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눈물 / 이생진
- 빈센트 반 고흐
눈물 나는 그림이 있다
그림에서 눈물을 비교하긴 처음이다
그만큼 눈물을 무시했다는 이야기다
아니다
그림을 보는데 돈으로 따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돈은 눈물이다
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는지
그림 앞에서 돈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행복한 눈물과
불행한 눈물
리히텐슈타인(1923-1997)*의 눈물은 ‘행복한 눈물’(Happy Tears)이고
고흐(1853-1890)의 눈물은 ‘슬픔(Sorrow)’에서 흐르는 눈물이다
그건 맞다
그러나 아무 쪽에도 손수건을 흔들지 말라
그들의 눈물은 씻어지지 않는 눈물이다
눈물의 맛은 같지만 미세한 차이가 있다
행복한 눈물은 달큼하고
슬픈 눈물은 시큼하다
하지만 그림의 눈물은 찍어먹을 수 없는 눈물이다
리히텐슈타인도
고흐도 그림을 그리다 갔다
지금 눈물 맛이 문제가 아니라
죽은 화가들이 만져보지 못하는 뭉칫돈이 문제다
‘행복한 눈물’은 90억이고
‘슬픔’은 100억이 넘는 눈물이다
사두면 값이 오른다는 유혹에 눈이 뒤집힌다
뒤집힌 눈에선 눈물이 나지 않는다
눈물이 나지 않는 데선
눈물로 호소하기 어렵다
사람의 눈물에서 돈을 캐는 광인
눈물은 눈을 보호하기 위해 흐르는 것인데
지금 시비가 붙은 눈물은 정서적 눈물이다
정서적 눈물은 놀람, 기쁨, 슬픔에서 온다
그 중 기쁨과 슬픔이 시비 거리다
아니다 그건 눈물 때문이 아니라 돈 때문이다
고흐의 말을 들어보자
“내 그림을 보고 사람들이 감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평범한 일상 생활에서 느끼는, 그러나 살아가면서
불가피하게 느끼는 심각한 슬픔을 그리고 싶어…
삶은 슬픔의 연속이니까…”**
슬픔의 가치는 돈에 있지 않고
혼에 있다
돈에는 혼이 없으니
화가들의 눈물에서 혼을 빼가자 말라
* 리히텐슈타인(1923-1997): 만화를 미술에 응용한 대표적인 팝아티스트.
상업미술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간파한 화가. 대표작 ‘공을 든 소녀’
‘행복한 눈물’ 등.
* 고흐, 37년의 고독
노무라 아쓰시 지음, 김소운 옮김 /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