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내산악회의 백두대간 종주팀을 따라 '이화령 → 758봉 → 조령샘 → 안부 → 조령산 → 신선암봉 → 928봉 → 깃대봉 삼거리 → 깃대봉 왕복 → 조령 제3 관문 → 고사리교회 옆 주차장'의 겨울 조령산, 11.5km 코스를 7시간 동안 즐길 예정이었다.
1
조령산[鳥嶺山]
높이: 1,025m
위치: 충북 괴산군 연풍면
조령산은 충북과 경북에 걸쳐 있는 이화령과 조령 3관문 사이에 위치하며, 산림이 울창하며 대 암벽지대가 많고 기암괴봉이 노송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 같다.
이화령(큰세재)에는 휴게소와 대형 주차장이 있고, 북쪽 구새재는 조령 제3 관문 (조령관)이 있으며 관문 서편에는 조령산 자연 휴양림이 조성되어 있다.
주능선 상에는 정상 북쪽으로 신선암봉과 치마바위봉을 비롯 대소 암봉과 암벽 지대가 많다.
능선 서편으로는 수옥 폭포와 용송골, 절골, 심기골등 아름다운 계곡이 있다. 등산 시기는 가을, 여름, 봄 순으로 좋은 산이다. 문경새재를 허리춤에 안고 있는 조령산은 산보다 재가 더 유명하다.
조령산은 아기자기한 코스와 설경이 겨울 산행의 묘미를 듬뿍 안겨주는 산이다. 산세가 웅장하고 비교적 높지만, 해발 530m의 이화령에서 산행을 시작하므로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
깃대봉
백두대간을 따라 이화령에서 조령관(제3관문) 쪽으로 조령산을 종주하면 마지막에 오르는 봉우리로서 지도상에 이름은 표시되어 있지 않으나 옛날 깃대를 꽂았다고 전한다. 삼각점이 있으며 바로 옆에 844m 고지와 붙어 있는데 보통 844m 고지는 거치지 않고 조령관(제3 관문)으로 내려선다. 여기는 1/25,000 지도에는 824.9m로 표시되어 있고 조령관(제3 관문)에서 오르면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 한국의 산하
신선암봉
높이: 939m
위치: 충북 괴산군 연풍면
조령산의 종주로의 중간에 있는 암봉으로 조망이 좋고 오르내리는 코스도 다양하여 종주로 거쳐 가기보다는 단독 등산이 좋은 산이다. 오르는 코스로는 조령산의 등, 하산로로 이용되는 절골에서 암벽훈련장 앞을 지나 오르는 코스와 절골에서 중암절로 오르거나 용성골을 기점으로 오르는 코스 등 계절에 맞게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여기서는 용성골에서 북쪽 능선을 타는 게 아기자기하며, 전망 좋은 코스를 소개하겠다. 수옥폭포 아랫마을인 새터마을의 용성골 입구에 들어서면 벌써 별천지다. 매표소만 지나면 화강암 반석을 타고 흘러내리는 유리알처럼 맑은 계곡물과 노송이 어우러져 신선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깨끗하다. 시멘트 포장길을 10여 분 가면 4천여 평 밭이 나타나고 밭 가로 나 있는 임도를 따라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나타나고 이 길을 따라 20여 분 더 오르면 오른쪽이 단애를 이룬 절벽 전망대가 이어진다.
계속되는 너럭바위와 노송숲을 지나 20분이면 밧줄이 매여있는 바위 지대를 만나고 여기를 통과하면 절골의 중암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고 5분 정도만 더 가면 공깃돌 바위에 도착하게 되며, 여기서는 신선암의 바위 슬랩과 조령산 정상으로 뻗은 백두 대간의 위용을 느낄 수 있다.
