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는 십자화과의 초본식물로 원산지는 중앙아시아 및 지중해 연안이며 B.C 2000년 전에 세워진 피라미드의 비문에 일꾼들에게 무를 제공했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오래된 식용작물이다. 무는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으로 전해졌고 중국에서 무를 재배한 역사는 B.C 400년 이전인 것으로 보인다.
무라는 말은 이시진의 본초강목에 석인이무청, 내열이물혼주(昔人以蕪菁, 萊挘二物混注, 옛사람들이 蕪菁과 萊挘을 혼동하여 썼다)라고 한 것을 보면, 중국에서는 무를 무청(蕪菁), 나복(蘿蔔), 내복(萊挘) 등 여러 가지로 쓰인 것을 알 수 있고 우리말의 나박은 중국의 나복이 변이되어 일반화되어 사용되고, 한자어의 무청(蕪菁)은 우리나라에서 무로써 고유어화 되어 쓰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 또는 남북조 시대에 중국으로부터 무가 전래 된 것으로 추정되며 무를 재배한 근거로 고려 시대에 간행된 향약구급방이라는 책에 무가 이미 흔히 먹는 음식 재료로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있고, 고려 시대의 유명한 학자 이규보(1168~1241)는 그의 저서 동국이상국집에 겨울을 나기 위해 김장을 하는 풍습이 있다고 하였으며 무를 청(菁)이라 표기한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무를 지역별 특성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각 지역의 기후와 풍토에 잘 적응하여 재배할 수 있도록 개량하였지만 무는 크게 나복(蘿蔔)과 만청(蔓菁)의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산림경제에서는 나복을 댓무우라 하고, 만청 곧 무청(蕪菁)을 쉿무우라고 하였으며 우리가 흔히 굵은 다리라고 놀리던 무다리의 무는 조선 재래 무라는 품종을 말한다. 따라서 나복은 오늘날 우리가 먹는 무이고, 만청은 붉은빛이 감도는 순무를 가리킨다.
무는 계절에 따라 봄 무, 여름 무(고랭지 무), 가을무(김장 무), 겨울 무(월동 무)로 분류되는데 봄 무는 5-6월경에 파종하는데 주로 전북 고창과 부안, 충남 당진에서 생산되며 표면이 매끈하고 근수부(根首部, 무잎이 돋아나는 머리 부분)가 녹색이고 단단한 형질이 좋으며, 김치 및 깍두기를 담가서 먹으면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여름 무는 강원도 등 고랭지에서 생산되며, 무의 진정한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가을무(김장 무)는 8-9월경 파종하며 청수색(靑首色, 근수부의 푸른색)이 진하고 형질이 단단한 것이 특징이며 단맛이 돌고 톡 쏘는 청량감과 풍부한 영양분으로 밥상의 보약으로 김장에 필수재료이며 아삭한 동치미, 총각무도 별미이다. 겨울 무는 월동(越冬) 무라고도 하며 제주도에서 재배하며 당분이 많고 조직이 단단하여 동치미 용도로 적합하다.
배추, 고추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채소 중의 하나인 무는 배추와 함께 주된 김장 재료로 친숙하며, 김치, 반찬, 국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는 한국인의 식탁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음식 재료이다. 계절별 무의 기능성 물질 함량을 조사한 결과 무의 맛은 각각 다르나 기능성 물질의 함량에는 큰 차이가 없으며,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의 함량이 높다고 한다. 또 무의 쏘는 맛 성분은 무에 함유된 티오글루코사이드가 잘리거나 세포가 파괴되었을 때 자체 내에 있는 글루코사이다아제라는 효소에 의하여 독특한 향과 맛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하며, 무즙에는 디아스타아제라는 효소가 있어 소화를 촉진시킨다고 한다. 무는 우리나라 채소 중 재배면적이 가장 커서 5만㏊에 달하고 있으며 연간 생산량도 220만 톤에 이르고 있다.
한편으로 겨울 무를 김치로 만든 것을 동치미라 하고 동치미 어원의 유래는 동침(冬沈)에 접미사 이가 붙어 만들어진 말로 김치의 어원인 침채(沈菜)에 겨울 동(冬)자와 김치를 나타내는 침(沈) 자를 써 겨울에 먹는 김치라는 뜻이며, 무를 뜻하는 나복과 김치를 뜻하는 침채를 합해 나복침(蘿蔔沈)이라고 하는데 나박김치를 의미한다. 나박김치를 대부분의 사람들이 배추나 미나리 실고추 등을 넣어 만드는 물김치로 알고 있지만, 나박김치는 무를 얇고 네모지게 썰어 절인 뒤에 고추나 파, 마늘, 미나리 등을 넣고 국물을 부어 익힌 김치이다. 또 손가락 굵기나 그보다 조금 큰 무를 무청째로 양념에 버무려 담은 총각김치는 재료로 쓰는 무의 모습이 마치 총각과 같다고 해서 생긴 말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총각(總角)은 결혼하지 않은 성인 남자를 가리키고 있으나 처음부터 그러했던 것은 아니고 총(總)은 거느리다, 묶다. 라는 뜻이고, 각(角)은 뿔, 두발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총각무의 총각도 머리를 땋아서 뿔처럼 묶음이라는 그 원래의 의미와 무관하지 않다. 다만 머리 대신 무청을 땋아서 뿔처럼 묶는다는 점만이 다르다. 우리나라의 김장 문화는 2013년 유네스코의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건강을 위해서 무를 약재로 사용했는데 무는 소화를 도우며 오장의 나쁜 기운을 씻어내고 감기를 예방하며 가래와 기침 해수를 낫게 하는 약효가 있다. 그래서 항간에서는 가을 무를 겨울 인삼 즉, 동삼(冬參)이라고 한다. 무가 나오면 곧 겨울이 온다. 코로나19로 어수선한 세태에 춥고 긴 겨울을 잘 견디고 보낼 수 있도록 무를 안배한 자연의 오묘한 섭리가 참으로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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