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신의 /소금/에 대해 야박하게 굴었다는 생각이다. 자꾸 마음이 걸려서 불편했다. 소홀하게 다루었거나, 읽지 않고 건너 뛴 부분을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하여간 뭔가 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숙성 기간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역시나 야박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급하게 써 갈기느라고 소설의 줄거리도 제대로 소개하지 못한 듯 하다.
소설의 주인공은 음료 회사의 상무이자 딸만 세 명을 둔 가장이다. 막내딸 시우의 20번째 생일 파티를 위해 집에 가다가, 선물을 깜박하여 다시 돌아가는 도중에 눈이 내린 도로에서 서 버린 트럭을 발견한다. 꾀죄죄하게 생긴 남성이 트럭을 뒤에서 밀어줄 것을 부탁하고, 선명우가 엉거주춤하고 있을 때 트럭이 뒤로 밀리면서 트럭 주인을 낭떨러지로 떨어뜨려 버린다. 선명우는 순간 트럭에 실린 소금을 본다.
선명우의 아버지는 소금밭의 염부였다. 소금은 그에게 각성과 자기 삶의 역사와 추억을 되새기게 한다. 그 남자는 얼굴 아래가 불구가 된다. 엉겹결에 환자의 보호자가 된 선명우는 20년 동안 한 번도 결근한 적이 없고, 가족의 행사에 단 한 번도 늦지 않았던 성실한 회사원이자, 아버지로서 역할에서 일탈을 하게 된다.
그불구가 된 남자는 거주지가 없이 트럭이 생활의 방편이자, 집이기도 하였다. 나중에 보니 그 남자에게는 다리를 저는 부인과 곱추병이 있는 딸과 시력을 잃어가는 둘째 딸이 있었다. 그나마 남자가 반신불수가 되자 이 가족은 다른 방도가 없고, 삶을 꾸려나갈 어떤 수단도 없어진다. 선명우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들의 새 보호자이자, 가족의 일원이 되기로 한다.
핏줄을 나눈 가족을 버리고 가장이 가출을 한 셈이다. 전국의 시장과 축제들을 유랑하면서 근근히 생계를 유지한다. 그러면서 선명우는 자기를 '통장'이상으로 여기지 않는 가족을 떠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늘 가족의 과소비를 지탱하고 거대한 틈바구니에서 늘 기진맥진 한 자신을 버리고 가난하고 비참하지만 자유와 자존을 찾는다.
선명우의 친가족은 아버지의 부재와 충격에 의한 엄마의 죽음으로 그동안의 안락한 삶은 산산조각나고 만다. 딸들은 각자 삶을 찾아 떠나고, 막내딸 시우는 아빠를 흔적을 찾기 위해 강경에 있는 선명우의 초등학교 모교를 방문하다. 거기에서 우연히 시인이자, 강사을 만나게 되고, 거기에서 부터 이 둘은 선명우 흔적을 찾아 나선다.
선명우는 가족이라는 미명, 자본주의 착취 구조, 돈 벌이 말고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그의 삶에서 도망친 셈이다.
새 가족은 정상적인 신체도, 최소한의 안락함도 없었지만, 선명우는 거기에서 자기의 자존과 자유 삶의 목적을 발견한다. 나중에는 염전을 일구어 최고 품질의 소금을 얻기를 바란다.
그의 막내떨 시우와 이혼한 시인은 사랑을 하게 되고, 임신을 한다. 선명우의 목숨의 은인이자 첫사랑인 세희는 병으로 죽지만, 딸을 입양하여 대를 잇고, 선명우는 장애가 있는 두 딸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핀다.
재미있는 설정이다. 핏줄에 의해 엮인 가족에게서는 어떤 위안과 희망도 발견하기는 커녕 가족이란 이름의 폭력만이 남무하고, 전혀 피가 섞이지 않는 '가족'에게서 위안과 위로를 얻고, 좋은 직장과 많은 수입과 소비에서는 모욕감과 비참함만 더해지고, 대신 가난하고 헐벗고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상태가 오히려 사람에 대한 자존과 자유를 선사하고 있다.
첫댓글 나름 재밌었나 보네..이렇게 두차례에 걸쳐 쓴걸보니...소설 재밌지...?!
재미있기는한데. 내 취향은 아니었어. ㅋ. 내 취향? 나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