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 졸업 하자마자 이민을 간 친구를
30여년 만에 전화 통화를 하게 되었다.
졸업 후 친구들 얘기하는 끝에 "아무개와 아무개는 잘 살고 있지.." 하니,
친구가 톤을 낮추어 낮은 목소리로.. "잘산다는 게 뭔데?" 하고 묻는다.
잘사는 거란.. 사회적으로 성공하거나 돈 잘버는 것이지" 하니
천천히 "부자가 잘사는건가?" 하고 반문한다.
그때까지 나는 [부자 = 잘사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친구는 부자라 해서 잘사는 게 아니라고 지적하는 것이었고,
나는 금방 그 말을 이해했다. 해서
"자네 말이 맞아 잘사는 게 곧 부자는 아니지."
이런 저런 말을 하다 만날 약속을 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친구의 질문인..
잘사는 법은 그 이후 화두처럼 떠나지 않았다.
'무엇이 잘사는 거지?..'
내 주위를 보면 여전히 [잘사는 것 = 부자] 라는 공식을 부처님이나 하나님보다 더 위에 모시면 사는 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에게 "부자가 잘사는 것은 아니다" 라고 강변하면 고개를 끄떡이지만.. 생활에서는 여전히 부자만을 꿈꾸며 살아간다.
우리는 [잘사는 것 = 부자] 라는 세뇌를 받으며 자랐다.
세살 버릇 여든 간다고 그렇게 부자병에 걸린 우리는
부자삶을 그리고..
부자를 비교하며..
부자가 되는 것에..
평생 목을 건다.
그런 동안 진정한 행복인 잘사는 길은.. 바람이 그물을 빠져 나가듯 다 빠져나고..
그러다 보니 부자 나라인 미국이 천국처럼 여겨졌고, 부자들을 보면 천국에 사는 것처럼 부러워했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가난한 집 울 안에서 들려오는 웃음은 소설에나 나오는 스토리로 알면서..
언재부터 우리는 부자가 잘사는 것이라고 믿고 살아가게 되었을까?..
멀리 안가고 가까이에서 보면.. 어느 대통령이 만들었다는
"잘살아 보세" 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1. 잘 살아 보세 잘 살아 보세 우리도 한번 잘 살아 보세
금수나강산 어여쁜 나라 한마음으로 가꿔가며
알뜰한 살림 재미도 절로 부귀영화 우리 것이다
잘 살아 보세 잘 살아 보세 우리도 한번 잘 살아 보세
잘살아보세
2. 일을 해 보세 일을 해 보세 우리도 한번 일을 해 보세
태양너머에 잘 사는 나라 하루아침에 이루어졌나
티끌도 모아 태산이라면 우리의 피땀 아낄까보냐
일을 해 보세 일을 해 보세 우리도 한번 일을 해 보세
일을 해 보세
3. 뛰어가 보세 뛰어가 보세 우리도 한번 뛰어가 보세
굳게 닫혔던 나라의 창문 세계를 향해 활짝 열어
좋은 일일랑 모조리 배워 뒤질까보냐 뛰어가 보세
뛰어가 보세 뛰어가 보세 우리도 한번 뛰어가 보세
뛰어가 보세
가사를 보면 한마디로 돈을 많이 벌자는 것이요 그것이 잘사는 길이라고 암시하고 있다.
곧 경제적 부흥이 잘사는 것.
처음에는 덜 그랬겠으나 갈수록 돈이 전부인 세상이 되다 보니..
돈나고 사람이 생겼다는 식으로
사람이 만물의 척도가 아닌 돈이 만물의 척도가 되었다.
돈이 전부인 세상은 정상적인 게 아닌데.. 어이해 이렇게 되도록 방치하고 있단 말인가?..
정치하는 자를 비롯한 권력을 잡고 있는 자들은
국민들이 돈만 쳐다보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스트레스 해소 겸 스포츠, 연예 오락, 섹스에 쏠려 있으면..
자기들이 하고픈 대로 방해받지 않고 할 수 있다는 것을 자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병이든 너무 진행이 깊으면..
치료가 불가능해진다.
혹 병이 너무 진행된 것은 아닌지 하는 불안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올바른 지도자를 뽑아 잘못된 돈병 money sick을 고쳐 나가야만 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 서민들은 자기 자리에서 더 이상 돈에 휘둘리는 세상이 되지 않도록 단도리하면서
작은 병이라도 보이면 고쳐 나아가는데 앞장을 서고
돈병을 그치는 습관을 튼튼히 길러가야만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