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다 농아교회는 9월 25일 주일오전예배를 마치고 고래박물관 앞에서 추계야유회를 벌였다. 김밥·치킨·순대·포도·콜라·매실음료 등
잔칫상 같은 야유회파티를 벌이는 믿음의 식구들이 도란도란 신앙과 삶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그 자리에 사진촬영으로 함께했다. 에바다농아교회는 일 년
두 차례 야유회를 가지며 믿음의 식구들끼리 화합과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장애인 그림그리기 대회 대상을 수상한 바 있던 변애경 사모의 작품세계를 인터뷰하는 자리에서 ‘추계야유회를 장생포 고래문화마을에서
하면 좋지 않을까’ 제안을 했다. 그래서 20여 명의 에바다 식구들이 추계야유회를 고래문화마을을 탐방하며 즐길 수 있었다. 이들은 고래박물관과
생태체험관은 다녀갔지만 아직까지 고래문화마을은 다녀가지 않았다. 오늘 이 자리에서 에바다 식구들은 모두들 낯선 경험에 즐거워하며 행복한 시간을
누릴 수 있었다.
고래문화마을은 60~70년대 장생포가 포경으로 야성의 파도처럼 활기가 넘치던 아련한 그 시절을 재현해 놓았다. 영화촬영 무대세트처럼
지어진 이곳에는 그 시절의 향수가 깃든 소품들로 가득 차 있다. 동광서림에는 1974년 조선일보가 책으로 묶여져 있는바 그 시절의 사건사고를
전하고 있으며, 미래다방에는 국산영화 포스트가 즐비하게 붙어있다. 방문객들은 장생포의 옛 시절 영화로운 시절 그 거리를 타임머신 타고 들어가
여행하는 듯 감상을 즐길 수 있다.
귀신고래의 존재를 연구하고 학계에 발표해 인디아나 존스의 모델이 됐던 로이채프먼 앤드루스의 집에서 그의 유품들과 자료들도 구경할 수
있다. 그 옆에는 포경선을 직접 탔던 포수들의 사진들과 그 당시 고가품이었던 자개농과 손 때 묻은 물건들과 포경도구들도 전시돼 있다.
윗장샘에서는 물을 부어 직접 펌프질도 체험할 수 있게 돼 있고, 한 때 2000여 명의 재학생들이 출석했던 장생포 국민학교에서 교실풍경과 그
시절의 소품들을 보며 추억에 젖게 된다.
고래해체장은 포경한 고래를 실물크기의 모형으로 만들어 놓아서 그 생생한 묘사에 절로 감탄이 나오고, 드라마 ‘백년의 유산’에
출품했던 국수공장도 실제 국수기계를 그대로 세팅해 두었다. 국수장인의 세세한 설명을 통해 국수라는 맛의 신세계에 눈뜨는 계기도 될 것이다.
우체국에서는 옛날 교복빌려입기 체험으로 옛 추억에 동화될 수 있도록 해 두었다. 그 외 철공소와 청수이용원, 옛간참기름 등 찬찬히 구경할 소재가
많다.
에바다 농아교회 식구들은 추계야유회를 통해 각자 저마다 고래문화마을을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만끽했다. 한편 스마트폰의 시대는
청각장애가 있는 이들에게 사진 찍는 취미를 즐기게 했고, 곧바로 카톡으로 메시지와 사진을 전송하며 교감하고 대화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친구 같은
메신저가 돼 주었다. 문자를 주고받고 사진을 주고받는 스마트 폰에 오늘이 좋은 추억거리로 남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았다.
청각장애는 일반인들의 가장 기본적인 의사소통 수단인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제한이 있다. 이들은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데 상당한
제한이 뒤따른다. 말 없는 세상에 동참하기 위해 그들의 수화언어를 사용하고 더러 필담(筆談)도 한다. 장애를 일평생 운명처럼 안고 살아가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구김살 없고 작은 것에 더 감사할 줄 아는 이들이 에바다농아교회 식구들이다. 귀갓길에 차량이 부족해 세 분을 학성공원에
모셔드렸더니 ‘오늘 감사했다’는 필담 적힌 메모지를 보여주었고, 그 기록된 소리가 긴 메아리처럼 남아 잊히지 않는다.
기사입력: 2016/10/04 [14:59] 최종편집: ⓒ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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