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27:14~26
◈ 새번역 ◈
14 그런데 얼마 안 되어서, 유라굴로라는 폭풍이 섬쪽에서 몰아쳤다.
15 배가 폭풍에 휘말려서, 바람을 맞서서 나아갈 수 없으므로, 우리는 체념하고, 떠밀려 가기 시작하였다.
16 그런데 우리가 가우다라는 작은 섬 아래쪽을 따라 밀려 갈 때에, 그 섬이 어느 정도 바람막이가 되어 주었으므로, 우리는 간신히 거룻배를 휘어잡을 수 있었다.
17 선원들은 거룻배를 갑판 위에다가 끌어올리고 밧줄을 이용하여 선체를 동여매었다. 그리고 그들은 리비아 근해의 모래톱으로 밀려들까 두려워서, 바다에 닻을 내리고, 그냥 떠밀려 가고 있었다.
18 우리는 폭풍에 몹시 시달리고 있었는데, 다음날 선원들은 짐을 바다에 내던졌고,
19 사흘째 날에는 자기네들 손으로 배의 장비마저 내버렸다.
20 여러 날 동안 해도 별도 보이지 않고, 거센 바람만이 심하게 불었으므로, 우리는 살아 남으리라는 희망을 점점 잃었다.
21 사람들은 오랫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었다. 그 때에 바울이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분, 여러분은 내 말을 듣고, 크레타에서 출항하지 않았어야 했습니다. 그랬으면, 이런 재난과 손실은 당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22 그러나 이제 나는 여러분에게 권합니다. 기운을 내십시오. 이 배만 잃을 뿐, 여러분 가운데 한 사람도 목숨을 잃지는 않을 것입니다.
23 바로 지난밤에, 나의 주님이시요 내가 섬기는 분이신 하나님의 천사가, 내 곁에 서서
24 '바울아, 두려워하지 말아라. 너는 반드시 황제 앞에 서야 한다. 보아라, 하나님께서는 너와 함께 타고 가는 모든 사람의 안전을 너에게 맡겨 주셨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25 그러므로 여러분, 힘을 내십시오. 나는 하나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신 그대로 되리라고 믿습니다.
26 우리는 반드시 어떤 섬으로 밀려가 닿게 될 것입니다."
◈ 묵상 Point ◈
(출처 : 묵상과 설교 / 성서유니온)
1) 진정한 배의 선장은 누구?
바울은 죄수의 신분이었지만 백부장 율리오는 그가 동역자들과 함께 항해하고 친구들의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 바람이 바울이 탄 배의 전진을 가로 막는다. 아무리 대의명분이 분명한 의로운 사역에도 역풍은 있다. 순풍이 늘 하나님 인도의 표지는 아니다. 바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백부장은 선주의 말을 더 신뢰하여 항해를 강행한다. 겉으로는 항해 전문가의 말을 따른 합리적인 결정처럼 보이지만, 탐욕이 부른 무리한 항해였고, 하나님이 허락하신 불확실한 항해였다.
2) 바울의 경고대로 되다
선장은 항해를 만류하는 바울의 말을 묵살하고 선주의 뜻에 따라 항해를 결행한다. 순풍을 만났을 때만 해도 옳은 판단이라고 여겼겠지만, 광풍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 바울이 탄 배가 '유라굴로'라는 광풍을 만난다. 배는 가려던 방향과 정반대로 표류하기 시작한다. 간신히 구명선을 붙잡아 본선에 고정해놓았지만, 아무도 배를 통제할 수가 없었다. 닻을 내린 채 광풍이 이끄는 대로 놔둘 뿐이었다. 배의 무게를 줄이려고 짐을 버리고 배의 기구까지 버렸지만, 해와 별을 가린 하늘은 열리지 않았다. 광풍은 인생의 주도권이 내게 없음을 알게 해주고, 내가 붙잡고 쌓아둔 것이 위기 때는 내게 아무 유익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도리어 나를 해롭게 하기에 다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3) 자기 구원에만 관심 있는 선원들
배는 점점 육지로 다가가고 있었지만, 바울의 예언이 있은 후로도 14일 동안 표류는 계속되었고, 아무것도 먹지 못한 사람들의 불안은 극에 달했다. 선장, 선주, 백부장 등 아무도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는 지도자다운 경륜과 희생정신을 발휘하지 못했다. 선원들은 도망할 궁리하기에 바빴다. 복음이 없는 자들, 눈에 보이는 것에 소망을 두는 자들이 위기를 만날 때 보이는 전형적인 반응이다.
