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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제철 맞은 수산물 2006/04/05 21: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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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철’이 사라진지 오래다. 양식, 원양어업, 기후변화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장 맛있는 철이 있기는 하다. 생선, 조개 등 수산물은 여름이 산란기인 경우가 많다. 알을 낳기 위해 몸에 영양을 축적하는 봄은 그래서 수산물이 맛있다. 봄이 제철인 생선으로는 조기, 도미, 도다리 등이 있다. 주꾸미, 꽃게도 알이 들어찼다. 재첩, 모시조개, 키조개 등 조개류는 대부분 봄에 맛있다. 봄이 가기 전, 얼른 입에 넣자.
재첩: 해장국계의 절대 강자. 간 기능 증진효과가 있고 해독작용을 촉진하는 타우린이 듬뿍 들었다. 담백하면서도 진한 감칠맛도 그만이다. 한강 이남 강 하류에 흔했지만, 수질이 오염되면서 요즘은 섬진강에서나 잡는다.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곳에 살므로, 맹물에 가까운 소금물에 해감한다. 흙과 이물질을 토해낸 재첩에 물을 붓지 않고 20~30분 끓이면 진하고 뽀얀 국물이 우러난다. 여기 물을 부어 끓인 뒤 알맹이를 분리해 소금간을 한다. 부추를 곁들여 부족한 비타민A를 보충할 지혜, 조상들은 어찌 터득했을꼬. 3월부터 6월까지.
주꾸미: 겨울에서 봄, 먹거리 떨어져 배고픈 시기 서해안 어촌사람들이나 먹던 천덕꾸러기. 1980년대 후반 바다 오염으로 낙지값이 펄쩍 뛰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꾸미로 사람들이 젓가락을 돌렸다. 그리고 주꾸미를 재발견했다. 지방이 1%도 안되고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부드러운 육질에는 배어있는 가벼운 단맛이 요즘 사람들 입맞에 맞는다. 살짝 데쳐야 제맛. 지금부터 6월까지가 제철. 충남 서천에서는 ‘동백꽃 주꾸미축제’가 오는 25일부터 4월 9일까지 열린다. (041)950-4114 www.seocheon.go.kr/tour
준치: ‘썩어도 준치’란 속담이 있다. 그만큼 맛나다는 소리다. 옛날 서울사람들은 여름 보양식으로 개고기나 닭고기 대신 준치로 맑은 탕국을 끓여먹었다. 요즘은 큰 수산시장에나 가야 겨우 찾을 수 있을만큼 귀해졌다. 5~6월이 가장 맛있다. 가시가 하도 많아 먹을 때 성가시기는 하다.
멸치: 작은 고추는 맵고, 작은 생선은 영양이 높다. 뼈째 먹기 때문에 칼슘 섭취에 좋다. 핵산은 수산물 중에서 정어리와 함께 가장 많다. 어른 손가락 크기 멸치는 2월~6월 잡힌다. 신선한 멸치를 회로 먹으면 비릿하면서도 달큼하다. 물 밖으로 나오면 바로 죽어버린다 하여 멸(滅)치가 되었다고. 그래서 멸치회는 부산 기장, 경남 통영 등 항구가 아니면 맛보기 어렵다. 자잘한 가을멸치는 9~10월 잡힌다. 마른 멸치는 한국의 가장 기본적인 국물 재료이기도 하다. 냄비에 살짝 복은 뒤 찬물을 붇고 끓이면 특유의 비린내가 덜하다. 경남에서는 멸치액젖을 뜨고 남은 건더기에 소금물을 부어 끓인 후 곱게 거른 ‘멸장’을 간장 대신 먹기도 한다. 부산 기장군 대변항에서 ‘기장 멸치축제’가 4월 21일~23일 열린다. (051)721-4063
도미: 살결은 곱고 육질은 쫄깃하다. 씹으면 단맛이 배 나온다. 특유의 향도 매혹적이다. 생선 맛에 까탈스런 일본사람들이 ‘생선의 왕’으로 인정했다. 영양 축적도가 절정에 이르는 3~4월이 가장 맛도 최고치를 기록한다. 먹돔, 황돔, 붉돔, 흑돔, 자리돔, 감성돔, 옥돔 등 종류가 다양하다. 분홍빛을 띈 참도미를 최고로 친다. 완도, 해남, 제주, 추자도, 영광군 위도, 여천군 거문도, 무안군 매가도 등이 주요 산지다. 제주 별미인 자리돔은 알이 배는 시기인 5~6월이 철이다.