신선암 정상까지는 두 곳은 밧줄을 의지하여 가파른 길을 15분이면 올라선다. 정상의 고즈넉함도 잠시 동, 서, 남, 북으로 뻗어오고, 뻗어나간 산줄기의 감동에 취하다 보면 어느새 신선이 된다. 용성골로의 하산은 동쪽으로 대간의 내리막길을 10분 내려오면 안부에서 왼쪽으로 하산할 수 있고 30분이면 옥수가 반석 위를 흐르는 휴식처를 만나게 되며 여기서부터는 옛날 임도를 따라 편하게 산행을 정리할 수 있는데 마을까지는 30분 정도 걸린다. - 한국의 산하
원래 1월 11일 수요일 산행은 계획에 없었는데, 1월 5일 목요일 덕유산 국립공원 거칠봉[산행기] 산행, 1월 15일 일요일 김해 무척산행 사이가 너무 벌어져, 월~수 중 하루 산행하기로 했다. 해서 평일 산행을 진행하는 안내산악회에서 적당한 산행지를 찾아봤으나, 이미 다 오른 산이다. 산행 3대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는 한번 오른 산은 다시 가지 않는다는 원칙의 대상이 아닌 산은 백두대간 상의 조령산이 유일하고, 4년 전인 2019년 1월 다녀왔다[산행기]. 그래서 산행 코스를 살펴보니, 백두대간 종주팀이 고사리 주차장에서 이화령으로 남진하는 계획으로 인솔 대장도 잘 아는 산꾼이다. 비록 백두대간 남진팀이라 할지라도 이 대장이라면 식당이 있는 고사리 주차장을 날머리로 했을 텐데 의외다. 유일하게 갈만한 산이 조령산이나, 유감스럽게도 북진이 아니라 남진이라,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까운 수도권 지역 산을 다녀올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1월 4일 혹시 월~수 중 다른 산행 계획이 등록된 게 있나 살펴보다가, 백두대간 조령 3관문에서 이화령까지 남진이, 이화령에서 조령 3관문까지 북진으로 바뀐 걸 발견했다. 그리고 11.5km의 불과한 산행 거리에 책정한 소요 시간이 7시간이다. 이 인솔 대장이라면 당연하다. 해서 일말의 망설임 없이 바로 신청해, 1월 11일 수요일 조령산에 오르게 됐다. 이번이 다섯 번째 오르는 거라, 이화령에서부터 조령 3관문까지는 잘 아는 코스다. 다만, 2019년 마지막 산행 후 데크가 더 늘어나지 않았기를 빌 뿐이다. 산행 준비는 평소와 다름없지만, 하산주를 위해 인솔 대장이 남진을 북진으로 바꾸고, 소요 시간도 늘린 만큼, 목표 산행 시간을 5시간으로 잡아, 늦은 점심을 고사리 주차장 주변의 식당에서 해결할 생각이다. 기상청 산악날씨에 의하면 당일, 영상의 기온에 날도 맑아 조망은 좋을 거 같으나, 눈꽃이나 상고대는 보기 힘들 걸로 보여 아쉽다.
2 - 1
여느 때와 다름없이 새벽 5시에 기상해 끓인 누룽지로 아침을 먹고 미리 싸둔 배낭을 둘러메고 5시 45분경 집을 나섰다. 자가 수리에 실패해 구두 수선소를 찾아 헤맨 끝에 맡겼다가, 산행 이틀 전 찾아온 등산화를 신고. 상태로 봐서는 수선 상태가 깔끔하나, 최악의 상황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몰라, 만약에 대비해 비상 도구를 챙겼다. 마을버스로 불광역으로 향해 6시 정각 오금행 열차를 타고 6시 40분에 양재역에 도착했다. 5시 50분 마을버스를 타면, 6시 40분 양재 도착으로 시간이 남아돌고, 6시 마을버스를 타면, 6시 53분 양재 도착이라, 서둘러 외교원 앞으로 가야 해서, 그나마 시간이 남아도는 쪽을 선택했는데, 다음에는 6시 마을버스를 타고, 양재역 승차장에서 국립외교원 앞까지 얼마나 촉박한지 시험해볼 생각이다.
남아도는 시간을 양재역 승차장 의자에 앉아, 책을 보며 보내다가, 6시 50분경 산악회 버스가 사당을 출발한 걸 확인하고, 국립외교원 앞으로 향했다. 외교원 앞에는 평일임에도 많은 등산객이 각처로 떠나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 이 산악회 양재 출발, 산행지는 조령산을 비롯해 다섯 곳이라 양재에서 타는 승객을 버스당 5명만 잡아도 25명이라, 적은 숫자가 아니다. 멀리 떨어져서 그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계획상 국립외교원 앞 출발 시각보다 1분 늦은 7시 1분 마유산행 버스를 선두로 민주지산 등으로 향하는 버스가 속속 도착했는데, 내가 타야 할 대간 62기의 차량은 제일 마지막에 도착했다. 인솔 대장에게 인사하고, 배낭을 짐칸에 넣는 게 귀찮아, 그대로 둘러메고 버스에 타, 의자 앞에 내려놓았다.
버스가 양재를 떠나, 죽전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우는 걸 확인하고, 그대로 잠이 들어 깨어 보니, 8시 20분경으로 한 시간가량 잤다. 이번 산행 시간 계획에 의하면 9시 20분에 날머리인 백두대간 이화령 도착이니, 한 시간 정도 남았다. 물론 휴게소에서 20분가량의 휴식 시간 포함해서다. 해서 언제쯤 휴게소에 도착할지 궁금해 패드의 지도로 현 위치를 확인했다. 충주 부근이다. 그럼 천등산 휴게소다. 그렇게 멋대로 결론짓고, 책을 보고 있는데, 인솔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휴게소에서 급한 일을 해결하고, 8시 55분 출발한다고 공지했다. 당연히 천등산 휴게소라 생각하고, 버스에서 내렸는데, 괴산 휴게소다. 괴산 휴게소는 초면인 거 같은데, 정확한 건 모르겠다. 어쨌든 볼일을 보고 나와 휴게소 주변을 돌아다니며, 신선한 공기를 들이켠 후 버스에 탔다.
