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증가엔 도움 불구 원화절상 압력등 부담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 절상을 점진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현재 상하 0.5%로 제한된 위안화 환율 변동폭을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위안화 절상이 현실화할 경우 우리 수출증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원화에도 상당한 절상 압력을 가하고 국내 물가에도 부담을 주는 등 국내 경제 전반에 상당한 후폭풍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장즈쥔(張志軍)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위안화 환율 변동폭이 확대될 수 있다"며 "시장 수요와 (달러화ㆍ엔화ㆍ유로화 등 주요 통화의 묶음인) 바스켓에 기반해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 위안화 변동폭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장 부부장의 발언은 하루 변동폭을 확대하는 동시에 중앙은행의 외환시장 개입 강도를 줄여나가면서 점진적으로 위안화 절상을 용인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현재 수출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을 위해 위안화 하루 변동폭을 중간가격의 상하 0.5%로 제한하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진 지난해 7월부터는 중앙은행의 시장개입으로 사실당 달러당 6.83위안 안팎에 고정(페그)시키고 있다.
이에 앞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1일 발표한 3ㆍ4분기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안정적 통화정책 운용'이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위안화 환율과 관련해 "국제자본 흐름 및 주요 통화의 움직임을 주시하겠다"고 밝혀 위안화 절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시 인민은행은 위안화 환율을 달러만이 아닌 주요 통화들과 연계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부부장은 이날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위안화 환율에 대해 주도권을 쥐고 건설적이며 통제 가능한 방식으로 정책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해 급격하고 단기적인 절상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이 이처럼 위안화 절상을 기정사실화함에 따라 국내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아시아를 뭉뚱그려 보기 때문에 원화가치 절상 압력을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연은 보고서에서 위안화 가치가 1%포인트 상승하면 원화가치는 0.4926%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커지고 중국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우리가 유리해져 수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위안화가 10% 절상될 경우 수출 증가율은 3.62%포인트, GDP는 0.32%포인트가 각각 올라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출처 - 서울경제
http://economy.hankooki.com/lpage/economy/200911/e2009112517300169890.htm
중국産 수입가격도 올라 물가상승 압력 가중
■ 한국경제 후폭풍 예고
한국 등 아시아 수출국 美, 환율절상 압박 불보듯
對中 중간재 수출 비중 커 수출 이익도 '제한적' 일듯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상무)은 25일 위안화 절상에 따른 우리 경제의 영향을 묻는 질문에 "복잡다단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위안화 절상이 수출과 국내총생산(GDP)을 늘려준다는 등 긍정론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모습이지만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도 있는 만큼 단순하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원화 가치도 동반 상승=우선 위안화 절상은 우리 원화에도 가치상승 압력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홍춘욱 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뿐 아니라 대만과 싱가포르 통화 등이 모두 사실상 정부 관리 통화로 위안화가 절상되면 이들 통화도 (절상)압력을 받게 된다"며 "그러면 같은 아시아권인 우리도 절상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위안화는 그동안 원화의 방패막이 역할을 해왔다. 미국이 중국을 두고 우리나라에 환율 문제를 정면으로 꺼내기가 쉽지 않았던 탓이다. 한 외환딜러는 "미국이 위안화 절상을 이끌어낼 경우 다음은 한국 등 아시아 수출 국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런 점을 반영해 보고서에서 위안화 가치가 1%포인트 상승하면 원화 가치는 0.4926%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예측했다.
◇수출에는 '제한적 이익'…'미꾸라지 물가' 효과 퇴색=원화 가치가 일정 부분 올라가도 전체적인 수출에는 도움을 줄 듯하다. 당장 위안화 절상이 단행되면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커지고 내수가 늘어 우리 수출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도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 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위안화가 10% 절상될 경우 수출은 3.62%포인트, GDP는 0.32%포인트가 각각 올라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큰 기대를 걸기 힘들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중국에 대한 수출물량 중 3분의1가량이 중간재인데 중국의 통화 가치가 올라가 수출물량이 줄면 그만큼 우리에게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저가 중국산의 수입가격이 올라가 '미꾸라지 물가' 효과를 잃게 된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국내 물가의 상승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이 수출경쟁력을 감안해 위안화 절상폭을 최소화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수출 살아나자 환율변동에 자신감
■ 中, 위안화 절상 시사 왜?
