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일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직업이고보니, 계획을 세워 여행을 떠나기란 여간 힘든게 아니다.
그래서 짬짬이 시간이 주어지면 혼자든 둘이든 그때 그때 길을 떠나지만, 그것도 자주있는 일이 아니라
가 보고 싶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 언제나 끊이지 않는다
오늘도 갑자기 여행 일정을 잡는탓에 교통편이 여의치않다.
그러나 요 며칠동안 예약과 취소를 반복한 몇 번의 시행 착오를 거쳐 드디어 4월7일
어디론가 길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다들 일정이 달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흔하지 않은데, 오늘은 말벗이 되어줄 동료가 있어 다행이다.
출발 시점부터 하늘은 희뿌옇고 시야가 맑지를 않다. 오후부터 비가 온다고해서 걱정은 좀 되지만 우산을 준비했으니 별 무리는 없겠지.
오전8시가 좀 지났을 무렵 잠실을 출발한 버스는 중부 고속도로로 진입해 음성을 지나고 대전을 지나고
인삼의 고장 금산으로 들어선다. 과연 그 명성 만큼이나 보이는 곳곳이 인삼밭이다.
주변 산들엔 개나리 진달래가 만발 하였고 벚꽃도 활짝 피어 너무도 아름다운 산천의 풍경이다.
진회색 구름이 예까지 쫓아와 낮게 드리우긴 했어도 마음은 어린아이 소풍가듯 마냥 즐겁다.
금산을 다 지나고 무주로 접어들었다. 이곳에도 인삼밭이 많이 보인다.
농부들의 주 소득원일 저 귀중한 인삼밭이 도적들에게 넘어가는 일이
없어야 할텐데..하는 나의 마음이 기우 이기를 바래본다.
무주 진안 장수, 그야말로 무진장의 마을로 입성을 한다.
몇년 전 이곳을 스쳐 지났을때는 마을이 낙후됐단 느낌을 받았었으나
지금은 가옥들 모습이 화사해졌고 그동안 많이 발전된 듯해 반가운 마음이다.
장수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한 버스는 얼마안가 구례로 접어든다.
드디어 섬진강 줄기와 만남이 시작될 즈음이다.
과연 구례는, 길 양 옆으로 보이는 곳 모두가 산수유 나무이다.
꽃이 거의 질 시기 이지만 아직도 특유의 노란꽃잎을 소중히
간직 한 채,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아니 어떻게 가도가도 산수유꽃이 저렇듯 지천일수가...
이렇게 많은 산수유를 직접 보기는 처음인지라 스치는 창가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자꾸 말을붙이는 동료가 귀찮을 정도로 차창 밖 풍경의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빠르게 달리는 차창으로 보이는 모습이 저러할진대, 가까이서 보면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산수유가 지천인 구례를 지나면서 드디어 섬진강이 모습을 드러낸다.
김용택 시인을 통해 더욱 잘 알려지고 친근해진 섬진강..
아~!!
피곤해서 못 오겠다고 주저 앉았으면 내 어찌 이런 절경들을 볼 수 있었으랴.
길 양 옆으로 흐드러진 벚꽃과 어우러진 섬진강..
저 벚꽃이야 어디든 있는 요즘은 흔한 꽃이지만, 섬진강이 있어 더욱 조화로운 모습이지 않은가.
섬진강을 따라 이어진 도로 주변에는, 산 협곡도 있고, 넓은 평원 지역도 있다.
이곳 주변의 보이는산은 거의다 지리산 자락이런가?
이곳에 처음 온 나로서는 지리적 감각이 전혀없다.
섬진강변의 아름다운 절경에 취해 있자니 어느새 화개장터에 도착했다.
제일먼저 눈에띄는 것은 경상도와 전라도를 이어주는 빨갛고 파란 아치형의 저 다리이다.
예전에는 이곳이 행인을 가득실은 나룻배로 성시를 이루었던 곳이었겠거니...
이곳까지 오는 내내 찌프렸던 하늘이, 먼 길을 달려 온 우리를 환영하듯 활짝 개었다.
하늘은 청명하고 경치는 아름답고, 나는 마냥 신이나서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댔다.
늘 와 보고 싶었던 그 동경의 대상이었던 화개장터.
김동리선생의 소설 "역마"의 주 무대가되는 화개장터엔 청동 역마상이 세워져 있다.
성기와 계연과의 만남과, 옥화와 계연과 체장수와의 인연을 표상하는 문구도 눈에띈다.
