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캠프는 의욕이 넘쳤다. 제프 배니스터 감독은 숫자 86,400을 선수들에게 소개했다. 이는 하루 24시간을 초 단위로 환산한 것으로, 시간을 좀더 유용하게 쓰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구단은 선수들의 식단을 관리하는 영양사를 고용했다. 균형 잡힌 식단이 선수들의 경기력을 높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치치 곤살레스는 "예전엔 그저 배가 고파서 식사를 했는데, 이제는 경기 준비에 도움을 주는 과정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먹구름이 몰려왔다. 식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한 곤살레스는 팔꿈치 통증을 호소(7월 토미존). 제이크 디크먼은 궤양성 대장염으로 전반기 출장이 불투명했고, 캐시너는 이두근에 불편함을 느꼈다. 무엇보다 팀의 정신적 지주 애드리안 벨트레가 언제 돌아올 지 모르는 종아리 부상을 당했다.
만원 관중이 입장한 개막전, 텍사스는 3회말 루그네드 오도어의 스리런 홈런이 나올 때만 하더라도 무난하게 승리하는 듯 했다(5-1). 문제는 상대 팀이 클리블랜드였다는 것. 클리블랜드는 끈질기게 따라붙어 이내 점수 차를 좁혔다. 근접전 승부가 되자 불펜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클리블랜드는 선발 코리 클루버 이후 나온 4명이 남은 3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텍사스는 두 번째 투수 맷 부시가 동점 홈런을 얻어맞은 데 이어(1.2이닝 1실점) 마무리 샘 다이슨이 올라오기 무섭게 0.2이닝 3실점 패전 멍에를 썼다. 올해 텍사스 불펜 대참사의 예고편이었다.
개막전을 패한 텍사스는 4월을 11승14패로 마감했다(2016년 14승10패). 잠금장치를 제대로 걸어두지 못한 것이 패인이었다. 특히 가장 든든해야 할 다이슨이 널뛰기 피칭으로 크게 요동쳤다(4월 3블론 17.18). 마무리가 투입된 8경기에서 7경기를 졌으니 치고 올라갈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니스터는 다이슨에 대한 미련을 쉽게 버리지 못했다. 경기 중반에 내보내면서 부담을 덜어줬는데 다이슨이 늪에서 헤어나오질 못했다. 지역 라이벌 휴스턴이 독주 채비를 갖춘 반면 텍사스는 초반부터 새로운 마무리 찾기에 몰두했다. 5월 중순 10연승을 질주하면서 5할 승률에 3승을 더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휴스턴은 이미 5할 승률에 16승을 더한 상태였다. 텍사스는 6월초 다이슨(17경기 10.18)을 샌프란시스코로 보냈다. 맷 부시가 마무리 역할을 이어받았는데, 부시도 셋업맨이 더 어울리는 선수였다(세이브 상황 15경기 5.17). 텍사스는 다이슨과 부시가 합작한 전반기 세이브 성공률이 겨우 43.3%밖에 되지 않았다.
마무리가 오락가락 하는 와중에도 5할 승률 근처에서 맴돌았다. 후반기 첫 두 경기를 승리한 텍사스는 5할 승률을 회복하면서 와일드카드는 노릴 수 있었다. 하지만 7월17일 9회말 끝내기 패배(추신수 실책)를 시작으로 5연패로 추락했다. 열흘 뒤 마이애미전에서는 다르빗슈 유가 3.2이닝 10실점으로 태업마저 의심되는 피칭을 남겼다(이날 투수 여섯 명이 모두 점수를 뺏긴 텍사스는 팀 역대 두 번째로 많은 22실점을 했다). 7월 마지막 3경기를 모두 패한 텍사스는 조너선 루크로이(콜로라도) 제레미 제프리스(밀워키) 다르빗슈(다저스)를 트레이드 하는 것으로 올시즌 일보 후퇴를 선언했다. 9월22일 4연승에 성공하면서 와일드카드 2위 미네소타를 2.5경기차로 추격했다. 그러나 이후 10경기 2승8패에 그쳐 기적을 일으키지 못했다. 포스트시즌 진출과 5할 승률 실패. 동시에 라이벌 휴스턴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모습까지 지켜봤다.
