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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 월에....
寶海/ 유 희 민
(제2장)
* 몽유 도원도 - I *
"자식이…뭔 그런 맹물 같은 소리를 하냐?… 사랑한다. 죽을때 까지 너만 보고 살겠다.
검은 털이 파뿌리 될 때 까지 사랑 한다…뭐 이렇게 나가야 되는 거 아냐?
자식이 뭐 좀 알싸한 이야기를 못해요…"
"기삼아 살려 주라…이제 술이나 한잔 하자 "
"좋다…신랑은 평소에 여자 앞에서 긴말 못하는 거 아니까 생략하고…
다음 신부의 단단한 각오 한마디."
그녀는 기삼이를 쳐다보면 또랑또랑 말을 했다.
평소에 장난기 섞인 술집 마담의 말투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고
전혀 다른 여자를 보는듯한 그녀의 모습 이였다.
"금방 기삼이 오빠가 맹물 같은 소리라고 했는데
저는 우상이 오빠를 평생 맹물 같이 사랑 할 겁니다.
설탕물이나 더 좋은 음료수도 자주 마시면 질리고 실증이 날수 있지만
맹물은 평생 마셔도 질리지 않고 항상 찾습니다.
저는 우상이 오빠를 평생을 마실 맹물처럼 함께 할 겁니다.
그리고 우상이 오빠 에게도 처음 이자 마지막으로 부탁드립니다.
여자는 가슴속에 방(房)이 하나밖에 없습니다. 모르지만
남자의 가슴속에는 방이 많아서 이방 저 방에 많은 손님을 맞이할 수 있을지 여자인 난
방이 하나 밖에 없어서 손님을 맞이하려면 방안에 있는 손님을 내 보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제 제방에 큰손님으로 오심으로 더 이상 손님을 맞이할 방이 없습니다.
방의 주인으로 방을 아끼고 사랑해 주시기 바랄뿐 입니다"
기삼이 조차 감격해 하는 표정이다.
"임마 박수 좀 쳐라… 이런 좋은 소리 들었으면…짜식이 복도 많네.…박수…."
나는 그날 술이 많이 취했다.
홍주의 취기도 그렇고 기분 좋아 하는 기삼이의 권주(勸酒)때문에 많이 마신 탓 이였다.
손님을 받지 않은 탓 인지 아침이슬 이라는 노래도 불렀고
그리고 송 마담이 나를 데리고 하숙방 까지 왔던 게 그날의 모든 것이었다.
하숙집에서 잠을 깼을 땐 좀 이른 새벽 이였다.
나는 조용히 주방으로 가서 물을 한잔 마시고 방으로 들어 왔다.
그리고 머리맡에 놓은 곱게 적은 메모지를 보았다.
송 마담이 적어 놓은 메모가 틀림없었다.
'오빠. 낼 출근 하시면 짐을 제가 옮겨 놓을게요.
그냥 출근 하시고 퇴근 때 제가 연락드릴게요.
이제 류화 에는 연락 하지 마세요.
그동안 고생한 지배인 에게 모두 넘겨 줄 생각입니다.
아침 꼭 챙겨 드세요./ 수지.'
사실 살림 이랄 것도 없었다.
책이 좀 많았고 그리고 옷가지 뿐 이였다.
이제 송 마담이라는 칭호도 버려야 했다. 그냥 수지라고 불러야 했다.
그래 아마 수지는 모든 걸 옮겨 놓을 것이다.
이제 떠나기 전에 하숙집 아주머니 에게 인사를 하고 이집을 나가면
내 젊은 시절을 보냈던 하숙집도 마지막이 될 것 이라고 생각 하니 좀 서운한 생각이 들었다.
서류 가방 하나만을 챙겨 들고 밖으로 나와서 하숙집 아주머니께 인사를 했다.
아주머니는 무척 서운 하신 모양이다.
"아이고 우상씨… 오늘 짐 옮겨 갈 거라고 이야기는 하고 갔는데…
언제 그렇게 예쁜 색시를 사귀고 있었어? 식 올릴 때도 꼭 연락 하고…
그리고 자주 놀러와. 아가씨가 많이 꼼꼼 하드만…
며칠 남은 하숙비를 계산해서 돌려 달라고 하는걸 보면…
살림도 깐깐하게 잘 하겠어."
