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3대 권력세습 3가지 관전 포인트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남 정운에게 권력을 물려줄 징후가 뚜렷해지면서 북한 권력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의 현 체제를 위협하는 요소이자 한반도 정세의 불안요인으로도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권력세습의 중요한 세 가지 관전 포인트를 짚어 본다.》
① 피의 숙청 재연되나… 김일성 사후 2만5000여명 희생
김 위원장은 권력승계 과정에서 여러 차례 정적을 숙청한 바 있다. 1974년 이른바 ‘곁가지’ 숙청과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뒤인 1990년 후반 ‘심화조’ 숙청 사건이 대표적이다. 1974년 김 위원장은 후계자로 지명되자마자 그동안 눈엣가시였던 계모 김성애와 김평일 등 이복형제들을 모조리 ‘곁가지’로 지목해 정치무대에서 내쫓았다. 또 삼촌이자 북한 권력 2인자였던 김영주 조직비서 겸 조직지도부장을 내각 부총리로 강등시키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모두 김 주석이 살아있을 때 벌어진 일이다.
이번에도 이런 현상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정운보다 12세 많은 이복형 정남에게 줄섰던 인물들은 1차 타깃이 돼 숙청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등지를 전전하는 정남은 최근 측근들에게 아버지와 지도부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토로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정운의 친형인 정철의 앞길도 순탄해 보이진 않는다. 정철은 조만간 유럽지역 국가의 북한대사관에 파견된다는 첩보가 나돌고 있다.
김 위원장은 또 김 주석 사망 뒤 홀로서기 과정에서 이른바 ‘심화조’ 사건으로 불리는 피의 숙청을 단행했다. 노동당 농업비서 서관히가 간첩으로 몰려 공개 처형된 것을 시작으로 문성술 중앙당 본부당비서가 고문을 받다 숨졌고, 서윤석 평남도당 책임비서가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는 등 무수한 피해자가 생겼다. 탈북한 북한 고위 관료는 가족을 포함해 2만5000여 명이 숙청됐다고 증언했다. 김정일은 훗날 이 사건을 재심한다며 숙청에 관여했던 안전원(경찰) 6000여 명을 다시 숙청했다. 주목할 점은 당시 안전부를 앞세워 심화조 사건을 총지휘했던 인물이 바로 김 위원장의 매제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라는 것. 지금 장 부장은 보위부를 다시 장악하는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숙청이 벌어지면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처럼 거물급 인사가 탈북할 가능성도 크다.
② 70대 지도부 물갈이?… 신진세대 중용땐 갈등 불보듯
북한 지도부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고령층이다. 김 위원장이 67세, 장 부장이 63세로 비교적 젊은 축이지만 나머지 대다수 핵심 간부는 70대 이상의 고령이다. 국방위원회 위원 12명 중 장 부장과 생일을 알 수 없는 백세봉, 우동측, 주규창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의 평균 나이가 77세다. 반면 후계자로 지명된 것으로 알려진 정운의 나이는 겨우 26세. 정운과 그의 권력 장악을 후견해야 할 이들의 나이 차가 무려 반세기를 넘는다. 이런 연령차는 통치 과정에서 심각한 불협화음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운은 아버지의 측근을 점차 제거하고 자신의 측근으로 교체할 가능성이 높다. 또 김 위원장의 남은 수명을 감안할 때 물갈이 속도도 빨라질 수밖에 없어 체제불안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어떤 측근 그룹에 의지하는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김 위원장은 모교인 김일성대 출신을 중용했다. 그러나 김일성군사종합대를 나온 정운은 측근에 젊은 군부 인물들을 기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북한은 더욱 군을 중시하는 사회가 될 수 있다.
③ 민심 어디로… ‘26세 장군’에 대한 불만 팽배할 가능성
1991년 김 위원장이 북한군 최고사령관에 선출됐을 때 많은 북한 주민들은 “군대 안 가고 아이 때 군사놀이만 잘하면 최고사령관이 되는 거냐”고 비아냥거렸다. 김 위원장이 조직비서 등의 직책으로 당권을 장악했을 때는 군말이 거의 없었지만 갑자기 최고사령관에 임명돼 군을 통솔하게 되자 즉각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던 것. 이런 북한 주민들이 갑자기 이름도 모르는 새파란 26세 청년을 장군이라며 후계자로 내세울 경우 어떻게 반응할지도 관심거리다.
당국에 대한 주민의 불만이 급속히 팽배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 같은 불만이 술렁거림으로 끝날지, 아니면 탈북과 같은 ‘소극적 반항’으로 이어질지, 또는 반정부 활동 같은 ‘적극적 항거’로 이어질지 알 수 없다.
주목할 것은 세 가지 관전 포인트가 다른 듯해도 사실은 서로 밀접히 연관돼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주민 여론이 나빠지면 북한 당국은 ‘심화조’ 사건 같은 간첩단 사건을 조작해 피의 숙청을 벌일 수 있다. 또는 권력층에 신진 세대가 등장하면 신구 갈등이 격화돼 권력투쟁이 벌어지면서 민심이 더욱 이반돼 북한 체제가 급속히 약화될 수도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첫댓글 아직까지는 후계구도가 확인되지 않은 걸로 압니다....추측이라고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