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 금정구 남산동에 있는 대한불교 조계종의 사찰. 사찰건축의 새로운 모델이 된 부산 안국선원安國禪院
한국불교의 종가집인 대한불교조계종에서는 선원, 율원, 강원을 모두 갖춘 사찰인 영축총림 통도사와 금정총림 범어사를 비롯한 8대 총림이 지정되어 있다. 여기서 선원은 전문적으로 참선 수행(간화선)을 하는 곳이고, 율원은 스님으로서 지켜야 할 계율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곳이다. 강원은 부처님께서 설하신 경전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곳을 말한다.
바로 참선수행을 중점적으로 하는 선원에 해당하는 부산 안국선원은 1989년 10월 금정포교당을 모체로 하여 간화선 수행도량으로 문을 열었다. 그 후 1993년 9월에 부산진구 가야동 안국사로 이전하였고, 2005년 11월 금정구 남산동에 연면적 2,100여평(연면적 6천778㎡) 규모의 지하 1층, 지상 4층의 3개동으로 구성된 건물을 준공하여 이전하였다.
안국선원의 건물 구조를 살펴보면, 한옥 형식의 일반 사찰에서 벗어난 돔 형식의 지붕이 가져다주는 독특한 외형 구조로 오가는 이들의 눈길을 끄는 건물이다. 역동적인 선(禪)의 미학을 잘 살려낸 이 건축물은 독특한 외형만큼이나 전통과 현대를 절묘하게 조화시킨 건축물로 사찰의 새로운 건축 모델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안국선원의 가장 큰 특징은 불상, 조각, 조명, 음향 전문가들이 설계의 첫 단계부터 공동 작업을 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건축물을 완성해 놓고 불상이나 조각, 조명, 음향 등을 거기에 맞추는 것과는 달리 불상, 조각, 조명, 음향 관련자들이 설계에 참여함으로써 보다 편안하고 편리한 공간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음향의 경우, 1,000명 이상을 수용하는 250평 규모 대법당의 어느 위치에서도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잘 설계됐다고 한다.
담장이 없이 곧바로 큰 도로와 접해 있어 오가는 이들과의 소통이 원활하다. 세 개의 건물이 과거, 현재, 미래를 상징하며 가파른 경사도의 흐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독립적으로 배치됐고, 서로의 공간 활용을 위해 다리로 연결해 놓았다. 본래의 지형 지물을 최대한 살렸으며, 주변의 조경도 자연 그대로의 조경이다. 담장이 없고 곧바로 큰 도로와 이어져 있어 오가는 이들과의 소통이 원활한 지역 밀착형 사찰이다.
도로에서 선원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12계단씩 5단으로 나누었고 맨 위 계단만 7계단으로 총67계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스 신화의 신이나 성경 속의 예수의 제자도 12명이다. 하루도 24시간인데, 오전과 오후로 12시간씩 나눠져 있고, 1년도 12달이다. 이외에도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 12라는 숫자가 엄청 많이 나타나지만 여기선 더 이상 거론하지 않으련다. 하지만 12라는 숫자는 완전한 주기로 우주의 질서를 상징하는 숫자이기 때문에 이곳 안국선원에서는 우주와의 소통과 질서를 상징하는 12라는 숫자를 적용하여 설계하고 시공된 여러 곳을 확인할 수 있으니 몇 곳이 있는지 꼭 찾아보기 바란다. 이것도 안국선원을 찾는 또 다른 묘미이다.
1층에 모셔진 미륵보살반가사유상
1층에서 위로 올려다 보는 계단의 연속선이다. 4층까지 중첩된 계단의 형태가 가늘게 뜬 사람 눈의 형상을 보인다. 안국선원에서는 가장 먼저 외벽과 실내의 곡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이 둥글게 둥글게 돌아간다. 지붕이 그렇고 벽체가 그렇다. 법당도 다른 사찰의 법당과 달리 둥근 공간이다.
전면의 불단이 아주 화려하다. 석가삼존불 위 닫집도 금빛으로 찬란하고, 주존불의 뒤에는 가로 18m, 높이 12m의 입체 부조 형식으로 석가모니의 10대 제자를 비롯해 여러 보살과 신중들을 봉안했다. 이 작업은 동국대 미술학과 교수로 있는 청원 스님께서 만들어 낸 작품이다. 그리고 건물 설계를 맡았던 박건 소장(건축사사무소 GA 대표)의 안목과 일본 오사카예술대학 가노 다다마사 교수의 조언이 만들어낸 종교건축으로, 사찰건축의 새로운 모델이 된 주목받는 작품이다.
1,000명이 앉을 수 있다는 큰 법당인데도 건물 안이 훤하게 밝다. 전면의 벽이 투명한 유리로 돼 있기 때문이다. 유리벽의 곡선면은 절묘하게 햇빛의 흐름에 맞춰져 있다. 낮 동안 시간에 따라 바뀌는 햇빛의 흐름에 따라 부처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바라볼 수 있게 해 놓은 것이다. 3중 유리로 된 창은 완벽한 방음으로 수행정진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환기와 채광에 무척 신경을 쓴 건물이다.
중앙의 본존불인 석가모니의 좌협시로 시립하고 있는 보살들의 모습으로, 본존불의 바로 뒤쪽에 있는 보살은 문수보살이며, 본존불과 함께 삼존불을 이루는 보살이다. 그 우측 방향으로는 관세음보살과 문수보살이고, 그 뒤 안으로부터 금강장보살과 미륵보살, 그리고 대범천왕이 시립하고 있는 구도의 영산회상도에 해당하는 목각탱이다.