"그럴 필요는 없는데… 쓸데없는 소리를 했는 모양이네요."
"아니야… 항상 그렇게 해 왔는걸? 그리고 그렇게 당당 하게 이야기 하는 아가씨가
오히려 든든하고 좋던데 뭘.
내가 계산해서 아가씨한테 다 돌려 줄 생각이야. 축하해."
이것저것 물어 보는 아주머니 에게 대충 건성으로 대답 하고 그 집을 나왔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700호실로 출근을 했다.
그리고 두 달 가까이 연구하고 수집 했던 모든 자료를 다시 한 번 꼼꼼히 쳐다보았다.
이 모든 자료를 하나로 취합 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작업은 한중사가 리포트 형식으로 문서로 만들어야 했다.
그 문서는 기삼이 에게 한부, 그리고 함께 일할 직원들 교육용으로 사용 할 수 있어야 했다.
서류를 정리 하는 동안 한 중사가 출근을 했다.
내가 먼저 출근해서 앉아 있는 게 처음 이였던지 가벼운 노크와 함께 사장실로 들어온다.
"안녕 하세요.사장님. 무슨 급한 일 이라도…"
"아니야. 속이 쓰려서 좀 빨리 잠이 깼는데…
그냥 할일이 있어서 일찍 나왔어 커피나 한 잔 가져와.
지시 할게 있으니까…"
"예 알겠습니다."
항상 그렇듯 그녀는 말에 군살이 없었다.
가벼운 농담이나 사적인 말을 해볼 그런 엄두가 나지 않는 군인 이였다.
그녀 에게는 남성이나 여성 따위의 성별로 구분 지을 수 없는 그 어떤 카리스마가 있었다.
잠시 후 그녀가 커피를 가져 와서 내 책상 위에 놓으며 조용히 내 지시를 기다린다.
그리고 먼저 말을 꺼냈다.
"술 드시고 속이 쓰리면… 다른 차도 있습니다."
"아냐 됐어. 나는 커피가 좋아."
그리고 좀 많다 싶은 서류를 그녀에게 주었다.
"내가 두 달 동안 수집한 자료들인데… 중복 된 게 많아.
읽어 보고 리포트 형식으로 정리를 해 줘요.
그리고 이 팀장 에게도 한부 주고…
그리고 앞으로 교육용 자료로도 사용해 야 하니까 잘 정리 해 줘요.
그리고 한 중사가 판단해서 불필요 한 거는 편하게 편집해도 좋아요.
석장이나 넉 장으로 압축 할 수 있으면 되니까…
읽어보고 언제까지 될 수 있는지 나중에 알려 주고."
"예 알겠습니다. 더 지시 하실 건 없습니까?"
"오늘 온 신문들 전부 방에 좀 넣어 주었으면 좋겠는데… "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한중사가 방에서 나가고 조금 있다 몇 종의 일간지를 모아서
내 방에 가져다주고 그녀는 방을 나갔다.
신문은 뻔한 내용들 이였다.
1986년의 회계가 결산 되고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초로 무역흑자가 난 정권 이라고
거창하게 각 신문들은 떠들어 대고 있었다.
종로 시내 에서는 정의구현 전국 사제단이 재야인사 9천명과 함께
성명을 발표한다는 소문이 있었을 뿐 신문의 어디에도 집회에 대한 이슈는 다뤄 지지 않았다.
민주화를 위한 투쟁과 상공인들의 무역전쟁은 별개의 상항으로
따로 진행 되는 모순을 보이는 나라가 이시대의 아이러니한 발전 이였다.
시민들은 실제로 각고의 노력 끝에 만들어낸
상공인들의 무역흑자 자체도 정치의 선동 도구로만 여길 뿐
아무도 그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특별히 외국 언론사에서 대한민국의 데모 현장을 먼저 T.V 화면에 내 보낸 뒤
짧게 국가 발전에 대한 논평을 해주긴 한다지만
세계인이 바라보는 대한민국은 여전히 발전된 국가보습 보다는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는 군사 독재로만 바라볼 뿐이었다.