핫머니 통제 위해서도 절상 필요성 점차 확산
내주 정상회담 앞두고 'EU 달래기' 분석도
중국 당국자들이 최근 잇달아 유연한 환율정책에 방점을 찍으면서 위안화 절상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그동안 중국 위안화의 과도한 저평가 정책 때문에 대중국 무역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요구해왔다.
장즈쥔(張志軍)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지난 24일 위안화 환율 변동폭 확대 발언은 그동안 중국 당국자의 다소 모호한 ‘유연한 환율정책’ 시사 수준을 넘어 구체적인 위안화 절상 방식을 거론한 것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당국은 2005년부터 달러화ㆍ유로화 등 복수통화 바스켓에 연동하는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한 후 수차례 위안화 절상을 단행하며 2008년 6월까지 달러화 대비 21%의 평가절상을 실행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부터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지자 중앙은행의 강력한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사실상 달러당 6.83위안에 페그(고정)시켜왔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덮치자 중국 당국이 관리변동환율제를 폐기하고 사실상 달러페그제로 회귀한 것이다.
특히 유로화는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이면서 지난 1년간 달러화 대비 20%가량 절상돼 EU의 수출 가격경쟁력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급기야 최근 방중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우선 현안으로 위안화 평가절상을 촉구했고 다음주 중국-EU 정상회담을 앞둔 EU 측도 위안화 절상 압력 공세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온갖 압력에도 요지부동이던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시사한 것은 하반기 들어 수출이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면서 환율 변동에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10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8% 하락했지만 상반기 20%가 넘는 하락폭에 비해 호전되고 있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수출 경기가 회복되는 상황을 봐가며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위안화가 달러화 대비 3~5% 정도 절상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국의 위안화 절상에 베팅하며 물밀 듯 밀려오고 있는 투기자금도 중국 정부에는 적지 않은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절상 시기를 늦추면 늦출수록 환차익을 노린 국제 투기자금 유입이 가속화하고 이는 중국 자산시장의 버블을 부추기는 한편 절상 이후 급격한 투기자본 유출로 심각한 경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외환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지적한 ‘화폐 전쟁’의 저자로 유명한 쑹홍빙(宋鸿兵) 환구재경연구원장은 25일 모 포럼의 강연에서 “2조2,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 중 5,000억달러가량은 환차익 등을 노린 투기자본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중국은 외환관리법으로 해외자본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지만 이들은 무역거래를 가장한 이전가격 조정 등의 방법으로 중국 자본시장에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들 핫머니를 통제하기 위해서라도 점진적인 위안화 절상이 필요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결코 말처럼 쉽사리 위안화 절상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도 많다. 먼저 수출이 회복되고 있다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는 점이 걸림돌이다.
중국의 수출은 전체 GDP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한다. 수출 경기 하락은 곧바로 수출 기업에 타격을 주면서 실업 등의 경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중국은 특히 의료연금 등의 복지 시스템이 매우 약하기 때문에 수출 경기가 살아나지 못할 경우 이는 사회 불안정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 부부장의 발언 시기도 다음주 중국-EU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터라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EU를 달래기 위한 제스처가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최근 오바마 미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인민은행이 유연한 통화정책을 시사하는 보고서를 내놓았지만 정작 미중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 주석은 위안화 문제와 관련해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았다.
결국 글로벌 경기 상황에 따른 수출 경기 회복 수준을 봐가며 중국이 위안화 절상 시기와 폭을 정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