버스에서 내리고 보니, 괴산 쪽 이화령이다. 조령산행은 매번 문경 쪽 이화령에서 시작했기에, 무언가 이상했다. 물론 백두대간 이화령에서 사다리재까지 달릴 때는 괴산 쪽 이화령에서 시작했다[산행기]. 그런데, 명확하지는 않으나, 그때는 문경 쪽에서 올라와, 생태터널을 지났던 거 같은데, 이번에는 괴산 쪽에서 올라왔다. 해서 당시의 산행기를 보니, 괴산 쪽에서 올라온 게 맞다. 조령산행은 늘 문경에서 택시를 타고 올라와서 혼동했다. 어쨌든 버스가 괴산 쪽 이화령에 도착하자, 인솔 대장이 산행은 터널을 지나, 문경 쪽에 있는 정자에서 시작하라고 권했다. 그쪽이 쉽고 편하다고. 물론 그 방향은 이전 4번의 조령산행 중 두 번 올랐던 코스라 잘 안다. 그리고 다른 두 번은 절골에서 시작했다.
2 - 2
이화령 표지석 등 주변을 기록으로 남기며, 표지석 옆의 이화령 소개 글을 보니, 이화령의 해발 고도가 548m다. 조령산이 1,017m니, 500m도 채 안 올라간다. 고로 북한산보다 표고차가 작은 산이다. 다른 등산객이 산행 준비하는 동안, 산행을 시작하기 위해 터널 쪽을 보니, 빠른 대간꾼은 벌써 그걸 통과하고 있다. 그들을 따라 터널을 통과하려다가, 갑자기 이미 두 번이나 올랐던 코스로 다시 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생각이 들고, 괴산 쪽에서 시작하는 코스는 어떤지 궁금해 터널 옆으로 보이는 데크 계단으로 갔다. 사실 저 데크 계단은 2021년 5월 천고지 백화산에 오르기 위해 백두대간 종주팀을 따라, 이화령에서 사다리재까지 달릴 때, 올랐던 계단이다.
아래의 생태터널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며, 계단으로 올라, 터널 위에 올라서자, 이정표가 반긴다. 2021년에는 이정표가 없어, 잠깐 방향을 혼동했었다. 그걸 아는지 산림청에서 2022년에 세운 거로, 이화령에서 지리산까지는 305km, 백두산까지는 1,095km란다! 그 이정표를 보고 있으니,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백두대간에는 관심 없고, 그저 이화령에서부터 조령까지의 산행을 즐기고, 탁월한 조망을 감상하기 위해 온, 산꾼은 정규 백두대간 코스로 정상으로 향하고, 백두대간 종주가 목표인 대간꾼은 대간상의 몇 개 봉우리를 우회해서 정상으로 바로 오르는 코스를 선택했다. 해서 진정한 대간꾼 최소 몇은 뒤를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아무도 없었다.
혼자서 외롭게 대간을 따라, 조령산 정상을 향해 가는데, 경사가 심하고, 와중에 등산로 상태도 좋지 않아, 산행이 쉽지 않다. 등산로 상태로 봐서는 이 코스로 조령산으로 향하는 대간꾼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보인다. 인솔 대장이 문경 쪽을 권한 이유를 알만했다. 만약 이 코스를 권했다면, 책정한 7시간을 꽉 채우는 등산객이 몇 명 있을 거 같다. 9시 42분에 첫 번째 봉우리 정상에 도착해 보니, 헬기장이다. 그리고 진행 방향으로 봉우리가 버티고 있다. 당연히 그 봉우리가 조령산이라 생각하고, 그걸 목표로 가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조령산은 옆에서 데크 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지금 보이는 봉우리는 능선을 따라 직이라, 무언가 이상했다. 그때 정상 직전에 갈림길이 있었다는 게 기억나, 조령산이 맞는 거로 결론지었다.
헬기장이 있는 봉우리에서 내려가는 북서사면은 햇볕이 들지 않는 응달이라, 그동안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 있어, 푹푹 빠지는 게 올라올 때와는 다른다. 그나마 이름 모를 앞선 대간꾼이 러셀을 해 놓은 덕분에 쉽게 갈 수 있었으나, 급경사는 약간 위험했다. 그리고 무명의 봉우리를 하나 더 넘자, 저 아래로 이정표가 보인다. 급경사 하산길에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조심 이정표가 있는 곳에 9시 57분에 도착해 보니, 문경 쪽 이화령에서 오는 등산로와 괴산 쪽 이화령에서 오는 백두대간이 합류하는 갈림길이다. 즉, 오늘 동행한 대간꾼이 선택한 등산로와 만나는 지점이다. 조령산까지 남은 거리는 1,680m! 그런데, 너무 조용하다. 분명 문경 방향에서 오는 대간꾼이 보여야 하는데, 작은 말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둘 중 하나다. 내가 너무 빠르거나, 엄청나게 늦었거나!
