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는 낮이 짧고 밤이 깁니다 겨울의 낮빛은 종종 겨울의 밤빛보다 아늑해 보입니다 낯빛 속에 손을 꺼내 놓았고 마음은 벗어놓은 장갑 속에서 나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불을 밝힌 건물들은 안을 궁금하게 합니다 불을 밝힌 문장들은 자꾸만 나를 모르는 곳으로 돌아가게 합니다
겨울에는 실내 온도를 내 얼굴보다 자주 보게 됩니다 거울은 화장실에 하나 있어요 금욕주의자들의 마을에서는 얼굴을 여러 번 나누어 살펴야 할 만큼 거울이 아주 작았답니다 오후에는 공장에서 나무 장난감을 만들었고 저녁을 먹고 성가를 연습하고 차가운 공기 속을 걸어 숙소로 돌아옵니다
겨울에는 실내와 실외에 대한 사랑을 다르게 실천합니다 오늘 나는 겨울 공기 속을 걸으며 미움에 휩싸였지요 겨울, 이라는 발음 속에는 얼어붙은 들판이 있습니다 얼어붙은 들판에는 겨울, 이라는 발음으로 내쉬어진 입김들이 얼어 있어요 입김들은 채 식기도 전에 얼어붙어 더운 김을 유리 주전자처럼 감싸고 있어요 그런 생각을 그렇게 둔 채로 겨울은 얼어붙고 겨울은 녹습니다 얼어붙은 들판의 아득함이 잠시 동안 나의 부피를 아늑하게 합니다 주전자를 문지르지 않아도 요술처럼 김이 오르고 그의 아라비아풍 잠옷은 겨울잠을 닮았고 그는 방해받지 않은 채로 나의 지니는 말이 없습니다
겨울에는 이불이 더욱 친밀하게 느껴져요 이불과 나는 사랑을 나눌 수도 있습니다 이불속에서 몸은 부분적으로 느긋해집니다 매일 나는 안식을 더 잘 분할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빵 한 덩이를 얻었고 식물들은 물을 조금 덜 마십니다
겨울에는 앉아 지내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긴 비행을 하는 기분이 들어요 긴 선으로 투명한 그림을 그리고 그림 속에 정교함이 빠져 있다는 것이 즐겁습니다 나는 대체로 실수하고 있는 기분입니다 이런 기분은 나를 어디로 옮겨 갑니까 내게 정교함이 빠져 있다는 것이 나를 슬프게 하지는 않습니다
눈송이들은 눈송이들의 순간으로서 눈송이들의 순간은 겨울을 함부로 헤집지도 겨울을 비좁게 파고들지도 않습니다 눈송이들의 순간은 겨울이 겨울을 경험하게 합니다 겨울은 겨울의 어느 순간을 오직 눈송이들에 내맡깁니다 세계의 어는 곳에서는 눈송이들의 손간이 가까워지고 있어요 문장은 이곳을 실어 가고 나는 이름 대신 눈의 현상을 가져와야 했는지도 몰라요 단어는 잘 녹지 않으니까요 그것은 어떻게 가능합니까 당신은 말하고 혀 위에서 녹아 스미듯 휘발하는 그것이 이를테면 흥분과 닮았고 닮음과 같음은 전혀 다른 말이고 전혀 다른 말들이 비슷하게 들릴 때 전혀 다른 눈송이가 하나의 거대하고도 섬세한 스스로 움직이는 풍경을 이룰 때
따듯한 실내에서 눈송이들을 따라 나의 질량이 흩어집니다 나의 부피는 하나하나 건드려지고 나의 실내를 실외와 온도 맞추면 그건 꼭 무덤 같을 거라고
겨울에는 이상한 말들이 입김처럼 축축하게 부서졌어요 겨울이 중얼거리는 눈송이들을 들으려 거리의 공기는 차가워집니다 겨울과 나의 온도가 달라서 나는 자꾸만 살아서 겨울을 사랑했어요 그러고 나면 언제나 나는 조금은 춥고 조금은 따듯하고 사랑을 모르겠는 입술이 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