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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다단계…고수들의 솔직한 고민과 처방
창간 23주년 특집 <4> - 고수들의 처방
다단계판매업계는 현재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주요 업체들의 매출이 급감하며, 영업이 침체되었다는 말이 업계 전반에서 공통된 한숨으로 퍼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것뿐만 아니라, 방문판매법이 30년 전과 동일하여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이는 시대가 변했음에도 30년 전의 신발을 신고 달리기를 강요받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를 돌파할 해법은 아직 뚜렷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다단계판매 시장에서 20년 이상의 경험을 쌓아온 전문가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그리고 업계 부진의 원인을 어떻게 분석하며, 이를 해결할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그들의 통찰을 통해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가능성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다단계판매=불법’이라는 막연한 인식
현재 다단계판매업계는 신뢰 부족과 변화 대응 미흡이라는 두 가지 주요 과제를 안고 있다. 과거의 부정적인 사례들로 인해 이미지가 손상된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요구와 기술 발전에 적응하지 못한 점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 무엇보다 소비자 신뢰 부족은 다단계판매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 요인 중 하나다. 여전히 대중들 사이에서는 ‘다단계판매=불법’이라는 막연한 인식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래 라라코리아인터내셔날 회장은 “과거 부정적 사례로 인해 업계 이미지가 손상되었고, 소비자 요구와 기술 발전에 적응하지 못한 점이 문제를 키웠다”며 “이를 극복하려면 판매원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과 교육을 강화해야 하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어원경 한국직접판매산업협회 부회장은 “다단계판매업계는 신뢰 자산을 축적하는 데 인내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 판매원은 소비자에게, 기업은 판매원에게, 업계는 정부에게 신뢰를 쌓아야 하며, 이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가 신뢰를 회복하려면 내부 정화뿐만 아니라 규제의 합리적 조정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다니엘 유니시티코리아 마케팅 본부장은 “법 규제로 인해 업계 경쟁력이 약화되었으며, 새로운 유통채널과의 경쟁이 다단계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지속적인 자정 노력으로 어느 정도 개선이 되었지만 여전히 업계에 대한 신뢰도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와 디지털 혁신 부족
디지털 도구와 플랫폼에 능숙한 젊은 세대와의 연결을 성공적으로 이루지 못하면, 업계의 경쟁력은 크게 저하될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판매원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과 교육을 강화해야 하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김장환 트루진스 의장은 “디지털 혁명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이 바뀌었다.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제품 정보와 보상 체계에 대한 투명성이 요구되는데, 이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들은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노재홍 매나테크코리아 대표는 “3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면서, 초기의 기대감과 환상은 점차 사라지고, 이제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부각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업계가 주도하던 화장품과 건강식품 시장은 대기업과 제약회사들로 포화 상태가 되었고,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해 온라인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로 인해 다단계판매업계는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또 “현재 다단계판매업계는 화장품과 건강식품에 집중돼 있으며, 경쟁자가 많아지면서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가격 상한제와 같은 규제가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중현 리만코리아 회장은 “현재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으며, 글로벌 시장 진출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제품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수정 직접판매공제조합 이사장은 “디지털 시대에 맞춰 판매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판매원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을 온라인화하고, 참여형 이벤트와 체험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기존 대면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판매원 유입 감소도 업계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특히 고령 판매원의 은퇴와 젊은 세대의 유입 부족은 업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현재 업계가 젊은층에게 어필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기존의 대면 중심 마케팅 방식이다. 이를 탈피하고 온라인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정병하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 이사장은 “다단계업에 대한 소비자 신뢰의 문제, 즉 부정적 인식은 다른 산업군과 비교해 특히 취약하다. 2002년 공제조합 설립 이후 20여년간 이에 대한 지속적인 해소 노력으로 많은 부분 개선되었으나 여전히 업계 발전에 제약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업계 내부적으로 판매원의 고령화와 올드한 마케팅 방식 고수로 최신 유통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하는 점이나, 제품 차별화와 가격 경쟁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업계 스스로가 고민하고 대응할 시점이라고 본다”고 짚었다.
노재홍 대표는 “2022년의 출산율은 0.70명, 2025년에는 0.61명으로 예측되며, 이는 다단계판매업계의 지속 가능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인구 감소가 계속될 경우, 새로운 세대의 유입이 어려워져 업계가 소멸의 길을 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의 이야기처럼 젊은 세대가 다단계판매업계를 매력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업계가 변화하는 소비 패턴과 마케팅 방식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젊은 세대와의 연결을 강화하기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 ‘N잡러’ 시대가 도래하면서 판매원들이 본업과 부업을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판매원 관리 교육 과정을 디지털화하여 쉽고 간편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다양한 체험 공간과 참여형 이벤트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판매원들이 경제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제품 차별화와 가격 경쟁력 역시 중요한 과제다. 다단계판매업계는 여전히 제품 차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최신 트렌드와 차별화된 상품을 선보이지 못하면 산업의 매력도가 떨어져 판매원의 유입을 어렵게 만든다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부 규제의 영향과 개선 필요성
다단계판매업계는 현재의 규제가 업계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30년 전에 제정된 방문판매법은 시대 변화에 맞춰 대대적으로 개정될 필요가 있다.
