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열왕 2,1.6-14; 마태 6,1-6.16-18
+ 찬미 예수님
오늘 제1독서에는 엘리야의 승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많은 상징으로 가득합니다.
첫 번째로 엘리야는 세례자 요한을, 엘리사는 예수님을 상징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도 세례자 요한이 엘리야라는 말씀을 하신 바 있는데요, 엘리야가 아합과 이제벨 부부에게 회개를 선포한 것처럼, 세례자 요한은 헤로데와 헤로디아에게 회개를 선포했습니다. 이제벨은 엘리야를 죽이려 했고, 헤로디아는 요한을 죽이려 했는데, 헤로디아는 성공했습니다.
엘리야가 세례자 요한처럼 광야에서 홀로 외치는 소리였다면, 엘리사는 제자들과 함께 활동하며, 많은 기적을 행했는데, 죽은 사람을 살리고(2열왕 4,18-37), 빵 스무 개로 백 명을 먹이고(2열왕 4,42-44), 나병환자를 낫게 한 기적(2열왕 5)은 예수님의 기적을 연상케 합니다.
둘째로, 엘리야는 예수님을, 엘리사는 제자들과 교회를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는데요, 엘리야가 승천한 이후 엘리사가 스승의 일을 이어받은 것처럼,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후 제자들과 교회가 예수님의 일을 이어받아 수행합니다.
세 번째로, 엘리야와 엘리사는 모세와 여호수아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이집트의 잡신들이 야훼 하느님께 패배하고, 파라오의 맏아들이 죽은 뒤에 이집트를 떠난 모세와 여호수아처럼, 아합과 이제벨 부부가 섬기던 바알이 야훼 하느님께 패배하고, 아합의 아들 아하즈야가 죽자 엘리야와 엘리사는 그 땅을 떠납니다. 물이 갈라지고 두 사람이 마른 땅을 밟고 강을 건넌 것 또한 출애굽을 상징합니다.
엘리사는 엘리야에게 “당신의 영의 두 몫을 받게 해 달라”고 청하는데요, 맏아들은 다른 아들보다 두 배의 상속 재산을 받았기 때문에, 이는 당신의 영적 상속자가 되게 해 달라고 청하는 것입니다.
엘리야가 회오리바람에 실려 하늘로 올라가자 엘리사는 “나의 아버지, 나의 아버지! 이스라엘의 병거이시며 기병이시여!”하고 외칩니다. 병거는 전쟁에서 쓰이는 수레인데, 전차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엘리야는 하느님께서 보내신 전차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지만, 그 자신이 하느님의 전차로서, 하느님의 현존을 몸에 지니고 이스라엘을 지키는 이로 봉사했습니다.
엘리사의 외침은 이스라엘을 지키는 이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던 왕도, 말이나 병거도 아니고 엘리야였다는 고백입니다. 오늘날 우리도 우리를 지키시는 이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영광이신 예수 그리스도시라는 것을 고백해야겠습니다.
하늘로 올라간 엘리야는 예수님께서 거룩하게 변모하실 때에 모세와 함께 나타날 것입니다. ‘엘리야’라는 이름은 ‘나의 하느님은 야훼이시다’라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나이까” 즉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라고 외치실 때 사람들은 “저것 봐, 저 사람이 엘리야를 부르네”하고 착각했는데요, ‘엘로이’ 즉 ‘나의 하느님’이 ‘엘리야’라는 이름과 연관되었기 때문입니다. 엘리야가 이제벨의 협박을 두려워하면서도, 바알의 예언자들과 대적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하느님은 야훼이시다’라는 자신의 이름의 의미를 실현했기 때문입니다.
복음에서 예수님은 자선과 기도와 단식을 할 때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러면 누구에게 보여야 할까요? 아버지입니다. 오늘 복음에는 ‘아버지’라는 단어가 여섯 차례 나오는데, 그 아버지는 ‘숨어 계신 나의 아버지’, ‘숨은 일도 보시는 나의 아버지’이십니다.
기도는 마음의 시선을 하느님께로 향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해 기도한다면, 기도하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마음의 시선이 하느님께로 향하지 않고 다른 것에로, 자기 자신에게로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것에로 기우려는 마음을 거두고 마음을 하느님께로 향하는 것이 기도입니다. 몸으로 하는 기도인 단식과, 삶으로 하는 기도인 자선 역시 하느님께로 우리 시선을 향하게 하는 도구들입니다.
참다운 기도는 하느님 앞에 홀로 나와 마음 깊은 곳에서 ‘엘리야’라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저의 하느님은 지금 저와 함께 계신 당신이십니다. 다른 것을 하느님으로 섬기지 않겠습니다.’라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남에게 드러내 보이고 싶은 마음이 커다란 우상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저의 하느님은 당신이십니다. 다른 것이 저를 어찌하지 못합니다.”
* 멘델스존, 오라토리오 "엘리야" 중 "도와주소서, 주님!"(Help, Lord!)
https://youtu.be/hHowXrDHDkE?si=P6RzL0xknskjkCsb
가사:
Help, Lord! Wilt Thou quite destroy us!
The harvest now is over, the summer days are gone, and yet no power cometh to help us!
Will then the Lord be no more God in Zion?
The deeps afford no water! And the rivers are exhausted!
The suckling’s tongue now cleaveth for thirst to his mouth!
The infant children ask for bread!
And there is no one breaketh it to feed them
* 쥬세뻬 안젤리, 엘리야의 승천(1740/1755년)
첫댓글 엘리야라는 이름의 의미와 예수님과 요한과 그제자들과의 연관성을 살펴주신것과. 후반마침부분 기도에 관한 말씀 잘 들었ㅈ습니다
언제나 신앙과 믿음의 시야를 넓게 볼수있도록강론해주시는 신부님 고맙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셔요~^^
오랜만에 신부님 강론을 들었습니다. 살다보면 하느님을 멀리 할 수 있는 수 만 가지의 이유들이 있습니다. 자기 합리화가 나를 편안하게도 하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의 부르심을 없애지는 못하더라요. 늘 회심하게 도와주시는 강론에 감사드리고 그리고 아주 잠시 깨닫습니다. 주님, 당신 아니시고 제가 어디로 가겠습니까?
아멘. 가슴 깊은 곳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주심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