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로 유명해진 소설 <삼체>의 1, 2부를 겨우 읽었습니다. 책의 부피가 상당해서 보름이나 걸려서 두권을 다 읽었습니다. 3부를 읽어야 하는데, 책의 두께가 1부보다는 2부가 더 두껍고, 2부보다는 3부가 더 두꺼워서 3부를 또 언제 다 읽나하는 생각때문에 읽는 것이 망설여지네요.
1부는 삼체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항성과 행성이 3개있는 천체를 삼체라고 합니다. 태양계는 1개의 태양과 8개의 행성이 있으므로 9체라고 말해야 하지만, 태양의 질량이 태양계 전체 질량의 99%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므로 지구의 입장에서는 다른 행성은 무시해도 되므로 태양과 지구의 2체로 생각해서 지구의 공전과 자전의 궤도와 주기, 지구의 위치등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삼체가 되면 변화가 너무 심해서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프랑스의 수학자인 프앵카레가 증명합니다. 만약에 태양이 두개라면 지구까지 합해서 3체가 되므로 삼체문제가 되어 지구의 궤도나 주기등를 예측할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태양과 가장 가까운 별이 4광년 떨어져 있는 켄타우루스자리에 있는데, 별이 하나가 아니라 3개나 있고 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도 있습니다. 그러면 삼체가 아니라 4체인데, 소설에서는 삼체문제라고 한 것은 삼체가 더 대중적이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삼체행성에는 고도로 문명을 발전시킨 삼체인들이 있지만, 태양이 3개나 있어 어떨 때는 너무 뜨겁고 건조하고, 어떨때는 해가 뜨지 않아 어둡고 추워서 생명이 살 수 없는 기후가 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생명체가 살기에 적당한 기후가 되기도 합니다. 살기 적당한 시기인 항세기에는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지만, 살기 어려운 시기인 난세기에는 삼체인들이 모두 탈수하여 껍데기로 변하여 껍데기만 창고에서 보관했다가 항세기에 오면 물에 불려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생활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항세기와 난세기가 얼마나 지속할 지, 또 언제 올 지 몰라서 너무나 괴롭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명의 발전 속도는 느리지만 문명이 발생한지 엄청 오래되서 이런 불리한 환경에서도 지구보다 훨씬 발전한 과학문명을 이룩하고 있었습니다.
이 삼체인들이 지구에서 보낸 전파를 수신하고 지구의 위치를 알아내게 됩니다. 그리고 자기네 행성보다 훨씬 살기 좋은 지구를 정복하기 위해 우주 전함을 지구로 파견합니다. 이들의 우주전함은 광속의 1/10에 해당하는 최고 속도를 낼 수 있어서 4광년 떨어진 지구까지 오는데 40년 밖에 안걸려야 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삼체행성에서 지구까지 오는데 400년이 걸리게 됩니다. 이 400년 동안 인간들도 삼체인들의 침공을 막기 위한 여러 대비책을 세우기 시작합니다.
지구인들은 수소융합발전으로 운항하고, 수소폭탄으로 무장한 우주 전함을 2000대나 건조해서 태양계에 배치해서 삼체인들의 우주 전함의 침공에 대비하게 합니다.
그러나 삼체전함에서 보낸 3.5m크기의 탐측기 10대 중에 중에 단 1대의 탐측기에 의해 백수십만명이 탑승한 2000대의 지구 우주 전함이 간신히 피한 몇대 말고는 전부 파괴되고 맙니다. 그 정도로 지구인과 삼체인들의 과학문명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지구의 멸망이 눈앞에 있을 때, 한 과학자가 삼체인들을 협박해서 그들을 물러나게 합니다.
이 과학자가 삼체인들에게 협박할 수 있었던 것은 우주사회학에 입각한 두개의 공리 때문입니다.
'첫째, 생존은 문명의 첫번째 필요 조건이다. 둘째, 문명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확장되지만 우주의 물질 총량은 불변한다.'라는 공리에 입각해서 <암흑의 숲>이라는 이론이 나오게 됩니다.
<우주문명은 이미 수십억년 전에 탄생해서 우주에 가득 차있다. 우주문명은 다른 문명을 공격하지 않는 선의의 문명과 다른 문명을 공격하는 악의의 문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만약에 두개의 선의의 문명이 접촉한다고 해도, 상대방이 선의의 문명인지 악의 문명인지 알 수 없다. 설사 내가 상대방의 문명이 선의의 문명이라는 것을 알아도, 상대가 나의 문명을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우리가 알 수 없다. 그래서 첫번째 공리에 따라 우리 문명의 생존을 위해 우리가 공격당하기 전에 상대 문명을 먼저 공격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상대 문명의 과학이 형편없다고 해도 안심하면 안된다. 과학기술은 폭발적으로 발전하게 되므로 상대의 과학 기술이 우리 문명의 과학기술을 순식간에 뛰어 넘을 수 있다. 따라서 상대 문명을 절멸시키는 것이 안전하다.>
이 과학자는 "우주는 암흑의 숲이에요. 모든 문명은 총을 든 사냥꾼이죠. 그들이 유령처럼 숲속을 누비고 있어요. 만약에 다른 생명을 발견하면 상대가 누구든간에 총을 쏴서 없애버려야 해요."라고 말합니다.
이 우주에는 지구는 물론이고 삼체인들의 문명도 뛰어넘는 문명이 있어서 이들에게 삼체행성이나 지구의 위치를 알려주면 삼체인과 지구인들의 문명은 끝장이 나게 됩니다. 이 과학자는 이 점을 이용해서 우주를 향해 삼체행성과 지구의 위치를 알려주는 전파를 발사하겠다고 협박합니다. 삼체인들은 암흑의 숲 이론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어서 어차피 망할 거 같이 망하자는 이 과학자의 협박을 순순히 수긍하고 물러나게 되면서 2부가 끝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