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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날(8월 1일) 원래 임원진의 계획으로는 수련회 첫째 날인 8월 1일(수), 오전 8시 정각에 교회에서 출발하기로 했었지만,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 기간이 마침 휴가철의 시작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실제로 휴가를 떠나는 차량들로 인해 고속도로에서 정체가 시작된다면, 영화에서처럼 순간이동을 하지 않는 한, 제 시간에 포항에 도착할 수 없다. 그러면 모든 게 다 꼬이게 된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시간의 여유를 갖기 위해 임원진은 예정보다 30분 이른 7시 30분에 교회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수정했다.
나는 주일 아침에 집에서 교회까지 약 40~50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해 10~20분의 여유를 두고 집에서 나왔다. 느긋한 마음으로 슬근슬근 주차장을 향해 걸어가는데 뒤에서 아내가 채근한다. "시간이 없는데 왜 그렇게 여유를 부려요? 시간이 없으니까 빨리 가요!" "어허? 한 시간이면 충분하지 않아?" "아이구, 이 양반이? 아, 주일 아침이야 여유가 있지만, 지금은 평일 아침 출근시간대인데 자유로가 막히면 어쩔거예요?" 나는 이 말에 정신이 버쩍 들었다. 그렇다! 막히면 끝이다. 포항이고 울산이고 없다! 그러자 갑자기 조바심이 나서 차에 오르자마자 앞뒤 잴 시간도 없이 가속페달을 밟았다. 난 한국이 아닌, 독일에서 면허증을 땄기 때문에 그날만큼은 속도제한이 없는 독일 고속도로처럼 자유로를 내달았다. '그런데 작은 차가 이렇게 속도를 내도 괜찮을까?' 이런 생각에 약간 무섭기도 했고 과속단속 카메라에 찍혀 벌금이 나오는 불행한 일도 생길 수 있지만, 시간 내에 도착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제2자유로-상암동-성산동-연대앞-서대문을 거쳐 회현역에 오니 출발시간 4분전이었다. 성공이다! 내가 이렇게 달리지 않았더라면 버스는 정각에 출발했을 테고, 우리는 차 속에서 포항에 가네 마네 죽이네 살리네 하며 한바탕 전쟁을 치를 뻔 했다.
이번 수련회에는 가끔 찬양대실에 찾아와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간식으로 빵을 제공했던 이성훈 장로님이 우리와 함께 참석했다. 이 장로님은 이돈영 대장 집사님과 교회 동기로 아주 절친한 사이였는데 우리가 순회연주를 한다고 하니 직접 대절버스를 알아봐 주었단다. 이 장로님은 예전에 버스와 관련된 일을 한 탓에 이쪽과 관련해서는 비교적 발이 넓은데 혹시 휴가 중인 기사가 있다면 버스만 빌려 이 장로님이 직접 운전하는 방법도 생각했으나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되지는 못했다.
하여간, 수련회에 참석할 대원들은 그럭저럭 다 모였는데 버스는 아직 출발을 못하고 있었다. 김광석 집사님이 우리와 함께 출발하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도착하지 않은 것이다. 내 짐작에 대원들 간에는 이 일 때문에 옥신각신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늦는 사람은 매번 늦는다. 그러니 그냥 우리끼리 출발하자! 약속대로, 법대로 하자!”, “안 된다! 교회가 그렇게 사랑이 없으면 어떻게 하느냐? 법을 따지는 사람은 율법주의자다! 은혜의 시대에 우리가 좀 더 아량을 베풀어 주자. 그게 교회가 해야하는 일이다!”, “무슨 소리냐? 이렇게 늦는 사람 봐주다보면 이게 선례가 되어 나중에는 모든 일에 '성도 타임'이 적용될 게 뻔하다. 그러면 일찍 온 사람들만 손해다. 시간에 맞춰온 우리가 왜 손해 봐야 하느냐?”, “그 말도 맞지만, 김 집사님은 테너의 에이스인데 그를 놔두고 가면 그건 고스란히 우리 손해로 돌아온다! 예루살렘 찬양대가 김 집사님 없이 찬양이 되겠느냐? 찬양을 망치면 당신이 책임 지겠느냐?”... 등
하여간 이런 대원들 간의 입씨름이 벌어졌는지 아닌지는 난 잘 모르지만, 그러는 사이, 김 집사님이 헐레벌떡 달려와 버스에 올라탔다. 왜 늦었느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이른 출발이 좀 어색하더라나? 어이구~! 어색할 것도 많네...
