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헉 거리는 가쁜 숨소리, 쿵쿵거리며 요동치는 심장소리, 비오듯 흘려 내리는 땀.... 요즈음 내 생활의 일부가 된 아주 익숙한 언어 들이다. 올해 초부터 약간의 당 수치 상승이 등산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유발시켰고, 5개월이 지난 지금 완전히 산에 미쳐 버린 나를 발견하고 놀랄 만큼 대견 스러워 한다. 처음 시작할 때 얼마나 할 수 있을련지? 그리고 산을 오르는 고통을 재연하지 않으려 몸이 이리 저리 핑계를 대는 것을 억지로 “살기 위해서는 산에 올라야 한다”라고 다짐하며 오기(傲氣)로 산에 올랐다. 일주일에 평균 3회이상(야간산행 포함) 산에 오르며, 이제 근교산은 거의 다 섭렵(涉獵) 한 것 같다. 물론 근교산이라는 등산 사이트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산행시간, 코스, 원점회귀 코스인지? 가다가 마실 물이 있는지? 등을 미리 알아 볼 수 있었고, 또 산행기를 읽으며 대충 머릿속에 오늘 오를 산에 대한 사전 지식을 얻고 산행을 했다. 길게는 8-9시간 짧게는 2-3시간을 산에 오르며, 빠져들 듯 등산의 묘미에 즐거워 했다 산을 오르면서 그 동안 내가 얼마나 안일하고 게으르게 살았는지 새삼 깨달기도 한다. 무거운 몸에 짓눌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치에 의한 비육을 죄 의식하나 없이 받아 들였지 않나 싶다.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게 피곤하고, 앉아 있는 것조차 힘이 들어 소파에 기대 거나 아에 침대에 누워 TV를 시청하며, 손 끝 하나 까닥하지 않고 지내려 했던 모습이 지금 되돌아 보며협오스럽게까지 느껴진다.. 이제 진정한 산꾼을 꿈꾸는 초보자가 무슨 등산의 오묘한 진리와 희열을 알 수 있겠나 마는, 그래도 지난 시간 동안 내가 그렇게 열심히 산에 오르며 느낀 즐거움 이야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지만 여기선 몇 가지만 언급하기로 하겠다.. 하나는 흔히 아는 산의 정상을 밟았을 때 주는 성취감 같은 희열이다. 산은 산이다. 이 말은 산을 만만히 보지 말아야 한다는 경계의 의미가 들어 있다. 어느 산이던 정상에 오르는 건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힘들게 가뿐 숨을 몰아쉬며 모든 힘을 소진 할 때쯤이면 정상에 다다른다. (만일 힘이 남아도는 산꾼이 있다면 좀 더 높은 산을 오르는 것이 정상을 밟는 희열을 배가 시킬 수 있으므로 그렇게 하길 권하고 싶다.) 그 때의 정상 정복의 희열은 형용할 수 없을 만큼 큰 것이다. 낚시로 비교하면 입질을 받아 막 낚시대를 낚아 챗을 때 느끼는 그 묵직함과 비교할 수 있고, 여타 구기 경기에서는 역전골을 넣었을 때 느끼는 그런 기분이 아닐까? 한다 옛날 학교 다닐 때 난 조정(Rowing)이라는 운동을 잠시 했다. 조정은 보통 승선 인원에 따라 싱글(1명), 페어(2명), 포오우(4명) 그리고 조정의 꽃인 에이트(8명)으로 나누고, 다시 타수(Cox), 즉 키 잡이의 유무에 따라 유타 포오우, 무타 포오우 등으로 나눈다. 조정경기의 레이스는 통상 2,000m이다. 대표적으로 미사리 조정경기장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조정 경기의 운영은 긴 레이스를 끝까지 온 힘을 다해 노를 저을 수는 없다 그래서 페이스를 정해 경기를 운영하는 것이 보통이다. 보통의 경우 콕스의 지시에 의해 이루어 지는 데 처음 출발점에서 스타트(출발) 하여-라이트-피치-라스트 피치 등으로 팀원의 여력이나 상대편과의 격차 기타 등등을 고려하여 그 속도를 달리 하여 레이스를 펼친다. 