤제…
그 돈이 뭔 돈이냐? 형님 기타 침서 구걸 해가꼬 나올 돈이 아닌디 뭔돈이 그렇게 많냐?
물어 본께 그때 이야기를 해 주드만… 달중이가 보내서 가져 온거 뿐 이라고…
하기는 지금 까지도 나는 달중이 하고는 말해 본적이 없은께…
옛날에 즈그 친구 구해 달라고 사정 할 때가 둘이 대화 하는 건 마지막 이였고…
그래 가꼬 돈 받아쓰기를 한 오년 받아 썼제…
목포 내려오기 전까지 서울에 있을 때는 언놈 통해서 전달을 해도 꼭 돈을 받았은께…
그때 내가 식구들 입단속을 잘 시켰는디도 소문이 좀 나가꼬 달중이가 부자 인걸로 소문이 났는디…
그 소문도 잠시여… 만날 껌팔러 다님서 뭔 돈 많은 부자라고 믿기나 하겄어?
첨에는 나도 긴가 민가 했응께….
그라다 손털고 목포 내려 와가꼬 한날 코피리 형님을 잡고 물어 봤제…
인자 나한테 신세 진 것은 다 갚았은께 돈은 필요 없고…
달중이 이야기를 해 주라고 그랑께 그때사 이야기를 해 주드만…
니도 알다시피…엊그제 대도(大盜) 조 세형이 안 잡혔냐.…
근디 조 세형이가 훔친 건 새발에 피란다.
서울에 좀 산다는 사람들 집을 달중이가 즈집 드나들듯 했다고 그란께…
그러던 차에 조세형이가 잡혀 가꼬 그놈이 몸땅 뒤집어 써서
사람들은 뭔 큰건은 전부 조 세형이가 한걸로 알아서 그란디
실제로는 달중이가 보석은 전부 털어 가블고 나믄 항상 조 세형이가 뒷북을 치고 그랬다 그라드만…
내가 아까 쥐도새도 모르게 죽여븐단 이야기는
이 이야기를 비밀로 지키지 못하믄 내가 니를 죽여븐단 이야기 였다이.
누구 한테 이야기해도 안되고 그라고 죽을때 까정 니 입단속 해야 할 일이 그거다…
근디 …내가 왜 이야기를 하냐믄…
아무리 깊숙한 곳에 숨겨 놔도 그걸 찿아서 물건을 빼 오는 재주는
아직까지 달중이를 따라갈 사람이 없은께 니한테 이야기를 해 주는것이여…
니가 그 그림이 그렇게 중요한 물건 같으믄 어설픈 사람이 건들어서는
실패 할수 있을것 같아서 달중이 이야기를 해 준것이여…
나도 들은 이야기 인디… 금고는 1분 안에 못따믄 그냥 와븐단다… 그라고.....
달중이 머리가 얼마나 영리 한지… 수리력 이나 뭘 계산 하는데는 귀신도 울고 간다고 그라드만…
문제는 달중이가 절대 코피리 형님 말고 다른 사람 하고는 이야기를 안한다는데 있는디…
니가 말한 정도로 국가 에서 밀어 주는 정도믄 내가 직접 달중이를 찿아가 볼라고 그란다.
그라고… 달중이가 선거철 되고 그라믄 목포에 없어… 내 통빡 인디…
서울로 또 작업 하러 댕기는 모양이여… 정치인들 돈은 다 지돈 이라 그라드만…
도난 당하고도 신고도 하지 않는돈이 선거철에 정치인들 돈 이라고 함서…
나는 그런 소리를 코피리 형님 한테 듣고도 주둥이 쟈크로 채워븐께…
가끔 내가 물어 보믄 이야기를 해 주드만… 아따 숨 가쁘다…"
길게 이야기를 하고 웃으며 ‘아따 숨 가쁘다’ 로 마무리를 했다.
나는 가슴속 깊은 곳에서 쌍식이 형님에 대한 존경심과 나를 믿어 준 것에 대해 고맙고 감사 했다.
아무리 첫눈에 좋은 놈 나쁜 놈을 척 보면 안다고 하지만
이렇게 까지 깊게 생각 해 줄지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재빠르게 물건을 훔쳐야 한다는 생각을 했는 모양이다.
"인자 왜 니가 주둥이를 평생 잠그고 살아야 하는지 알겄제? 사실은 말다…
나도 이말 하고 싶어 죽겄드라… 무슨 임금님 귀는 당나구 귀다…
그거 멩키로... 그라고 내가 니한테 충고 한다고 그라믄 좀 그렇다만…
니도 공부 좀 해야 쓰겄다… 본께 니는 그 그림이 우째 생긴것도 모르그만?
