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무식꾼들
손 영 일
미국 코넬 대학교의 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더닝(David Dunning) 교수는 1995년, 은행강도가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로 은행을 털다 걸렸는데,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유가 얼굴에 레몬주스를 뿌리면 감시카메라에 걸리지 않는다는 속설을 믿었기 때문이라는 황당한 보도를 보고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정말 사실인지를 연구해 보기로 하고, 연구생 저스틴 크루거(Justin Kruger)와 함께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시험의 예상 성적을 적게하여 실제 성적과 비교하는 실험을 했다.
이 실험에서 “공부를 못하는 학생일수록 자신의 성적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공부를 잘하는 학생일수록 자신의 성적이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그 실험 결과로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사실임이 증명되자 이를 “더닝크루거효과 (Dunning-Kruger Effect)”라고 명명했다. 이렇게 더닝크루거효과는 “모를수록 용감하고, 알수록 겁쟁이”가 되는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두 실험자는 그 후에도 수년간 유사한 주제로 실험을 계속한 결과 내린 결론은 숙련된 전문가는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자신을 평가하므로 열등감에 빠지는 경향이 있고, 초보자는 평가 기준 자체가 없거나 낮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을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일월성신(日月星辰)이라는 글자는 해(日)와 달(月)과 큰별(星)과 잔별(辰)이라는 네 글자를 합한 글자로서 하늘에 있는 모든 유형적 실체를 의미한다. 이런 일월성신(日月星辰)은 우리의 고유한 민속신(民俗神)으로서 잉태와도 관련이 있다. “둥근 해를 품에 안았던 조선의 9대 왕 성종의 어머니 한씨(韓氏)가 성종을 잉태하였다”는 기록에서 보듯 태양(日)은 잉태하는 주력(呪力)을 지니고 있다고 믿어졌다. 고구려의 유화(柳花) 부인은 방에 갇힌 몸인데도 햇빛이 들어와서 여인이 피하면 피하는 곳을 따라가 비추면서 그 여인으로 하여금 잉태케 하여 알을 낳게 되었는데 그 알에서 태어난 아이가 바로 신궁(神弓)으로 유명한 주몽(朱夢)이었다고 한다.
강원도의 옛 풍속에 출산(出産)이 없을 때는 대두(大豆) 한 알을 두 쪽으로 갈라 한쪽에는 일(日) 자를 쓰고 또 다른 한쪽에는 월(月) 자를 쓴 다음 그 콩을 산부(産婦)에게 먹이면 임신을 한다는 속설이 있었다. 이는 일월(日月)의 결합에 의한 주력(呪力)의 효험을 믿었던 무속적 행위라 할 수 있다. 고려시대 때는 태일성(太一星), 토요성(土曜星), 북두칠성과 12궁성(十二宮星)에 초제(醮祭: 기원제)를 올렸는데 그 이유는 그런 별들이 사람의 운명과 직결되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소원을 빌기 위해서는 해가 뜨기 전 이른 새벽에 정화수(井華水)를 떠 놓고 하늘의 별을 향해서 경배를 해야한다. 그리고 태어난 아이의 장수(長壽)를 위해서 어머니는 신장(神將)에게 “일월성신이시여, 소림연년익수다호년(昭臨延年益壽多好年)하게 하소서(밝은 빛을 비추시어 해마다 건강하고 좋은 일이 많게 하소서)”라는 주문을 반복하며 빌고 또 빌었다. 이런 일월(日月)은 성신(聖神)으로서 모두 남자이고, 일신(日神)의 비(妃)는 일아지씨(日阿只氏)라 부르고, 월신(月神)의 비(妃)는 월아지씨(月阿只氏)라 불렀다.
이처럼 천지신명은 우주에 가득찬 온갖 신적(神的) 요소를 의인화(擬人化)한 개념이다. 그래서 “천지신명께 비나이다”라는 우리 조상들의 기도는 불교, 기독교, 천주교, 동방정교, 힌두교, 이슬람교, 유대교, 도교, 신토교, 조로아스터교(Zoroastrianism) 등등, 현재까지 탄생된 모든 종교, 모든 신(神)을 통칭하는 신명(神命)의 기도였다. 이렇게 세상의 모든 신(神)을 다 품고 있는 진정한 하나의 신, 그 신이 바로 우리의 조상들이 믿고 받들었던 일월성신(日月星辰)이다.
십진법은 0에서 9까지의 10개 수이지 1에서 10까지의 10개 수가 아니다. 그런데도 시장에서 물건의 수를 셀 때 1에서 10까지를 기준으로 해서 센다는 것을 근거로 하여 1에서 10까지의 수가 십진수라 우기는 사람들이 가끔씩 있다. 이 또한 무식이 용감이다. 우주의 진정한 실체인 일월성신을 두고도 자기들 멋대로 만든 신을 유일신이라고 떠드는 사람들은 1에서 10까지의 수가 십진수라고 우기는 용감한 무식꾼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을 것 같다.
억울하면 출세하라 했던가? 억울하면 국력을 길러 세계를 제패(制霸)하라. 원신(原神)인지 졸신(卒神)인지도 모른 채 우리가 힘 있는 나라의 신을 믿고 있듯이 지금까지 나라마다 가진 수십 가지의 인격신은 모두 사라지고, 하늘의 참된 원신(原神)인 우리의 일월성신이 세계를 주름잡게 될 것이다. 네? 민족신(民族神) 도그마(Dogma)에 빠진 미친 놈이라고요? 이양지 미칠 바에는 외래신(外來神)에 미친 놈이 되기보다는 민족신에 미친 놈이 되는 게 보다 줏대있고 자랑스런 한국인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