이시대의 사회상을 보기에는 차라리 대학교의 대자보가 훨씬 빠르고 정확했다.
사상지의 폐간을 강요당하면서 대학교의 대자보 에는
김지하 시인의 '오적(五賊)'이 다시 붙기 시작 했고,
네크라소프의 시구(詩句)인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로
마지막을 장식 했던 서울대 학생, 유시민의 항소이유서는
유행처럼 대학가 사이로 퍼져 나갔다.
국가라는 큰 틀의 의미와 그리고 애국, 충성 이라는 단어는 민주화를 열망하는
대다수 지식인들의 공허하고 형이상학적 언어 일뿐 이 땅의 정의는 점점 멀어져 가는 게
작금의 현실 이였다.
이제 한중사가 보고서를 만들어 오면 일본으로 가야 한다.
그림을 실제로 봐야 하고 내 손으로 사진도 찍어 와야 한다.
그리고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내가 연구해야 할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안평대군의 예언 데로 그게 한번 이라도 한국에 오게 된다면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설령 사회적 이슈가 되거나 국제적 분쟁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그림은 회수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게 일본에 계속 있을 때의 경우다.
그럴 경우를 대비해서 준비를 해야 한다.
의외로 그걸 살수만 있다면 그것처럼 좋은 방법은 없다.
그러나 자료를 조사 하는 과정에서 이미 일본의 국보급 물건이 되어 있는걸
발견했기 때문에 일본인들은 절대 팔수가 없게 되어 있었다.
그 그림은 이미 대학 도서관에 기증 되어 있고 이미 소유주가 대학으로 변해 있었다.
대학을 상대로 사고파는 행위는 절대 불가능 했다.
결국 훔쳐 오는 수밖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나는 그걸 훔쳐 오는데 필요한 자료와 그리고 그럴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서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되었다.
우선 당장은 수지의 여권을 만들고 나와 함께 일본에 들어 갈수 있는 비자를 얻는 게 급선무다.
어떻게 보면 비자를 얻는 건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일본까지 가서 그 그림의 형태조차 볼 수 없다면 그건 정말 낭패다.
나는 그림에 대해서는 아는 게 많지 않다.
어떤 게 좋은 그림인지 어떤 게 값이 비싼 건지 추정 할 수도 없는 문외한(門外漢) 이다.
나는 언젠가 우석이가 주었던 동양화 두 점을 서랍에서 빼 책상에 올려 두고
그 그림을 자세히 쳐다봤다.
그림을 모르는 나도 한눈에 괜찮은 작품처럼 느껴졌다.
단지 먹물 하나로 이렇게 어떤 사물을 표현 할수 있다는 것에 경이로움이 느껴졌다.
나는 한 중사를 불렀다.
방에 들어온 한 중사 에게 그 그림을 보면서 물어 봤다.
"한 중사. 이 그림… 잘 그린 것 같아 보여?"
"예. 좋아 보입니다."
"선물 받은 건데… 국전(國展)에 출품 하려던 작품 이였다고 그랬거든…"
"사장님. 동양화는 좀 멀리 떨어져서 봐야 좋다고 하던데…"
"그래? 그럼 이거 들고 좀 뒤로 가서 서봐…"
한 중사가 그 그림을 들고 사장실의 뒤쪽으로 가서 그 그림을 펼쳐 보여 주었다.
"그래… 진짜 그러네… 이제 산이 보이고 구름이 보이는구먼!…좋은데…."
그랬다.
동양화는 책상에 펼쳐 두고 보는 것과 표구를 해서 액자로 만들 때와
그 감상하는 느낌이 다를 수 있겠다 싶었다.
우상이 라는 사람의 그림 솜씨가 돋보이는 순간 이였다.
한 중사를 나가게 하고 그 그림을 잘 접어서 책상 서랍 안에 넣어 두었다.