Good : 득점력은 나쁘지 않았다. 리그 5위에 해당하는 799득점은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보스턴(785점)보다 좋았다. 엘비스 안드루스가 데뷔 첫 20홈런 100득점 시즌을 달성하면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297 .337 .471). 텍사스 20홈런 100득점 유격수는 알렉스 로드리게스(2001-03) 마이클 영(2004-05)에 이어 3번째. 여기에 20도루까지 넘긴 선수는 안드루스 뿐이다. 홈런/뜬공 비율 11.6%는 이전 개인 통산 기록(3.8%)과 비교하면 천지개벽 수준. 100위권 밖에 있었던 포심 상대 장타율도 30위까지 올라왔다(.437→.578). 여전히 수비에서 어이없는 실책을 범하긴 했지만, 올해 안드루스는 공격/수비/주루 모든 측면에서 플러스 점수를 받았다.
안드루스마저 파워를 장착한 텍사스는 홈런 생산은 남부럽지 않게 했다. 237홈런은 양키스(241개) 휴스턴(238개)에 이은 메이저리그 전체 3위. 팀 역사를 되돌아봐도 4번째로 많았다(2005년 260개). 15홈런 타자가 무려 9명이나 등장했다. 이는 2005년 텍사스와 클리블랜드, 2012년 양키스와 같은 메이저리그 최고기록이다. 조이 갈로는 2012년 조시 해밀턴 이후 텍사스 첫 40홈런 타자가 되었으며(41개) 오도어는 2년 연속 30홈런 고지를 정복했다(30개). 나폴리도 다른 건 제쳐뒀지만 한 방은 과시했고(29홈런) 추신수는 한시즌 개인 타이기록(22개)으로 힘을 보탰다. 홈런에서 기대를 뛰어넘은 선수는 로빈슨 치리노스가 있었다. 애틀랜타 커트 스즈키처럼 30대 중반에 회춘한 치리노스(33)는 개인 최다인 17홈런을 쏘아올렸다. 걸린 타수는 263타수로, 홈런 하나당 소모한 15.5타수는 조이 보토, 폴 골드슈미트와 같았다.
기동력도 보여줬다. 팀 도루 113개는 전체 4위.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로 4년만에 100도루를 돌파했다(2013년 149도루). 델라이노 드실즈(29도루) 엘비스 안드루스(25도루)가 열심히 뛰었다. 추신수도 4년만에 두 자릿수 도루(12도루). <팬그래프> 베이스런닝 지수 6.5는 미네소타(14.2) 탬파베이(11.4) 양키스(10.6) 클리블랜드(9.9)에 이은 리그 5위였다(전체 8위). 카를로스 고메스는 4월30일 에인절스전에서 히트포더사이클을 달성. 최근 5년간 4번째 텍사스 선수로(역대 10번째) 같은 기간 텍사스를 뛰어넘은 팀은 없다(2013년 리오스, 2015년 추신수 벨트레).
복귀가 차일피일 미뤄진 벨트레는 5월말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7월5일 보스턴전에서는 통산 600번째 2루타를 달성. 시즌 전 58개만을 남겨둔 통산 3000안타도 7월31일 볼티모어전에서 완성했다(2루타). 메이저리그 3000안타 타자는 역대 31번째로,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은 벨트레가 최초다(비 미국인 5번째). 텍사스 유니폼을 입고 3000안타를 친 타자도 벨트레가 처음이다. 벨트레는 단순히 기록에만 집착하지 않았다. 30대 후반의 나이지만 공수에서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312 .383 .532). 햄스트링 부상이 겹치면서 94경기밖에 뛰지 못한 것이 안타까운 부분. 많은 경기를 결장했지만, 팀 두 번째로 높은 승리 기여도(3.1)를 쌓는 위엄을 뽐냈다.