본존불의 바로 뒤쪽에 있는 보살은 보현보살이며, 본존불과 함께 삼존불을 이루는 보살이다. 그 좌측 방향으로는 대세지보살과 보현보살이고, 그 뒤 안으로부터 제장애보살과 지장보살, 그리고 제석천왕이 시립하고 있는 구도의 영산회상도에 해당하는 목각탱이다.
신중은 부처님께 귀의하여 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이다. 불교에서 신중은 예경의 대상은 되지만 신앙의 대상은 아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중탱화는 화엄신중신앙에 바탕을 둔 것으로 39위(位) 신중탱화가 그 원형을 이룬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차츰 불교가 민간신앙과 강하게 결합되면서 보다 많은 신들을 수용하여 104위 신중탱화가 일반적으로 많이 모셔진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화엄신중신앙에 바탕을 둔 39위 신중을 봉안하였으며, 위태천을 중심으로 좌우에는 범천과 제석천왕이 시립하고 있고, 위태천은 부처님을 향해 서 있는 모습으로, 많은 권속들을 거느리고 있는 구도이다.
지장보살의 원력으로 망자는 지옥에서 구제될 수 있지만 이들을 결국 인도해야 할 곳은 극락이다. 그래서 극락 왕생이 궁극의 목적이다. 지옥 중생의 넋을 천도하는 시식 의식을 베풀어 극락교주 아미타불 일행이 서방정토로 인도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 감로탱인데, 이곳에는 감로목각탱이다. 상단 중앙에는 7여래가 오색 구름을 타고 강림하고 있는 모습을 표현했고, 아래 좌측에는 극락으로 길을 인도하는 인로왕 보살과 시중을 드는 동자이고, 우측에는 지장보살과 관음보살이 따르고 있는 모습이다.
닫집은 사찰 법당의 불상 위 또는 궁궐 내부의 용상(어좌) 위의 천정에 장식으로 덧달아 붙인 집을 말한다. 한자로는 화개(花蓋), 천개(天蓋), 보개(寶蓋), 당가(唐家)라고도 한다. ‘닫’은 ‘따로’라는 옛말이므로 ‘따로 지어놓은 집’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닫집은 불상 위에 설치되는 장식물로서, 사찰의 경우에는 불단과 함께 부처님의 공간을, 궁궐의 경우에는 어탑과 함께 임금님의 공간을 엄숙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닫집의 종류에는 운궁형 보개형, 보궁형이 있고, 보궁형의 경우에 적멸보궁(석가), 칠보궁(아미타), 만월궁(약사), 도솔천(미륵), 내원궁(미륵) 등의 현판이 있는 경우도 있다. 안국선원 법당 닫집에는 '寂滅寶宮'이라고 적힌 현판이 걸려 있다.
여기서 적멸보궁이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화엄경’을 설했던 곳의 하나인 적멸도량에서 비롯된 것이다. 적멸이란 모든 번뇌가 사라져 마음이 고요한 상태로, 열반(涅槃)을 말한다. 즉 적멸보궁은 글자 그대로 부처님이 열반에 들어 항상 머물러 있는 보배로운 궁전이라는 뜻이다.
높이 18m에 이르는 천장도 가운데가 둥글게 솟은 거대한 돔으로 돼 있다. 이런 선 때문에 안국선원 불사에서 가장 고생을 한 사람들은 콘크리트 외장을 담당한 이들이라고 한다. 천장 높이 18m도 불교의 우주관에서 보면, 수미산을 중심으로 한 28천 가운데 욕계 6천 위로 색계 18천이 있는데, 여기서부터는 하늘세계이다. 그 위로는 무색계 4천의 또 다른 하늘세계가 펼쳐진다.
천장 중앙에 화려한 7개의 연꽃등은 부처님께서 룸비니동산에서 태어난 직후, 오른손은 들어 하늘을 가리키고 다른 한 손은 땅을 가리키며, 천상천하유아독존을 외치며, 동서남북으로 일곱 걸음을 걸을 때 땅에서 연꽃이 솟아올라 받쳐 주었다하는 탄생설화에서 유래된 연꽃을 표현한 것이다. 그 주변의 8개 등(좌우 스피커도 각 8개)은 불교 수행에서 여덟가지의 올바른 길을 말하는 팔정도를 표현하였다.(8이란 숫자도 건물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천장 좌우 양편에 창을 만들어 놓았는데, 가늘게 뜬 사람의 눈 형상이다. 부처님의 눈을 그려낸 듯 하다. 우주와 통하는 눈을 형상화한 것이다.
올라왔던 계단의 반대편 4층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는 계단의 연속선이다. 1층까지 중첩된 계단의 형태가 가늘게 뜬 사람 눈의 형상으로 부처님의 눈을 그려낸 듯하다.
법당의 전면은 32개의 투명 유리로 된 창이다. 여기에도 고도로 계산된 숨은 의도가 있다. 불교의 우주관에 의하면, 수미산 정상에 오르면 도리천이 있다. 도리천은 불교의 28天 중 욕계 6천의 제2천에 해당하며 지상에서 가장 높은 곳이 도리천이다. 중앙에는 선견천(善見天)이라는 궁궐에 신 중의 신, 즉 신들의 왕인 제석천왕이 있고, 사방에는 각기 8성씩 32성이 있어 천인들이 살고 있는데, 이 천상계를 33천이라고 한다. 또 33천을 도리천이라고 한 까닭은 33을 인도말로 ‘도리(Tray)’라고 하기 때문이다.
이곳의 법당도 육신을 가진 현실의 수행자가 수미산을 통해 올라갈 수 있는 곳이 도리천이라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우리가 쓰는 표현 중에 ‘모든’이란 의미로 ‘도리한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도리천의 모든 신을 지칭하는 것에서 차용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