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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시난테의 꿈과 교육 -김영호<대전민예총이사장>
난 바람을 맞서고 싶었지
늙고 병든 너와 단 둘이서
떠나간 친구를 그리며 무덤을 지키던
네 앙상한 등 위에서
가자 가자
라만차의 풍차를 향해서 달려보자
언제고 떨쳐 낼 수 없는 꿈이라면
쏟아지는 폭풍을 거슬러 달리자
라-휘날리는 갈기 날개가 되도록
라-모두 사라지고 발굽소리만 남도록
낡은 창과 방패 굶주린 로시난테
내겐 이 모든 게 너무나도 아름다운 자태
절대 포기하면 안 돼 모든 걸 할 수 있는 바로 난데
이제 와 너와 나 그만 멈춘다면 낭패
하늘은 더없이 파래 울리자 승리의 팡파레
누구도 꺼릴 것 없이 이글거리는 저 뜨거운 태양 그 아래
너와 나 함께 힙을 합해
지금이 저기 저 넓은 벌판 향해 힘껏 달려나갈 차례
가자 지쳐 쓰러져도
가자 나를 가로막는데도
라만차의 풍차를 향해서 달려보자
언제고 떨쳐낼 수 없는 꿈이라면
쏟아지는 폭풍을 거슬러 달리자
라-휘날리는 갈기 날개가 되도록
라-모두 사라지고 발굽소리만 남도록
라-내가 걸친 갑옷 녹슬어도
세월의 흔적 속에 내가 늙고 병들어 버려도
라-나의 꿈을 향해 먼 항해 나는 떠나네
성난 풍파 헤치는 나는 기사라네
라-끝없이 펼쳐진 들판 지나
풍차를 넘고 양떼를 지나
라-낡은 방패 부서진대도 나의 무뎌진 창끝에
아무도 겁먹지 않는대도
인기 그룹 "패닉"이 발표한 4집 음반 타이틀 곡인 <로시난테>의 가사이다. 데뷔곡인 <달팽이>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스타덤에 오른 그룹 "패닉"은 처음부터 자신만의 세계관이 살아 있는 가사로 어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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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시난테는 세르반테스의 명작 돈키호테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애마 이름이다. 이쯤하면 우리는 기사들의 모험담에 도취돼 볼품없는 말 로시난테를 타고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메마르고 늙은 시골 귀족 돈키호테의 시대착오적이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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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평판에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그 도도한 모습을 경쾌하게 과시하는 것이다. 세상의 주된 흐름에 기꺼이 역행하는 도전을 어떤 시련에도 멈추지 않겠다는 것이다. 늙고 병든 로시난테와 함께 폭풍 속으로 힘껏 달려나간다는 점에서 역동적이고 낙천적이다. 세속적 흐름을 거슬러 오르겠다는 다짐이다.
소설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환상 속에서 거룩한 모험의 길을 떠나는 돈키호테, 그는 비현실적인 몽상주의자에 불과할까, 아니면 남루한 현실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끝내 좌절하지 않고 불굴의 의지로 시대를 앞서가는 예언적 지성의 표상일까.
러시아의 문인 투르게네프는 돈키호테를 "사랑의 삶을 위해 방황하는 인물의 전형"으로 내세우며 그 반대되는 인물로 햄릿을 제시한 바 있다. 현실에는 없는 용을 죽이고 둘시네아 공주를 구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집을 나서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좌절하지 않는 돈키호테가 시대의 통념과 편견을 뛰어 넘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용인 받지 못한 거라면, 시대적 통념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 "패닉"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스스로의 꿈을 향해 먼 항해를 멈추지 않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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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는 16세기 스페인의 종교개혁가인 라스카사스 수도사의 행적을 모델로 하고 있다. 라스카사스는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후 서인도제도에서 1500만 내지 2000만 명의 원주민들이 정복자들의 총칼에 무참하게 학살 당한 현장을 직접 목격 증언하고, 이 끔찍한 학살극의 중단을 위해 50여년동안 서인도 제도와 스페인을 12차례 오가며 시대의 광기에 옹감하게 맞섰다는 점에서 바로 돈키호테의 기사 편력과 아주 흡사한 삶의 궤적을 보여준다. 9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의 장례식에 참석한 수많은 시민들은 그를 "황제에게도 직언을 서슴지 않은 예언자"로 숭상하고 애도했으며, 그 자리에 열아홉 청년인 세르반테스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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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라스카사스가 처음부터 당시의 시대정신을 거스른 것은 아니다. 어려서부터 인도문화에 심취했던 그는 16세기 초 귀족인 아버지를 따라 서인도제도에 가 스페인 출신의 다른 정복자들과 함께 재물을 약탈하고 농장경영에도 참여하는 식민자의 삶을 살았다. 이렇게 유럽인의 자기 중심적 세계관을 따르던 그는 40세의 어느 날 강림절 설교 준비를 하며 집회서를 읽다가 자신을 비롯한 식민자의 삶이 바로 가난한 자의 빵을 빼앗는 잔인한 살인자의 삶임을 깨닫고 참회하게 된다.
"부당하게 얻은 재물은 경멸로 가득 한 선물이다. 신을 우롱하는 자의 조소는 선의에서 나온 게 아니다. 신을 믿고 진리와 정의의 길로 가는 사람만이 신을 만족시키리라,"
그는 이렇게 회심을 경험한 후에 노예제도를 반대하고 자신의 인디오를 해방하며 인디오에게 빼앗은 것들을 모두 돌려주라는 설교를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는 인디오에 대한 강제노동을 중지하고 자급자족적인 인디오 마을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스페인인 마을에 부속시킨다는 점에서 일정한 한계를 가진다. 인디오를 이성을 가진 인간으로 인정하지만 평화적인 수단으로 선교를 하는 선교사들 사이에 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대적인 편견인 인종주의 그리고 맹목적이고 광신적인 쇼비니즘을 강력하게 부정하며, 인디오를 보편적 인간으로 보고 이들을 평생 보호하려 헌신한 점은 당시로선 엄청나게 진보적인 모습이었다. 이렇게 시대를 앞서간 종교개혁가이자 사회개혁가이었지만, 수도사로서 종교적인 침략은 인정하는 점에서 식민주의자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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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와 정의를 위해 평생을 헌신한 그의 삶은 세르반테스를 통해 가장 바람직한 삶의 전형으로 다시 살아났다.
그 것이 <돈키호테>인 것이다.
"역사의 흐름을 보면 부당한 처분은 즉각적이고 폭압적으로 오래 실시되지만
정의가 회복되는 것은 정말 힘겹고 또 마디다."
작가마당 2016상반기/ 28호에서 발췌및 첨삭.
<可 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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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런 노래라면 자꾸 듣고 싶겠죠?
"낡은 창과 방패 굶주린 로시난테
내겐 이 모든 게 너무나도 아름다운 자태
절대 포기하면 안 돼 모든 걸 할 수 있는 바로 난데
이제 와 너와 나 그만 멈춘다면 낭패"
명징한 주제,
거리낌 없는 가사에
아주 시적인 운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