결국 생태터널 위에서부터 이화령 갈림길까지의 1km가, 백두대간의 초행 구간으로 의도치 않게, 백두대간 1km를 더 연결해 기분이 아주 좋았다. 여기서부터 조령 3관문까지는 익히 아는 길이다. 햇볕이 잘 들어, 눈 구경조차 힘든 등산로라 아이젠이 부담스러우나, 그나마 흙산이라 별 어려움이 없는데, 군데군데 너덜 지대를 지날 때는 아이젠을 벗어야 하나 고민해야 했다. 잘 다듬어진 등산로를 따라, 정상으로 향하며 주변을 둘러보니,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모든 게 절경이다. 산악날씨를 보며 예상했던 대로, 시야가 거의 무한정이다. 그런데, 햇볕이 좋고, 기온이 높아 땀이 나기 시작해, 가던 길을 멈추고, 바람막이 안에 입고 있던, 패딩 조끼를 벗어, 배낭에 넣었다.
조끼를 벗어 가벼운 복장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앞뒤 어디에도 인적이 없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조령산으로 향하는데, 저 앞에 쉬고 있는 남녀 한 쌍의 등산객이 보인다. 우리 일행으로 보이는데, 요즘은 산악회 명패를 달고 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아, 정확하지 않다. 상태로 봐서는 여성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까지는 경사도 심하지 않고, 거의 평지나 다름없는데, 벌써 지치면, 30분을 추가한 7시간 30분 내 고사리 주차장 도착도 쉽지 않아 보인다는 거다. 그 한 쌍을 추월해 계속 가, 10시 19분에 익숙한 데크 길에 도착했다. 내 기억이 틀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정상이 멀지 않았다는 표지고. 데크 길을 지나, 100여 미터를 가자, 이정표다. 조령산까지 남은 거리는 800m! 그리고 등산로는 갑자기 좌회전해 정상을 향해 급경사를 올라간다.
방향을 좌로 틀어. 미끄러운 눈길을 70m가량 올라가자, 조령샘이다. 당연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졸졸 흐르는 물을 받아 한 모금하고 다시 길을 재촉하는데, 경사가 심하고, 많은 등산객이 오가며 눈을 다져놓아, 빙판이라 걷는 게 쉽지 않다. 해서 배낭 옆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아이젠을 꺼내 착용했다. 내가 4점식 아이젠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쉽게 착탈할 수 있다는 거다. 아이젠 착용으로 다시 가벼워진 걸음으로 급경사를 올라가, 조령샘에서 물을 마시는 동안 나를 추월했던 남녀 한 쌍을 다시 추월했는데. 이번에도 여성이 데크 계단에 멈춰 서서 쉬고 있는 걸 추월했다. 정확하지는 않으나, 우리 일행으로 보이는데, 심히 걱정되는 한 쌍이다. 내가 걱정한다고 달라질 건 없고, 인사 후 그들을 지나쳐 올라가, 10시 36분에 절골 갈림길에 도착했다. 내가 헬기장에서 조령산이라 생각되는 봉우리를 보며, 정상 직전 갈림길이 있다는 걸 기억해 냈는데, 그게 백두대간과 조령산 등산로 갈림길이 아니라, 절골 갈림길이었다. 2015년 9월 처음 조령산을 등산 때 절골에서 시작해, 이 갈림길로 올라왔었다.
조령산까지 남은 거리는 460m, 조령샘에서부터 죽어라 올라온 거 같은데, 13분 동안, 고작 270m가량 올라왔을 뿐이다. 인솔 대장이 평상시 기준 빠른 사람은 이화령에서 고사리 주차장까지 5시간 반만에 주파하고, 평균적인 사람이 6시 30분이면 주파할 수 있다고 해서, 2019년 산행기를 보니, 실제 이동 시간은 5시 반이고, 노닥거린 시간이 1시간 반 정도였다. 비록 눈이 쌓여 미끄럽기는 해도, 혼산이라 크게 노닥거릴 게 없는 오늘은 5시 30분 내 주파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270m에 13분씩 걸린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해서 데크 게단으로 그 한 쌍이 올라오는 걸 확인하고 서둘러, 조령산 정상으로 향했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조령산을 보며, 전진하는데, 등산 앱이 고지 반경 50m 내에 도착했음을 음성으로 알려준다. 그 시각이 10시 43분이다.
고지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메시지를 듣고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으며, 정상으로 향해 도착한 시각이 10시 45분으로 이론적으로는 50m를 오는 데 2분이 걸렸다. 50m에 2분이면 지난 덕유산 거칠봉 산행[산행기]에서 5분씩 걸린 거에 비하면, 조령산 정상은 경사가 거의 없는 수준이라는 방증이다. 정상에는 인적이 아예 없어,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평소 배낭에 넣어 다니는 삼각대를 꺼내려고 보니, 없다. 이게 왜 없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난 1월 7일 와이프와 함께 해파랑 주문진에 들고 간 소형 배낭에 넣었다가, 꺼내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찍어줄 사람도 없고, 삼각대도 없어, 배낭을 삼각대처럼 이용해 인증을 남겨 사진이 기울어졌다. 이후 이 구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올라왔으니, 주변의 절경을 감상하고 사진으로 남기려고 했는데, 나뭇가지가 방해해 도저히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아 포기하고 1,680m 거리의 신선암봉으로 출발했다.
