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며 추위에 몸이 움츠러 드는 요즘. 외출이 뜸해지면서 갑갑함에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고요한 겨울 풍경을 감상하며 지나간 한해를 돌아보고 시작되는 새해의 희망을 소망을 기원하는 겨울 여행 생각에 몸이 달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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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치항 |
겨울 여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고즈넉한 동해안이 아닐까. 동해안에서 맞는 살을 에는듯 차갑지만 청량한 겨울바람은 겨울 내내 쌓인 답답함을 날려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양양은 해돋이 고장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해돋이 명소와 크고 작은 해변, 항포구들이 해안선을 따라 늘어서 있다. 양양에서 겨울 정취를 만끽하려면 항포구를 돌아보는 여행을 추천한다. 항구 한편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들의 모습에서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고 곳곳에 늘어놓은 생선들의 생명력이 전해진다.
고깃배 주변을 하염없이 맴도는 갈매기도 청아한 울음소리로 이방인을 반겨준다.
■ 남애항
양양을 대표하는 항구이자 강원도의 3대 미항으로 꼽히는 남애항은 양양 8경 중 하나다.
80년대 청춘영화의 대명사였던 고래사냥의 촬영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고래를 찾아 떠났던 그곳이다.
방파제 넘어 푸른 동해 바다와 뒤편의 백두대간의 능선이 어우러지는 한 폭의 명화같은 풍경이 감탄을 자아낸다.
남애항 앞바다 양쪽에는 두 개의 소나무 섬이 있는데 각각 방파제 위에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가 세워져 마주보고 있는 모습이 마치 쌍둥이 같다.
항구를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남애항의 일출은 놓치지 말아야 할 절경이다.
양양지역에서 유일하게 수산물 위판이 이뤄지고 있어 아침에 방문하면 신선한 해산물을 싸게 구입할 수도 있다.
마을에서 전통 고기잡이인 창경발이, 가자미 연승어업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 기사문항
국도 7호선을 따라 38선에 다다르면 기사문항이 나온다.
이곳의 백사장은 걸으면 기이한 소리가 난다고해 기사(奇沙)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 기이한 모래가 있는 백사장은 여름철 해수욕장으로 이용되며 모래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다.
기사문항은 일제 시절 거세게 일어났던 양양의 3·1 만세운동 시발점이 됐던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전형적인 어촌 마을로 항구를 둘러싼 나지막한 야산을 중심으로 주택들이 올망졸망 자리잡고 있어 동해안 항포구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마을 해녀들이 직접 채취해 자연 건조한 미역과 광어 등 각종 해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도 있다.
■ 물치항
양양의 북쪽 끝 속초와 맞닿은 곳에 위치한 물치항은 항시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는 곳이다.
항구 내에 현대식 횟집상가단지가 들어서 있고 주변에 큰 모텔 등과 상점이 즐비해 관광지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이곳의 활어회센터는 물치어촌계 회원들이 직접 운영해 싱싱한 자연산 횟감을 사계절 맛볼 수 있고 청결한 것은 물론 주변 대포항과 달리 호객행위를 하지 않아 부담이 없다.
물치라는 마을 이름은 전해지는 말로는 물가에 발이 있다 해서 물치라 하기도 하고 남쪽, 북쪽 한 동네를 중심으로 해서 강이 내린다고 해 물치라 하기도 한다.
예부터 강릉 위의 이북에서 원산 이하로는 동대문 밖의 제일이라 할 정도로 시장이 크게 서던 마을로 시장은 사라졌지만 관광지로서 번성하고 있다. 양양/송원호 azoque@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