4) 구원의 희망을 나눠주는 식사
육지에 거의 이르자 바울은 음식 먹기를 권하고, 자신이 먼저 성만찬 의식을 연상하는 의식을 거행한 후 먹는다. 그리스도께서 죽음을 이기고 승리를 주신 것을 기념하는 성만찬을 통해 하나님의 구원이 이곳에도 임할 것이라고 고백한 것이다. 우리 교회는 절망의 바다에서 표류하는 세상에게 죽음을 이기신 그리스도의 부활의 승리를 나눠주고 있는가?
5) 절망의 바다에서 희망을 주신 말씀
모든 사람들이 절망으로 죽기를 기다리며 식음을 전폐할 때 바울은 "우리가 한 사람도 죽지 않고 한 섬에 걸리리라"는 말씀으로 캄캄한 영혼들에게 위로의 빛을 보여주었다. 이 약속의 실현이 흐릿해져갈 때도 다시 "너희 중 머리카락 하나도 잃을 자가 없으리라"는 확신 가득한 말로 격려하고 음식을 먹기를 권했다. 지도자는 소망 없는 자에게 소망을 주고, 죽으려는 자에게 생명을 주며, 가망 없다고 말하는 자로 하여금 할 수 있게 하시는 분을 각인시켜주는 자다.
◈ 설교 / 광풍 속에 감취진 하나님의 뜻 ◈
(출처 : 생명의 삶 플러스 / 두란노)
영화 <타이타닉>은, 파선과 침몰 직전 사람들의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과 갈망을 생생하게 표현합니다. 본문에 묘사된 광풍으로 인한 위기의 장면은 타이타닉의 장면들과 겹쳐져 생생하게 와 닿습니다. 하나님이 주도하고 계신 여정이었지만 광풍으로 인해 위기에 직면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로 다가옵니다. 광풍 속에 감춰진 하나님의 뜻을 생각해 봅시다.
바울이 이번 항해가 위험하다고 경고했지만 대다수가 겨울을 뵈닉스로 가서 보내자고 주장했습니다. 마침 남풍이 순하게 불자 자신들의 판단과 선택이 옳았다고 확신했습니다(13절). 그러나 잠깐의 순조로움이 반드시 옳은 선택이라는 증거는 아닙니다. 하나님이 인도하신다는 증거도 아닙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좋은 기회와 조짐들을 보느라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뜻을 외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항해를 재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무지와 오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유라굴로라는 큰 광풍이 불어 닥치자 어떤 기술이나 노력도 소용이 없고, 배는 통제 불능 상태가 되어 바람에 밀려 표류하게 됩니다(14~15절). 이처럼 바람이 부는 대로 떠밀려 가는 배의 모습은 마치 하나님 없는 인생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반면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인생은 그 어떤 광풍에도 요동치 않고 가야 할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파선을 막기 위해 거룻배를 끌어올리고, 선체를 동여매고, 심지어 화물과 장비조차 버리면서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여러 날 동안 풍랑이 지속되어 소망이 거의 끊어진 상태로 표류하게 됩니다(16~20절). 무리한 항해를 주장한 것은 겨울을 나기에 미항보다는 더 큰 항구인 뵈닉스가 더 좋았기 때문입니다. 뵈닉스가 더 편하고, 향락거리도 더 많았을 것입니다. 안락함과 쾌락을 추구한 결과 막대한 재산상의 손해는 물론이고 목숨까지 잃을 위기 앞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바울은 절망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향해, 배는 잃겠지만 사람은 아무도 죽지 않을 것이라며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21~22절). 그리스도인은 희망을 잃은 사람들에게 소망을 전하며 다가가야 합니다. 복음을 전한다는 이유로 무례히 다가가서는 안 됩니다. 형식적인 위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사람들의 필요와 어려움을 공감하며 함께할 때 그리스도의 사랑이 전해지고, 비로소 복음을 위한 기회가 열릴 것입니다.
바울은 지난 밤 하나님의 사자가 자신에게 알려준 내용을 전합니다. 그가 가이사 앞에 서게 될 것이고, 함께 항해하는 자들을 모두 그에게 주셨다는 것입니다(23~26절). 바울한 사람으로 인해 배 안의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보호를 받게 된 것입니다. 한 사람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의인으로서 거룩하게 살아가고자 애쓰고, 우리가 속한 사회와 공동체를 위해 기도할 때 우리를 통해 하나님의 은총이 사회와 공동체에 임할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에서 만나는 광풍은 인생의 주도권이 내게 없음을 일깨워줍니다. 또한 내가 붙잡고 쌓아둔 것이 위기에서는 아무 유익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도리어 나를 해롭게 하기에 다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알려 줍니다. 진정 인생에 광풍이 닥칠 때 모든 주도권을 하나님께 맡기고, 오로지 하나님의 도우심만을 구하며, 인생의 항해의 끝에 이르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