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와 '클럽'을 가르는 경계는 음악이다. 요즘의 클럽문화가 태동했던 시기는 1990년대 말. 그 전까지 나이트클럽에서는 이른바 ‘댄스뮤직’이 대세였다. 그 당시 인기 있는 팝, 가요는 물론이고 외국의 클럽에서 유행하는 클럽 음악 중에서도 대중성이 있는 노래를 많이 가져왔다. 장르 구분 없이 춤출 수 있는 노래라면 다 틀었던 셈. 클럽은 달랐다. 힙합클럽에서는 밤새도록 힙합만 나오고, 트랜스 클럽에서는 트랜스* 음악만 나왔다.
이 무렵에 프로디지The Prodigy의 역사적인 명반 <The Fat of the Land>(1997)이 클럽에서 흘러나왔다. 첫 곡 ‘Smack My Bitch Up’부터 시작해 ‘Breathe’ 등 총 10곡의 수록곡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음악의 신세계를 열어젖힌 충격적인 테크노 앨범이었다.
일렉트로닉 밴드 프로디지는 1992년에 데뷔해 아직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는, 이른바 살아있는 전설이다. 초기에는 하우스 음악의 하위 장르인 ‘빅비트*’ 선풍을 일으키며 주목받았고, 우리나라에서는 ‘테크노 음악’의 동의어처럼 쓰인 적도 있으나 사실 그들의 음악은 장르로서 규정하기 어렵다. 누군가는 이런 헌정적 수사를 내놓았다. ‘내 안의 악마와 접신하게 해주는 일렉트로닉 무당의 춤사위 한판.’
우리말로 치면 전자음악쯤 될 ‘일렉트로닉 뮤직’(Electronica)에는 무척이나 많은 장르가 존재한다. ‘이디엠EDM(Electronic Dance Music)’ ‘하우스House Music’ ‘빅룸*’ ‘트랜스’ ‘테크노’ ‘빅비트’ ‘라운지’ ‘레이브*’, 정글* 등등 난해한 용어들이 많다. 하지만 신경 쓸 필요 없다. 그저 이것저것 들으며 자신만의 흥을 찾아내면 된다. 이와 관련, 음악평론가 이대화의 저서 <Back to the House>(부제:하우스와 테크노가 주류를 뒤흔들기까지 1977-2009)를 참고할 만하다.
*Trans
1980년대 만들어진 전자음악의 한 종류로 테크노와 하우스 음악에서 파생된 장르다. 몽환적인 신디사이저 멜로디가 사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트랜스'는 반복되는 비트와 약동하는 멜로디로 듣는 사람이 무아지경에 빠져든다는 의미로 유래된 말이다.
*Big Beat
'빅 비트'(때론 '케미컬 브레이크스'라 불린다)는 케미컬 브라더스Chemical Brothers의 음악을 기술하기 위하여 영국 음악평단이 1990년 중반 공식화한 전문용어다. 이 말이 명백히 특징지워진 건 팻 보이 슬림Fatboy Slim과 프로디지의 음악이 가세하면서부터. 빅 비트는 몽환적인 신디사이저 라인과 묵직한 재즈 루프를 핵심으로 왜곡되고 압축된 중속(보통 1분에 110에서 136비트 사이)의 브레이크 비트(빠른 비트의 영국 댄스음악)를 특징으로 한다. 고농축된 복합 음악성분은 빈번히 불량한 스타일의 보컬과 강렬하고 왜곡된 베이스 라인의 쾌속 질주감과 함께 형식적인 팝과 융합돼 테크노 팝송을 주조해내기도 한다. 그런 잡종 혈통 안에는 비틀스와 레드 제플린의 브레이크 비트와 애시드 하우스 음악의 동향에서 생겨난 환각성 강한 사이키델릭의 영향이 뿌리내려 있다.
