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고래(killer whale) 이야기 함께 나눠요^^
약 2주 전에 호주 남동부 에덴(Eden) 지역에 위치한 조그만 박물관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 박물관에는 박물관을 거의 꽉 채우다시피한 커다란 범고래 뼈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 범고래에 얽힌 이야기가 조금 특이하고 재미있네요
이름은 Old Tom, 길이6-7m, 무게7톤가량 되었던 고래의 뼈로, 그 당시 고래잡이였던 데이비슨과 30여 년간 고래잡이 동업을 한 범고래 뼈라고 합니다
이 범고래는 사람과 어떻게 동업을 했을까요?
그때 당시(약 1900-1930) 고래잡이들은 5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배를 가지고 다니며 3.4미터 정도 되는 작살로 고래를 사냥했을 때라, 수염고래 등 20~30톤씩 하는 큰 고래를 잡으면 끌고 올 수도 없었을 때였죠
범고래 무리 리더였던 Old Tom은, 남극에서부터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고래를 발견하면 Twofold Bay라는 곳으로 몰고 오고, 다른 고래는 데이비슨이라는 어부가 사는 집 근처에 가서 꼬리를 철썩거리며 신호를 주어 고래가 왔다는 걸 알려주었다고 합니다
범고래 무리는 사람들이 고래를 잡으러 올 때까지 사냥해야 할 고래를 에워싸고 위협해서 고래를 협만으로 몰고, 정신이 없어진 고래를 고래잡이들이 작살로 잡게 했는데, 고래가 잡히면 범고래 무리는 신이 나서 고래를 잡아놓은 줄을 뛰어 넘고 주위를 맴돌았으며, 뱃사람들이 혹시 물에 빠져도 상어나 다른 고래로부터 보호 해 주는 등 사람들을 도와주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범고래가 사람들을 도와주고 나면 사람들은 동업했던 범고래에게 보상을 해 주었다고 하는데요.
잡힌 고래를 배에 묶어 두고 철수하면, 동업했던 범고래는 약속처럼 다른 부위는 하나도 건들지 않고 오직 고래의 입술과 혓바닥만 먹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입술과 혓바닥만 먹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입술과 혓바닥만도 4톤 이상 된다고 하니 범고래에게는 충분한 보상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그렇게 배를 채운 범고래는 또 다른 고래사냥을 위해 떠나고,
입술과 혓바닥만 먹고 남은 고래가 부패하면서 가스가 차면 바다 위로 떠올랐는데 사람들은 그때 항구로 끌고 와 해체작업을 시작하고 내장과 같은 부위로 마가린, 윤활유, 비누, 가죽 제품 등 각종 생필품을 얻었답니다
고래를 한 마리만 잡아도 일 년 수입이 되었던 그 시대에, 이 범고래 무리 덕에 일 년에 20t에서30t 되는 수염고래와 같은 고래를 20마리 이상이나 잡을 수 있었다고 하니 대단한 동업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Old Tom이라는 고래는 그 당시 어부들과 동업하다가 1930년 9월 죽어서 해변으로 떠밀려 왔는데, 고래잡이들이 이 고래를 수습해서 뼈를 발라내고 그 다음 해에 박물관을 세워 전시 하면서 Eden Killer Whale Museum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Old Tom이 죽은 다음에는 Eden 지역 고래잡이 사업도 문을 닫았지만 30년 이상 이어진 범고래Old Tom과 고기잡이인 데이비슨과의 동업 얘기는 지금까지 law of the tongue 라는 이름으로 이 동네의 상징이 되었다는군요
조그만 박물관 입장료가 12불이나 돼서, 뭐 볼게 있다고 12불이나 받나 투덜거리며 들어갔는데 독특한 범고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니 입장료가 전혀 아깝지 않았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