조령산을 떠나, 신선암봉 방향으로 150m가량 가자, 전망대가 있고, 그 위에 사진을 찍고 있는 두 명의 등산객이 보인다. 일행으로 보이는데 명패가 없어 확인이 안 된다. 그들이 사진들 다 찍고 전망대를 떠난 후 그리로 가, 감탄을 연발하며 사진을 찍었다. 그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기고 전망대를 떠나, 신선암봉으로 향하는데, 앞에 있는 봉우리에 올라가는 두 명의 대간꾼이 보인다. 아까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던 두 등산객이다. 남녀 한 쌍을 추월한 이후 두 번째 만나는 팀인데, 분위기로 봐서 선두 그룹은 아니다. 바로 그들을 따라, 그 봉우리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니, 여기 또한 전망대다. 물론 보이는 건 직전의 전망대와 다른 게 없으나, 그래도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그 봉우리에서 내려가자, 양옆이 낭떠러지인 눈 쌓인 칼바위 능선이다. 양옆의 낭떠러지를 감상하며 칼바위 능선을 지나, 11시 13분에 절골 갈림길에 도착했다.
정확히는 사거리로 직진은 신선암봉, 왼쪽은 절골, 오른쪽은 마당바위로 하산하는 길이다. 특히 절골 방향은 짧은 바위산행을 즐기는 리지꾼이 절골에서 신선암봉으로 바로 올라오는 등산로 애용된다. 절골 사거리에서 신선암봉으로 향하는 급경사에는 데크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비록 경사는 급하나, 쉽게 올라갈 수 있다. 물론 내가 처음 조령산에 왔을 때는 그 어디에도 데크 등산로나, 계단은 없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계단 정상에 올라서서 뒤로 돌아, 지나온 능선을 바라보니, 내가 저기를 내려왔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물론 중간중간 밧줄도 있고, 갈지자를 그리는 데크 계단도 있지만. 지나온 능선을 기록으로 남기고 신선암봉 정상을 향해 가는데, 앞서가던 두 대간꾼이 나를 보더니, 어디 소속인지 묻는다. 즉 혼자 온 등산객이 아닌가 하고 묻는 거다. 당연히 그들과 같은 길로 출발하지 않았으니, 나를 모르는 거다. 해서 산악회와 같이 왔다고 하자, 그럼 대장인지 묻는다. 대개 대장들이 후미에서 토끼몰이하기에 그렇게 생각하는 거 같다. 그리고 대장의 얼굴을 모르는 거로 봐서, 이 두 등산객은 이 기수의의 정규 인원이 아니라 나 같은 메뚜기라는 얘기다.
대장도 아니라고 하자, 나에게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문경 쪽 이화령에서 다 같이 출발했는데, 둘이 조령샘에서 물 한 모금하는 동안, 앞서가더니, 지금은 보이지도 않는다는 거다. 그러면서, 간식도 안 먹는다고 투덜거린다. 이걸로 확인됐다. 등산객인 내가 대간꾼이 버린 백두대간을 선택해 제일 후미가 됐다가, 남녀 한 쌍을 추월했고, 그들과 몇 마디 더 나눈 후 그들도 추월해 후미에서 벗어났다. 이후 공포로 후들거리는 다리를 진정시키며, 암봉에 설치된 데크 계단을 오르며, 과거 계단이 없던 시절에는 이 암릉을 어떻게 통과했는지 아찔했다. 이 암봉 또한 아무것도 가리는 게 없는 전망대로, 지나온 능선을 감상하기에는 최적의 장소다. 문제는 역광이라 내가 보는 것과 사진이 다르는 거. 그리고 바로 위가 신선암봉이라, 하나의 바위로 이루어진 그 자태를 감상하기 좋다. 물론 이어지는 암봉도. 그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정상으로 향하는데, 등산 앱이 고지에 도착했음을 음성으로 알려준다. 신선암봉이다. 해서 주변을 감상하며 정상으로 향해, 과거에는 암벽 틈으로 정상에 올라갔으니, 이번에는 눈이 쌓여 있어, 바위를 돌아 데크를 통해 올라갔다.
