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말을 인용하는 대신 붓다가 되라. 붓다의 의미 같이 깨어난 자가 되라.
영성은 우리가 영혼을 가진 존재being임을 자각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영성은 우리가 지각하고 생각하고 느끼고 반응하는 것은 '나'가 아님을 인식하는 것이다.
영성은 에고라는 망상에서 깨어나, 깨어 있지 않는 자신을 자각하는 일에서 출발한다. 자신 안에서 지각하고, 생각하고, 말하고, 느끼고, 자동 반응하는 것이 에고임을 지각하는 것이 깨어남이다.
에고는 형상과의 동일화와 생각과의 동일화이다.
자신의 정체성과 생각이 하나로 녹아 있을 때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들과 너무도 동일화되어 있어,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들을 방어하려고 할 때는 늘 자기 자신을 방어하는 것 처럼 느끼고 행동한다.
우리는 너무도 자주 아니 항상 우리 자신의 말과 생각을 우리 자신으로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우리 말을 무시한다고 싸우고, 상처받고, 좌절해 고통을 받는다.
무의식적으로 나는 나 자신의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느끼고 그렇게 행동하며, 따라서 나의 감정들도 그 무의식적인 믿음들을 반영한다. 어떤 희생을 치루더라도 이기지 않으면 자신이 소멸한다고 느낀다.
그래서 불교의 선에서는 '진리를 추구하지 말라. 다만 자신의 의견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멈추라'라고 말한다. 즉, 마음과의 동일화를 내려놓으라는 뜻이다. 그렇게 하면, 마음 너머의 '나는 누구인가'가 저절로 모습을 나타난다고 한다.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은
눈물을 흘릴 일이 생긴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린왕자 중에서-
'불안의 책' - Fernando Pessoa는 이념, 생각, 의견에 사로잡히지 말라는 말을 그의 소설에서 아래 같이 표현했다.
사람이든 사랑이든 어떤 이념이든 무엇에도 종속되지 않는 것, 진실을 믿지 않고 진실을 안다는 것의 유용성도 믿지 않으며 초연한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늘 사고하며 사는, 내면이 지성적인 자가 갖춰야할 바른 자세라고 본다. 어딘가 소속되면 평범해진다. 존재는 자유로운 것이다. 우리 자신에게도 묶이지 말 것. 다른 이들로부터 자유로운 것처럼 우리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명상하되 황홀경에 빠지지 말고, 생각하되 결론을 구하지 말자.
구경회 2024.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