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남편이 되게 하소서
결혼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으로 받아들이게 하시고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을지라도
아내가 하는 모든 일에 마음 다해 관심을 갖는 남편이게 하소서
아무리 바쁘다할지라도 아내의 생일과 결혼기념을 잊지 않고 축하해주고
아내의 사랑에 목말라하지 않고
아내의 사랑스러움을 정성스레 가꾸는 원예사 같은 남편이게 하소서.
하루가 지나 별 흔적이 없어도 주부로서의 아내의 자리를 존중해주고
고마움을 표현하게 하시고
아무리 피곤하여도
집안의 모든 일에 대해 아내와 대화하는 남편이게 하소서.
세월이 지나 허물없는 사이가 되었을지라도
아내의 마음에 상처 주는 농담을 하지 않게 하시고,
문제가 깊으면 깊을수록
한 걸음 또 한 걸음 아내에게 양보하는 남편이게 하소서.
집안에서 일어나는 살림살이를 모른다하여도
늘 신뢰를 잃지 않고 아내에게 맡기게 하시고,
아내의 취미생활을 존중해주며,
재능을 적극 키워주는 남편이게 하소서.
아무도 없는 빈방에서도 친정에 간 아내를 위하여 기도하게 하시고
언제나 아내를 사랑스럽게 감싸주는 여유를 갖게 하소서.
일평생 애써 사랑을 입에 담지 않아도
가슴 깊이 남아 있는 사랑의 감동을 전하게 하시고
추운 겨울 눈 덮인 거리를
자정에도 두 손 꼭 잡고 말없이 행복에 겨워 걷게 하소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한 자루의 촛불을 켜고 마주 앉아보라.
고요하게 일렁이는 불빛 너머로
사랑하는 이의 얼굴은 더욱더 아름다워 보일 것이고
또한, 사랑은 멀고 높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깝고 낮은 곳에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그리웁거든
한 자루의 촛불을 켜두고 조용히 눈을 감아보라.
제 한 몸 불태워 온 어둠 밝히는 촛불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두 손 모으다 보면
당신이 사랑하는 그 사람은 어느새, 다른 곳이 아닌
바로 당신의 마음속에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촛불 / 이정하
잔잔한 바다 저편 섬 마을에 작은 집 짓고
다정한 사람 손목 꼭 부여잡고
오손도손 한번 살아봤음 좋겠다.
하늘엔 뭉게 구름 연실 떠가고
작은 개천으로 졸졸 시냇물 흐르고
물욕의 세상 그곳에서 세상일 다 접어두고
사랑하는 사람과 종일토록 마주하며 살아봤음 좋겠다.
집 앞 텃밭도 일구고, 작은 산에 하나가득 나무도 심고
어슴플 보이는 육지 저 멀리서
둘이서만 종일토록 그 섬을 거닐어 봤음 좋겠다.
아침이면 감자 몇 조각 내어 먹고
점심에는 나물로 찬을 만들어 먹고
저녁에는 물고기 발라 먹으며
그저 욕심 없이 살아봤음 좋겠다.
이준호님의 [사랑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