나는 이 그림을 일본 갈 때 가져갈 생각이다.
만약 학교 도서관 에서 그림을 보여 줄 수 없다고 그러면
나는 이 그림을 뇌물로 주고 그 그림의 사진을 찍어올 생각이다.
일본 사람을 돈으로 매수 한다는 건 어쩌면 더 어려운 일 일수도 있겠고
만약 돈을 받지 않을 경우는 오히려 더 의심을 살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나로 인해 더 보안이 강화 되거나 불안감을 느껴서는 안 되는 조심스러운 행동을 취해야 한다.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삐삐가 울렸다.
내가 모르는 전화지만 아마 이건 수지가 틀림없겠다 싶었다.
내 삐삐 번호를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 역시 수지가 전화를 받았다.
"왜?"
"왜~에? 오빠 너무 심하게 전화 받는다. 이젠 그렇게 전화 받지 마세요. 그냥 수지냐? 하면 될걸…"
좀 서운해 하는 기색이 보였다. 웃으며 내가 똑 같이 흉내를 내 봤다.
"오~ 그래 수지냐?"
"그래…오빠. 그렇게 해야지…짐은 다 옮겨 놨는데…
오빠 하고 같이 점심 식사하려고…시 간 괜찮아? 내가 지금 오빠한테 갈게. 어디야?"
"그럼 종로 3가 쪽으로 와라… 이 동네 잘하는 국밥집이 몇 개 있다."
"그럼 12시 까지 그 앞에 고려당 있잖아? 그 앞에서 기다릴게…늦지 않게 나와…알았지?"
"그래 내가 가까우니까…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게… 끊을게."
전화를 끊고 나는 내 사물함에서 통장 하나를 꺼냈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평생 받은 월급을 모아둔 돈이다.
내 아내가 될 여자에게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선물을 주고 싶었다.
어차피 용돈은 수지에게 타서 쓰면 그만 이였고
업무적인 경비는 회사에서 지출 하면 그만 이였다.
수지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큰돈이 아닐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하고 싶었다.
나는 태어나서 나를 좋아 하는 사람은 친구인 기삼이,
그리고 날 낳아 주신 부모님 이외 에는 없었고 더더욱 나를 사랑 한다는 여인은 수지가 처음 이였다.
나는 여자와 사귀는 방법과 돈을 불리는 방법을 난 알지 못하고 살았다.
매월 받는 월급조차 나는 적금 따위의 이자 몇 푼에 연연하지 않고 살아왔던 것 같다.
이제 그런 복잡한 문제 까지 이 통장과 함께 모두 수지에게 넘겨줄 생각이다.
시간에 맞추어 고려당 앞에서 수지를 기다렸다.
멀리서 걸어오는 수지의 모습은 아름답고 밝아 보였다.
나는 수지가 한복이 아닌 투피스의 양장 차림을 처음 보았다.
얼굴을 보자마자 질문부터 하기 시작 한다.
"오빠 오빠…오늘 오후에 시간 있어?"
"왜?"
좀 호들갑스럽기 까지 하다.
오빠라는 말을 두 번씩 할 때는 항상 그녀는 기분이 좋을 때 이다.
"오빠 살림을 보니까 말이야…좀 심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뭐가?"
"뭐랄까… 암튼, 속옷 하고… 바지를 우선 몇 벌 사야겠더라.…
전부 면바지, 청바지 이고….내가 다림질 할 옷은 없던데?"
"…… 다림질이 하고 싶은 거야… 아니면 옷이 사주고 싶은 거야?"
"두 가지다… 밥 먹고 오후에 시간 있어? 바로 퇴근해도 돼?"
"바로는 아니고… 함께 있다가… 남들 퇴근 하는 시간에 맞추어 들어가면 된다.…
난 평 생 살면서… 일 없다고 낮에 들어가 본적이 없으니까…
그래서 하는 소리다. 차라리 밖에서 술을 한잔 하면 했지…
그냥 들어가 본적은 없다…"
"그땐 집에 가도 누가 없었으니까…. 지금은 그렇게 하면 안 되지…내가 있는데…"
잡다한 대화를 나누면서 우린 근처의 돼지 국밥집으로 들어갔다.