(우리나라 관광버스에만 있는 두루마리 휴지... 버스를 탄 외국인들이 이걸 보면 기절초풍을 한단다. ^^ 관광버스 안에 두루마리 휴지가 없는 그 날을 향해 가즈아~!) 버스는 담임목사님의 기도 후 정확하게 7시36분에 출발했다. 우리는 버스 안에서 교회 근처 <포마토 분식집>에서 만든 김밥으로 맛있게 아침 식사를 했는데 이번 수련회에 감사한 것은 소프라노의 김종민 권사님이 참석한 일이었다. 권사님은 오래전부터 이번 수련회에 꼭 참석하고 싶었으나 마침 영국에 사는 아들 내외가 휴가로 고국방문을 하는 바람에 손주들 재롱과 뒤치다꺼리, 그리고 대식구의 식사 준비로 수련회에 참석하지 못할 것 같다며 주일오후 연습 중간 중간 아무도 몰래 손수건을 꺼내 눈가를 훔치며 울먹울먹 했었는데 극적으로 주중에 상황이 급반전되어 우리와 함께 할 수 있게 된 거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김종민 권사님이 빠졌더라면 이번 수련회는 칼 없는 칼국수, 붕어 없는 붕어빵, 앙꼬 없는 찐빵, 고무줄 없는... 이 될 뻔 했다. 하여간, 출발자는 모두 22명이었으며, 장성범 집사님은 개인적인 일 때문에 나중에 고속버스로, 남명관 집사님은 김포에서 비행기로, 이성인 집사님은 울산에서 승용차로 출발하여 포항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아, 잊을 뻔 했다. 작년 수련회에 이어 이번 수련회에서도 김옥자 권사님이 함께 하셨다. 사실은 요즘 날이 너무 더워 어르신의 건강이 염려되어 함께 가실 수 있는지 묻지도 못했는데 권사님이 직접 대장 집사님을 만나 함께 가겠다고 하셨다. 더워도 괜찮으시겠냐고 물었더니, “나이가 드니까 이제는 더운 줄도 모르고 추운 줄도 몰라요. 그러니 내 건강 걱정일랑 붙들어 매요.”라고 하셨단다.
버스는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남으로 남으로 달렸다. 버스 대절을 주선해준 이성훈 장로님은 버스 교섭의 모든 일이 다 원만하게 진행되어 안심을 하고 우리와 함께 버스를 타고 가다가 수원에서 내려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이왕 이렇게 출발했으니 동기인 포항의 한동우 목사님을 만나고 돌아가라는 이돈영 집사님의 말에 마음이 흔들려 포항까지 함께 가게 되었다.
우리는 9시에 옥산휴게소에 들러 약 20여 분간 휴식을 취한 후, 옥산 휴게소를 출발해 청주에서 <당진-영덕고속도로>로 빠졌고, 이어 보은-상주를 거쳐 낙동강 대교를 건넜다. 그리고 거기서 다시 <상주-영천고속도로>로 갈아타고 포항을 향해 거침없이 달렸다.
요즘 우리나라의 전국 고속도로망은 아주 잘 되어 있어 휴가철임에도 불구하고 예전처럼 길에서 허비하는 시간이 별로 없어 아주 편하다. 우리가 탄 버스는 <성도교회-포항 직통버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막힘없이 달렸다. 버스는 다시 11시 경에 군위-영천휴게소에 잠시 들른 다음 바로 11시7분에 휴게소를 빠져나와 달리다가 화산에서 <대구-포항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목적지인 포항에 들어섰다. 포항청림제일교회에 도착한 시간은 12시15분! 휴식시간까지 포함해 채 5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우와~! 정말 대단한 주행이었다.