그래 가꼬는 아직 니는 하수(下手)다. 진짜 니가 니 친구도 돕고,
그라고 국가를 위해서 뭘 할라믄 우선 그것부터 공부를 다구지게 해가꼬 니가 대장 노릇 해야제…
내가 달중이 붙여 주믄 달중이가 그걸 공부 하끄나?
듣기에 따라서는 기분이 나쁠랑가 몰라도…
서울 올라가믄 바짝 공부 해가꼬 그라고 목포를 한 번 더 내려 와라…
나도 이 나이 묵음서 국가를 위해서 뭘 한다고 그란께 내가 최대한 노력 해 볼랑께.
뭔소린 인지 알것냐? 그랑께… 달중이 한테는 지금은 이야기 안하고 니가 담에 오믄
그때는 니랑 내가 계획을 짜가꼬 한번 해보자… "
갑자기 부끄러웠다. 그리고 쌍식이 형님이 갑자기 존경스럽게 보였다.
그래 내가 먼저 모든걸 꿰 차고 있어야 좋은 사람들을 적소에 사용할 수 있겠다 싶고…
초롱 초랑 한 쌍식이 형님의 눈빛을 마주 대하기 미안스러웠다.
그 창피한 내 처지를 눈치 챘는지 쌍식이 형님이 분위기를 전환 해 준다…
"챙피 할것 없어~. 내가 삼서 더러운 꼬라지 많이 봐서 눈치가 있응께 이야기 해 준거고…
인자 니나 나나 할 이야기 다 했응께… 빤스나 또 오라고 그라자…
그래가꼬 좋은 괴기에 한잔 찌끄러 블자… 그래도 되겄제?"
"예. 형님… 빤스 사장님 오시라 그러십쇼.."
갑자기 기분이 좋아 졌다… 형님이 빤스 사장을 부르러 갔고 나는 담배를 빼 물었다….
길게 뿜어내는 담배 연기 속에 이상하게 달중이의 얼굴이 보였다…
그 이후의 빤스 사장과의 술자리나 개고기에 대한 기억 보다…
그 맛있는 홍주에 취해 결국 빤스 사장에 의해 업혀서 여인숙으로 돌아와 이불에 눕혀 졌다.
쌍식이 형님이 말한 '맛있다고 퍼 마시믄 한방에 가븐다' 소리가 딱 맞는 말 이였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어찌된 판인지 그 독한 술에 취해 쓰러 졌지만
아침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좋았다.
쌍식이 형님 말처럼 '아스피린 먹은거 멩키로…'말끔 했다.
오늘은 서울로 올라갈 생각이다.
어제 쌍식이 형님 말처럼 이 일을 진행 함에 있어서 하수(下手)가 되어서는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제 서울에 올라가면 몽유도원도에 관한 모든 자료와
그리고 안평대군에 관해서도 빠짐없이 자료를 수집해야 할 판이다.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여인숙주인을 만나기 위해 밑으로 내려갔다.
사장답게 일찍 일어나 정원을 손보고 있었다.
"오늘 갈라고?"
"예."
"그라믄 여그 좀 있어… 어저께 쌍식이가 홍주를 한 병 주드만… 서울에 갈때 주라고…"
생각이 났다.
서울에 있는 기삼이를 주기 위해 했던 말을 쌍식이 형님은 기억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의 세심함에 또 한 번 놀랐다.
자기병에 들어 있는 홍주를 가방 안에 잘 갈무리 하고 숙박비를 계산 했다.
대문 밖 까지 친절하게 배웅하는 빤스 사장의 배려를 받으면서 그곳을 떠났다.
그리고 또 쌍식이 형님한테로 갔다.
가면서 인사나 할 요량 이였다.
여전히 쌍식이 형님은 그 곳에 있었다.
"인자 갈라고? "
"예. 가서 형님 말 데로 공부 좀 해야 할 것 같아서요. 이러다 목포…정들게 생겼습니다.
형님이 계셔서…"
"오는 건 언제든지 와… 그라고 어제 부탁한 입단속은 꼭 좀 하고… "
"예… 저도 땅이 파묻히기는 싫거든요…ㅎㅎㅎ"
웃으며 그렇게 대답 했다.
"예끼… 입단속 잘하믄 삽자루 들 일이야 생기었어?
