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356)... 癌정복 ‘Moonshot 프로젝트’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암(癌) 정복 프로젝트
대한암학회(癌學會)와 연세암병원(癌病院)이 공동 주관한 GAP(Global Academic Programs) 2014년 컨퍼런스가 지난 5월 1일부터 3일까지 서울 그랜드 힐튼호텔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GAP 국제학술회의에는 미국, 노르웨이, 스웨덴, 독일 등 세계 각국의 암 전문가 1,000여명이 참석했다.
GAP는 세계 최고의 암 전문병원으로 꼽히는 미국 텍사스의과대학 엠디 앤더슨 암센터(MD Anderson Cancer Center: MDACC)가 전 세계 암치료, 암연구자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기초, 중개, 임상연구와 역학, 예방, 교육 등 다양한 연구를 추진하는 프로그램이다. 전 세계 22개국, 29개 기관과 자매결연을 맺고 각국의 우수한 연구진들의 진료(診療), 교육, 연구 등 모든 분야에서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GAP는 2002년부터 미국 휴스턴 소재 MDACC에서 열렸으며, 2012년부터 노르웨이 오슬로의 노르웨이 암 컨소시엄을 시작으로 짝수 해에는 자매결연 국가 기관에서, 홀수 해에는 MDACC에서 주최하고 있다. 미국 외부에서 개최한 GAP는 한국이 노르웨이에 이어 두 번째이며, 연세암병원과 대한암학회가 아시아를 대표하여 서울에서 개최하게 되었다.
엠디 앤더슨 암센터(MDACC) 로널드 데피뇨(Ronald DePinho) 원장은 GAP 연차회의 참석 후 가진 기자회견(5월 1일)에서 “생명과학 기술의 진화로 암 치료의 판세(版勢)도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 인류가 암을 통제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생명과학 기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암 치료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MD Anderson 암센터’는 US News & World Report 주간지가 2014년 평가한 미국 병원 중 성인 암 치료 1위를 차지했다. 센터에서 한 해 암 연구에 쓰는 예산은 7억 달러(약 7160억원)이며, 일부 암의 사망률을 몇 년 안에 획기적으로 낮추는 프로젝트를 위해 10년간 연구비 30억 달러(약 3조700억원)를 별도로 투입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지난 1999년 이곳에서 폐암(肺癌) 치료를 받았다.
데피뇨 원장은 암 정복(癌征服) 프로젝트를 인류의 달 착륙 시도에 비유해 소위 ‘문샷 프로젝트(Moonshot Project)’를 고안하였다. 즉 1960년대 미국에서 실제로 달에 가보자(moonshot)는 결정을 하여 결국 달 탐사선(探査船) 발사에 성공하였다. 인류의 달 착륙 시도(試圖)처럼 암 정복이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지만 명확히 목적을 정하고 도전한다는 것이다.
암 치료도 생존율(生存率)을 높이자는 명확한 목적이 있으므로 모든 기술을 치료에 이용할 수 있도록 접목하는 것이다. 비교적 여러 분야에서 접근이 가능한 유방ㆍ난소암, 급성백혈병ㆍ골수종, 만성백혈병, 폐암, 전립선암, 색소암 등 6종류 암의 통합형, 개인 맞춤 치료로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다.
데피뇨 원장은 향후 가장 획기적으로 발전할 치료법으로 ‘자가면역(自家免疫)치료’를 꼽고 있다. 즉, 암세포는 정상세포가 아닌데도 우리 면역 시스템이 이를 인식하지 못하므로, 자가면역 세포를 가공해 암을 파괴하게 만들면 암 치료뿐 아니라 재발(再發)도 막을 수 있다. 또한 면역세포는 암세포만 인식해 공격하므로 탈모(脫毛), 구역질 등 부작용도 없다.
한편 지난 5월 개최된 ‘국제 파이토뉴트리언트(Phytonutrient) 심포지엄’에서 서울대 약대(藥大) 서영준 교수는 “식물영양소는 암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세포를 정상으로 복구하는 것을 도와 암을 예방한다”고 말했다. 즉 암은 개시(발암물질 노출) ⟶ 촉진(돌연변이 세포 증식 및 응집) ⟶ 진행(악성종양이 조직에 침윤 및 전이) 등 세 단계를 거치는데, 식물영양소는 촉진(促進)의 단계를 억제해 암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는다.