그 중 라스트 피치는 결정점을 100-200m 남겨둔 시점에서 온 몸의 힘을 다하여 마지막 스피드를 낼 때 사용하는 것으로 그렇게 해서 결선점에 도달하면 모든 팀원이 완전히 기진맥진, 그로키 상태가 된다. 만일 힘이 남아 있는 멤버가 있으면 열심히 최선을 다 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여 호되게 야단을 맞는다. 등산도 마찬가지로 생각한다. 온 힘을 다해 무거운 발을 옮겨 터질 것 같은 가슴을 진정시키며 정상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초보 등산 애호가의 지론이다. 배낭을 내려놓고 긴 심호흡을 하고,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발아래 보이는 마을과 강, 들녘, 그리고 낮은 산들....... 모든 것들이 일시에 시야로 들어온다. 그 때는 희열은 마치 옛날의 장군들이 몇날 며칠 밤낮을 사력을 다해 성을 정복 하고 개선 했을 때 느끼는 그런 성취감이 온 몸에 전율처럼 느껴진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정상엔 바람이 분다. 온 몸을 적신 땀을 씻어 줄 만큼의 적당한 바람, 정상을 밟는 산꾼들에게 그 어떤 냉방기기보다 더 한 시원함을 주는 것이 정상에 부는 바람이다. 그리고 물이다. 정상에서 마시는 물은 꿀보다 세상에 그 어떤 감로수보다 달고 상쾌하고 시원하다. 한참 전엔가 등산을 모를 때 대구에 있는 비슬산을 따라 간 적이 있는데....... 한 5월 중순 정도인데,,,, 그날은 봄 날씨치고는 상당히 후덥지근하고 바람 조차 없는 날씨였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냥 소풍가는 기분으로 물도 충분히 준비하지 않고 따라 갔다가. 정상의 8부 능선 쯤에 도달했을 때, 물이 떨어져 갈증과 탈진으로 엄청 고생을 했다. 그리곤 등산을 몇 해 정도 쉬었으니, 그 때의 힘듦이 오랫동안 등산을 충격과 두려움으로.. 그리고 마실 물의 소중함을 알게 해 주었다. 그래서 요즈음도 난 항상 물은 충분히 여유롭게 준비한다. 등산가방에서 물 무게가 거의 반 이상은 늘 차지한다. 유비무환, 당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그것이 나의 등산 철칙이다. 그 다음이 등산이 산꾼들에게 주는 두 번째 즐거움이 산행 중에 먹는 점심 이다. 처음 산행을 시작할 때, 등산이 일 년의 연중행사처럼 생각하고 산에 오를 때는 주로 김밥을 많이 싸서 다닌다. 하지만 어느 정도 산에 오르는 재미를 느낄 때면 점심은 밥과 반찬으로 구성된 보통 도시락으로 바뀐다. 산을 오르다 보면 평상시 보다 많은 칼로리를 소진함으로 보통의 경우 허기가 느껴진다. 또한 정상을 오르기 전에는 점심을 먹지 않는 것이 산꾼들의 오래된 습성이다 보니, 늘 정상에 오르고 나면 심한 배 고품을 느끼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이다. 그 때쯤이면 정상 인근 평평하고 그늘과 적당한 전망이 있는 곳을 찾아 삼삼 오오 둘러 앉아 점심을 먹는다. 각자 알아서 싸오는 도시락 반찬이기에 육해공군이 다 모인다. 이렇게 먹는 등산 점심밥은 진짜 꿀 맛이다. 반찬이래야 김치에 깍두기, 멸치조림, 계란말이 등이 고작인데도..... 그 맛은 옛 임금님이 드셨다는 궁중요리보다, 이태리 음식보다, 산해진미를 다 모아 놓은 진수성찬보다 맛있고 즐겁다. 이외에도 등산의 즐거움이랄까? 좋은 점은 참으로 많다. 산에서의 맑은 공기와 풀냄새, 꽃냄새, 그리고 산행중의 사색, 가끔씩 얻을 수 있는 산나물, 더덕, 송이 등 부수입도 등산의 한 재미일 수 있다. 등산은 가장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등산은 축구나 농구 등 구기 종목과는 다른 운동이다. 산소를 충분히 몸으로 흡입하면서 하는 운동이다. 