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매일 2024년 3월 4일 월요일자
유진의 詩가 있는 풍경
얼굴 반찬
공광규
옛날 밥상머리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있었고
어머니 아버지 얼굴과
형과 동생과 누나의 얼굴이 맛있게 놓여 있었습니다
가끔 이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
먼 친척들이 와서
밥상머리에 간식처럼 앉아 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외지에 나가 사는
고모와 삼촌이 외식처럼 앉아 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얼굴들이 풀잎 반찬과 잘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지금 새벽 밥상머리에는
고기반찬이 가득한 늦은 저녁 밥상머리에는
아들도 딸도 아내도 없습니다
모두 밥을 사료처럼 퍼넣고
직장으로 학교로 동창회로 나간 것입니다
밥상머리에 얼굴 반찬이 없으니
인생에 재미라는 영양가가 없습니다
♦ ㅡㅡㅡㅡㅡ 고기반찬 그득한 밥상일지라도 혼자라는 쓸쓸함을 메울 수는 없다. 가족들이 둘레둘레 모여앉아 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고, 서로 부딪혀가며 지내야, 사람 사는 맛이 난다는 시절이 언제였던가. 일인가정에 혼자 먹는 밥은 물론, 가족이 있어도 제각각의 바깥생활에 바빠 혼자 먹어야 하는 밥은 배불러도 허기가 가시지 않는다, 좁고 불편하더라도, 풀떼기반찬을 먹더라도 함께 웃고, 울고, 오순도순 들썩거리며 살던 집과 가족들이 그리워진다.
ㅡ 유진 시인 (첼리스트. 선린대학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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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詩가 있는 풍경 / 얼굴 반찬 - 공광규 - 서울매일
옛날 밥상머리에는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있었고어머니 아버지 얼굴과형과 동생과 누나의 얼굴이 맛있게 놓여 있었습니다가끔 이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먼 친척들이 와서밥상머리에 간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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