식물이 자라면서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화학물질인 ‘식물영양소’는 짙은 색소를 가진 채소와 과일에 많이 들어있다. 최근 식물영양소처럼 독성(毒性)이 없고 안전한 화학물질을 이용하여 암 예방을 연구하는 ‘화학적 암 예방’ 학문이 암 발생률과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암학회 등 세계 여러 학회에서 식물영양소가 항암제(抗癌劑)의 독성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현재 1000가지 이상의 식물영양소가 발암 억제 효과가 있다고 본다. 토마토의 라이코펜(lycopene), 대두(大豆)의 제니스테인(genistein), 포도의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 브로콜리의 설포라판(sulforaphane), 강황의 커큐민(curcumin), 녹차(綠茶)의 카테킨(catechin) 등이 대표적인 식물영양소이다. 다양한 식물영양소를 함께 먹었을 때 효과가 배가(倍加)되므로 다양한 식품으로 하루 세 번 이상 꾸준히 먹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 암 환자는 급증세를 보여 2000년 22만 명에서 2011년에는 4배나 늘어 110만 명이 되었다. 암은 우리에게 잘못된 생활방식을 올바르게 바꾸라는 강력한 경고(警告)이다. 우리는 암 예방을 위해 최상의 면역력(免疫力)을 유지하면서 모든 일을 열정적으로 수행하여야 한다.
체온이 1도 떨어지면 면역력이 30% 저하되므로 체온을 높이기 위해 일광욕(日光浴), 반신욕(半身浴), 족욕(足浴) 등을 생활화하는 것이 좋다. 최근 온열치료(溫熱治療)가 항암제, 방사선의 암 치료 효과를 획기적으로 높인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 행복한 시간이 많을수록 면역력이 높아지므로 많이 웃고 즐거운 대화를 많이 하도록 한다. 삼림욕(森林浴)을 통해 피톤치드(phytoncide)를 충분히 흡수하면 암세포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
잠을 자는 도중에 일시적으로 기도(氣道)가 막혀 호흡이 멈추는 증상인 수면무호흡증(睡眠無呼吸症)이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해 암 환자의 사망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수면의학회지(2014년 4월)에 실렸다. 수면 중 10초 이상 숨이 멎는 증상이 1시간에 5회 이상 나타날 때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한다. 세포의 산소 부족은 암 원인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세포에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므로 산소양압기 등으로 치료하여야 한다.
암은 50% 이상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며, 특히 암 발생의 30%가 담배 때문이므로 금연(禁煙)이 암 예방의 첫걸음이다. 술은 하루에 1〜2잔 정도로 절주(節酒)하여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하루 15분 이상)을 하면 기대수명을 연장시키고 암이나 심장병 등으로 인한 사망률을 14% 낮출 수 있으므로 운동을 생활화하여야 한다. 또한 우리 몸에 좋은 균형 잡힌 식생활, 스트레스의 적절한 관리 등이 암 예방을 위해 중요하다.
최근 건강심리학자들의 스트레스에 대한 자기 확신과 신체 건강의 관계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느냐’ 보다 ‘자신의 상황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즉, 스트레스에 대한 믿음이 건강에 긍정적인 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1969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작된 ‘세브란스 암센터’가 45년 만에 ‘연세암병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의료원(醫療院)은 ‘연세암병원(Yonsei Cancer Center)’을 지상 15층, 지하 7층, 510병상 규모로 신축해 지난 4월 30일 봉헌식(Dedication Ceremony)을 가졌다.
연세암병원에 들어서면 ‘노아의 방주(方舟, Noah's ark)’와 ‘빛의 기둥’을 만나게 된다. 이 두 상징물은 암 환자들은 노아의 방주인 연세암병원에 승선(乘船)해 완치의 희망과 약속의 상징인 빛의 기둥을 향해 함께 항해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연세암병원의 슬로건은 ‘환자의 건강과 시간, 그 소중함의 깊이를 압니다’로 정해졌다. 이는 환자의 건강뿐 아니라 환자의 삶 전체를 생각하는 가족친화형 병원을 지향한다는 의미이다.
연세암병원(노성훈 병원장)은 위암, 간암 등 15개 암 전문센터를 두고 있으며, 대장암, 폐암 등 8개 주요 암 전문센터는 종양(腫瘍)내과ㆍ외과ㆍ방사선 종양과ㆍ영상의학과ㆍ병리과 등의 의료진이 암 치료에 동참하는 다학제(多學制) 진료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암 예방센터, 완화의료센터 등 특성화 센터도 설치하여 암의 예방부터 진단ㆍ치료ㆍ교육까지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며, 암 정보센터는 암에 대한 모든 정보를 무료 제공하고 있다.
글/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청송건강칼럼(356). 2014.6.9. www.nandal.net www.ptc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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