신선암봉 정상에는 등산객 한 명이 무언가를 먹었는지, 막 배낭을 정리해서 떠나려다가, 내가 정상석을 기록으로 남기는 걸 보더니, 인증을 찍어줄지 묻는다. 그렇지 않아도 부탁할까 했는데, 먼저 얘기를 꺼내 고맙기 그지없다. 덕분에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길 수 있었다. 다섯 번째 올랐는데, 신선암봉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 찍은 건 처음이다. 사진을 찍어주고, 그가 떠난 시각이 11시 46분으로 점심 시각이다. 햇살은 따사롭고 바람도 불지 않는 암봉이라면 식당으로는 최적의 장소라 준비해온 컵라면을 먹고 가기로 했다. 해서 정상석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평소와 같이 컵라면을 먹었다. 그리고 주변을 정리하고 있는데, 두 사람이 도착했다. 그들에게 먼저 간다고 얘기하고 정상을 떠난 시각이 12시 5분이다.
신선암봉 정상은 다른 정상이 그렇듯이 갈림길로 직진은 백두대간 조령으로 향하고, 좌회전은 한섬지기와 절골로 내려간다. 그 갈림길 이정표를 지나, 전망대에 도착해 보니, 칼바위의 928봉의 전경이 보인다. 내 기억으로는 저 928봉이 가장 위험하고 힘든 구간이다. 그런데 그 칼바위 능선에 무언가 지나간다. 데크 계단이다. 저기도 데크로 다 도배했다. 저거 설치 이전의 산행 기억이 남아 있는 게 행운이다. 칼바위 능선을 바라보며, 계단으로 내려가, 12시 17분에 고개인 한섬지기 갈림길에 도착했다. 깃대봉까지는 남은 거리는 3.2km, 암릉 구간이 1.2km다. 갈림길에서 반대편에서 본 칼바위 능선을 따라 설치된 그 끝을 알 수 없을 거 같은 데크 계단으로 올라, 계단 정상에 올라서자, 또 데크 계단이다.
데크 계단으로, 공식 이름을 갖지 못한 928봉 정상에 도착해 보니, 이 역시 전망대다. 저기 치마를 펼쳐놓은 거 같은 암봉이 이번 산행의 세 번째 목표인 치마바위 즉 깃대봉이다. 사실 깃대봉은 백두대간에서 벗어나 있어 대간꾼이 꼭 방문할 필요는 없다. 물론 이것저것 가리지 않는 산꾼은 당연히 가야 하지만. 정상에서 앞에 가야 할 방향의 모습과 뒤로 돌아 지나온 백두대간을 기록으로 남기고, 암봉의 절경도 사진으로 남겼다. 그런데, 정상 이후는 데크가 없고, 과거와 다름없는 밧줄에 의지해 오르내려야 했다. 해서 바위 능선과 바위 봉우리를 자세히 보니, 데크를 설치하기에 까다로운 구조다. 그래서 데크 설치를 중단한 건지, 자금이 부족해서 중단한 건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테크가 없으니, 지금까지와는 달리 산행의 재미가 배가 됐다.
밧줄을 이용해 바위 정상에 올라서면 바로 전망대다. 그리고 조령에 가까워질수록 아주 당연히, 3관문 너머의 백두대간이 점점 가까워진다. 22년 7월 우중에 백두대간 연결 산행으로 조령 3관문에서 하늘재까지 달릴[산행기] 때만 해도 마패봉의 생긴 모습을 모르고 있었는데, 이제는 한눈에 들어온다. 내가 올랐던 봉우리가 거대한 바윗덩어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계속해서 만나는 바위 봉우리 전망대에서 절경을 기록으로 남기며, 암릉과 암봉에 걸린 밧줄을 이용해 깃대봉을 향해 가는데, 밧줄 하나가 아래에서 보기에, 바위와 닿는 면이 심하게 긁혀, 언제 끊어져도 이상한 거 없는 상태로 보여, 밧줄에 의지해서가 아니라, 바위의 틈새를 잡고, 바위에 올라 밧줄 상태를 확인했다. 아래에서 본 게 정확했다. 심히 위험한 상태의 밧줄이다.
밧줄의 상태를 기록으로 남기고, 암봉을 내려가니,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다. 직진은 조령 2관문, 3관문과 조령, 깃대봉으로 가기 위해서는 좌회전해야 한다. 현재 시각 1시 8분, 목표 마감 시각인 3시까지는 1시간 52분이 남았다. 문경새재까지 남은 거리 2.2km는 깃대봉 왕복이 포함된 게 아니다. 그리고 조령에서 고사리 주차장까지의 거리도 만만치 않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한다. 그렇다고 달리는 건 아니고 페이스를 최대로 올려 깃대봉을 향해 가는데 앞에 4명의 등산객이 가고 있는데, 진행에 방해가 돼, 그들을 추월했다. 그리고 계속 전진해, 1시 42분에 깃대봉 갈림길에 도착했다. 목표까지 남은 시각은 1시간 18분, 이정표에 의하면 깃대봉 왕복에 20분이고, 문경새재까지 20분이다. 그럼 새재 도착이 2시 20분경이라는 얘기다. 고사리 주차장까지는 포장도로의 하산 길이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그렇다고 여유를 부릴 상황은 아니라, 배낭을 벗어 이정표에 걸어두고, 깃대봉으로 향했다.
