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조업의 지도, 흐름이 달라졌다 - 「우리나라 주요 제조업 생산 및 공급망 지도」가 보여주는 제조업의 달라진 연결 구조
https://www.bok.or.kr/portal/bbs/B0000347/view.do?nttId=11063183&searchCnd=1&searchKwd=&depth2=201106&depth=201106&pageUnit=10&pageIndex=1&programType=newsData&menuNo=201106&oldMenuNo=201106
제조업을 왜 ‘지도’로 살펴봐야 할까?
우리나라 제조업은 우리 경제의 성장과 수출을 이끄는 핵심 산업이다. 반도체와 자동차를 비롯한 주력 제조업은 국가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생산시설이 자리한 지역경제의 성장을 견인한다.
하지만 오늘날 제조업은 개별 산업이나 기업만 따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하나의 제품이 완성되기까지 전국 각지의 생산 거점과 다양한 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생산에 필요한 소재·부품·장비는 세계 각국의 공급망을 통해 조달되고, 완성된 제품은 다시 글로벌 시장으로 수출되는 복잡한 가치사슬 속에서 움직인다. 따라서 산업과 지역, 글로벌 공급망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때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뿐 아니라 지역마다 형성된 산업구조와 지역경제의 특성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대한민국 제조업의 현주소를 입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우리나라 주요 제조업 생산 및 공급망 지도」를 발간하였다. 우리나라 주요 제조업 11개 업종을 대상으로 ▲ 지역별 생산 현황 ▲ 생산품의 국가·품목별 수출 ▲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중간재의 수입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정리하였다. 이를 업종별·지역별 장기 트렌드와 글로벌 교역 흐름을 중심으로 시각화하여 산업과 지역경제, 글로벌 공급망의 연결 관계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아울러 특정 국가에 대한 소재·부품·장비 의존도와 교역 구조를 함께 제시함으로써, 글로벌 공급망의 구조적 변화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대외 충격에 대한 공급망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수립 및 전략 마련에도 참고할 수 있도록 하였다.
무엇이 우리 제조업 지도를 바꾸고 있는가?
지난 2023년 「우리나라 주요 제조업 생산 및 공급망 지도」를 처음 발간한 이후 인공지능(AI) 확산, 중국 제조업의 성장과 보호무역 강화, 친환경 규제 확대 등으로 글로벌 산업 환경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제조업의 지역별 생산 구조와 산업별 수출입 구조 역시 빠르게 재편되었다.
1. [AI 수요 확대가 바꾼 반도체 생태계] 2022년 말 생성형 AI 서비스인 ChatGPT가 공개된 이후 데이터센터와 AI 컴퓨팅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빠르게 늘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도 AI를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생산 품목과 설비투자 방향도 이에 맞춰 조정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반도체 생산에만 머무르지 않고 제조장비와 전기장비 산업, 디스플레이와 통신기기 산업까지 이어지며 관련 산업 전반에 직·간접적인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
2. [중국 제조업의 부상과 달라진 통상환경] 중국 제조업은 기술력과 대규모 생산능력,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와 배터리, 철강, 석유화학 등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에서 기술 격차가 줄어들면서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을 중심으로 관세 장벽과 자국산업 보호정책이 강화되면서, 국내 기업의 수출 방식과 생산거점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자동차를 비롯한 주요 산업의 수출입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3. [친환경 생산체제로의 전환 지속] 아울러 주요국의 친환경 정책 영향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 내 친환경차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석유정제, 석유화학, 철강, 조선 등 전통 제조업 역시 친환경 생산체제로의 전환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 발간한 「우리나라 주요 제조업 생산 및 공급망 지도」 개정판에는 대내외 환경 변화가 우리나라 제조업의 생산과 수출입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담겨 있다. 11개 주요 업종 전반에서 변화의 흐름이 나타난 가운데,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에서는 생산과 교역을 둘러싼 연결 구조의 변화가 비교적 뚜렷하게 확인된다. 이하에서는 두 산업을 중심으로 최근 수년간 우리 제조업에 나타난 주요 변화를 살펴본다.
