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전라도닷컴>
<김진수의 약초산책 57>
여드름 · 기미 · 주근깨 - 삼백초(三白草)
피부는 크게 표피, 진피, 피하지방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표피는 각질형성세포(기저세포)와 각질형성세포에 색소를 전달하는 색소형성세포(멜라닌세포)가 10:1로 섞여있는데, 세포분열과 함께 새로 늘어난 세포가 각질(비듬)이 되어 떨어져 나가게 된다. 진피는 혈관과 신경, 땀샘, 림프선, 피지선을 포함한다. 여드름은 바로 모낭피지선의 염증성질환이다. 작은 핑크색의 구진과 농포가 일반적이며 심하면 종기, 홍반성 구진, 낭종, 결절이 된다. 여드름의 형성은 피지선을 자극하는 호르몬(안드로겐)과 피지선에서 번식하는 박테리아(P아크네)가 주원인으로, 모공이 막혀서 피지가 배출되지 못한 백색면포와 밖으로 노출되어 있는 흑색면포로 구분한다.
한의학에서는 여드름의 원인을 심폐의 열, 비위의 습열, 혈열, 어혈 등의 염증 환경으로 보며 면포(面疱), 좌창(痤瘡, 뾰루지), 폐풍분자(肺風粉刺) 등의 병명으로 설명한다. 여드름은 그래서 양기가 성한 체질에서 흔하다. 상초와 피부의 열이 크고 하초와 음기가 부족한 사람에서 많은 ‘열 부스럼’이다. 이런 사람이 과로, 불면, 화, 스트레스가 잦을 때 또는 과식(기름기 많은 음식, 매운 음식 등)하여 비위에 습열이 정체될 때 경락을 따라 역상하여 얼굴을 달군다. 인체 오장육부의 상태는 경락을 통해 피부에 반영된다. 경맥에서 낙맥으로 낙맥(진피층, 피하조직)에서 손맥(표피층)으로 분열하여, 심폐의 이상은 주로 얼굴의 상부인 이마에, 간을 포함한 소화기의 이상은 코와 볼과 광대뼈 근처에, 신장이나 자궁의 병변은 입과 턱 주변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여드름 치료의 기본방은 폐를 맑히고 기를 내리며 담을 없애는 비파엽과 상백피 각 4에, 피부의 열을 흩는 금은화와 심의 화를 내리고 해독하는 연교 각 3. 혈열을 식히는 생지황 또는 목단피 2, 상중하 삼초의 습열을 다스리는 치자 1, 감초 1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여기에 비위가 허약하고 잠을 못 자는 경우에 복령을, 습열이 심하면 황금을, 입이 마르면 현삼을, 입안에 부스럼이 생기면 목통을, 소변량이 적고 배출이 순조롭지 않으면 택사를, 변비에 대황을 각 2의 비율로 추가한다. 그런데 뺨과 아래턱에 몰리고 가슴과 어깨에도 나타나는 낭종이나 결절성 여드름의 경우는 반복적인 염증 발생으로 점차 단단해지거나 큰 암자색 구진이 생기며 이것들이 만성적으로 융합하면서 잘 낫지 않게 된다. 이 경우는 어혈을 풀고 뭉친 것을 흩어주는 도인과 홍화를. 농포가 많을 때는 포공영을, 심한 결절과 낭종에는 하고초를, 담이 많을 때는 반하와 진피를 각 2 추가한다.
‘기미’는 얼굴 특히 이마나 눈언저리, 관자놀이와 볼에 잘 생기는 색소침착으로 한의학에서는 이것을 간반(肝斑)이라 하고 또 가임기 여성에서 많이 발생하므로 임신반(姙娠斑)이라 한다. 유사한 작반(雀斑)은 주근깨를 말하고 노인성 검버섯을 색소반(色素斑)이라 하였다. 표피에 정상보다 많은 멜라닌을 함유하여 갈색조를 보이는가 하면 멜라닌을 탐식한 대식세포가 진피에 분포하여 청회색조를 드러내기도 한다. 서의학적 관련인자는 자외선, 임신, 호르몬제 복용, 유전인자, 간 기능 이상, 내분비 이상 등이지만 발병기전은 불분명하다.
한의학에서는 간 비 신 자궁의 기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기혈허약으로 인한 어혈발생과 순환장애, 특히 간신의 정혈이 부족하거나 기혈이 정체되는 것, 허열에 의해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 사려과도나 과로· 불면이 비위를 손상하여 피부를 자양하지 못한 것 등으로 발생한다. 이를 근거로 간반의 변증치료는 먼저 간의 울체를 풀어 통하게 하고, 간 비 신의 음혈을 보하며, 어혈을 풀어 혈행을 개선하면서 미백효과를 높이는 것에 있다. <만병회춘(萬病回春)>의 온청음(溫淸飮, 당귀 숙지황 각 8, 백작약 천궁 황금 각 6, 치자 4, 황련 황백 각 3, 구감초 2)은 몸을 따뜻하게 하여 혈행을 개선하는 사물탕과, 열을 식혀 염증을 진정시키는 황련해독탕의 합방으로 피부 재생, 주름개선, 미백 및 보습 효과를 나타내는 방제이다. 여기에 콜라겐 합성을 촉진하고 항산화 하는 두충(엽)과 피부주름을 개선하는 오수유, 허열과 허혈을 개선하는 구기자나 지골피를 각 2로 추가할 수 있다.
「삼백초」는 삼백초과에 속하는 다년생초본으로 7~8월경 지상부 또는 전초를 채취하여 약으로 쓴다. ‘삼백(三白)’이란 꽃· 잎· 뿌리가 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개화 무렵에 2~3개의 잎이 하얗게 변한다. 성미는 쓰고 맵고 차며 향기가 있다. 폐 간 신경으로 들어가 매운 맛과 향기로 피부의 울체를 풀고, 차고 쓴 성질로 염증과 열을 내리며 막힌 것을 깨뜨린다. 폐를 도와 폐가 주관하는 피부· 털· 땀구멍· 체액의 순환을 돕고, 흰색으로 미백한다. 미백효과는 백지, 상백피· 황백· 백복령· 천화분· 백출· 백급의 흰 색소도 모두 그러하다. 삼백초에 함유된 비타민과 폴리페놀 성분은 강한 항산화작용으로 체내의 활성산소를 억제하여 피부노화를 방지하고 콜라겐 합성을 촉진한다. 데쳐서 말린 후 탕제로 이용하고 찧은 즙은 외용한다. 삼백초는 청열· 해독· 이수· 제습· 소종의 효능으로 종기· 부스럼· 습진· 독사교상· 단독· 건선· 수종· 각기를 치료하며 황달형 간염· 간암에도 약성이 넉넉하다. 여드름과 간반, 작반, 임신반, 노인색소반, 주름 치료를 목적으로 할 때 상기한 여드름 기본방 맨 위에 올리거나, 삼백초에 치자, 상엽, 감초를 곁들여 차로 상복하여도 좋은 약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