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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내량에 둔치고 앉아 있던 대마도 정벌군에게 드디어 진군의 깃발이 오르게 된다!
"장군, 무슨 작전 같은 거 있슴까?"
"작전이라…. 라이언 일병 구하기로 가야 하지 않을까?"
"라…라이언이요?"
"일단 상륙하는 게 중요하단 소리잖아! 넌 마 내 참모 생활한지 몇 년째야? 척하면, 착이잖아!"
그랬다. 대마도 원정군에게 있어 제일 큰 난관은 바로 상륙이었다. 고대의 전투나 현대의 전투나 탁 트인 해변에 상륙한다는 건 모험이었다. 말 그대로 배수진이 아닌가? 만약 상륙작전에 실패하면 뒤를 돌아볼 수 없는 상황! 대마도정벌의 성패는 이 상륙작전에 걸려 있었다.
"어라 저것들이 왜 우리한테 손을 흔들지?"
"애들이 살짝 맛이 갔나?"
"어라, 이제는 아예 술하고 고기를 들고 와서 환영을 하는데?"
"뭐야, 벌써 항복하는 거야?"
"아… 우리를 귀환하는 왜구로 아는 가 본데요?"
"그래? 그럼 우리도 같이 손 흔들어주자. 오겡끼 데스까~와타시와 겡끼데스~"
"자…장군 너무 오바 하시는 것이…"
조선군의 배를 왜선으로 착각한 대마도의 왜구들은 조선군의 기습 앞에 맥없이 쓰러지게 되는데, 변변한 전투 한번 없이 114명의 왜구를 죽이고, 포구를 장악한 조선군 기세등등했다. 잡혀간 중국인과 조선인도 구출했겠다, 왜선들은 다 불태우거나 노획했고, 민가 2천 채도 다 불태워버린 조선군…. 더구나 왜구들은 급작스런 공격에 놀라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산으로 도망간 상황!!
"왜구 그까이 거 뭐…. 그냥 손이나 몇 번 흔들어주고 활로 대충 쏘면 되는 거 아냐"
"그런데… 우린 왜 계속 여기 짱 박혀 있는 건가요?"
당시 이종무는 대부분의 병력을 아직 배위에 태워놓고 여차하면 튈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란 게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존재 아니던가?
"이 참에 한번 쳐들어 가볼까? 못 먹어도 고라는데… 약은 다 깨졌고, 광 깨졌고…"
"장군, 아직 고도리가 살아있습니다!!"
"음… 고다!! 그런데 누가 올라가지?"
"아무래도 가위 바위 보로 결정하심이…"
"장군 사다리 타기도 있습니다!!"
"밤일낮장!! 패를 돌리심이 옳은 줄로 아옵니다!!"
"제비뽑기로 하자, 각부대장들은 제비를 뽑아서 걸린 부대 3개 모아서 올라가는 거다 불만 없지?? 그럼 제비뽑기 한다."
그렇게 제비뽑기로 공격대의 병력을 뽑은 이종무는 병력을 왜구들이 도망간 산으로 올려보내게 된다. 역시 군대는 줄을 잘서야 하나보다. 문제는 재수 없어서 공격대로 뽑히게 된 조선군들의 사기가 있었겠냐는 것이다. 이들은 죽지 못해 산으로 올라가다 왜구들의 기습에 맥없이 쓰러지게 되는데, 한번 교전에 180여명의 조선군이 죽게 되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때 조선군들은 이걸 보면서도 멀뚱멀뚱 남의 일 보듯이 배위에서 쳐다봤다는 것이다.
"음… 뭐 이 정도면… 하하… 할 만큼 했으니까 이제 그만 귀환하는 것이 좋겠지?"
"마…맞습니다 장군 전사에 기록될 대승이옵니다. 적의 본거지를 점령했으니… 하하… 쥐도 구석으로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데…. 이만 귀환하심이 옳은 줄로 아옵니다."
"그…그렇겠지?"
결국 이 한 번의 패배 이후 이종무는 그대로 귀환하게 된다. 그냥 포구에 지키고 지구전으로 갔어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전투였건만, 이종무는 황급히 귀환하게 된다. 비약일 수도 있겠지만, 이종무의 제비뽑기 선발대와 이 병력들의 방치, 뒤이은 황급한 귀환을 보면, 거제도에서의 일화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라는 의심을 가지게 된다.
(상략) "금월 11일 갑신은 곧 발선하는 길일(吉日)이어늘, 제장이 배가 떠나는 것을 즐겨하지 않았고, 12일 을유에 겨우 배가 떠나서 거제도에 도착하고, 17일 경인에 이르러 또 제장이 배 떠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고, 또 제장의 보고에 이르되, '17일에 배가 떠났으나, 바람에 거슬려 거제도로 돌아왔다. ' 하니, 이것은 다 행군하는 큰 일이어늘, 경이 어찌하여 분변하여 장계하지 않았는가. 위에 적은 그날의 더디게 된 사유와 역풍의 진위(眞僞)를 속히 분변하여 장계할 것이며, 또 제장을 독촉하여 발선하게 하라 "
- 조선왕조실록 세종 1년(1419년) 6월 20일의 기록 中 발췌
당시 상왕이었던 태종이 이종무에게 내려 보냈던 교지였다(다행히 이종무는 19일 날 다시 출발한다). 이종무가 썩 내키지 않은 출정을 했다는 의구심이 들지 않는가? 그래도 소 뒷발에 쥐를 잡은 것인지. 아니면, 워낙 출정준비가 잘 되어 있었기에 무난하게 넘어간 것인지, 이도저도 아니면 조선군이 원래 싸움을 잘해서 이긴 건지는 모르지만, 대마도 정벌은 나름 성공했다는 평가를 끌어낼만한 전과를 올렸다. 이제 남은 건 개선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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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조선군이 대마도 정벌은 나름 성공했다는
평가를 끌어낼만한 전과를 올렸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