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높고 맑은 하늘, 코스모스와 가을꽃 그리고 오색 단풍, 생각만 해도 가슴과 머리가 따뜻해지는, 행복과 평화가 가득한 계절이다.
이 좋은 계절에 오랫동안 이어지고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재경경북여고 단합대회가 10월 8일 '여의도 국회운동장'에서 열렸다.
매년 10월이면 어김없이 열렸던 경북여고만의 단합대회는 그동안 코로나라는 팬더믹 때문에 몇 년 동안 개최되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의 마음만 애타게 만들었다. 그런데 끝날 것 같지 않던 그 긴 터널도 끝나고, 단합대회도 2023년 10월 8일 여의도 국회운동장에서 열리게 되었다.
오늘 이렇게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가 넓은 마당에서 선후배님과 한바탕 뛸 생각을 하니 괜히 마음이 설레고 운동장으로 향하는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지하철에서 내리자 행사장 안내를 맡고 있는 49기 후배들의 모습이 보인다. 반가운 마음에 가볍게 손도 흔들어 보고 애써 아는 척도 해본다.
여의도 국회운동장으로 가는 길은 일요일이라 그런지 곱게 차려입으신 선배님들의 모습만 간간이 보이고, 아주 조용하다. 거기다 아름다운 국회의사당 경치까지 더해지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맞아! 10월 단합대회지.
옛날 열심히 뛰었던 단합대회 때의 기억이 솔솔 나고 괜히 입가에 알 수 없는 미소가 지어진다.
올해는 단합대회 장소가 예전과 다른 특별한 운동장에서 열린다. 이제껏 '뚝섬 한강공원 제2축구장'에서 열렸는데, 이번에는 국회의원이신 서정숙 회장님의 노력으로 '여의도 국회 운동장'에서 진행되게 된 것이다.
58년 개띠, 48기에는 정말 인재들이 많다.
오늘 이곳에도 특별한 친구 두 명이 있다. 바로 나랏일을 하는 국회의원 한무경, 이인선 친구다. 단합대회가 열리기 전 시간되는 친구들을 의원실로 불러 모닝커피를 마시며 돈독한 정도 나눴다.
단합대회가 열리는 운동장이다.
만국기가 펄럭이고 여기저기 솥단지 걸어놓고 맛있는 음식 준비를 하는 시골 운동회는 아니지만 서로 소리치는 함성과 함박웃음이 들리는 듯, 보이는 듯 눈과 귀를 자극한다.
와! 벌써 즐겁고 행복하다.
경북여고 재경동창회, 2023 가을 단합대회!
서정숙 회장님 포함 약 850명이 참석이고, 48기는 26명이 참석한다.
그리고 오늘 이 행사를 진행하는 재경경북여고 총동창회 임원단에는 48기 친구, 두 명이 있다. 그 두 친구는 구정화 재무와 신무선 홍보이다. 이리저리 뛰는 친구들 모습이 자랑스럽기도 하고 애가 쓰이기도 한다.
26명이 참석하는 재경 경북여고 가을 단합대회 48기!
총동창회에서 제공되는 선물과 떡이다. 따뜻하고 몰랑몰랑한 감촉이 입안 가득 침을 고이게 한다.
그리고 48기 신무선 회장과 우은영, 허정애 친구가 준비한 간식 봉지, 48기 회장단들의 섬세한 솜씨와 친구들을 위한 마음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
간식봉지 속 '서리태콩물두유'는 신무선 회장이 개인적으로 구매해서 넣은 것이라 한다.
회장님! 감사하고 고마워.
드디어 '경북여자고등학교 재경동창회' <23기 가을 단합대회>가 서정숙 회장님의 개회선언으로 시작된다.
이어서 국민의례, 회장인사, 격려사, 축사 등 '제1부 여는 마당'이 차분하게 진행된다.
제2부 화합 한마당에서는 팔순 동문 축하도 있었다.
'팔순 되는 기'를 축하하는 마당인데 그동안 단합대회가 열리지 못한 관계로 4기가 이번에 한 번에 같이 축하를 받게 되었다. 장미꽃 증정과 축하금이 전달되었는데, 선후배 간의 따뜻한 정이 운동장 한가득 채워지는 것 같아 괜히 마음 뿌듯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나도 언젠가 저 자리에 서겠지...
선배님 모습처럼 곱게 나이 들기 희망하며 열심히 진심으로 축하한다. 선배님! 건강하세요!!
37회 선배님의 팔순 축하공연(교방무)도 이어지고, 운동장은 잔치분위기로 들어간다. 구름 낀 날씨가 약간 걱정이 되지만 그 정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냥 즐겁고 즐겁다.
이어서 단합대회 하이라이트, 장기자랑이 이어진다.
제일 먼저 44회의 '이상한 패션쇼'라는 제목으로 요즘 사회상을 꼬집은 복장을 하고 운동장을 도는데, 모두 배를 잡고 웃었다. 웃음 속에 슬픔이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엄마는 포대기로 손자를 업고, 딸은 골프채를 휘두르고...
금쪽같은 후배들, 53회 노래 '동반자'도 울려 퍼진다.
이어진 '41회 라인댄스', 회장님 기다.
많은 시간과 노력으로 참석한 모든 동문님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몇 번이나 이곳 운동장에 와서 연습했다고 한다. 이 모든 게 모교 경북여고에 대한 애정이 아닐까?
점심시간이다.
참석한 모든 동문에게 제공되는 맛있는 도시락, 뒤에는 차와 커피도 준비되어 있다. 모든 게 풍족하고 여유롭다.
점심을 먹고 제3부 명랑운동회가 이어진다.
먼저 음악에 맞춰 건강체조부터 하고, 청군, 백군으로 나뉘어 '지구를 옮겨라' '눈치게임' '옆으로 옆으로' 등 여러 종류의 게임이 진행된다.
게임이 끝난 뒤 '다 함께 노래와 춤을'
44회 선배님 노래를 시작으로 운동장은 갑자기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42회 송영선 선배님의 열정적인 리드로 단상이 꺼지도록 뛰고 또 뛴다.
'3kg 뺍시다'
대선배님들도 무대에 오르고 운동장은 춤과 열기로 모두 한마음이 된다.
어디서 이렇게 마음 놓고 놀 수 있을까? 관절이 나가도 나는 몰라, 못 추는 춤이지만 열심히 흔들어 본다.
이렇게 즐거운 시간이 끝나고, 행운권 추첨 시간이 이어진 뒤, 교가와 회장님의 폐회선언으로 '경북여자고등학교 재경동창회 <2023 가을 단합대회>'가 끝이 났다.
내년에 다시 만나길 약속하며, 아쉬운 마무리를 한다.
단합대회 참석한 48기 친구들 모습이다.
후배들이 거의 없어 이 나이에 동창회만 오면 새싹들, 꽃띠란 소릴 듣는 48기다. 어디서 이런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황송하고 열심히 참석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항상 오늘만 같기를, 이 모습 오래오래 간직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친구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