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1ZyP__bBxeI
https://youtu.be/7Ll4qS4anGo
줄거리
마법사 마린으로부터 마검 엑스칼리버를 얻어 나라를 통일한 우사는, 강적 콘볼과의 화해 잔치에서 그의 처를 훔쳐보고는 마린의 마법으로 그녀와의 동침에 성공한다. 그 결과 아서(King Arthur: 니젤 테리 분)는 태어나지만, 그 불륜의 탄생으로 인해 호족들에게 맡겨져 자라난다.
어느덧 청년이 된 아서는 이상한 전설을 듣는다. 18년 전 우사의 죽음 직전 바위에 검을 박은 이후 아무도 엑스칼리버를 뽑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서는 초인적인 힘으로 쉽게 검을 뽑고 원탁의 기사를 부려 왕국을 건설, 이상향으로의 승리를 거듭하게 된다.
그러나 화려하던 기사의 황금시대가 어느덧 쇠퇴의 위기에 접하게 되는데……
마법사로부터 전설의 검인 엑스칼리버를 얻어 나라를 통일한 우더는 강적 콘볼과 화해하는 의미의 잔치에서 그의 아내를 훔쳐보고는 마법사의 힘을 빌어 그녀와의 동침에 성공한다. 그 결과 태어난 아서는 불륜으로 태어난 자식이라는 이유로 호족들에게 맡겨져 자라나는데 청년으로 자란 아서는 어느 날 듣게 된 이상한 전설에 관심을 갖게 된다.
18년 전 우더가 죽기 직전 바위에 전설의 검 엑스칼리버를 박아놓은 이후 어느 누구도 그 검을 뽑을 수 없다는 전설에 도전한 아서는 놀랍게도 너무 쉽게 그 전설의 검을 빼어들게 되고 이때부터 초인적인 힘을 가지면서 원탁의 기사를 꾸려 왕국을 건설한다.
존 부어맨 감독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 작품은 중세 유럽의 암흑기를 가장 환상적이고도 그로테스크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서 왕의 탄생을 둘러싼 어두운 비밀에서 시작해, 전설의 명검 엑스칼리버가 상징하는 특별하고 거대한 힘과 인간의 연약한 의지를 대비시키며 부어맨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방대한 서사 스케일과 충실한 고증이 뒷받침된 비주얼, 매혹적인 스토리로 아서 왕 전설을 다룬 많은 작품들 가운데서도 관객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온 작품이다.
Tip
1> <엑스칼리버>에는 존 부어맨의 세 명의 자식들이 모두 출연한다. 큰 딸은 호수의 여신으로 등장해 아서왕에게 엑스칼리버를 건네주고, 둘째 딸은 우더와의 격렬한 정사 장면을 펼치며, 아들 찰리는 어린 모드레드 역으로 출연한다.
2> 토마스 맬로리의 원작 <아서의 죽음>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1981년 칸영화제에서 예술공헌상을 수상하였다.
3> 존 부어맨은 오랫동안 <반지의 제왕>을 영화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판권 획득에 실패하였고, 그 대신 <엑스칼리버>를 제작하였다.
<영화평>
존 부어만 감독의 <엑스칼리버>는 토마스 말로니 경의 『Le Morte D"Arthur』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더왕의 이야기는 사실 오랫동안 각색과 추가를 거듭한 이야기고, 시대별로 추구하는 가치가 달라지며 주제도 많이 바뀐 이야기죠. 아더왕의 탄생과 즉위는 마법과 켈틱신화적 요소가 강한 전형적인 영웅 일대기인 반면, 아더왕의 중반부 이야기―카멜롯의 황금시대와 원탁의 기사들의 에피소드는 중세 기사로망의 요소가 짙은 무용담들이며 다소 뜬금없이 느껴지는 성배 찾기 퀘스트는 기독교적 가치관의 반영입니다. 이에 따라 사실 굉장히 일관성 없고 산만해지기 쉬운 것이 아더왕 이야기인데 이 영화는 이 시대성과 개연성 없는 에피소드들을 하나로 묶어 힘 있는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했다는 데 그 가장 큰 가치가 있을 듯싶네요.
