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좌수영 백인대장 이순신, 삼가 엎드려 어명을 받으라."
"예."
금부도사의 외침과 함께 이순신이 부복했다.
"전라좌수영 백인대장 이순신을 지금 이 시간부터 전라우수영 수군 통제사로 임명하는 바이니, 이순신은 삼가 엎드려 관패(官牌)를 받으라."
"황공이 망극하옵니다."
전라우수영 수군 통제사 이순신. 이것이 바로 지고의 경지를 개척한 조선신인 대장군 이순신
의 파란만장한 생의 시작이었다.
"물럿거라! 새 전라우수영 통제사 어른이시다! 훠이!"
이순신을 태운 가마가 벽제소리 요란하게 백성들을 마구 몰아부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다못한 이순신이 큰 소리로 외쳤다.
"이놈들! 백성이 나라의 근원이거늘 나같이 하찮은 이 때문에 여기 모인 백성들을 모조리 밀쳐 죽이셈인가? 차라리 나는 말을 타고 가겠다."
이순신은 이렇게 외치곤 정말로 말에 올라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것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 관료들과 백성들은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었다.
<동래성>
"막아라! 승자총통부대 앞으로! 장전! 일제사격!"
"탕탕탕!"
동래성 성벽에서 이~삼백 가량의 총포부대가 나타나 한바탕 총질을 하곤 바로 빠져나갔다.
"궁병부대 앞으로! 매김! 조준! 발사!"
정발의 외침에 따라 수백의 병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미 정발의 투혼에 감명을 입은 여러 도지사들과 백성들이 곳곳에서 수도없이 밀려들이 지
금 동래성은 병사가 약 삼만가량으로 부쩍 늘어있었다.
한편, 일주일이 지나도록 승전보가 없고 애꿎은 사상자만 일만명을 넘어서자 도요토미역시
초조해지고 있었다.
일반 잡졸로 되는 일이 아니라면 얼른 성벽을 부술만한 강기(强氣)를 내뿜는 고수가 있어야
하는데, 아쉽게도 외공을 익힌 고니시는 물론이거니와 용장 가토조차 아직 단단한 돌성을
깨뜨릴만한 강기는 내지 못하고 있었다.
얼른 오다나 다케루가 소생해야 이 전세가 뒤집어질텐데, 벌써 일만의 사상자가 생겼다는 말
에 많은 다이묘들이 술렁거리고 있었다.
'젠장... 그정도로 조선이 강했다니. 곧 명의 원군도 도착할터인데....'
"후우~ 이거 정말 비참하군."
150여척의 전투선이 왜군에 모조리 격파당한 뒤라 그런지 지금 전라우수영의 진채엔 겨우
수군 2천명에 전투선11척, 수송선 13척이 전부였다.
그나마도 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물에띄웠다간 당장 배에 탄 사람들은 익사 시킬 것 같은
배들이 절반이었다.
"이거 참 난감하군. 이것갖고 물량의 왜군을 어떻게 이기라는 건지."
아무리 자신이 무공의 고수라 하면 뭘 하겠는가. 아무리 자신이 고수라 해도 일천의 장병들
이 몰려들면 결국 죽고만다. 그만큼 약한 것이 인간이다. 아무래도 수많은 사람들이 동원되
는 전쟁이라면 개개인의 무공실력보단 지휘체계와 잡졸들의 머릿수가 승패를 좌우한다.
그런데 그 승패의 중요한 두 가지 키포인트중 하나가 이미 없어진 것이었다.
"할수 없군. 급한대로 응병문(應兵文)을 붙여 군사를 모집하고 배 수리공을 불러 선박을 수리, 제작하는 수밖엔...... 부장! 부장!"
이순신은 계속 한탄을 하다 부장을 불렀다. 그러나 이미 부장들은 저 쪽 끝 가에서 내기 윷
놀이를 하고 있었다.
이순신을 그들을 보며 잠시 눈을 활활 불태우다, 갑자기 검을 꺼내들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군기를 위해 어쩔 수 없는 것이니 용서해 주시옵소서, 상감마마."
"....."
지금 전라우수영 휘하의 수군들은 방금 전 자신들의 눈에 보인 광경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멍하니 서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분명 여기 윷놀이를 하던 부장들을 죽인것은 저 쪽 검을 뽑아 든 신임 통제사
이순신이 분명한데 그들과 이순신의 거리는 약 칠십미터나 떨어져 있지 않은가.
"모두 들으라!"
이것은 물론 영기를 담은 음성이다.
"우리 전라우수영은 이제부터 새롭게 태어난다! 나태, 게으름, 거드름을 피우는 자는 물론이거니와 전쟁때 동료를 배신하고 몸을 돌리는 자, 내가 가차없이 베어버릴 것이니 이제부터 모든 훈련에 빠지지 않는다! 알겠나!"
사실 병사들의 군기가 빠진것은 지휘관의 나태와 패퇴만 거듭하는 전세에 있었다. 그런데
칠십미터 거리에서 일곱명을 토막내 버리는 이 강력한 지휘관을 보고 수군들은 점점 마음을
돌리기 시작하였다.
"와아아아!"
수군들의 목소리.... 이 왜란의 제 2의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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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전왜란(國戰倭亂)2 - 조선신인 이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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