한동우 목사님과 사모님은 우리를 위해 향이 그윽한 냉커피를 마련해 놓으시고 환한 웃음으로 맞아주셨다. 목사님도, 교회도 2년 전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이돈영 집사님의 사회, 노형근 집사님의 기도 그리고 한동우 목사님의 설교와 축도로 도착예배를 간단히 마치고 점심식사를 위해 물회로 유명한 식당으로 향했다. 그런데 버스에서 들은 광고에 의하면, 한 목사님께서 우리를 위해 수박 3통과 금일봉을 후원하셨단다. 원래 한 목사님은 점심을 대접하실 예정이었으나 육의 양식보다 영의 양식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셔서 설교를 하셨다. 그래도 우리에게 점심 대접을 하고 싶으셨던지 금일봉까지... 사실 개회예배 장소를 제공해 주신 것과 설교를 해 주신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인데...
2, 30분간 버스를 타고 해변으로 가서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길을 잠시 걸어가니 왼편은 검푸른 동해다. ‘설마 이런 곳에 식당이 있을까? 있다고 해도 장사가 될까?’ 생각했는데 그건 기우였다. 거기에는 정갈하게 잘 꾸며놓은 식당이 있었고, 손님도 예상보다 많았다. 우리가 사전에 예약하지 않았더라면 자리 잡기 힘들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식당에 들어서니 그곳에는 이미 염집사님 부부와 우리와 함께할 울산대 졸업생들(박보람, 심유진)이 와 있었다. 주메뉴가 물회이기에 이게 도대체 어떤 맛일까 머릿속으로만 상상했는데 직접 눈으로 보니, 기대 이상이다. 보기에도 맛있을 것 같았다. 식당에 가면 내 경우는 고기보다는 생선에 젓가락이 많이 간다. 그래서 젓가락으로 물회를 비벼 먹고 국수까지 넣어 거반 다 먹어갈 즈음, 내가 먹는 걸 눈여겨보신 박지영 집사님은 자신의 물회가 너무 많다며 1/3을 내게 주었고, 그걸 본 아내도 이에 질세라, 절반에 가까운 물회를 주어 나만 포식을 했다. 그 덕(?)에 밥과 여러 반찬, 특히 내가 좋아하는 생선구이(놀래미)는 건드리지도 못했다. 그런데 막강한 적수가 멀리도 아닌 바로 내 옆에 있었다. 임채진 대원이었다. 임 군은 얼마나 식사를 잘 하는지 물회 두 그릇을 설거지하듯 깨끗이 비운 후 주위에 있던 공기밥 세 개와 앞에 놓인 반찬을 완전히 초토화 시켜버렸다. 실로 인간계를 초월한 무서운 실력이었다.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 수박 먹으러 가자!라는 말이 없었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짐작조차 안 간다...
내가 여러 물회집을 다녀본 건 아니지만, 이제껏 먹어 본 물회 가운데 이번 물회가 거의 비교불가한 독보적 맛이란 생각이 들었다. 정말 맛있었다. 점심을 먹은 우리는 입가심으로 수박을 먹기 위해 근처의 테마 공원으로 향했다. 그곳은 <연오랑 세오녀 테마공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새로 조성된 공원이었고, 큼지막한 정자도 있었다. 하지만, 정자를 향해 걸어가던 우리는 워낙 태양이 강렬한 탓에 걸어가기조차 힘들 정도로 후텁지근하고 뜨거워 다시 버스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정자가 있는 그늘로 가니 이건 완전한 상황 역전이었다. 밀양 얼음골이 따로 없었다. 그래서 아마 내가 얼음골을 마다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늘에 들어서니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인해 아주 시원했다. 그런데 시원하기는 했어도 습기를 잔뜩 품은 바람이라 끈적거리는 느낌은 여전했다. 정자에서 한동안 바다구경을 하며 작은 목소리의 합창으로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를 부른 후 수박을 먹었다. 그렇게 많이 먹은 점심이었지만, 희한하게도 수박 들어갈 배는 또 있었나 보다. 수박을 먹으며 바다를 맘껏 즐긴 우리는 정자를 출발해 큰숲교회로 향했다. 큰숲교회는 장성범 집사님의 형인 장성진 목사님이 목회하는 교회로 3년 전에 아주 깨끗하고 현대식으로 교회를 지었다. 중예배실에 도착한 우리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으로 몸을 식히며 간단한 연습을 하고, 2층 본당에 올라가서 리허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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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수련회 참석 못한 부러운1인...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