앞에서 말했다시피 아더왕은 오랫동안 각색을 거듭한 이야기이고, 그에 따라 무수한 버전이 존재합니다. 아더왕 이야기의 버전들 간의 차이점을 찾는 것도 하나의 재미일 것입니다. 제가 읽어본 건 토마스 볼핀치의 원탁의 기사들인데, 이 작품 역시 영화와 다른 부분이 많죠. 몇 가지 예를 들자면,
1. 영화에 보면 아더왕이 ‘호수의 기사’ 랜슬롯과 결투를 벌이다 엑스칼리버를 부러뜨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랜슬롯에게 패배했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엑스칼리버의 힘을 빌리려 했던 아더는 그제서야 자신의 오만함과 어리석음을 진정으로 후회하고, 호수의 여왕 다레니안이 다시 나타나 새로운 엑스칼리버를 주죠. 볼핀치 작품에는 없는 부분입니다. 대신, 아더왕의 초창기 모험 때 칼을 부러뜨리고 호수의 여왕에게 칼을 얻는 이야기는 나오죠. 어쨋든 엑스칼리버가 한번 씩 부러지는 건 공통점이네요. 그래서 아더가 돌에서 뽑은 칼은 사실 엑스칼리버가 아니라 멀린이 아더를 왕으로 만들기 위해 꽂아둔 보통 칼이고 나중에 다레니안에게 얻는 검이 진짜 전설의 검 엑스칼리버란 얘기도 있습니다. 영화에선 둘 다 진짜 엑스칼리버고 호수의 여왕이 다시 만들어준 걸로 설정.
참고로 랜슬롯은 멀린과 쌍벽을 이루는 마법사 비비안에 의해 양육된 최강의 기사로(결투에 관한 한 랜슬롯을 이긴 기사는 아무도 없습니다), 볼핀치 작품에선 멀린이 훗날 성배의 기사로 점찍고 데려온 것으로 설정되어있음.(그러나 이것은 멀린 최대의 실수였죠. 5번에서 설명)
2. 영화에서 랜슬롯과 기네비어의 부정을 목격한 아더왕이 엑스칼리버를 버려둔 채 돌아와버리고, 반폐인이 되는 것으로 나오죠. 이 때 모르간의 계략에 의해 하룻밤을 보내며 훗날 자신을 죽이게 될 맬러간드가 태어나는 계기가 되고요. 결국 왕의 검을 잃은 아더가 폐인이 되고 랜슬롯마저 떠나버리면서 카멜롯은 급격하게 쇠퇴하며 맬러간드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됩니다. 볼핀치 작품에선 아더가 국법에 따라 기네비어를 처형시키는데, 이 때 랜슬롯이 난입해 왕비를 압송하던 거웨인(또다른 원탁의 기사)의 세 동생을 죽이고 왕비를 구출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이로 인해 카멜롯은 진노한 아더 및 거웨인을 따르는 기사들과 랜슬롯을 따르는 기사들로 양분되어 내전에 빠지고 거웨인이 랜슬롯과 결투를 벌이다 죽는 등(영화에서는 성배 원정 중 멜러간드에게 당하는 것으로 나오죠.) 많은 원탁의 기사들이 죽게 됩니다. 맬러간드의 군대에 원탁의 기사들이 제대로 맞서지 못한 이유도 이 때문이죠.(뭐 또 다른 이유론 성배 원정 때문에 대부분의 기사들이 성배를 찾아 떠났거나 여행 도중 죽었다는 것도 있군요.)
3. 영화에서 검을 잃고 폐인이 된 아더를 구하기 위해 기사들이 성배를 찾아 떠나는 것으로 나옵니다. 랜슬롯과 기네비어의 부정-폐인이 된 아더-성배 원정의 매우 논리적이고 잘 짜여진 플롯을 통해 아더왕 전설 중 뜬금없게까지 느껴지는 부분인 성배 원정에 개연성을 부여한 멋진 설정이죠. 볼핀치 작품에서 성배 원정이 예정되어있던 신탁으로 나옵니다. 이 성배 원정을 위해 멀린이 발탁한 기사인 랜슬롯이 기네비어와 부정을 저지른 뒤 반란을 일으키고, 수많은 기사들이 성배 원정 중 사망하면서 카멜롯은 크게 약화되고 결국 맬러간드에 의해 무너지는 계기가 되죠. 영화에서 아더를 구원하는 희망으로 등장했던 성배가 볼핀치 작품에선 아더왕을 파멸시킨 장본인이라니 얄궂네요.
