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을 연구하는 비만 의사 외 1편
김연종
바비인형은 변덕이 심해요
잠깐! 고백하려는데 벌써 작별이라 여겨요
이별은 짧고 불면은 길어요
잘자! 나약한 복수인지 난폭한 용서인지 알 수 없어요
어젯밤 돼지꿈을 꾸었어요
오늘은 바비큐 파티를 벌일 거예요
의사)
50대 후반 남자, 키 171cm 체중 94kg BMI 32 중등 비만
비만 학회 종신회원이며 현재 비만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음
환자)
37세 미혼 여성, 키 156cm 체중 71kg BMI 29 경도 비만
잦은 연애와 실연으로 요요현상 겪음 최근 급격한 체중 증가로 파혼 가능성에 시달림
상담 내용)
1) 스트레스가 심한 결혼을 포기하도록 종용한다
2) 체중 증가를 우려해 흡연을 지속하도록 설득한다
3) 향정신성 다이어트약을 꾸준히 처방한다
4) 약물 치료를 포기하고 위 밴드 수술을 권한다
비만 클리닉 상담 중 이 환자에게 적절한 비만 처방의 조합은?
1) 1,2,3
2) 3
3) 2, 4
4) all of above
5) none of above
호모 메디쿠스
나의 텍스트는
피와 살과 뼈로만 기록되어 있다
도제 시스템으로 단련되어
전염력이 매우 강하다
세균을 혐오하지만
오직 세균의 힘으로만 부패한다
한 번 피맛을 본 후론
달콤한 적포도주로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다
바스락거리는 뼈맛을 느끼고 나선
부드러운 육질을 거부한다
두개골은 갑각류의 등딱지보다 단단하고
매끈한 피부는 사나운 짐승의 가죽보다 질기다
박쥐처럼 초음파를 사용하고
동굴 같은 내시경을 들여다보지만
몸속 깊은 슬픔의 발원지를 찾을 수 없다
만약 내게 투시경이 주어진다면
옷 속에 감추어진 외부성기가 아니라
욕망을 감추어둔 내면의 장기를 훑고 싶다
캡슐 내시경처럼
입에서 항문까지 구불구불한 텍스트를
구석구석 밑줄 긋고 싶다
형광펜처럼 빛나는 고독의 기시부를 찾고 싶다
오진과 오독 사이에서 또 하루를 탕진하였다
부패와 발효 사이의 아찔한 칼날 위에 선
오늘도
온통 오류투성이다
김연종
1962년 光州 출생.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2004년 문학과 경계 등단. 시집 청진기 가라사대 히스테리증 히포크라테스 외.
산문집 돌팔이 의사의 생존법 닥터 K를 위한 변주. 현) 한국의사시인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