소라: 소프트 아이스크림처럼 도르륵 말린 모양이 예쁘다. 타우린, 글루탐산, 호박산에 글리코겐이 많아 감칠맛이 진하다. 육질이 단단하고 꼬들꼬들하다. 삶아도, 간장 조림으로도, 회로도, 죽으로도 먹지만 껍질째 굽는 구이요리가 가장 맛있다고 한다. 껍질은 암청색, 속은 희고 광택이 난다. 파도가 많이 치는 곳에 사는 소라는 껍질에 뿔이 있고, 파도 약한 곳에서 나는 것은 없다. 껍질이 얇고 묵직하면서 힘이 있어야 신선하단 증거. 살이 희고 큼직한 참소라가 맛있고 값도 비싸다. 겨울부터 초여름까지.
대합: 민물이 들어오는 갯벌에서 산다. 환경오염에 민감해 숫자가 줄어드는 추세다. 둥그스름한 삼각형. 다른 조개처럼 타우린, 호박산이 많아 감칠나다. 껍질이 아물려 있고 가끔 쉭쉭 숨쉬는 소리가 나면 싱싱하단 증거. 탕, 구이, 찜으로 먹는다. 가을부터 봄까지 잡히나, 3~5월이 특히 맛있다. 3년생이 가장 맛있다고 알려졌다.
개조개: 껍질 지름이 10㎝쯤 되는 큰 조개. 경남 제사상에 꼭 올라가는 수산물이다. 살이 많아 구이, 볶음, 미역국, 해물탕, 된장찌개로 좋다. 소금물에 3~4시간 두어 해감시킨 뒤 칼로 입을 벌려 살을 도려낸다.
모시조개: 조개 중에서도 칼로리가 유난히 적다. 비타민B, 칼슘, 철분 함량이 높다. 단맛을 내는 호박산 성분이 다른 조개보다 10배나 높아 국물 재료 중 으뜸으로 친다. 바닷물과 같은 농도의 소금물에 해감시킨다. 껍질과 발 사이에 감칠맛 성분이 많으므로, 껍질째 조리한다. 된장을 풀고 냉이 등 봄나물을 넣어 끓인 국은 한국 봄맛의 전형이다.
피조개: 부채 모양 껍질을 벌리면 붉은 핏물이 흘러나온다. 조갯살도 붉은색이다. 살이 붉은 것은 빈혈에 좋은 헤모글로빈이 풍부하기 때문. 타우린, 칼슘, 셀레늄도 많다. 헤모글로빈 때문에 비린내가 살짝 나지만 꼬들꼬들한 씹는맛이 기막히다. 회, 미역국, 초밥으로 먹는다. 3~5월이 가장 맛있다.
키조개: 곡식을 까부는 키처럼 생겼다 하여 붙은이름. 길이 14~15㎝, 폭 10㎝로 조개치고 큰 편이다. 우유빛 은은한 빛깔과 쫄깃한 감칠맛이 난다. 전남 광양만, 가득만, 장흥, 경남 남해 연안에서 난다. 5~6년생 정도라야 먹을 수 있다. 2~3월 사이 잡힌 키조개를 가장 쳐준다.
맛조개: 길죽한 원통형 조개. 살이 엷고 불그스름하다. 장염 비브리오 오염을 조심한다. 3~4월 내장이 붉게 된 것은 주의한다.
