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첫 경험은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아직까지도 생생한 첫 경험이 있으니……
나의 첫 경험은 너무나 쓰디썼다.
지금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커피지만 내가 중학생 때인 시절
만해도 커피는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사는 일반인들이 구경하기는커
녕 이름조차 처음 들어봤을 정도로 맛보기가 쉽지 않았다.
친구 형님이 월남전에 파병되었다가 귀국하면서 가지고 온 미제커피를
처음 만났었는데……
중학교 1학년 때인 1967년 여름방학. 모교 정문에서 친구와 둘이 앉아
은박지로 포장된 봉지(지금의 3분 카레와 같은 은박 포장)를 뜯어보니
진한 밤색 가루가 들어 있어 손가락으로 살짝 맛을 보았다.
처음 맛보는 커피, 이런 것을 왜 먹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맛이
떫은 듯 쓰면서 텁텁하였다.
그래도 처음 맛보는 커피라니까 어떻게 먹는지 모르지만 친구가 시키는
대로 양재기에 찬물을 반쯤 붓고 거기에 커피봉지를 쏟아 새끼손가락으
로 저었다.
커피는 조금 녹는 듯하더니 양재기 바닥에 착 달라붙어 버리는 것이었다.
뜨거운 물에 커피가 잘 녹는다는 것을 그 때는 당연히 몰랐으니까……
그래도 연한 밤색으로 변한 커피-찬물-를 쭈욱 마셨다.
그대로 뱉었다.
정말 맛이 없었다.
그리고는 나머지 커피를 봉지채로 버렸다.
세월이 흘러 1970년대 초, 서창에는 다방이 들어섰으며 그 때는 다방에서
칼피스·하이볼·도라지위스키 등도 맛볼 수 있었으며, 오전 11시 전까지
는 참기름을 동동 띄운 계란 노른자를 공짜로 얻어먹을 수 있었으니……
지금도 잊지 못하는 추억이 되었다.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나는 무르팍이 툭 튀어나온 교복을 입고 초량에 살고 계시는 담임선생
님을 찾아뵈었다. 선생님 댁은 단아한 기와집에 그 때에 전화도 있었고
고향에서는 보지도 못한 신기한 것들이 많았다.
선생님께서는 나를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가시더니 잠시 후에 찻잔 속
에 끝에 실이 달린 봉지를 담은 누런 물을 한 잔 가지고 오시더니 이것
을 한 번 마셔보라고 하시면서 또 다시 방을 나가셨다.
나는 뜨거운 김이 무럭무럭 나는 찻잔을 들어 후후 불면서 한 모금을
마셨다.
무지무지하게 떫었다.
그리고 처음 보는 찻잔을 내려놓고 이것이 무엇인지 자세히 보았다.
찻잔 속에 있는 그 봉지속의 내용물까지 다 먹으라고 하시는 줄 알고
봉지를 살짝 들어내 나는 그 봉지를 뜯기 시작했다.
억수로 뜨거웠다.
숟가락으로 한 쪽 끝을 살짝 눌러가면서 손가락으로 뜯어보았지만 봉지
는 쉽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끙끙거리며 겨우 뜯어 내용물을 찻잔 속에 다 쏟아 붓고 티스푼으로
휘휘저어 건더기까지 억지로 전부 마셨다.
너무 떫었지만 뱉을 수도 없었다.
이마에는 진땀이 나고 속이 이상한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그 후 선생님께서 들어오시더니 나의 빈 찻잔을 보시면서 빙그레 웃
으시는 것이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지만 그래도 부끄러웠다.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
"아니, 그래 그것을 다 먹었냐?"
그것은 티백에 든 홍차였다.
누가 이런 경험 해 보셨나요?
혹시 엉큼한 생각?????
첫댓글 공부잘하는 학생은 본래모습이 다그렇다 하더라.
초랑에 있는 황성일 선생님댁이 지금도 생생하게 생각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