*Bigroom House
EDM의 꽃으로 불린다. 2013년 마틴 개릭스의 'Animal' 트랙 이후 전 세계 페스티벌 음악의 중심이 될 정도로 주류로 자리잡았다. 이후 숱한 아티스트들의 성공으로 하나의 장르가 됐다. 이전의 일렉트로닉 음악이나 댄스 음악은 주로 클럽과 같은 실내에서 플레이되었다. 좁은 공간에서 춤추기 위한 그루브와 리듬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0년 이후 페스티벌이 성장하면서 음악은 야외의 넓은 장소와 큰 스피커들을 동원하게 되고 스케일이 커진 만큼 사람들은 훨씬 더 활동적이고 신나는 음악을 원했다. 이게 '커다란 공간을 가진 음악' 빅룸 하우스가 태어나게 된 배경이다. 빅룸 음악은 킥과 베이스가 함께 연주돼 통통 튀는 느낌의 바운스와 거대한 공간감이 특징이다.
*Rave
레이브 파티란 테크노, 앰비언트, 하우스, 드럼 앤 베이스 등 1990년대 후반부터 각광받기 시작한 테크노음악을 들으며 즐기는 밤샘 파티이다. 국내에서는 최근들어서 홍대 입구와 신촌, 압구정동 등의 클럽을 중심으로 일고 있다. 레이브의 사전적 의미는 격정에 휩싸여 주문을 외는 주술처럼 괴성을 지르고 몸을 흔들어대는 것이다. 테크노 음악과 이를 시연하는 DJ나 랩퍼 그리고 음악을 대변하는 영상 등과 더불어 이에 몰입돼 춤을 추는 청중들이 하나가 되어 만들어내는 것이 레이브이다.
*Jungle Music
1980년대 말 크게 유행하기 시작한 레이브와 테크노 뮤직이 레게 취향으로 가기 시작하면서 그 싹이 움튼 게 정글 뮤직이다. 솔, 재즈, 힙합,테크노, 레게의 분위기에 브레이크 비트가 가미된 하이브리드 댄스음악으로 영국을 정점으로 대도시 언더그라운드 클럽을 중심으로 널리 유행했다. 장르의 벽이 무너진 시대의 정글 뮤직은 국적 없는 더브Dub(1970년대 초 자메이카에서 개발된 흑인 감각의 레게로 베이스와 드럼이 강조된 댄스음악)가 현대의 새로운 음악 스타일의 옷을 입은 것. 많은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춤추는 모습이 마치 아프리카 정글을 연상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글 뮤직은 마치 기관총 같은 초고속의 드럼 터치, 퍼커션 샘플러, 가끔씩 차고 나오는 진짜 드럼 사운드 그리고 장르를 무너뜨리는 돌연변이적 테크노 스타일에 고속의 분절된 비트가 돋보이는 게 특징이다. 리듬의 패턴은 헤비레게, 댄스레게 등을 넣어가며 빠른 템포에서 중간 템포로 쉽게 변형시킬 수 있어 빠른 리듬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분위기를 타는 중간 리듬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두루 환영받고 있다. 정글 뮤직은 순전히 흑인음악 스타일을 추구하는데, 선정적이면서 테크노적이다. 춤추는 여성 관객들의 옷차림새가 매우 대담해서 그런 분위기를 느끼기도 한다.
하우스 음악이 미국에서 나온 것이라면 정글 뮤직은 전적으로 영국에서 나온 것으로 여겨진다. 영국인들은 이 음악이 영국의 레이브뮤직 위에 나타난 다양한 영국적 문화의 혼합현상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영국의 입장에서 보면 지난 10년간 미국적 흑인 힙합에 영국 댄스음악계가 완전히 장악됐기 때문에 정글 뮤직만은 영국의 거리 문화를 바탕으로 해서 자란 순수 영국음악 스타일이라며 자긍심이 대단하다. 정글 뮤직은 하우스 음악에서 발전한 테크노댄스와 레이브에서 생겨난 새로운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정글 뮤직을 ‘후기 레이브/테크노 음악’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