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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님이 사시던 시골 옛집이 변했다! 울창한 숲으로 애워싸여 있는 비밀정원
KBS 다큐 2023. 10. 9.
■ 나의 비밀 정원
전원주택이 들어선 경기도 파주시의 한 마을에 초록으로 둘러싸인 작은 집 한 채.
사시사철 대문이 열려있고 새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는 집은 울창한 숲으로 에워싸여 있다. 임봉희(58) 씨는 매일 아침 집에서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이면 비밀의 정원에 들어서는 기분이다. 계절마다 각양각색의 꽃들이 앞다투어 피고, 사시사철 주변 새들이 들락거리는, 문턱이 없는 정원. 잔디밭 대신 숲이 울창한 정원에선 잡초와 작물의 구분이 없고, 땅속 지렁이부터 두더지, 개구리, 유혈목이까지 숲속 생태계가 들어와 제 몫의 생사고락을 평온하게 이어간다. 풀을 뽑지 않고 내버려 두었더니 ‘자연’이 ‘자연’을 불러들여 스스로 번성했고, 자연 한가운데서 봉희 씨도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는 즐거움을 누린다.
■ 자연에 손 내밀다
매일 아침, 봉희 씨는 뒤뜰에 있는 옹달샘에서 새들과 눈을 맞추며 하루를 시작한다. 작은 옹달샘에 ‘첨벙첨벙 물의 정원’이라 이름 붙인 봉희 씨. 지난 15년 사이 옹달샘은 주변에 사는 새들 사이에서 소문난 명소가 됐다. 목도 축이고, 목욕도 하고, 먹이도 풍부한, 건강한 정원이라고.
서울 한복판에서 살던 봉희 씨는 34년 전, 복잡한 도시를 떠나 시부모님이 사시던 시골 옛집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왔다. 그러나 자연 가까이에서 살고 싶던 바람이 무색하게도 도시화의 바람이 스며든 마을에는 속속 전원주택이 들어섰고, 농경지가 제초제와 농약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숲은 조금씩 설 자리를 잃어갔다. 곁에서 점점 멀어지는 자연을 보면서 ‘내 정원에서만큼은 풀을 뽑지 않겠다.’ 다짐한 봉희 씨. 그렇게 봉희 씨는 자연에 손 내밀었고, 정원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은 자연으로부터 봉희 씨도 생명력을 얻는다.
■ 함께 살아야 건강하다
봉희 씨의 비밀 정원에만 이웃들이 있는 게 아니다. 가끔 산책 삼아 오르는 마을 뒷산에도 봉희 씨가 15년 동안 알고 지낸 아주 특별한 이웃이 있다. 그 이웃은 바로 수리부엉이, 밤이면 봉희 씨 마당까지 날아와 소식을 전하곤 하는 오랜 벗이다. 먹이사슬의 최상위포식자인 수리부엉이가 이웃에 있다는 건 아직은 주변의 자연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증거이다. 수리부엉이의 안부를 물으러 가끔 산을 찾는다는 봉희 씨는 수리부엉이가 오래도록 이웃으로 남아주길 바란다. 수리부엉이가 사는 곳은 인간에게도 건강한 삶의 터전이라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 자연이 스승이다
마을에서 모내기 철이 끝나면 임봉희 씨는 논두렁에 버려진 모를 수거해온다. 마당 구석구석에 세워둔 돌확에다 한 박자 늦게 모내기를 하는 봉희 씨, 농촌에서는 골칫거리 취급을 받는 참새들을 위해 봉희 씨가 차리는 식탁이다. 한집에 사는 이웃들을 위한 배려다.
봉희 씨는 늘 낮은 자세로 정원을 누빈다. 가까이서 살펴보려면 무릎을 굽히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무릎을 꿇게 하는 자연으로부터 배려의 마음을 배운다는 봉희 씨. ‘자연을 배려하는 마음이 곧 가족과 이웃, 그리고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라는 것이 그녀가 비밀 정원에서 거둔 가장 큰 결실이다.
내츄럴 휴먼 다큐 자연의 철학자들 - 나의 비밀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