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코디언의 장식음에 대해
모든 악기가 다 그렇듯이 아코디언에도 아코디언만의 독특한 주법이 있고 표현기법이 있을 것이다. 똑같은 노래를 불러도 부르는 사람에 따라 전달되는 느낌이 다르지 않는가. 어떻게 부르는 것이 잘 부르는 노래인가. 아무리 정확한 박자에 정확하게 음정에 맞춰서 별로 흠 잡을 데 없이 부르더라도 어떤 사람은 별다른 느낌이 없는데 어떤 사람은 깊은 감동을 준다. 왜 그럴까.
음악은 감정의 표현이기 때문일 것이다.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은 그 노래에 맞는 풍부한 감정으로 노래를 부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노래라도 자기 나름의 감정표현을 하기 때문에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남의 노래를 불러도 자기 노래가 되는 것이다. 아코디언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테크닉이 뛰어나도 표현력이 없으면 음악은 살지 않는다.
그럼 아코디언으로 감정표현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특히 한국적인 트로트 가요에서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절대적이다. 독보적인 트로트 가수들의 노래를 잘 들어보라. 음표대로 그냥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강약을 조절하며 한두 번 굴러서 올라가고 꺾여서 내려온다. 악보에는 단순하게 표시되고 별다른 표식이 없어도 가수들은 간드러지게 넘어가기도 하고 힘 있게 피를 토하듯이 쥐어짜기도 하며, 때로는 짜릿한 비음을 섞어 감정을 넣는다. 이것을 아코디언에서는 바람통과 장식음으로 한다.
흔히 꾸밈음이라고도 하는 장식음은 앞과 뒤에 있는 음을 짧게 넣거나 겹음으로 넣는 것인데, 이것을 바람통으로 강약을 어떻게 조절하여 넣느냐에 따라 감정표현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는 짧고 약하게 살짝 넣어야 하지만, 때로는 강약을 잘 조절해야 하는 것이 요령이다. 이것은 악보나 글로 표시할 수 없고, 곡에 따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자기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 또 장식음에는 턴(turn:∽:돈꾸밈음)이라고 하는 3잇딴음을 넣는 것도 있고, 트릴(trill:tr:떤꾸밈음)이라고 하는 위와 아래 음을 연속적으로 빠르게 치는 표현기법 등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음악은 흘러가는 것이다. 구름이 바람을 타고 흘러가듯이, 강물이 쉬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가듯이 파도를 타고 힘차게 밀려오고 밀려간다. 음악은 속도다. 빠른 템포에 경쾌한 리듬, 느린 템포에 장중한 선율이 가슴을 끓어오르게 하고 가슴속에 파고들어 마음을 뒤흔들어 심장을 박동하게 한다. 음악은 생명의 불꽃, 활활 타오르다가 스러져 가고, 아무것도 없는 잿더미 속에서 다시 살아나 따스한 온기를 느끼게 한다. 음악은 생명의 씨앗이고 느낌의 꽃이다.
리듬을 타고 흐르지 않는 것은 음악이 아니다. 아무리 화려한 선율도 리듬을 타지 않으면 아무런 느낌이나 감동도 없다. 멈추지 않는, 끊이지 않는 달콤하고 싱그러운 멜로디가 강약과 고저의 리듬에 실려야 비로소 음악이 된다. 아코디언만의 독특한 주법과 리듬으로 아코디언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스스로 터득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