다르빗슈는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팀을 떠났다(6승9패 4.01). 텍사스는 재결합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다르빗슈는 단번에 부정했다. 마틴 페레스는 팀내 최다승을 올렸고(13승12패 4.82) 캐시너는 싱커 포심 체인지업 조합이 위력을 발휘했다(11승11패 3.40).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해준 선수는 알렉스 클라우디오였다. 틈만 나면 올라왔던 클라우디오는 마무리 대란을 종결시켜준 선수(11세이브 2.63). 78.2이닝은 리그에서 세 번째로 많은 불펜 이닝이다. 좌완 사이드암 투수인 클라우디오는 독특한 각도에서 들어오는 체인지업으로 타자들을 잠재웠다. 체인지업 피안타율 .162는 100타수 기준 전체 5위, 불펜 2위(크리스 데븐스키 .142). 올해 평균자책점(4.76) WHIP(1.48) 피안타율(.265) 모두 리그 14위에 그친 텍사스 불펜진에서 홀로 피어올랐다.
Bad : 텍사스는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들이 많았다. 그런데 대부분이 홈런만 치는 타자들이었다. 나폴리는 450타석 이상 들어선 181타자 중 나홀로 1할대 타율을 쳤다(.193 .285 .428). 이는 동일한 조건에서의 텍사스 단일시즌 최저타율이다(종전 1975년 짐 선버그 .199). 갈로도 7월까지는 1할대 타율(.197). 남은 50경기 타율 .231를 친 덕분에 간신히 1할대는 모면했지만 타격은 수준 이하였다(.209 .333 .537). 참고로 갈로는 시즌 94안타 중 장타가 62개였으며, 단타는 심지어 홈런보다 적은 32개였다(규정타석을 충족한 타자 중 이같은 진기록을 보유한 타자는 1998-99년 마크 맥과이어, 2001년 배리 본즈). 마찬가지로 정확성에서 허점을 보인 오도어는 출루율 메이저리그 전체 최하위에 그치는 수모를 안았다(.204 .252 .397).
너도나도 영웅 스윙을 하다보니 삼진도 많이 헌납했다. 삼진율 24.4%는 리그 두 번째로 높았다(탬파베이 25.0%). 삼진 1493개는 종전 팀 최다였던 2009년 1253개를 훨씬 넘어서는 기록. 메이저리그 한시즌 최다 15홈런 타자를 배출한 대가도 제대로 치렀다. 한시즌 100삼진 이상 넘긴 타자가 8명이 나온 것. 이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없던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홈런이라는 짜릿한 무기를 가지고 있어도 양키스, 휴스턴과 달리 텍사스는 홈런만 조심하면 되는 팀으로 전락했다.
치리노스가 뛰어난 성적을 거둔 것은 반가운 일이다(.255 .360 .506). 그러나 치리노스보다 잘해줬어야 할 루크로이는 미적지근 했다(.242 .297 .338). 텍사스에서 올린 조정득점창조력 66은 데뷔 후 가장 낮은 성적(지난해 123). 포수 디펜시브런세이브도 -4로 떨어졌으며, 텍사스 이적 후 급격히 나빠졌던 프레이밍도 되살아나지 않았다(-21.0). WBC 대회에서 눈부신 활약(타율 .522)을 펼친 쥬릭슨 프로파는 정작 본무대에서 움츠러들었다(.172 .294 .207). 라이언 루아(타율 .217) 드류 로빈슨(.224) 제러드 호잉(.222) 같은 예비 전력들도 모두 실망스러웠다.