그라고 나도 부탁 하나 하자... 우석이 이야긴디… 그놈이 지금 어려워…
저놈 어떻게 도와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으까? 불상하 기도 하고…"
"빼 내 주는 건 별거 아닌데… 돈만 있으면 합의 볼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그 새끼 하는거 보믄 그러기도 싫은디… 몰라 나는 얼마를 줘야 하는지도…
나한테는 도통 그런 이야기를 안한께… 나한테 이야기할 낯짝이 없어서 그렇기도 하고…"
나는 잠시 생각 했다.
우석이 그 친구 보다는 이 기회에 쌍식이 형님의 얼굴을 세워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님. 우석이 말로는 200만원이면 합의가 된다고 그러던데…
제가 그 돈을 드릴 테니까. 형님이 따끔하게 이야기 하고 주세요.…
알다시피 저는 자금 동원 능력은 어느 정도 되니까…
형님 기분 나쁘지 않으면 그렇게 해주고 싶네요.…"
"기분 나쁠거야 없는디… 그래도 니가 줬다고 이야기는 해야 안쓰겄어?"
"아이고 그렇게 하지 마세요.… 사실 형님 얼굴 보고 드리는 건데…"
"그라믄 알았어…"
그렇게 좋아 하거나 감격해 하지도 않는 덤덤한 표정 이였다.
뭐 있을 수 있는 일 정도로 생각 하는 그런 자세가 당당해 보여서 나는 좋았다.
그리고 나는 쌍식이 형님의 가게에 있는 전화기로 700호실에 전화를 했다. 수화기 에서는 여전히 딱딱한 한중사의 칼같은 목소리가 들려 왔다.
"난데… 오늘 서울로 갈려고… 이 팀장 연락 온건 없고?"
"예 목포에 계시다고 하니까… 제대로 찾아 갔군…그러시던데요."
"그래 오긴 제대로 온건 맞는데… 그건 그렇고… 지금 당장 200만원이 필요한데… 송금 할 수 있나?"
"어디로 보내 드릴까요?"
"지금 이곳으로…"
"계속 거기 계실 겁니까?"
"아냐. 난 지금 서울로 갈 거고… 이집 주인한테 전달 해주면 되겠는데…"
"받으실 분 성함을 말씀 해 주세요."
"오 재두. 그리고 여긴 신발 가게이고. 전화번호는..."
여기 까지 이야기 했을 때 한중사 대답이 내 말을 끊었다.
"지금 전화 하신 번호면 번호 불러 주실 필요 없습니다.
알 수 있습니다. 돈은 한 시간 이 내에 전달 해 드리겠습니다.
기다리시면 직접 받으실 수 있고 떠나시면 오 재두 라는 사람 에게 전달하겠습니다."
"그래요… 한 중사는 군소리가 없어서 좋그만…."
"아닙니다."
"그럼 수고 좀 해줘요"
나는 전화를 끊었다. 그걸 보고 있던 쌍식이 형님이 씩- 웃는다.
"아야 우상아…니 참 편리 하게 산다이… 그라믄 여그 앉아 있으믄 돈이 오는거여?"
"예 한 시간 안에 현금으로 전달됩니다."
"내 이야기는 돈으로 도와 달라는 건 아니였는디…
니가 안기부 쪽에 빽이 있다고 한께 그 쪽에서 힘을 써보라 그 말 이였는디…
어제 니가 한말이 빈말은 아니였는 갑네… 명함 이나 한 장 주고 가그라… 삐삐 있제?"
나는 품에서 700 호실의 명함을 한 장 꺼내고 그걸 쌍식이 형님한테 주었다.
그때 놀라운 행동을 보였다.
쌍식이 형님이 일어서서 나에게 다가와 가슴으로 포옹 했다.
마치 외국 사람들이 먼 길 떠날 때나 오랜만에 만났을 때 하는 식의 인사법,
내 가슴을 자기의 가슴에 밀착 시키며 포옹을
"잘 가라. 그라고 꼭 니가 원했던 일이 되얏으믄 좋겄다.
내가 어제 밤새 생각해 봤는디 잘하믄 나도 좋은 일에 동참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눈깔에 힘좀 들어 가드라.
필요 하믄 꼭 연락 하고… 나도 나름대로 준비는 해 볼란다."
"예. 형님… "
더 이상 긴말이 필요 없었다.
목례를 하고 가게를 나와서 목포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서울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첫댓글 즐겁고 행복 가득한 시간되세요.......!!!
이번글도 즐감 하고갑니다
행복한날되세요.......*^^*
오늘 글은 무척이나 깁니다....그리고 흥미진진합니다..수고로움에 이렇게 즐겁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