깃대봉을 향해 출발한 지 1분이 지나자, 등산 앱이 고지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깃대봉 반경 50m 내라는 얘긴데, 이정표에는 깃대봉까지 10분이라며? 설마 그 50m가 8분 이상 걸리는 험로란 얘긴가? 깃대봉에 3번 이상 올랐지만, 그렇게 힘들다는 기억은 없는데? 그렇다고 봉우리를 오르는데 힘이 안 드는 건 아니라,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정상에 도착한 시각이 1시 46분으로 정상 도착 메시지가 나오고 3분이 걸렸다. 갈림길에서는 4분! 어쨌든 깃대봉에서 직진하면 한섬지기로 2015년 동기들과 처음 조령산에 왔을 때는 깃대봉에서 한섬지기로 내려갔다. 정상에 도착했으니, 먼저 정상석을 비롯한 정상 주변을 기록으로 남기고, 갈림길에서 같이 출발한 등산객과 둘이 서로의 인증을 남겼다.
깃대봉의 높이가 835m에 불과하고, 정상이 울창한 숲이라, 비록 낙엽은 졌으나, 조망이 좋지 않아, 인증을 찍은 후 바로 깃대봉 갈림길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중에, 정상 바로 아래에 있는 암벽 전망대로 가, 마패봉과 연계해 언젠가는 올라야 할 신선봉이라 생각되는 봉우리를 사진으로 남겼다 그리고 1시 51분에 갈림길로 돌아와 이정표에 걸어두었던 배낭을 내려서 둘러메고, 조령 3관문을 향해 내려갔다. 그런데, 내려가며 보니, 돌로 쌓은 성벽이 보인다. 응? 여기 산성이 있었나? 그러다, 여기가 한양으로 향하는 최고의 관문이 문경새재라는 게 떠올랐다. 산성이 없는 게 이상한 지역이다. 그런데, 왜 처음 보는 거 같지? 산성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계속 내려가, 1시 57분에 작은 봉우리 앞에서 이정표를 만났다. 3관문까지 남은 거리 0.8km다. 전면의 봉우리를 보니, 산행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한국 산의 특징을 다시 깨달았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마지막이라 생각되는 봉우리를 넘자, 저 아래로 작은 기와지붕이 보인다. 산신당이다. 다 왔다! 산신당의 지붕을 보며, 급경사의 눈 쌓인 등산로를 내려가, 2시 7분에 조령 3관문에 도착해, 먼저 산신에게 무사 산행에 감사하고, 언제 다시 올지 몰라, 성문을 포함해 주변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후 성문을 통과해 고사리 주차장으로 향하며, 조령의 표지석과 주변을 사진 찍고, 포장된 도로를 따라 내려가는데, 등산 앱이 고지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응? 여기에 무슨 고지? 해서 핸드폰을 꺼내 확인해 보니, '백미대간 33봉우리' 중 '9봉'을 인증했다는 메시지다. 같은 메시지를 백두대간의 다른 봉우리를 오르고 나서 몇 번 본 거라, 놀라운 건 없는데, 당시에는 "백미"가 "백두"의 오기라 생각하고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아무리 무식해도 등산객의 50% 이상이 사용하는 등산 앱이 몇 년이 지나도록 수정을 안 했다는 건 말이 안 돼, "백미대간"으로 구글링했다. 예상대로다. 백두대간 상의 33개의 아름다운 봉우리다!
그럼 난 이미 33봉우리에 다 오르고, 갈만한 산이 없어, 다시 오르는 중인데?! 아니다, 신선봉과 응복산에 아직 오르지 못했다. 해서 누가 선정한 건지 다시 구글링하니, 첫 화면에 여행사가 나오고 나머지는 다 기사다. 여행사에서? 그럴 가능성도 있어 많은, 기사 중 하나를 읽어 보니, 맞다! 여행사 대표가 선정한 거다. 기사에 선정 기준도 있는데, 다 좋은 소리나, 안내산악회와 달리, 전문 가이드를 산행 대장으로 해, 법을 어기지 않는 범위에서 영업하겠다는 거다. 즉 백두대간 종주를 하려면 출입 금지 지역도 들어가야 하니, 그 지역을 빼고 선정한 것에 불과하다. 비슷한 까만 소 백두대간 인증은 고개를 포함 100곳인데, 여행사의 백미대간은 봉우리만으로 33개라는 게 차이일 뿐이다. 그래도 안내산악회와는 달리 산행 대장이 함께 하니, 초보 등산객에게는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그런데 북설악 신선봉은 출입 금지 봉우린데?!