항상 그렇듯 나는 점심 한 끼는 대충 허기를 넘기는 식으로 먹었다.
그리고 퇴근해서는 포장마차 같은데 에서 우동이나 어묵처럼
국물이 있는 안주에 소주 한잔 하면 그뿐 이였다.
오늘도 난 평소에 했던 그런 간단한 점심 한 끼 먹기를 주저 하지 않았다.
여자를 위한 배려나 점심에 그렇게 큰 비중을 두지는 않았다.
그녀를 위한 배려로 평소에 먹던 돼지국밥 대신에 수육 백반을 시켜 주는 게 고작 이였다.
수육 백반은 고기를 먹기 좋게 좀 좋은 부위를 따로 접시에 담아 주는 게 달랐다.
"오빠는 항상 점심을 이런데서 먹어?"
"왜? 이게 어때서? 좋잖아…간단하고 배도 부르고…
또 국밥은 소주 안주로도 참 좋고, 또 이건 시키면 기다리는 시간이 없이 곧장 나오거든…"
"오빠는 점심때도 가끔 소주를 마셔요?"
"아니…가끔 이렇게 오후 업무를 포기 했다 싶으면 한잔씩 한다. 근데..
오늘은 아직 생각은 없고…나중에… "
그녀가 돼지 국밥집 음식에 대한 편견이나 타박은 없었다.
묻는 것도 그냥 대화할 소재가 없어서 물어 본 것뿐이었다.
수육을 간장에 찍어서 먹는 것도 오히려 나보다 자연스럽고 그리고 맛있게 먹었다.
그러나 나는 사실 여자들과 같이 식사했던 경험이 많지 않아서 오히려 더 어색하고 불편 했다.
이럴 땐 나는 참 바보스럽기 까지 했다. 식사를 끝마치고 우리가 간곳은 남대문 시장 이였다.
수지의 단골 가게가 몇 있었고 나는 소 끌려 다니듯 이곳저곳을 따라 다니며
마네킹처럼 여러 종류의 옷을 몸에 맞추어보곤 했다.
내가 남대문 시장의 여러곳을 돌아다니면서 수지 에게 했던 말은 딱 한마디 이었다.
속옷 사이즈가 어떻게 되었냐는 물음에 '90' 이라고 숫자 한번 이야기했던 게 전부 였다.
나머지는 직접 허리의 사이즈를 줄자로 재 봤고
그리고 와이셔츠 까지도 목과 어깨선을 일일이 재어 보는 세심함을 보였다.
그렇게 구입한 옷들이 꽤 많아 졌다. 와이셔츠, 속옷, 바지, 양복의 상의, 그리고 양말들…
신혼부부의 신부 손끝이 아닌 아들을 장가보내는 어머니의 손길처럼 세심 했고
가격을 깎는 흥정 까지도 난 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 이였다.
가장 나의 눈길을 끈 신기한 옷은 괜찮아 보이는 남성용 실크 잠옷 이였다.
두 서너 시간을 이렇듯 남대문 시장에서 보낸 것 같았다.
모든 것을 구입한 수지는 그걸 자기가 아는 단골집에 맡겨 두고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통화를 마치고 웃으며 내게 다가와 이야기 했다.
"오빠… 저거 나중에 기사가 집으로 다 옮겨 놓을 거니까…
이제 오빠 하고 데이트나 하면서 오빠 좋아 하는 포장마차에 가서 한잔 하면 돼.
오빠가 평소에 잘 간 포장마차가 어디야?
술은 단골집에서 마셔야 좋거든.
오빠가 자주 간곳을 내가 가보고 싶거든?"
"수지야…거긴 다음에 가고… 좀 조용한데 가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고… 그리고 우리… 사실 처음이잖아…"
수지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흐른다.
첫댓글 무더운 날씨에,,, 건강은 꼭 챙기시기 바랍니다.....!!!
ㅎㅎ..보는 이가 처음처럼 설렙니다.. .
참으로 재밌습니다
행복한날되세요......^^