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는 핑계로 후기도 오랫만에 쓰나 봅니다.
참으로 바쁜 몇 주였습니다.
사무실 이사도 그렇거니와 여러 일정이 겹쳐서
한 시간만이라도 야전침대에 누워 자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몇 주였습니다.
거제도에서 바닷가에서 보내온 공모 캠퍼의 사진은 속을 확 뒤집어놓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세상사 피할 수 없는 일이 있게 마련 아니겠습니까.
여기저기 다니는 동안 핸드폰을 잊고 온 김에 아예 3박4일을 이 물건 없이 견뎌봅니다.
담이가 다니는 아산의 조그만 초등학교에서 한마당(운동회) 잔치가 있었습니다.
출발선에 선 아이들에게서 느껴지는 이 긴장감이 기분을 들뜨게 만듭니다.
호루라기를 부는 저 여선생이 저를 아산까지 꼬드겨 내려오게 한 장본입니다.
이제는 동네 마실 다니고 나물 뜯고 고기 구워먹는 동지가 되었습니다....^^
교훈을 보면서 어쩌면 저리도 당연한 것이 세상 살면서 수정되어야 하는지 씁쓸해지는군요.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 성장해주었으면 좋겠군요.
그리고 남을 배려하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커주면 더욱 좋겠지요.
시골에 있는 학교답게 종목이 재미 있습니다.
다른 곳에서도 장화 멀리 던지기 이런 거 하나요?
오랫만에 전속력으로 뜀박질도 해봤습니다.
즉석에서 아빠들끼리 다음 모내기 때(아이들이 직접 논농사, 밭농사를 짓습니다) 만나
막걸리 파티도 하기로 하고 삼겹살도 굽자고 의기투합도 해봅니다.
항상 밝은 아이지만 아산에 내려와 더욱 밝아지고 튼튼해지고 까매졌습니다.
약간의 불안과 걱정은 아무래도 기우였나봅니다.
이제는 꽃 이름 대기를 경쟁해야 할 정도로 담이의 자연 친숙도가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조팝나무를 모른다고 핀잔을 주질 않나,
숲 해설가 과정을 듣는 담맘과 담이 사이에서 밀려오는 이 위기감의 정체는 무엇인지요.... 공부해야쥐.....^^
담아 아빠도 은방울꽃 정도는 알아! ^^ 네가 태어난 5월의 탄생화거든....
다음날에 있을 부산의 결혼식이 11시입니다.
집에 돌아와 캠핑 다니느라 고생 많은 무쏘도 싹, 세차해주고
광택까지 내주고 돌아오니 몸이 정말 파김치입니다.
"담아, 빨리 자자!"
목욕탕에서 나올 줄 모르는 담이를 재촉합니다. 내일 출발 시간이 5시반이니까요.
무거운 몸을 이끌고 결혼식장으로 가고 있습니다.
잔뜩 과자를 챙겨받은 이 친구의 기괴한 논리가 시작됩니다.
"아빠, 내일은 내 맘로 하는 날이지? 하고 싶은 거, 먹는 거 다....!"
"야, 아빠는 마흔 몇이 되도록 그런 소리 들어본 적이 없다!"
슬슬 겁이 나는군요, 뭔가 작심한 듯한 담이의 태도 때문에....^^
양쪽 집안(사돈)이 한 차에 탔습니다.
양쪽 선수들의 노래대결이 만만치 않네요.
저는 사실 춤추고 노래하는 관광버스 처음 타봤는데 왜 안전하지 않은지 실감나더군요.
하지만 재미난 체험이었습니다. 또 언제 타보게 될지 모르는 일입니다만....
부산 찍고 서울로 올라와 처가에 하루 머물렀습니다.
다음날 아침 먹고 구리로 차를 몹니다.
왕숙천이 내려다보이는 이곳에 부모님과 동생이 새 둥지를 틀었습니다.
어버이날도 다가오고 집 구경도 할겸 들러서 오리고기 잔뜩 먹었습니다.
조류성 독감 어쩌구 신경 안쓰고 잘 드시는 모습 보면서 오리고기 자주 사드려야겠구나 생각합니다.