백미대간이 뭔지 확인하며, 눈 쌓인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가다, 신선봉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지나치는데, 등산로 입구에 금줄을 치고 '비법정 등산로', '출입 금지'라는 경고문을 매달아 놓은 걸 발견했다. 그래도 언젠가는 올라야 할 산이라, 안내산악회를 이용할 건지, 대중교통을 이용할 건지 고민하며, 계속 내려가, 차량 출입을 통제하는 곳에 도착하자, 여기서부터는 도로의 눈을 말끔히 치워, 아이젠이 불편해 바로 벗어 손에 들었다. 그리고 2시 30분에 조령산 자연휴양림 입구를 지나며 보니, 커다란 '조령산 자연휴양림 안내도'가 서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분명 신선봉과 마패봉을 연계한 산행을 안내하고 있는데, 막상 들머리는 출입 금지 경고문을 매달아 뒀다. 손발이 안 맞는 게 하나둘이 아니니, 그러려니 하고 걸음을 재촉해 2시 39분에 버스가 기다리는 고사리 주차장에 도착하는 거로 4년 만의 조령산행을 마감했다.
3
고사리 주차장 바로 옆에 인솔 대장이 얘기했던, '암행어사'라는 식당이 있는 걸 발견하고, 나도 모르게 소리로 내어 "여기를 말하는 거구나!"하고는 주차장 방향으로 계속 가자, 식당 문이 열리고, 인솔 대장이 나와 '왜 안 들어오고, 계속 가냐?'고 부른다. 당연히 들어가야 하나, 기록을 위해 주차장 사진을 찍어야 해서 가는 거라, 사진 좀 찍고 들어가겠다고 얘기하고, 기록을 남기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 안은 일행으로 가득하다. 내가 휴식 포함 5시간 30분 정도 걸렸는데, 식당에 있는 대간꾼은 그것도 안 걸렸다는 얘기다. 어쨌든 주인장이 자리가 부족하니, 합석하라는 얘기에 그러기로 하고, 자리를 잡고 앉는데, 대장이 본인 옆의 빈자리를 가리키며 오라고 해서 갔다. 백숙 세팅까지 된 자린데, 내 자리라는 거다.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 해서 나를 포함 8명이 백숙 두 마리를 안주로 이슬이를 하산주로 마셨다.
주거니 받거니 이슬이를 마시는데, 대장이 '식당에 오면, 네가 먼저 와 있을 줄 알았는데, 없어서, 전화했다!'라고 하며 왜 늦었는지 묻는다. '응? 전화?' 해서 핸드폰을 보니, 기록이 있다. 벨 소리를 듣지 못했다. 해서, 대장님이 권한 코스는 그동안 많이 다녀서, 새로운 코스인 대간을 따라갔다고 하자, 다들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본다. 편한 길 놔두고 어려운 길을 택한 이상한 놈 취급이다. 또 대장이 서울로 출발 시기를 가늠하기 위해 몇 명이나 추월했는지 묻는다. 오면서 추월한 등산객과 그들의 상태에 관해 알려줬다. 핵심은 다들 일찍 왔으나, 내가 추월한 등산객의 상태로 봐서, 4시 20분 이전 출발은 어렵다는 거로, 애초 책정한 소요 시간 7시간을 꽉 채울 거라는 거다. 4시가 가까워져 오자 대장이 수시로 인원을 확인했는데, 예상대로 내가 언급한 인물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그래도 마냥 술을 마시고 있을 수는 없어, 4시 10분경 식당에서 나왔다.
술을 몇 병이나 마셨는지 모르겠고, 식당에서 나와 버스에서 출발을 기다렸는데, 결국 대장이 추가한 30분을 꽉 채운 4시 40분경 서울로 출발할 수 있었다. 버스가 출발하자 바로 잠이 들어 정신을 차려보니, 옆자리가 비었다. 죽전 승객이니 죽전을 지났다는 거다. 그리고 양재가 멀지 않고! 6시 50분경 양재에 도착해, 다시 대장과 이 기수 총무 둘에 나를 포함 총 4명이 대장 단골집으로 가 소머리국밥을 안주로 2차했다. 그리고 어떻게 집으로 갔는지 기억이 없다. 어렴풋이 녹번에서 지하철에서 자는 대장을 깨운 거 같은데, 정확하지는 않다. 어쨌든 사고 없이 집에 도착하는 거로 조령산행을 마쳤다.
산악회 백두대간 종주팀 계획대로 '이화령 → 758봉 → 조령샘 → 안부 → 조령산 → 신선암봉 → 928봉 → 깃대봉 삼거리 → 깃대봉 왕복 → 조령 제3 관문 → 고사리교회 옆 주차장'의 12.12km(트랭글) 코스를 5시간 33분 동안 즐겼다. 이동 5시간 12분, 휴식 21분!
언제 방문해도 절대 배반하지 않는 손꼽히는 산 중 하나가 조령산이다.
백두대간 종주와는 무관한 산행으로 시작했으나, 조령산행 중 처음으로 백두대간을 따라 정상에 올라, 뜻하지 않게, 완벽한 백두대간 연결 산행이 됐다.
예상대로 날씨가 맑아, 탁 트인 조망은 가슴까지 후련하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