AI는 반도체 지도를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재편과 AI 중심의 수요 확대에 따라 우리나라의 국가별 반도체 수출 구조에도 큰 변화가 나타났다. 먼저 대만으로의 수출이 크게 증가한 점이 두드러진다. 대만은 2022년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대상국 가운데 네 번째(수출 비중 9.0%)였으나, 2025년에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19.9%)로 부상하였다. 반면 중국은 여전히 최대 수출 대상국이지만, 2022년과 비교하면 수출 금액과 비중이 모두 감소하였다. 이 밖에도 국내 제조업 기업의 생산 거점이 다수 위치한 베트남과 미국은 주요 반도체 수출 대상국으로서 높은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그림 1.우리나라의 국가별 반도체 수출1
주1.2025년 기준, < >내는 2022년 기준
자료한국무역통계진흥원
이러한 변화는 생성형 AI의 확산 이후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구축이 본격화된 데 주로 기인한다. 기존 CPU와 범용 DRAM 중심 수요가 AI 연산에 특화된 GPU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됨에 따라 미국의 엔비디아(GPU), 대만의 TSMC(첨단 패키징 및 파운드리),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HBM)를 하나의 축으로 하는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이 공고해졌다. 이러한 공급망 재편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HBM 생산과 수출 확대를 견인하는 한편, TSMC의 첨단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과 엔비디아의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그림 2.AI와 반도체 수요
그림 3.차세대 DRAM
그림 4.기업별 반도체 매출액(TOP5)1
주1.2025년 기준. 색상은 24년 대비 매출 증가(빨강) 및 감소(초록)를 의미, ( )내는 증감률(%)
자료GARTNER 등
그 결과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최근 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힘입어 시장지배력도 더욱 강화되고 있다. 설계와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미국과 대만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림 5.글로벌 기업의 메모리 점유율1
그림 6.글로벌 기업의 비메모리 점유율1
그림 7.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1
주1.2025년 기준, < >내는 2022년 기준
자료GARTNER
반도체 생산이 확대되면서 소재·부품·장비의 수입도 빠르게 늘어났다. 특히 특정 국가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게 유지되고 있는데, 이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가치사슬별 전문화를 바탕으로 수직계열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 8.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수입액 추이
자료한국무역통계진흥원
대표적으로 네덜란드의 ASML은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어 우리나라는 해당 장비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국내 첨단 반도체 생산이 확대됨에 따라 반도체 제조장비의 수입도 함께 증가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네덜란드의 수입 비중이 더욱 높아지면서(2022년 22.8% → 2025년 26.0%)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최대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국으로 부상하였다.
한편 반도체 제조장비는 네덜란드 외에도 일본과 미국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소재와 부품의 경우 중국, 일본 및 미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아,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주요 소재·부품·장비에 있어 특정 국가와의 공급망 연계성이 높은 구조를 보이고 있다.
그림 9.국가별 수입비중1
[소재 및 부품]
[반도체 제조장비]
주1.2025년 기준, < > 내는 2022년 기준
자료한국무역통계진흥원
친환경차 시대, 자동차 지도는 어떻게 다시 그려졌을까?
지난 10여 년간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는 환경 규제 강화와 친환경차 기술 발전에 힘입어 내연기관 차량 비중이 줄어들고 친환경차 비중이 확대되었다. 다만 최근에는 전기차의 가격 부담과 충전 인프라 부족 등으로 친환경차 가운데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둔화된 반면, 하이브리드차 수요는 확대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가별 자동차 생산을 살펴보면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국으로 성장하면서 가격 경쟁력과 대규모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현재(2024년 기준) 중국은 글로벌 자동차 생산의 33.8%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도 세계 생산의 4.5%를 담당하며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그림 10.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추이
주1.수소전기차 포함
자료MarkLines, Bloomberg
그림 11.글로벌 자동차 생산 국가별 점유율1
주1.2024년 기준, < >내는 2022년 기준
자료한국자동차산업협회
이러한 시장 변화의 흐름 속에서 국내 자동차 수입시장에서도 중국의 존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2022년과 비교할 때, 미국산 수입 비중은 하락(2022년 28.9% → 2025년 11.1%)한 반면, 중국산 비중은 2022년 3.5%에서 2025년 37.2%로 크게 확대되었다. 특히 차종별로 볼 때 우리나라 수입 전기차의 약 70%를 중국산이 차지하고 있으며, 수입 금액은 22억달러에 달한다. 전기버스의 경우 수입물량 전체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림 12.국가별 수입 비중1
주1.2025년 기준, < >내는 2022년 기준
자료한국무역통계진흥원
표 1.차종별 수입1
주1.총수입금액이 천만달러를 초과하는 품목, Bold는 특정국 의존도가 2/3보다 큰 경우
자료한국무역통계진흥원
다만 최근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현지 생산 확대 정책 등의 영향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대미 전기차 수출은 크게 위축되었다(전기차 수출 중 대미수출 비중: 2022년 33.6% → 2025년 5.2%). 이에 대응하여 국내 기업들은 하이브리드차 비중 확대(전체 완성차 수출 중 하이브리드차 비중: 2022년 11.6% → 2025년 20.4%), 미국 현지 공장 가동 본격화, 생산거점 현지화 등을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다. 반면 유럽의 경우, 탄소중립 정책과 배출규제 기조를 유지하면서 영국, 독일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전기차 수출이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그림 13.친환경차 수출 국가별 구성비12
주1.HS 6단위(분류기준내 HS 10단위를 합산)에서 수출금액 10억 달러 이상인 제품
2.2025년 기준, < >내는 2022년 기준, 對중국 수출에는 홍콩 포함
3.수소차 포함
자료한국무역통계진흥원
마무리하며
제조업의 경쟁력은 더 이상 개별 기업이나 산업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어느 지역에서 생산되고, 어떤 국가와 연결되며, 어떤 공급망을 통해 세계시장으로 이어지는지를 함께 살펴볼 때 비로소 우리 제조업의 현재와 미래를 보다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이번 「우리나라 주요 제조업 생산 및 공급망 지도」 개정판은 이러한 변화를 한눈에 보여주는 '제조업 지도'이다. AI 시대의 반도체, 친환경차 중심으로 재편되는 자동차 산업을 비롯한 우리 제조업의 변화 방향을 읽고, 지역경제와 공급망의 새로운 연결 구조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길잡이가 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정책 수립과 연구는 물론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에도 의미 있는 참고자료로 활용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