왕숙천은 제게도 추억이 많은 곳입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산 적이 있어서
지금 눈에 보이는 이곳에서 민물소라 잡으며 천렵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그러고보니 케이트를 독학한 곳도 이곳이네요....
잘 잊고 지내고 있는데 텐트 한 동이 눈에 들어옵니다....에잇!
햇살도 좋고 한가한 연휴의 마지막 날입니다.
있지도 않은 네잎 클로버를 찾는 것도, 하천 위를 날아다니는 왜가리도 모두 한가로와보입니다.
이제 다시 아산으로 내려갈 일만 남았군요....
헉, 그런데 밤 늦게 도착하니 담이가 이걸 다 만들고 잘 작정인 모양입니다.
담아, 제발.... 아빠 좀 살려주라....!
캠핑이 절실했던 연휴.... 이번 주에는 3박4일 캠핑장에서 낮잠이나 실컷 자야겠습니다.
심심의 극치를 즐기시려면 아산 모처로 오세요....^^
첫댓글 그래도 연휴를 보람차게 보냈구려.....나는 설악 휴유증이 아직도있내그려...ㅎㅎㅎㅎ 그래도 또~ 떠나야지...병인걸...ㅎㅎㅎ
병이라면 나두 한 병 하는데 산냄새 못맡으니 아쉽고 또 아쉬울 따름이구만...^^
안나오신게 차라리 낳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가는곳도 사람들이 너무 많아 몇팀은 돌아갈 정도 였으니까요^^ 그나저나 언제 뵙나요?
그곳도 이제 사람이 끓는 때가 되었군요... 날이 더워지니 계곡 막고 애들 수영 시키던 때가 생각납니다... 진짜 상판도 잘라 놓았는데 드릴 날이 요원하군요....^^
저희도 동해쪽으로 교통전쟁을 치루었다는... ^^ 안나오신게 굳초이스입니다요. 허나 동피골은 너무나 한적하고 좋았네요. 애들이 요즘 부쩍 많이 성장한다는 느낌입니다. 봄철이라 그런가... ㅋㅋ
담이나 영훈이나 이제 애기 얼굴은 완전히 없어졌어요. 개구장이 키우는 게 힘들긴 해도 즐거운 날이 더 많습니다. 하긴 이제 기쁨을 두 배로 누리겠군요....ㅎㅎ
...나름 연휴..알차게 보냈셨네요...^^
그래도 거제도보다야 못하지요.... 아 거제 앞바다의 사진을 보니 눈물이 앞을 가리더군요....^^
1타 3피??...밀린 방학숙제 하 듯... 한꺼번에 큰일들 해치우셨네요. ^ ^
한꺼번에 처리해줘야 이번 주가 편하지요.... 시간되면 3박4일 한번 늘어져봅시다....^^
아마도 담이가 시골(?) 환경에 적응하다보면 요즘 아이들 전혀 모르는 것도 많이 배울 것이고 성격도 더 좋아지리라 봅니다. 차차 커나가면서 부모의 힘듬도 알겠죠. 그래서 아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일단 자연을 알아가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제일 큰 성장입니다. 자연의 풍부함을 누릴 줄 아는 아이로 커가길 바랄 뿐이죠....
쏠트밀님 말씀에 동감 !! 네~~ 그 조용하다던 담이님네 아지트도 잔치 분위기 였습니다
하필 사람 많을 때 가셨군요.... 이제 어디로 피해다닐까 고민하는 시즌이 왔네요... 어서 여름 지나가기를 바라야지요...ㅎㅎ
왠지 캠핑 못간 아쉬움을 이 글로 달래시려는 듯.. 이번 주에 아산 모처에서 편히 쉬세요~
아쉽지, 아쉽고 말고... 이 황금 같은 연휴에.... 그래도 이번 주는 완벽하게 늘어진다, 가 목표! ㅎㅎ
담이네는 아무리 바빠도 할일은 다 하시네요. 설악산 갔다가 맹숭맹숭 있다 왔습니다.
이번 주 캠핑 목표가 맹숭맹숭입니다.... 낮잠 좀 실컷 자고 와야죠....^^
힘든 여정이었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