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2일 한동훈 당시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한동훈(49·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기수파괴’를 선도하며 승승장구했다. 2017년 8월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2019년 7월 검사장에 승진하자마자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에 부임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대한 적폐수사를 이끈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하지만 부임 직후 문의 후계자로도 거론됐던 조국 일가 수사에 착수하면서 당시 검찰총장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함께 ‘여권의 공적’으로 지목받기 시작했다.
조국 수사로 與 ‘공적’ 지목
‘검언유착’ 불쏘시개로 총공세
여권은 곧바로 ‘한동훈 죽이기’에 나섰고, 추미애는 부임 직후 2020년 1월 ‘대학살’ 인사에서 한 검사장을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좌천시켰다. 여권은 연이어 한 검사장에 대한 총공세에 나섰다. 당시 불쏘시개가 된 게 2020년 3월 31일 MBC ‘검언유착’ 의혹 보도였다.
이동재 등 채널A 기자 2명이 한동훈 검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신라젠’ 사건과 관련해 수감 중이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편지를 보내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의 연루 의혹을 제보하라고 협박했다는 의혹이었다.
한 검사장은 이 사건으로 적폐청산 수사의 상징에서 피의자로 전락했다. MBC 보도 일주일 만에 2020년 4월 7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이 한 검사장을 협박 혐의로 고발하며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가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2020년 6월 수사팀은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했다. 법무부는 추미애의 지시에 따라 별도 감찰에도 착수하고, 한 검사장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다시 한번 좌천 인사를 냈다.
2020년 7월에는 추미애는 윤석열 당시 총장의 수사 지휘를 중단하게 하고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현 서울고검장)이 지휘하도록 하는 등 내용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 당시 지검장은 문의 경희대 후배로 ‘검찰 황태자’로 꼽힌다.
같은 달 수사팀은 한동훈 검사장을 소환 조사했고, 정진웅 당시 수사팀장이 한 검사장의 별도 휴대전화의 유심카드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한 검사장을 ‘독직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정 당시 팀장은 1심에서 독직폭행 혐의로 징역 4개월의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 등을 선고받았다.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2020년 7월 KBS는 이 전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총장에게 힘이 실린다”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가 이튿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단정적으로 표현됐다”며 사과하는 오보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KBS 오보의 취재원이 친정부 성향의 신성식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현 수원지검장)란 의혹이 제기돼 현재까지 서울남부지검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채널A 사건(검언유착 의혹) 일지.
수심위 “불기소” 권고에 수사팀 11번 무혐의 의견…모두 반려
같은 해 7월 24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지만 수사팀은 수용하지 않았다. 수사팀은 결국 2020년 8월 이동재 전 기자(2020년 6월 해고)를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기소하는 데 그쳤고, 공소장에서 한 검사장을 공범으로 적시하지 못했다.
이후 중앙지검 지휘부의 수사팀 무혐의 의견 뭉개기가 1년 이상 계속됐다. 검찰 인사로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영전한 정진웅 부장검사에 이어 변필건 부장검사의 수사팀이 추가 수사를 벌인 뒤 2020년 12월 초부터 무혐의 의견을 올렸지만, 이성윤은 번번이 결재를 거부했다. 이후 수사팀은 전자결재를 포함해 이 당시 지검장에게 모두 9번의 무혐의 의견을 올렸지만 거부됐다. 2021년 6월 취임한 이정수까지 포함하면 모두 11번 결재 거부였다.
서울중앙지검장들이 무혐의 처분 결재를 미룬 주요 이유는 압수한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미처 진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권은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한 검사장을 비난했다. 추미애는 2020년 11월 휴대전화의 암호 해제에 협조하지 않으면 사법방해죄로 처벌하는 내용의 ‘한동훈 방지법’ 제정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야를 막론하고 “피의자의 정당한 방어권 행사를 침해한다”는 반발에 부딪혀 유야무야됐다.
그 사이 한 검사장은 2021년 6월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또 좌천됐다. 같은 해 7월 이동재 전 기자가 1심에서 강요미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아도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는 계속됐다. 당시 재판부는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 “한 검사장을 암시하며 검찰 관계자와의 녹취록을 보여주거나 녹취 파일을 들려준 것은 소위 제보자 X 지모씨의 요구와 유도의 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2021년 7월 23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尹당선에 반전, 박범계, 무혐의 막으려 지휘권 발동하려다 포기
2022년 3월 대선에서 윤석열 전 총장이 당선된 뒤 수사를 종결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선혁 부장검사가 이끄는 수사팀이 3월 말 11번째 무혐의 의견을 올리자 검찰 내에선 “더는 미룰 수 없다”라는 여론이 고조됐다.
그러자 박범계가 3월 말 사상 5번째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무혐의 처분을 막으려고 시도했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있는 사건 지휘권을 검찰총장 몫으로 원상 복구하고, 검찰총장으로 하여금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 포렌식이 성공할 때까지 무혐의 처분을 미루는 내용의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려고 한 것이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할 수 있다.
하지만 법무부와 검찰 안팎에서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라는 비판을 받았고, 결국 박범계는 사건 개입 시도를 멈췄다.
수사팀은 이달 4일 12번째로 무혐의 처분 계획 보고서를 올렸다. 이정수 지검장은 이틀 뒤인 6일 차장검사와 부장검사 등이 참여하는 회의를 열고서야 무혐의 처분을 재가했다. 법조계에선 “이 지검장이 여권의 반발을 의식해 시간을 끌다가 책임을 부하들에게 분산하기 위해 회의를 연 게 아니냐”라고 의혹을 제기한다.
한동훈 부원장은 무혐의 처분 직후 입장문을 내고 “지극히 상식적인 결정이 지극히 늦게 나온 것”이라며 “권력의 집착과 스토킹에도 불구하고 상식 있는 국민의 냉철하고 끈질긴 감시 덕분에 정의가 실현됐다”고 밝혔다.
채널A 노동조합도 “검찰이 검언유착은 없었음을 인정한 것”이라며 “‘권언유착(권력과 언론의 유착)’에 대한 적극 수사를 촉구하고 검언유착이라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던 이들의 책임 있는 행동을 원한다”라고 주장했다. 채널A와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MBC와 여권의 공작 의혹을 철저히 수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요구다.
이에 박범계는 7일 “냉엄한, 냉정한 현실의 결과물”이라면서도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기술로 못 푼다는데 그런 게 아쉽다”라고 말했다. 다만 “고발인이 항고한다고 하니까 사건이 다 끝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