정부의 규제 강화는 소비자 보호와 시장 투명성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요소이지만, 지나치게 경직된 규제는 업계의 유연성을 제한하고, 성장 가능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취급할 수 있는 재화의 범위 제한이나 160만 원 가격 상한 규정은 다양한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상황을 초래한다. 소비자들은 가성비를 중요하게 여기며, 품질이 낮고 가격이 비싼 제품은 규제가 없어도 자연스럽게 선택받지 못한다. 따라서 규제보다는 업계가 스스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강화해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다.
정병하 이사장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는 다단계판매업체들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건전한 업계 발전에 기여한 측면이 있었으나, 현재는 시대와 업계 발전에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로 인해 소규모 사업자나 신규 업체들의 진입 장벽 상승, 그리고 기존 업체들의 마케팅활동 위축 등으로 인한 시장의 정체, 심지어 위축의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고 본다. 지속 가능한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장 환경에 맞게 유연한 규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병훈 캘러리코리아 지사장 역시 “다단계판매산업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규제산업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상, 성장 모멘텀은 더욱 약화될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욱 더 기울어진다면 과연 이게 공정한 것이고, 상식적인 것인지를 정부에 반문하고 싶다”고 꼬집었다.
김상래 회장은 “지나친 규제보다는 업계가 스스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강화해 시장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 보호라는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업계 현실을 반영하여 유연하게 설계된다면, 시장 경쟁력과 판매원 권익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수정 이사장은 “규제가 소비자 보호뿐만 아니라 산업 성장도 지원할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윤다니엘 본부장은 “현행 35% 후원수당 제한이 업계 성장을 저해하는 주요 요소이며,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경수 변호사는 “지금의 시장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거나 바람직한 시장질서를 제대로 설정하지 않은 채 그때그때 일회성으로 땜빵 규제만 한다면 다단계판매업계가 성장하기는커녕 발목을 잡는 역할만 하게 되며 한 번씩 발표되는 보도자료에 숫자로만 표시되는 것 외에 아무런 기능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김장환 의장은 “후원방문판매의 등장과 법적 구분이 업계에 불공정성을 초래하고 있으며, 다단계판매와 피라미드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공정위와의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판매원 권익 보호 최우선 돼야
판매원들의 권익 보호는 그들이 규제의 대상이 아닌, 건전하게 성장하는 사업가로서 환경을 조성하는 데서 시작된다. 기업은 판매원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제품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판매원들에게 투명하고 공정한 보상 시스템을 마련하고, 경제적 안정성을 위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판매원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면, 업계 신뢰도 또한 자연스럽게 향상될 것이다.
한경수 변호사는 “현행 방문판매법은 판매원을 보호하지만, 회사와의 관계에서는 여전히 불공정한 규정이나 불이익이 존재한다. 특히, 다단계판매회사마다 개별적으로 작성된 윤리강령은 약관으로 간주될 수 있어 불공정 약관 규제가 가능하다. 따라서 각 회사는 표준 윤리강령을 도입해 판매원들이 예측할 수 있도록 하고, 회사와 판매원, 상위와 하위 판매원 간의 관계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원경 부회장은 “업계는 판매원들의 경제적 혜택과 소득 증대를 위해 노력해 왔다. 후원수당 지급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 기업 경영의 유연성이 높아지고, 전업과 부업으로 활동하는 판매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현행 방문판매법은 후원수당을 경제적 이익으로 규정하고 지급률을 제한하는데, 이는 판매원에게 돌아갈 이익을 증가시키기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판매원 권익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안중현 회장은 “판매원들의 권익 보호는 그들이 규제의 대상이 아닌, 건전하게 성장하는 사업가가 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기업과 조직 문화의 건강한 변화가 필요하다. 미국의 비즈니스에서는 판매원들이 자기 사업처럼 소비자와 관계를 맺고 영향력을 확장하는 반면, 우리나라에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고려하지 않는 시스템과 문화가 여전히 존재한다. 기업들은 비즈니스를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관점에서 설계해야 하며, 제품의 차별화가 중요하다. 판매원이 자랑스럽게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을 제공해야 판매원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조직과 문화도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병훈 지사장은 “2025년 최저시급이 1만 30원으로 결정되었지만, 우리 업계 판매원들은 최저시급을 보장받지 않는다. 법적으로 후원수당 지급 한도가 35%로 제한돼 있으며, 이를 초과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후원수당 지급 제한 상향 또는 철폐가 최우선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위기는 구조적 문제에서
다단계업계의 위기는 단순한 불황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법과 제도의 현실 반영’, ‘사회적 신뢰 회복’, ‘디지털 환경 적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단계업계가 변화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고, 혁신적인 전략을 도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다단계판매업계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 그리고 판매원들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판매원의 경제적 안정성을 보장하고, 업계의 신뢰를 회복하며, 규제를 현실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 글로벌 시장 개척을 통해 다단계판매업이 보다 발전된 형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장기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법적 개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업계의 자율적인 변화와 혁신이 필수적이며, 소비자와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업계 스스로 윤리 강령을 강화하고, 판매원들의 경제적 환경을 개선하며, 장기적인 비전 아래 지속적인 개선을 이루어야 한다.
결국 다단계판매업계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새로운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모든 이해관계자가 협력해야 한다. 기업은 보다 투명한 운영과 공정한 보상 체계를 확립해야 하며, 정부는 합리적인 규제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업계 전체의 존립을 좌우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진다면 다단계판매업은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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