전갱이: 일본 이름 ‘아지’로도 알려진 전갱이는 4월부터 7월까지가 제맛. 등은 청록색이고 배는 은백색으로, 옆면 붉은색 비늘이 특징이다. 고등어, 정어리, 꽁치보다 비린내가 덜하지만 살이 쉬 부서진다. 조직을 결합하는 콜라겐이 적어서다. 그래서 소금간을 해 말린 염건 전갱이가 더 맛있다. 물이 빠져 살이 탄탄해지고, 유리아미노산·핵산 등이 증가해 감칠맛이 농후해진다. 큰 전갱이는 가을이 제철.
조기: 한국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 다른 나라에서는 이상하게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5~6월경, 흑산도 앞바다에서 잡히는 알배기를 가장 쳐준다. 국산 참조기는 머리에 다이아몬드형 유상돌기가 있고 눈 주위는 노랗고 입은 붉은 빛을 띄는데, 만나기도 어렵지만 만나도 비싸서 살 엄두가 안 난다. 조기를 말린 굴비는 곡우사리 때 칠산어장에서 잡은 참조기를 전남 영광에서 말린 굴비를 최상품으로 친다. 기운을 북돋운다 하여 조기(助氣)라 한다지만, 다른 생선보다 특별히 영양가가 높진 않다.
꽃게 암컷: 산란기 직전인 4월 중순부터 6월까지 몸통에는 노란 알과 빠알간 내장이 가득하다. 탕을 끓이면 그 국물 단맛이란. 간장게장은 밥도둑이다. 손으로 들어보아 묵직한 놈을 고른다. 아가미는 유해물질이나 유해균, 부패균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꼭 제거하고 먹는다. 비닐처럼 버석거려 맛도 없다. 수게는 가을이 제철. 배 껍질이 둥글면 암게, 뾰족하면 수게.
광어·도다리: 넙치과에 속한 ‘사촌’ 사이인 광어와 도다리를 간단하게 구분하는 법? ‘좌광우도’만 외운다. 광어는 왼쪽, 도다리는 오른쪽으로 눈이 쏠렸다는 의미다. 눈이 한 방향으로 몰린 채 태어나는 건 아니다. 깊은 바다에서 알을 낳기 위해 얖은 연안해로 이동하면서 ‘서글프게도’ 두 눈이 한 쪽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몸도 납작해진다. 맛이 담백한 건 운동을 별로 하지 않는 ‘게으른’ 생선들이서고, 살이 꼬들꼬들 쫄깃한 건 콜라겐과 엘라스틴이 많아서다. 통영에서는 봄 도다리에 어린 쑥을 넣은 ‘도다리 쑥국’이 봄 별미. 향긋한 쑥향과 달고 부드러운 도다리살의 절묘한 조화. 3월부터 6월까지. ‘자연산 광어축제’가 충남 서천 마량포구에서 5월 중순 열린다. (041)950-4114 www.seocheon.go.kr/tour
병어: 영어 이름은 ‘버터피시’(butterfish). 흰살 생선이면서도 지방과 수분이 많아 버터처럼 부드럽고 기름지기 때문이다. 오사카, 교토 등이 있는 일본 간사이(關西)지방에서는 가장 맛있는 생선으로 친다. 단백질은 적은 편이다. 여름 직전까지 먹는다.
'누구나 알아두면 좋을 우리 생선 이야기'(도서출판 효일) 참고. |
첫댓글 밖에 천둥이 치며 비가 오는 바람에 아침 산책도 못나갔는 데.... 소주가 땡긴다.. 이런 글은 제목 옆에 " 오후 5시 이후에 읽을 것"이라는 적어놓는 센스가 필요할 듯 싶다... 저녁까지 어떻게 참노????
호쭈 시드니의 차이나타운 후드코트에서 먹는 중국식 철판데리야끼요리의 쭈꾸미가 정말 기가 막히게 맛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식으로 철판요리하는 곳이 없는가 찾아 보는데 값만 비싸다. 호주에서는 이 요리를 7000원정도에 포식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