4. 영화에선 퍼시벌이 성배를 찾고, 아더왕과 끝까지 싸우다 그의 운명을 지켜보고 엑스칼리버를 호수에 던지는 것으로 나옵니다. 그러나 볼핀치 작품에서 성배를 찾은 것은 랜슬롯의 아들 ‘성배의 기사’ 갤러하드고(퍼시벌은 갤러하드와 함께 끝까지 원정에서 살아남아 성배를 직접 목격하는 영광을 누리지만 결국 카멜롯에 돌아가지 못한 채 갤러하드 곁에서 운명합니다.)
아더왕의 죽음을 지켜본 것도 돌아온 랜슬롯으로 나오죠. 퍼시벌의 출신에 대해선 영화와 볼핀치 모두 동일한데, 퍼시벌은 처음부터 훈련된 기사가 아니라 갑자기 발탁된 경우입니다. 볼핀치 작품에서는 퍼시벌의 아버지가 전사한 기사인데, 어머니는 퍼시벌이 아버지처럼 될까 염려해 인적이 드문 숲속에 들어가 버려 퍼시벌을 결코 기사로 만들지 않겠다 다짐합니다.
그러나 순박한 시골청년으로 자라던 퍼시벌은 어느 날 우연히 원탁의 기사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게 되고 그에 반해 결국 기사가 되죠. 기사도도 무술도 배워본 적 없는 몸이지만 엄청난 완력과 좋은 성격으로 원탁의 기사 중에서도 실력파로 성장. 기사도를 배운 적 없는 퍼시벌이 하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기사가 여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결투하는 건 대상이 귀부인일 때뿐입니다.) 결투를 벌이는 등 상식을 초월하여 벌이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는 딱딱한 원탁의 기사에서 발견하기 힘든 또다른 재미.
5. 영화의 이야기도 매우 개연성 있게 잘 짜인 플롯이지만, 개인적으론 볼핀치의 설정이 더 마음에 드네요. 볼핀치의 이야기에서 성배는 말 그대로 재앙입니다. 앞선 이야기에서 멀린이 장차 성배를 찾을 기사로 랜슬롯을 지목해 그를 발탁한 것이 멀린 최대의 실수라고 했었죠. 사실 이 때 멀린은 랜슬롯을 발탁하는 게 아니라 좀 더 기다렸다가 랜슬롯의 아들인 갤러하드를 데려왔어야 합니다.
그러나 멀린은 예언을 잘못 해석하고 성급하게 랜슬롯을 데려왔으며, 랜슬롯은 수많은 전투에서 아더왕을 도와 용맹을 떨쳤고 아더와 기네비어를 몇 차례나 구하긴 했지만, 기네비어와 부정을 저지르고 아더왕과 내전을 벌임으로써 카멜롯을 파멸시키는 방아쇠가 되죠. 또한 내전으로 약해진 상황에서 성배 퀘스트를 위해 그나마 남아있던 원탁의 기사들마저 대부분 원정을 떠나고 이 와중에 퍼시벌 등 유능한 기사들이 목숨을 잃으며 더욱 아더의 목을 죕니다.
만약 성배 퀘스트가 없었다면 랜슬롯과 기네비어의 부정도, 카멜롯의 내전도, 성배를 찾아 떠난 수많은 기사들의 죽음도 없었을 테고 카멜롯은 결코 맬러간드의 공격에 쉽게 무너지지 않았겠죠. 카멜롯의 황금시대는 영원히 계속되었을 테고요. 파멸을 목전에 두고 있음을 알면서도 신탁 때문에 훌륭한 기사들을 전장이 아닌 성배 원정에 내보내야 하는 아더의 고뇌와 비극성은 꽤나 북구신화를 닮아 있습니다.
마법의 시대에 마법사의 도움으로 왕이 된 아더가 성배라는 지극히 기독교적인 가치 때문에 파멸한다는 설정 역시 마법과 전설의 시대가 끝나고 유일신의 시대가 왔음을 내포하고 있죠.(다른 설정임에도, 영화에서도 멀린이 마법의 시대가 끝나고 인간과 유일신의 시대가 왔음을 슬퍼하는 장면이 나오죠.)
결국 전설 속의 아더왕은 용과 마법의 시대에 왕에 올라 황금시대를 열었지만 마법이 사라지고 종교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시대, 마지막으로 남은 신화의 땅 아발론에 잠듭니다. 전설의 검 엑스칼리버와 함께 말이죠. 멀린 역시 잊혀진 마법 속으로 사라지죠. 유난히 끝에 씁쓸함이 남는 아더왕 이야기는 어쩌면 종교나 과학에 의해 마법과 신화로부터 멀어져버린 우리의 자화상일지도 모릅니다.
출처: 이승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