그러기에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또 타 운동에 비해 부상의 위험이 적다. 간혹 발목이나 다리를 다치는 경우는 있긴 하지만내 경험으로는 아직까지 그런 경우를 보지 못했다. 그리고 등산은 쉽다. 테니스도, 골프도, 탁구 등등은 레슨이 필요하다. 특히 골프를 하려면 3-4달이상은 레슨을 받아야 한다.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 등산은 특별히 레슨이 필요치 않다. 축구나 배구, 풋살, 족구 등은 타고난 운동신경이 필요하다. 잘 하고 못하는 것이 선천적으로 많이 타고 난다. 열심히 하면 나아지기는 하겠지만, 주 공격수가 되기는 힘들다. 하지만 등산은 열심히 하면 산행대장도 되고, 가이드도 될 수 있다. 그리고 등산은 남녀노소, 빈부격차가 없는 운동이다. 쉽게 말해서 특별한 기술도 필요 없고, 또 돈도 들지 않는다. 등산은 저비용고효율(低費用高效率) 운동이다. 또한 등산은 우리 몸을 날렵하고 매끈하게 만들어 주는 운동이다. 처음 등산을 하면서 몸의 많은 변화를 느낀다. 그 중에 가장 쉽게 변화는 것은 체중 감소이다. 나의 경우를 보면 4개월 정도, 일주일에 3일정도의 산행으로 무려 10kg정도의 체중이 줄였다. 등산 시작 때 내 몸무게가 90㎏대를 육박하던 것이 지금은 80kg 초반으로 줄었다. 체중 감소의 단계를 몸 구조적 측면에서 보면 이렇다. 먼저 허벅지 살이 가장 먼저 빠지고 그 다음에 엉덩이, 가슴, 목살 등의 순서로 빠지는 것 같다. 가장 빠지지 않는 살이 뱃살인 것 같다. 아직도 뱃살은 빠지지 않고 있으니, 뱃살을 빼려면 다른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뱃살을 빼려고 너무 무리하게 등산을 하는 것은 별로 권하고 싶지는 않다. 자칫 무리하다 보면 무릎 연골이나, 발목 등이 약해져 영원히 산에 오를 수 없을 지도 모르므로 이 점은 꼭 염두에 두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살을 빼기 위해 등산을 생각한다며, 약간은 잘 못된 생각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진정한 산꾼이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산꾼을 꿈꾼다. 단지 산에 오르는 것을 좋아하는 한사람일 뿐이다. 일 주일 내내 산에 가는 것이 기다려 지는 사람, 휴일 날 비가 올까? 걱정을 하는 사람 정도인 것 같다. 얼마전 친구랑 술을 마시면서 등산에 대해 좀 길게 얘기를 했더니, “너 꼭 교회 나오라고 매달리는 전도사 같다” 라고 하는 핀잔을 들었다. 하지만 난 그런 내 모습이 좋다. 지금껏 살면서 내 자신이 이렇게 뭔가 깊이 빠져 본적이 있는지? 지금! 이런 내 모습이 자랑스럽다. 취미가 뭔데? 라고 물으며 지금껏 한번도 자신 있게 말한 적이 없다. 그 만큼 자신이 없었다. 진짜 그 취미로 인해 내가 즐거움을 지나 희열을 느낄 수 있었는지? 그 취미생활을 하기 위해 시간 배정의 우선 순위가 어떻게 되는지? 『시간 있음』하고 그렇지 않으면 못하는 그런 것이 아닌, 없는 시간도 만들어서 하는 것........... 이제 내게 있어서 진정한 취미는 등산이다. 시간이 없어서 산에 오르지 못한다 는 말을 들으면, 답답하다. 그래서 설교를 하고 싶다. “밥 먹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는 말과 똑 같다. 먹자고 하는 일인데....... 잘 살기 위해 하는 일인데......” 등산은 그런 것이다. 풍요롭고 인간답게, 그리고 자신이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으면 이번주 부터 라도 산에 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