단편 소설 한편이 오늘날 이렇듯 경향 각지의 사람들을 불러 모을 줄 김동리 선생은
과연 짐작이나 하셨을까~
옛날 작가분들은 장터에서의 스쳐 지나는 하룻밤의 인연을, 소설의 소재로 즐겨 쓰신것 같다.
그러나 오늘날 화개장터가 대중에게 이토록 유명세를 타는 데는, 조영남씨가 불러 선풍적 인기를 얻었던 이 노래가 단연 일등공신일 것이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과연 그 일등 공신인 노래비가 시장 가운데에 우뚝 세워져 있다.
요즘은 장터라해도 현대식으로 바뀐 건물이 대부분인데, 이곳에는 향수를 불러 일으키게 하는 초가 지붕의 상점들이 여럿 눈에 띈다. 현대적 건물보다 저런 초가지붕을보니 더욱 정감이간다.
상인 한 분께 오늘이 장날이냐 여쭤보니 요즘은 매일 매일이 장날이라 하신다. 하긴 요즘은 관광객이 사철 끊이지 않을터이니 이제 오일장이 아닌 상설 시장이 되어버린 셈이다. 장터엔 어딜가나 연세드신 어르신들이 많다. 그분들이야 일생을 장터의 추억을 안고 살아 오신분들이 아니신가. 요즘 젊은이들에겐 훗날 대형 마트에 대한 추억이 있으려나^^
옹기집에는 각종 예술 작품들이 즐비하다.
장터에 빠질 수 없는 먹거리 집들. 소설에 등장하는 옥화의 주막들은 간 곳 없고, 현대적 감각의 식당들이 들어찼다.
쌍계사 오르는 길 양편에는 온통 녹차 밭이다.
계곡에 드리워진 벚나무 아래에는 일단의 사람들이 때이른 물 가 놀이를 즐기고 있다.
섬진강 줄기 화개천변의 마을들. 스쳐 지나는 우리의 눈에는 그림같이 아름답다.
통일신라 시대에 중국에서 씨앗을 들여와 이곳에다 심었다는 차 시배지의 팻말이 보인다.
벚꽃과 드넓은 차밭과 어우러진 지리산 자락의 모습은 그림같이 아름다우나
지금도 얼핏보아 땅이 그리 비옥해 보이지 않는데,
그 옛날 처음으로 밭을 일구어 차 씨앗을 뿌릴때는 얼마나 더 척박 하였을까.
선조들의 노고가 가슴으로 진하게 느껴진다.
계곡 저 아래서부터 주차장을 방불케하는 도로를 40여분 걸어서
드디어 쌍계사에 이르렀다. 서울을 출발한 지 근 여덟시간만에 도착한 쌍계사.
아이구 쌍계사 가는길이 멀고도 고단하고나. 내 앞으로는 아무리 차편이 없어도
다시는 패키지로 성수기에 여행을 떠나지 않으리. 적어도 패키지가 아닌 일반 여행을 선택 하리라.
낯선동님들과 함께 시간적 여유를 갖고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여행이 금상첨화이나
때때로 시간이 맞지 않으니 그럴 수도 없고,
차선책으로 떠나는 여행인지라 별 도리가 없었다.
그래도 월요일이라 이 정도이지 일요일에 왔다면 들어도 못 갔을거라하니
그나마 위안을 삼아야겠다.
경내에는 우리보다 앞서 온 수많은 행락객들로 이미 만원이다. 함께 간 동료는
어딘가에다 연방 절을하느라 자꾸 뒤 처진다.
초여름의 더위를 느끼며 올라왔더니, 경내에 심어진 대나무 숲의
솔바람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씻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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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마치 여울님과 동행하는듯한 실감나는 여행기로군요.... 낭산님과 쌍벽을 이루는 명문입니다`^^....여울님이 봄에 온통 물들어오신 것 같네요...
연어님~ 오랫만이시네요. 에고 명문이라니요. 과찬이십니다~~^^ 블로그에서 옮겨왔더니 글만 덩그러니 있고 사진은 따라와주지 않은것을 바빠서 그냥 두고 나갔다가 이제 돌아와 다시 사진을 올렸네요~^^
여울님 뒷꽁무니 졸졸 따라가면서 이 봄에 놓쳤던 화개 벚꽃길을 후련하게 눈요기했습니다. 역마살의 여인이 여울 물소리로 흘러가네..........
함께 간 동료와 여행에서 돌아 오는길에 곧 바로 다음 여행지를 물색 했습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