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쁜꽃향 2003-07-01
지금껏 살아오는 동안 단 한 번도 요행을 바랬던 적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하찮은 ''사다리타기''나 ''제비 뽑기 계''에서조차
원하는 번호를 뽑은 적이 없었으니
아예 난 손복 없는 여자려니 여기며 그냥 포기하고 살 밖에.
오죽하면 아들넘 초등학교 입학 추첨일에도
남들은 모두 엄마가 추첨에 임하는데
난 도저히 심장이 벌렁거리고 당첨될 자신이 없어
화급히 손 복 좀 좋은 남편을 불러들였겠는가.
나 같은 마누라 뽑을 정도의 복이면 충분히 손복 많은 거 아닌가...
아무튼 나는 도저히 추첨 현장에 있을 수 없어
복도에 나가 가슴 졸이며 발을 동동 굴렀고
남편은 의기양양하게도 6:1의 경쟁률을 뚫고
두 놈 다 당첨알을 뽑아들었다.
한 번은 알이 두 개가 나와 버려 재추첨을 하게 되었는 데에도
그 몇 개 안되는 당첨알이 또 나와 주더란다.
''그러길래 평소에 좋은 일을 많이 하라구.
나처럼 두 놈 다 당당하게 당첨되기가 어디 쉬운가~''
순전히 자기가 착한 사람이라서 하늘이 내려 준 복이라며
으시대는데 솔직히 뭐라고 딴지 걸 말이 없었다.
''내가 해도 충분히 당첨됐을 거다 뭐...''라고
하나마나 한 소리만 중얼거렸을 뿐...
그래서 그냥 주어진대로만 살자고 생각하니
오히려 늘 마음 편했고
행여나 하는 조바심도 가질 필요도 없으니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었다.
남들은 주요소에서 그냥 주유했는데
느닷없이 경품에 담첨되었다고 연락이 오고
카드사에서 심심찮게 통장으로 돈이 들어 와 있다고들 자랑인데
나는 그렇게 카드를 애용하는 데에도
단 돈 천원짜리도 공짜로 받아 본 적이 없으니
내 복에 무슨 요행을 바라겠는가.
그러던 내가 너무 불쌍해 보였을까
아니면 엄마 중환자실에 눕혀두고 애통해하는게
너무나 힘겨워 보였을까
올 초 새벽녘,
엄마 걱정으로 잠 못 이루고 텔레비죤 채널만 여기저기 돌리다가
홈쇼핑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입했는데
뜬금없이 경품에 당첨됐다는 연락이 왔댄다.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김치냉장고가 당첨됐다는 연락을 받았으니
그건 분명히 뭔가 사무 착오일 거라고 웃고 넘겨 버렸을 밖에.
그런데 알고 보니 정말 내 생애 처음 있는 ''요행''이었다.
나는 경품이 걸려 있다는 걸 전혀 모른 상황에서
필요한 거라 물품을 구입했었는데
아무튼 한 명에게 준다는 김치냉장고를 탔으니까...
여동생에게 올 여름 김치냉장고 사 주마고 약속했던 걸
반 년 가량 당겨서 선물해 줄 수 있었으니 얼마나 기쁘던지.
그리고 요즈음,
답답한 마음에 정말이지 내겐 ''횡재''같은 건 없을까 이따금 꿈을 꿔 본다.
가진 건 없지만 그저 성실하게만 살다 보면
뭔가가 이루어질 거라고 믿으며 살아왔는데
내 능력으로 누군가를 시원스럽게 도와 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난 이 정도로도 만족하니
내 힘으로 누군가를 도와 줄 능력만 생긴다면 정말 좋겠단 생각이
머릿 속을 떠나질 않는다.
''내가 로또에 당첨만 된다면
동생들 모두에게 기분 좋게 쫘~악 나눠주고 싶어.
그리고 만일 내가 산 복권이 당첨된다면
난 네가 샀다고 할 거다.
에휴~
못난 동생놈 집도 한 채 번듯한 걸로 사주고 싶고...''
히히거리며 여동생에게 전화 했더니
''언니, 어쩌면 내 생각하고 똑같니...
나도 복권 당첨되면 언니가 산 거라고 할려 했는데...''
우리 자매는 둘 다 정신 나간 여자들처럼 킬킬 거렸다.
아직 복권은 사 보지도 않았으면서...
언제쯤
내게도 횡재하는 날이 와 주지 않을까?
정말 그럴 날이 있을라나 몰라...
꿈이 좋은 날 나도 ''복권''이란 걸 한 번 사 볼까나...
신고 雪里 2003-07-01
언젠가 로또 열풍이 불던때, 아들놈이 그걸 사 놓고 추첨전까지 늘 내게 하던말,"엄마 당첨되면 제일먼저 차를 에쿠스로 바꿔드릴요" "나 그런차 부릴 능력 없다 관둬라~!"ㅎㅎㅎ경제적인 여유가 마음의 여유까지 만들기도 하지만 정이 느껴지는 자매가 더 부럽습니다.
(출처 : 아줌마닷컴 - http://www.azoomm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