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런지 난 몰라- 흑과 백의 虛와 實/ 이광녕
어릴 때 노래 시간
하늘 같은 그 선생님
흑 칠판에 백 분필로
하얗게 칠해 놓고
"요 까만 사분음표"란 말
왜 그런지 난 몰라.
**********
의암호 안개 1/김수원
안개 낀 의암호에
어머니를 풀어놓네
바람도 멈추었고
풍경도 지워졌네
스치듯
빛바랜 기억만
스멀스멀 다가오네
한 치 앞도 안 보였던
세상사 꿈이라고
바닥없는 세파에서
막막하게 흔들렸던
슬픔은
짧게 하라고
내 어깨를 감싸안네.
****
공(空)/ 배종도
1.
늦가을 기러기 떼
장공(長空)을 날아간다.
선정에 든 호수에다
그 그림을 그린 석양
고요한
수심 속에는
노을 짙어 가는데.
2.
기러기는 제 자취를
남겨둘 마음 없고
호수는 그 그림자
붙잡을 뜻이 없어
구름이
수면을 닦자
노을마저 사라진다.
*********
계주/ 신계전
모자를 벗고 뛰네 신발마저 벗고 뛰네
아무리 뛰어 봐도 따라잡기 어림없네
마음을 벗어던지니 그제서야 족하네
***********
무등산 홍매화/ 이정자
무등산 모롱이를 휘감은 홍매화가
눈 속을 뚫고 나온 볼 붉힌 눈망울들
깊은 골 정기를 품어 막 피워낸 봉오린가
새하얀 화선지에 선홍빛 붓을 굴려
산수화 그려내어 설경을 덧 꾸미니
겨울 속 봄의 전령사 무등산의 보배다
설원(雪原)의 산골짜기
너 홀로 붉은 뜻은
나목의 설움 딛고
뛰쳐나온 결기였나
눈 속에
짙푸른 얼이
산마을에 흐벅지다
*********
떠도는 새/ 이희란
발신기 신호음이 산마을 뒤흔들 때
꽹과리 두드리듯 직박구리 우짖네
아껴둔 산수유 열매 기계톱에 흩어진 날
칸 칸집 텃새들도 집을 잃고 절망하여
적갈색 홍채 가득 분노를 내 뿜는가
토막 난 벼랑 끝 새 울음
귀 닳도록 붉어지네
**********
옛집/ 지연경
아득히 멀리 온 길
그루터기 걸터앉아
나비 쫓고 구름 따라
노래하고 꿈도 꾸던
햇무리
불빛 따라서
내 안의 집 찾아가네
***********
카페 게시글
함께 가는 길
시조인천 4호/인천시조문학회/ 2024
바보공주
추천 0
조회 14
25.03.05 14:54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