구입한 복권 두 장 중 한 장은 불발됐다. 흉곽 출구 증후군 수술에 이어 허리까지 아팠던 타이슨 로스는 1년이 넘는 공백 끝에 6월 중순 복귀했다. 첫 경기는 승리를 따냈지만(5.2이닝 2실점) 구위와 제구 모두 이전 같지 않았다(3승3패 7.71). A J 그리핀은 5월10일 모교가 있는 샌디에이고를 상대로 완봉승(4안타)을 거둘 때만 하더라도 대박 조짐(5경기 4승 2.45). 하지만 이내 본색을 드러냈고 늑간근 부상으로 드러누웠다(6승6패 5.94). 선발진 구상에서 크게 어긋난 선수는 콜 해멀스였다. 7년 연속 200이닝을 넘겼던 해멀스는 올해 사근 부상으로 148이닝을 던졌다. 데뷔 시즌 제외 해멀스가 규정이닝을 넘기지 못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마운드 위 존재감도 해멀스 답지 않았다. 두 자리 승수로 체면치레를 했을 뿐 이름값은 하지 못했다(11승6패 4.20).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떨어졌으며(93.3→92.0마일) 탈삼진/볼넷 비율은 3년 연속 나빠졌다(3.47→2.60→1.98). 팀이 포스트시즌 경쟁을 벌일 때도 마지막 8경기에서 2승5패 6.12로 도움을 주지 못했다. 좌우 원투펀치로 휴스턴에 대적하려 했지만, 이 계획은 완벽히 수포로 돌아갔다.
전망 : 리빌딩을 하기에는 시기가 애매하다. 장기 계약 선수들의 트레이드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며, 새로운 개폐식 구장이 2020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에 들어갔다. 안드루스의 가치는 높아졌지만 남은 계약(5년 7300만)을 생각하면 여전히 부담스럽다. 해멀스는 관심을 끌 수 있는 매물이자, 트레이드 적기는 맞다(2019년 FA). 그런데 해멀스마저 보내면 선발진을 지탱할 수 있는 투수가 하나도 없다(기대주도 없다). 추신수 트레이드 역시 현재로서는 실현될 확률이 높지 않다. 결국 텍사스는 이 선수들을 중심으로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내밀어야 한다. 존 다니엘스 단장은 일단 선발진 재구성부터 착수. 첫 번째 행보로 덕 피스터를 영입했다((1년 350만, 2019년 옵션 450만). 피스터는 올해 싱커 구속이 2마일가량 올랐는데(89.8마일) 텍사스는 내심 제2의 찰리 모튼을 꿈꾸고 있다. 문제는 피스터가 자리를 잡아도 선발 마운드는 그리 높지 않다는 것. 이에 모든 팀들이 간택되길 바라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 쟁탈전에 무척 적극적이다.
클라우디오는 텍사스 마무리 잔혹사를 끊을 수 있을까. 2012-13년 조 네이선 이후 텍사스는 특정 마무리 투수가 2년 연속 뒷문 단속을 한 적이 없다. 배니스터 감독의 투수 운영이 민낯을 드러낸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해결되길 바라는 건 욕심이다. 오도어(24) 갈로(24) 같은 젊은 선수들이 나타나면서 타선은 보다 활기를 찾았다. 그러나 이 두 명으로는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 다르빗슈가 남기고 간 윌리 칼훈(23)의 메이저리그 출장 시간이 늘어나야 한다(외야 수비는 소문대로 심각했지만). 몇 년 전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휴스턴은 강도 높은 리빌딩을 거쳐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아직 우승이 없는 팀이 7팀으로 줄어든 가운데 창단한 지 가장 오래된 팀은 바로 텍사스다(57년). 라이벌의 우승이 강력한 자극제가 되었기를 바라야 한다.
야수 fwar 순위
4.1 - 엘비스 안드루스
3.1 - 애드리안 벨트레
2.9 - 조이 갈로
2.3 - 로빈슨 치리노스
2.3 - 델라이노 드실즈
2.3 - 카를로스 고메스
0.8 - 추신수
0.4 - 노마 마자라
0.2 - 조너선 루크로이
투수 fwar 순위
2.4 - 다르빗슈 유
1.9 - 마틴 페레스
1.9 - 앤드류 캐시너
1.6 - 알렉스 클라우디오
1.5 - 콜 해멀스
0.8 - 키오네 켈라
0.6 - 맷 부시
0.4 - 토니 바넷
0.2 - 호세 르클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