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의 남과북
나는 실향민이다.
실향민(失鄕民)은
전란이나 정치적 상황 때문에
고향을 잃고
타향살이를 하는 백성을 이르는 말이다.
내고향은,
지금은 갈 수 없는
북한의 평안북도 강계(江界)다.
우리 본가가 있는 별하(別河)마을은
박씨의 집성촌으로
거의 모든 일가가 한데 모여 살고 있다.
광복 이듬해인 1946년,
공산치하에서는 살 수 없다는
엄친의 판단에 따라 우리가족만 월남했다.
나는 대학까지 남쪽에서 공부하고 자랐으며
직장, 결혼생활 모두를 남한에서 했으니
완전한 한국국민이다.
그런데도
설이나 추석같은 명절이 되면
고향생각이 더욱 간절해 진다.
이미 양친은 모두 작고하셨고
나도 80대 중반의 노인이 되었다.
그런데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여전하며
고향에 다녀오는 이웃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그리고 조국분단이 한탄스럽다
세계2차대전 이후 분단된 대표적인 나라가
우리와 독일이다.
양쪽 모두 전승국인 미군과 소련군의 진주로
국토가 분단되고 양진영으로 갈라졌다.
독일은 베를린장벽으로,
우리는 DMZ, 즉 휴전선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지금은,
독일은 동서독이 통일되어
유럽의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고
우리는 남북관계가 더 경직되어
북의 핵공갈 앞에 서 있다.
광복후 1948년까지 해방공간은
온갖 정치집단의 소용돌이 속에서
큰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탁월한 애국지도자
이승만의 초인적 노력으로
민주국가로 독립,
나라의 기초를 놓는데 성공했으며,
박정희라는
또 하나의 지도자가 나타나
이 탄탄한 기초위에 경제대국을 건설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10위권의 잘 사는 나라이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중 6위로
프랑스와 일본을 제치고 있다.
외국인들이 하는 말이있다.
‘한국인들은
자기들이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다.’
반대로
북쪽에 진주한 소련군은
스탈린의 계획에 따라
소련군장교 김성주대위를
김일성장군으로 둔갑시켜
공산주의국가 건설의 앞잡이로 세웠다.
오늘날 북한은
연간 약 150만톤의 식량이 부족한
세계최빈국이 되었으며
국민의 37%가 영양실조 상태다.(UN발표)
날조 된 백두혈통을 지키기 위해 온 주민이
노예로 사는 전대미문의 후진국 이기도 하다.
근자에는 핵을 앞세워
우리를 위협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대등한 입장 에서의 군축협상을 시도,
활로를 찾으려 하고 있다.
말 하자면
동,서독은 통일국가가 되었는데
우리의 분단은
해결될 기미 조차 보이지 않고 있으며
그간 간헐적으로 이루어지던
이산가족 상봉도 중단된 상태다.
정치적으로는
한국의 핵무장이
뜨거운 이슈로 거론되고 있으며
결국은 한국도 핵을 가져야 한다는
당위론이 힘을 얻을 것 같다.
같은 처지였던 동,서독의 통일은
우리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보여주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디테일에 정성을 들였고,
외부적으로는 미국과 소련을 비롯,
여러 강대국들을 외교적으로 설득,
통일의 분위기를 조성했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들이 우선적으로 실천했던 디테일에서
힌트를 얻어야 한다.
우선,
동,서독 주민들은
서로가 편지를 주고받았으며
작은 소포도 보낼 수 있었다.
소식이 오간다는 것은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고 가장
기본적인 소통이 가능해 진다는 뜻이다.
다음이 전화,
목소리를 서로 들으면서 얘기한다는 것은
‘실감’ 이 있다.
동,서독 주민 서로가 상대방의
실체를 일상에서 느끼게 됐으니
적대감이 사라지고
친근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 다음이
상호 TV시청 이었다.
서로
상대방의 TV를 시청 한다는 것은 서로 다른 현실을
구체적으로 인식, 수용하는 대표적인 소통이며
이를 통해 벽 너머의 서로 다른 일상을 접하는
놀라운 시간이 된다.
그만큼 서로 가까워질 수도 있다.
다음이 상호방문,
제한적이긴 했지만 헤어졌던
가족 친지들의 재회는 감격적인 것이고
서로의 다른 입장, 일상을
이해하고 익히는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중요했던 것은.
서독이 동독에 감금돼 있는 주요정치범들을
몸값을 주고 데려온 점이다.
이런 여러 가지 일련의 소통은
결국 통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요인들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안될까.
우선,
이런 발상을 하는 정치가 없고,
북쪽에 대한 남쪽주민들의 무관심.
분단된지 오래되어 세대가 바뀐점도 있다.
여기에
북한 김정은 일가의 정치적 불안과
외부정보 유입을 차단하려는
강경한 수단이 맞물려
전혀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김정은에게 있어
남한의 풍요로움과 자유는
독보다 무서운 적이다.
그러니 문틈까지 막아버리는 봉쇄로 일관하고 있다.
나는 60대까지는 살아생전
고향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80대 중반이 된 지금은 절망이 앞선다.
그래서 슬프다.
그래서 더 고향에 가 보고싶다.
얼마전
구글을 검색하다
고향마을의 돌담벽을 발견,
이를 휴대폰에 내려 받았으며
자주 그 돌담벽을 보면서
작은 위안을 받고 있다.
우리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한다.’고
되어있다.
북한도 대한민국의 영토인 것이다.
따라서
집권노동당을 제외한
주민은 모두가 우리 국민이다.
통일의 당위성과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은 남이 아니라 우리의 이웃이고 가족이다.
그들을 잊으면 안되며 반드시
통일이 되어 함께 사는 날을 고대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
윤대통령이 북에 대해 ‘큰 제안’을 한일은
중요한 돌파구가 될 것이다.
고향은 우리모두의 뿌리다.
ㅡyoro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